도하는 빈 운반대 앞에서 먼저 길을 잘못 골랐다.
오른쪽은 짧았고 왼쪽은 넓었다. 그는 퇴근하자마자 잔돌에 들러 놓아 둔 끈 두 줄을 보고 오른쪽 손잡이를 잡았다. 유탁이 반대편에서 그대로 밀 것이냐고 물었다. 도하는 그렇다고 답했다가 세빈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 보았다.
코치는 끈 밖의 넓은 길에 있었다. 그의 몸이 둘 사이를 가로지르려면 운반대부터 멈춰야 했다. 도하는 빈 바퀴를 다시 제동했다. 오늘 실은 것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의 길까지 비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손잡이를 놓고 자기 발이 먼저 골랐다고 말했다.
월요일 밤 도시락을 싸 놓고 잔 뒤의 화요일이었다. 오늘도 센터에서는 능력을 쓰지 않았다. 어깨는 뻐근했지만 손 떨림이나 통증은 없었다. 퇴근길에 새 코스 그림이 왔고, 셋은 저녁의 짧은 시간을 비워 보기로 했다. 몸을 더 쓰는 훈련이 아니라 길부터 보는 날이었다.
그림을 보낸 쪽은 한결이었다. 다음 일요일 비공식 비교전에 빈자리가 생겼다고 했다. 지난번과 같은 반대 굽이 코스가 아니었다. 중간의 길이 두 갈래로 나뉘고 두 갈래가 만난 뒤 삼십오 킬로그램 회전 짐이 있는 구성이었다. 제한은 다시 구십 초였지만 종목표 아래의 모양이 달랐다.
먼저 이십 킬로그램 짐을 구간 끝 받침에 고정하면 한 점이었다. 삼십오 킬로그램을 도착 받침에 고정한 뒤 첫 짐과 세 선수가 결승선을 넘으면 두 점이었다. 구십 킬로그램 문은 없었다. 도하는 그 줄을 읽고 우승했던 옛 경기의 문을 머릿속에서 치웠다.
오른쪽 길은 바퀴가 돌아갈 공간이 좁았다. 왼쪽 길은 한 번 더 크게 휘어야 했다. 둘 중 하나를 지나 첫 받침에 도착하면 됐다. 그림은 실제 바닥의 너비를 완전히 보여 주지 못했다. 토요일 현장 확인 전에는 오늘 끈 간격을 공식 코스라고 부를 수 없었다.
유탁은 손잡이를 잡은 채 낮은 의자를 끈 밖으로 옮겼다. 코치가 쉬는 의자였다. 도하는 넓은 길이 느릴 것 같다고 말했다. 세빈은 얼마나 느린지 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직이라고 답했다. 시계도 안 켰고 오늘은 짐도 실리지 않았다.
“그럼 지금은 길이 길다고만 해요.”
세빈이 말했다. 도하는 길이가 자기 머리에서 곧 기록이 됐다고 답했다. 유탁은 거기서는 늘 회사에서 집까지도 삼 초쯤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도하는 그 정도면 야근이 늘어날 것 같아 능력을 숨기겠다고 했다. 셋이 짧게 웃었다.
빈 운반대를 왼쪽으로 돌려 보았다. 도하는 앞을 제동하고 유탁이 뒤에서 밀었다. 바퀴가 돌아가는 폭은 충분했지만 두 손잡이 사이에 사람이 지나갈 길은 없었다. 세빈이 먼저 바깥으로 돌아가고 둘이 멈춘 뒤 다시 출발해야 했다. 긴 길이 모든 문제를 저절로 없애 주지는 않았다.
그다음 오른쪽을 봤다. 유탁이 바퀴 하나를 일찍 꺾으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도하는 옆에서 제동을 잡았다. 빈 운반대는 잘 돌아갔다. 그렇다고 이십 킬로그램을 얹은 뒤의 관성과 손의 힘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 차이를 말로 덧붙였다.
