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탁은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멨던 어깨를 좁혔다.
“여기서도 형 어깨가 길을 가리네요.”
도하는 자기 집에서는 자기 어깨가 먼저 왔다고 답했다. 세빈이 두 사람에게 신발부터 벗으라고 했다. 유탁은 그제야 들고 온 음식 봉투를 안쪽으로 옮겼다. 도하는 그것을 받고 작은 식탁을 한 뼘 더 비웠다.
반대 굽이의 비교전에서 네 초 뒤로 도착한 지 사흘이 지났다. 오늘 셋은 무거운 짐을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낮의 일과 각자의 회복 시간이 맞는 짧은 저녁을 골랐고, 도하가 자기 집에서 먹어 보자고 했다. 수업도 팀 회의도 아닌 초대였다.
말할 때는 쉬웠다. 실제로 두 사람을 들이려니 자기 방이 너무 좁아 보였다. 도하는 아침부터 바닥의 빈 상자를 옮겼다. 버리지 않은 헌 운동화도 마른 자리에 뒀다. 두 사람이 그것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급히 감추지는 않았다.
세빈은 앉을 자리를 한번 보고 자기 무릎이 편한 쪽을 골랐다. 도하는 의자를 당겨 줬다. 코치는 오늘 코스의 시야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밥 먹을 자리를 고르고 있었다. 그걸 알아차리자 그는 괜히 웃음이 났다.
유탁이 왜 웃느냐고 물었다. 도하는 코치가 자기 집의 동선도 고칠 것 같아서 그렇다고 했다. 세빈은 물컵이 모서리에서 떨어질 것 같은 것은 말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재빨리 컵을 가운데로 옮겼다.
식탁에는 도하가 만든 계란말이와 세빈이 가져온 반찬, 유탁이 고른 따뜻한 음식이 놓였다. 누가 전부 대접해야 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도하는 자기가 불렀으니 한 가지쯤은 그럴듯하게 만들고 싶었다. 계란말이의 한쪽 끝은 반쯤 찢어졌다.
유탁이 그쪽을 먼저 집었다. 도하는 안 예쁜 것을 빨리 없애 주는 것이냐고 물었다. 동료는 자기가 가장 배고파서 가까운 것을 집었다고 답했다. 그는 웃고 자기 입에도 한 조각 넣었다. 생각보다 짜지 않아 다행이었다.
도하는 식탁 아래에 남의 발 두 쌍이 있는 것을 잠깐 봤다. 경기에서는 어느 발이 먼저 들어와야 할지 그렇게 많이 살폈는데, 오늘은 의자 밑에서 서로 부딪히지 않으면 됐다. 같은 세 사람이 다른 모양으로 놓여 있었다.
식사 도중 센터 이야기가 나왔다. 도하는 최근 새 구획에서 돌아설 때마다 예전 길로 가려 한다고 했다. 유탁은 자기 정비점도 공구 서랍을 옮긴 뒤 손이 자꾸 빈 벽을 더듬는다고 말했다. 세빈은 자기가 쓰던 수업판 위치도 옮겼다가 다시 찾은 적이 있다고 했다.
도하는 그러면 세 사람 모두 경로 담당에서는 불안한 팀이라고 했다. 세빈은 그래서 서로 보는 자리를 나눈다고 답했다. 그 말이 곧 전술 설명으로 이어질 것 같았지만 유탁이 그 전에 물을 달라고 했다. 세 사람은 일단 컵을 옮겼다.
음식이 절반쯤 줄었을 때 도하가 젓가락을 내려놨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초대할 때부터 말을 해도 괜찮을지 생각했다. 그는 오늘 같이 먹고 싶었던 이유가 지난번에 졌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탁이 계란말이를 씹다 고개를 들었다. 도하는 이긴 날에는 자기 기분이 좋아서 같이 먹자고 쉽게 말했는데, 졌을 때에는 집에 혼자 가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고 나면 패배한 저녁에는 팀이 없는 것처럼 혼자 숫자만 보게 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세빈은 그날도 셋이 먹고 갔다고 말했다. 도하는 그렇지만 오늘 자기가 먼저 한 번 부르고 싶었다고 답했다. 아쉬워하는 얼굴만 보여 주면 다음에는 잘한 뒤에 만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는 그런 문턱을 혼자 높이고 싶지 않았다.
잠깐 조용해졌다. 유탁이 숟가락을 놓고 자기는 그날 귀환에서 형이 멈추자고 했을 때 조금 답답했다고 말했다. 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도 그대로 밀고 가고 싶었다고 답했다. 말해 준 동료의 얼굴을 피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 손도 아직 있었잖아요.”