유탁은 손잡이를 놓지 않은 채 도하에게 자기 자리에 서 보라고 했다. 둘은 먼저 바퀴를 잠그고 위치를 바꿨다. 도하가 잡았던 앞에서는 모서리가 잘 보였지만 뒤에서는 운반대에 가렸다. 그에게 조금만 더 돌리라는 말이 쉬웠던 까닭이 있었다. 자기 눈의 바닥을 동료도 그대로 보는 줄 알았다. 그는 다음에는 바퀴가 닿기 전 멈출 지점을 먼저 말하겠다고 했다. 유탁은 그 말이면 자기 쪽에서 속도를 바꿀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세빈은 오늘은 여기까지 보자고 했다. 코치가 무릎을 오래 굽히고 서 있을 필요가 없었다. 도하는 다음번에 짐을 올려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탁도 동의했다. 한 번 고른 길을 시험하지 않고 지키는 것이 팀의 믿음은 아니었다.
휴대전화 화면에서 한결의 메시지가 다시 떴다. 참가할 생각이 있는지 내일까지 알려 달라는 말이었다. 도하는 받고도 바로 답하지 않았다. 일요일 근무가 확실히 없는지 새 표를 확인해야 했다. 이긴 뒤에는 날짜가 자기 편이 된 것처럼 느끼기 쉬웠다.
그는 휴게실에서 보았던 근무표 사진을 열었다. 일요일은 비어 있었고 토요일에는 오전 근무가 있었다. 현장 확인은 오후였으므로 이동 시간을 넣어도 가능했다. 하지만 금요일 늦게까지 연습하는 안은 빼야 했다. 자기 잠을 빌려서 만든 빈칸은 실제 여유가 아니었다.
유탁은 토요일 정비점 일이 늦어지면 현장에 조금 뒤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세빈은 먼저 온 사람이 팀 동선을 확정하지 말자고 했다. 도하는 알겠다고 답했다. 자기가 빨리 와서 그림까지 다 그려 두는 것이 동료의 시간을 절약해 주는 방법일 때도 있었고, 선택을 빼앗는 방법일 때도 있었다.
그는 오늘 시험한 두 길을 종이에 따로 그렸다. 오른쪽에는 짧음, 왼쪽에는 넓음이라고 썼다. 빠름과 안전이라는 말을 각각 나누어 붙이지는 않았다. 좁은 길도 준비한 팀에게는 지나갈 길이었고 넓은 길에서도 멈춰야 할 수 있었다. 자기가 못 본 것을 상대의 무리함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유탁이 종이를 들여다보다 앞의 받침 블록 위치를 가리켰다. 하중을 옮긴다면 둘 중 어느 길을 가도 이 물건에서 멀어진다고 했다. 도하는 줄자를 가져왔다. 오늘 끈 그림의 시작점에서 둘의 표면 간격을 재 보았지만 실제 물건은 아직 없었다.
그는 대략의 선만 표시했다. 삼 미터 바깥까지 능력을 늘려 쓰는 안은 처음부터 없었다. 새 코스가 편한 길을 주지 않는다고 십팔 킬로그램이나 여덟 초의 한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현장에서 거리를 확인한 뒤 짧게 쓰거나 쓰지 않을 수도 있었다.
“능력 안 쓰면 손이 실직하나요?”
유탁이 물었다. 도하는 자기 손은 센터에서도 정규직이라고 답했다. 코치가 그 손으로 제동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하는 빈 운반대 손잡이를 한 번 쥐었다. 경기에서 쓰는 것 중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일이 또 먼저 남았다.
정리할 시간이 왔다. 유탁이 끈을 말았고 도하가 바퀴 잠금을 확인했다. 세빈은 무릎을 펴고 앉아 오늘 실제로 해 본 것을 말했다. 두 길을 모두 빈 운반대로 지나간 것, 어느 길에서도 이동 전에 사람이 빠져야 했다는 것. 기록은 재지 않았고 새 승패도 없었다.
도하는 자기가 처음 오른쪽을 고른 까닭을 덧붙였다. 지난번 일 초가 자꾸 생각났다고 했다. 앞에서 기다린 뒤 이겼으니 이번에도 더 잘 기다리면 줄어들 것 같았다. 말을 하고 나니 이상했다. 기다림까지 빨리 써먹고 싶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세빈은 이번에도 어느 쪽이 맞을지는 모른다고 했다. 지난번은 지난 바닥에서 한 선택이었다. 유탁이 오늘은 끈에 이긴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말했다. 도하는 자기는 첫 판에 끈한테 졌다고 답했다. 웃고 나니 오른쪽에 그어 둔 화살표가 조금 가벼워졌다.