유탁이 덧붙였다. 놓아도 되는 상태가 아니어서 자기도 아직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답답했다는 마음과 멈추는 게 필요했다는 판단이 둘 다 있었다. 그는 도하가 사과부터 끝내 주면 그 뒤 이야기를 못 한다고 했다.
도하는 입에 올리던 미안하다는 말을 잠깐 내려놨다. 그 순간 자기가 어떤 자리를 비어 있을 것으로 봤는지 설명했다. 유탁은 자기는 반대로 도하가 뒤에서 계속 받을 줄 알았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의 다음 손을 너무 멀리 보내 놓았다.
세빈은 오늘 여기서 어느 손이 맞는지 결론내릴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다만 두 사람이 무엇을 당연하게 생각했는지는 지금 들었다고 했다. 도하는 그 말에 조금 편해졌다. 자기 집의 식탁까지 경기장을 연장해야만 같은 팀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남은 계란말이를 밀었다. 유탁은 이쪽 제동은 자기가 맡겠다고 했다. 도하는 웃으며 마지막 한 조각을 먼저 집었다. 동료가 아주 빠른 손이었다고 항의했다. 세빈은 그러면 오늘 판정은 계란이 없어서 못 한다고 했다.
밥을 다 먹은 뒤 도하는 그릇을 부엌으로 옮겼다. 두 사람이 바로 일어나 설거지에 붙으려 하자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셋이 동시에 들어가면 오히려 자기가 나올 길이 없었다. 유탁이 현관에서부터 배운 집이라고 답했다.
세빈은 식탁을 닦을 천만 받았다. 유탁은 음식 봉투를 모았다. 도하는 남이 자기 부엌을 보며 불편해할까 걱정했지만 두 사람은 지금 손에 있는 물건을 보고 있었다. 완벽한 주방을 보여 주러 부른 것은 아니었다.
잠깐 뒤 식탁 위에는 작은 종이 조각들이 놓였다. 유탁이 음식 포장 받침의 깨끗한 뒷면에 화살표 하나를 그렸다. 도하는 그걸 보고 경기 지도를 시작하려는 줄 알았다. 동료는 자기 정비점의 바뀐 서랍이 어떻게 사람을 속이는지 설명하려고 그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화살표 옆에 짧은 선 두 개를 그렸다. 예전에는 꺼내자마자 놓을 수 있던 것을 이제는 다른 사람이 지나가는 쪽으로 돌아서야 했다. 도하는 자기 센터 구획도 비슷하다며 선 하나를 보탰다. 세빈은 그러면 여기 있는 빈칸을 누가 쓰는지 물었다.
순식간에 종이는 아무 실제 장소도 아닌 길이 됐다. 도하는 그것을 보고 웃었다. 경기 이야기를 피한 것은 아닌데 결국 셋이 앉아서 길을 그리고 있었다. 유탁은 그럼 이 길에서 먼저 물건 세 개를 보내는 놀이를 하자고 했다.
도하는 작은 병마개를 가져왔다. 사람 셋을 나타낼 말이었다. 짐은 접은 종이 조각 세 개로 두었다. 능력을 쓰거나 실제 중량을 흉내 낼 필요가 없었다. 종이에 그은 선은 실제 시설의 거리나 마찰을 나타내는 도면도 아니었다.
그들은 누구든 손을 댄 말 하나를 한 번에 한 칸만 옮기기로 했다. 같은 칸에는 말 두 개가 들어갈 수 없고, 물건을 옮기려면 옆 칸에 말이 있어야 했다. 남의 차례를 건너뛰어 대신 움직일 수는 없었다. 단순한 길찾기 놀이였다.
유탁이 먼저 나갔다. 도하도 뒤를 따라갔다. 둘이 가운데 좁은 칸에 도착하자 세빈의 병마개가 들어올 곳이 없었다. 도하는 자기 차례에 앞으로 갈 수도 뒤로 갈 수도 없었다. 그는 병마개를 내려다보다 고개를 들었다.
“물건도 안 무거운데 왜 막히죠?”
그가 물었다. 세빈은 가벼운 사람도 세 명이면 찬다고 답했다. 유탁은 자기는 앞에 있으니 잘못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도하는 그 주장은 자기 팀에서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웃었다. 움직일 수 없는 병마개 셋이 식탁 가운데 남았다.
첫 판은 거기서 끝났다. 셋이 잘하면 반드시 풀리는 규칙인지도 아직 몰랐다. 도하는 정답이 없는 놀이를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유탁은 그러면 자신이 이긴 것이라고 했다. 세빈은 무슨 기준이냐고 되물었다.
도하는 두 번째에는 자기가 먼저 안 들어가 보겠다고 했다. 유탁이 물건 쪽으로 가는 동안 도하는 바깥의 빈칸에 병마개를 뒀다. 세빈이 그 옆으로 들어왔고, 한 물건이 중앙을 지났다. 가운데에서 모두 손을 대지 않아도 길은 움직였다.
이번에는 도하가 너무 멀리 남았다. 두 번째 물건 옆에 가려면 다른 말 하나가 돌아 나와야 했다. 유탁이 형이 지금 밥 먹으러 갔느냐고 물었다. 그는 쉬고 있었다고 답했다. 세빈은 쉬는 자리는 좋은데 다음 길은 남겨 달라고 했다.
세 사람은 웃으며 병마개를 원래 칸으로 돌렸다. 밥을 먹고 나서도 이기는 기준을 정하지 않은 채 두 번이나 막혔다. 도하는 그 상황이 이상하게 재미있었다. 틀려도 누가 실제 무게를 더 오래 버티는 일은 없었다.
세 번째에는 세빈이 첫 병마개를 옮겼다. 도하는 자기가 먼저 나갈 생각을 접고 그 뒤를 봤다. 코치의 말이 바깥칸으로 빠지자 한 물건이 중앙에 들어왔다. 유탁의 말이 그 옆을 받아 나갔다. 두 번째 물건을 보낼 빈칸이 남았다.
마지막에는 도하의 병마개 하나가 돌아와야 했다. 그는 자기 차례를 세다가 웃었다. 빨리 가려고 맨 앞에 놓고 싶던 말이 가장 늦게 움직여서 길이 풀렸다. 세 물건은 종이 바깥에 나왔다. 사람 셋도 서로 겹치지 않았다.
“이게 정답이에요?”
유탁이 물었다. 도하는 이 규칙에서는 한 답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세빈은 실제 귀환 길에서도 똑같이 하면 된다는 말은 아니라고 답했다. 물건의 하중과 움직임, 사람의 손, 바닥의 거리는 병마개보다 훨씬 복잡했다. 셋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도 도하는 한 가지를 가져가고 싶었다. 자신이 먼저 그 자리를 차지해야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이 지나갈 빈칸을 조금 남기는 것도 선택일 수 있었다. 실제로 가능한지는 다음에 허용된 바닥에서 봐야 했다.
시간이 됐다. 코치는 돌아가 쉬어야 했고 유탁도 다음 날 근무가 있었다. 도하는 더 한 판 하자는 말을 삼키지 않고 다음에 또 하자고 바꿨다. 오늘 재미있었다는 마음까지 먼저 접을 필요는 없었다.
현관에서 유탁은 자기 신발을 신다가 창가의 헌 운동화를 봤다. 아직 두었느냐고 물었다. 도하는 바닥이 닳아 큰 운동에는 안 쓸 생각이지만 정리할 시간을 두고 있다고 답했다. 동료는 자기 작업화도 그런 게 있다고 말했다.
세빈은 문밖에서 다음 시설 확인 날을 바로 고르지는 않겠다고 했다. 자기 무릎과 서로의 일정을 보고 정하기로 했다. 도하는 좋다고 답했다. 오늘 세 사람이 같은 방에 모였다고 모든 다음 저녁까지 한꺼번에 자기 것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이 돌아간 뒤 방은 금방 조용해졌다. 도하는 식탁의 병마개를 모았다. 남은 계란말이도 승리 기록도 없었지만 다녀간 사람이 있었다. 자기 작은 방이 세 사람을 제대로 앉혔다는 것이 생각보다 기뻤다.
그는 새 코스의 결과를 한 번만 봤다. 두 점 칠십팔과 칠십사, 네 초 차이는 그대로였다. 오늘 잘 먹고 웃었다고 그 숫자가 작아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숫자를 볼 때 자기 혼자 남은 저녁만 떠오르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내일 도시락을 준비하고 알람을 맞췄다. 도하는 마지막 병마개 하나를 창가에서 찾아 컵 옆에 두었다. 아까 자기 말이었다. 맨 먼저 움직이지 않아도 결국 제자리에 온 작은 물건이었다. 그는 다음에는 실제 발로 남길 빈칸을 보고 싶었다. 오늘은 손을 놓고 불을 껐다. 다시 모이고 싶은 저녁이 하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