백송주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음 수업 전에 바닥을 비워야 했다. 도하는 바로 의자를 옮기려다가 누가 쓰는지 물었다. 관장은 지금 자기가 앉을 거라고 답했다. 그는 의자를 다시 내려놓았다. 길을 비우는 일과 사람의 자리를 치우는 일이 늘 같은 것은 아니었다.
관장은 오늘 훈련이 잘됐느냐고 물었다. 도하는 빈 물건으로 두 길을 봤다고 답했다. 백송주는 잔돌은 넓어지지 않았는데 선수들 길만 늘었다고 말했다. 유탁이 그러면 대관료를 길이로 받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 관장이 먼저 웃었다.
도하는 지난 승리 영상이 공개됐는지 물어볼까 하다가 휴대전화를 봤다. 미오는 새 확인본을 준비 중이라고만 알렸다. 지난 동선 컷의 동의와 다음 경기의 촬영은 별도였다. 그는 새 비교전 이야기를 먼저 팀 안에서 마친 뒤 필요하면 범위를 다시 정하자고 했다.
오늘 당장 멋진 영상이 나올 일은 없었다. 그래도 빈 운반대의 바퀴를 보고 고친 말이 있었다. 도하는 그 시간이 카메라에 남지 않아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단한 교훈으로 만들기에는 배가 고팠고 지금은 버스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유탁은 나가며 지난번 말한 식사를 토요일 현장 확인 뒤 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도하는 그날 오전 일을 마치고 올 거라고 답했다. 동료는 그러면 더 잘 먹여야겠다고 했다. 세빈은 자기 의자가 편한 곳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탁은 그 조건부터 보겠다고 약속했다.
버스에서 도하는 한결에게 답을 썼다 지웠다. 자기 근무표는 확인했지만 유탁의 토요일 일은 아직 남아 있었다. 비교전 자체는 일요일이므로 셋은 참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현장 확인의 도착 순서는 따로 알리겠다고 적었다. 모든 일이 동시에 해결돼야 한 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결은 알겠다고 답했다. 자기 팀은 아직 두 길을 모두 연습하지 못했고 토요일에 보겠다고 했다. 도하는 어느 길을 택할 생각이냐고 묻지 않았다. 상대 팀의 미완성 선택까지 먼저 들어야 마음 편해지는 것은 경쟁의 의무가 아니었다.
집에 도착하니 싱크대에 아침 컵이 있었다. 그는 가방을 내려놓고 밥을 데웠다. 오늘은 계란이 덜 몰렸다. 도시락 칸을 나눴던 것이 조금 효과가 있었는지, 버스가 덜 흔들렸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그것을 새 전술의 성공과 묶지 않고 그냥 먹었다.
젓가락을 들다 자기 손바닥을 봤다. 낮의 작업과 저녁의 운반대가 같은 손에 남아 있었다. 떨림이나 통증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도 일한 손이었다. 그는 내일 훈련 시간을 길게 잡지 말자고 팀에 보냈다. 유탁이 자기 손도 초과 근무는 싫다고 답했다.
세빈은 내일은 실제 짐을 놓기 전 상태를 다시 보자고 했다. 오늘 저녁의 괜찮음이 내일의 허락을 미리 주는 것은 아니었다. 도하는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자기 몸을 매번 평가표로만 보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안 봐도 된다고 부를 수 있는 몸도 아니었다.
그는 잠들기 전에 현관에서 새 신발 끈을 정리했다. 오른쪽으로 빨리 빠질지 왼쪽으로 크게 돌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내일 발에 신을 것은 지금 잘 보였다. 그는 발끝이 문을 막지 않게 신발을 옆으로 놓았다.
방 안으로 돌아오니 한결의 마지막 메시지가 와 있었다. 이번에는 선두가 아니라 길을 고르는 솜씨를 보고 싶다는 말이었다. 도하는 그 말을 읽고 웃었다. 자기도 상대를 이기고 싶다고 짧게 답했다. 잘 고르고 싶다는 말 옆에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괜찮았다.
불을 끄기 전 그는 종이의 오른쪽 화살표를 지우지 않았다. 내일은 짐이 있는 두 길을 볼 차례였다. 지난 일 초를 잃지 않으려고 오늘을 접는 대신, 다른 바닥에서 새로 틀릴 여지를 남겨 두었다. 그 생각은 잠들기까지 조금 낯설었고 조금 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