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판의 첫 승부는 말없이 끝났다.
밀던 사람이 정지 표식을 지나쳤고, 받던 사람이 혼자 팔을 뻗었다. 길을 보던 사람은 이제 멈추면 될 것 같다고 뒤늦게 말했다. 판은 허용된 연습 구획 안에 있었지만 목표로 놓은 사각형보다 반 뼘 앞에 멈췄다.
도하는 시간을 읽으려던 입을 닫았다. 오늘 가벼운 판의 동선을 익힌 성인 수강생들이 자기 순서를 한 번 재 보고 싶다고 했다. 짧은 수업 안에서 가능한 범위로 세빈이 길과 정지 기준을 정했다. 능력도 실제 경기 중량도 쓰지 않는 과제였다.
첫손을 맡은 사람은 전 수업에서 오른쪽 손목을 오래 꺾으면 불편하다고 했던 성인이었다. 오늘도 그가 편한 쪽의 손잡이를 골랐다. 둘은 기존 등록 수업으로 왔고, 지난 한 차례 참여자도 오늘의 조건을 듣고 비용을 내고 다시 왔다. 문의만 남긴 사람을 포함해 셋으로 센 것은 아니었다.
“빠르기는 했어요?”
앞의 사람이 물었다. 도하는 빠르다고 답할 뻔했다. 세빈이 그를 봤다. 그는 정한 도착 기준을 아직 만족하지 못해 완료 시간을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상대는 조금 입을 삐죽였지만 곧 판을 내려다봤다.
작은 잔돌의 방은 이십 킬로그램 짐을 넣고 뛰는 코스가 아니었다. 바닥에 놓은 가벼운 판을 짧게 밀어 굽이를 돌아 네모 안에 멈추는 것이었다. 겉으로는 비교전의 어린 동생처럼 보였지만 판이 놓인 결과는 아주 뚜렷했다.
세빈은 타이머보다 서로의 목소리를 먼저 듣자고 했다. 길을 보던 사람이 아까 말하려는데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여서 늦었다고 답했다. 도하는 그때 자기 시선도 판 앞쪽에만 붙어 있었음을 떠올렸다. 목소리를 맡은 사람의 얼굴은 안 봤다.
유탁이 판을 시작 구획으로 돌려놓는 일을 맡았다. 오늘도 정한 유급 보조 시간 안이었다. 그는 한 번 우승했는데 빈 판만 옮긴다고 농담했다. 송주는 관장도 문을 연 뒤 매일 신발을 정리한다고 답했다.
수강생들이 웃었다. 판이 시작점에 놓이자 세빈이 누가 언제 말할지 물었다. 앞의 사람은 자기가 받침을 볼 수 없으니 먼저 신호해 달라고 했다. 뒤의 사람은 멈춘 뒤 자기가 잡았다고 말하기 전에는 놓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하는 엿새 전의 빈 판과 어제의 실제 이십을 떠올렸다. 같은 말을 알고 있어도 몸이 다르면 다시 필요한 자리가 생겼다. 그는 자기가 앞에서 직접 보여 주면 빠를 것 같았으나 오늘 세 사람의 순서를 자기 팀의 순서로 덮고 싶지는 않았다.
둘째 시도에서 길을 보는 사람이 말을 더 크게 했다. 너무 빨리 멈춰 판은 굽이 전에 섰다. 앞의 사람이 웃었다. 말한 사람이 이번에도 틀렸느냐고 묻자 세빈은 틀린 시점은 바꿀 수 있지만 말은 잘 들렸다고 답했다.
도하는 그 사람이 자기 목소리를 듣고 놀란 얼굴을 봤다. 방이 작아 큰 말은 금세 벽에 부딪혀 돌아왔다. 오늘은 경기장의 넓은 공간을 흉내 낼 필요가 없었다. 남에게 닿을 크기면 충분했다.
그들은 정지 표식을 조금 앞에서 볼 수 있는 자리를 골랐다. 판을 미는 사람의 어깨 뒤에 서 있으면 선이 가려졌다. 도하가 옆으로 가면 보인다고 말하려는데 수강생이 먼저 자기 발을 옮겼다. 그가 고른 쪽은 도하의 반대편이었다.
도하는 바닥을 다시 봤다. 사람의 키와 손잡이 잡는 쪽이 자기와 달랐다. 그 자리에서도 필요한 선이 보였다. 그는 아무 설명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보조가 되는 일이 자기 몸의 정답을 계속 나눠 주는 것만은 아니었다.
셋째 시도에서 판은 네모 안에 들어갔다. 길을 보던 사람이 크게 정지라고 말했고, 앞의 사람이 제동한 다음 뒤의 사람이 손을 대고 받았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손은 잠깐 겹쳤지만 놓을 때는 순서가 있었다.
도하가 실제 완료를 확인한 뒤 타이머를 눌렀다. 그가 숫자를 말하자 앞의 수강생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고 했다. 세빈은 오늘 비교할 완료가 하나 생겼다고 답했다. 첫 시도의 빨랐던 실패를 느린 완료와 같은 줄에 놓지 않았다.
“다음에는 더 빨리 할 수 있겠네요.”
상대가 말했다. 도하는 그럴 수도 있지만 같은 방법으로 더 편하게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말하고 나니 자기한테도 고를 수 있는 쪽이었다. 매번 손이 먼저 빨라져야만 팀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쉬는 동안 한 수강생이 우승할 때에도 저렇게 느리게 멈췄느냐고 물었다. 도하는 느리게 멈춘 게 아니라 일찍 멈출 준비를 했다고 답하려다가, 자기 실제 영상에서 급히 멈춘 순간도 많았다고 고쳤다. 한 번 우승한 얼굴을 수업 내내 매끈하게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비교전에서 네 초 차이로 졌다고 말했다. 수강생은 우승한 다음 경기에서도 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도하는 자기 역시 그날까지는 잊고 있었다고 답했다. 상대가 웃었다. 그의 패배가 오늘 빈 판을 얕볼 이유도, 반대로 빈 판만 영원히 밀 이유도 되지는 않았다.
유탁은 쉬는 물병을 가져오며 자기 팀은 많이 움직여서 늦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길을 보던 성인은 그럼 지금 자기들이 이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유탁이 당장 시작하자는 표정을 지었지만 세빈이 웃으며 같은 조건의 수업 과제가 아니라고 했다.
도하는 대신 자기 둘을 빼고 수강생 세 사람이 역할을 바꿔 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이미 안내한 수업 순서 안의 일이었다. 밀던 사람이 길을 보고, 말하던 사람이 앞의 손잡이에 섰다. 처음에는 쉬워 보였던 자리에 실제 손이 들어갔다.
그 사람은 판이 출발하자 곧 천천히라고 말했다. 뒤의 사람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팔이 먼저 앞서갔기 때문이었다. 도하는 옆에서 따라가되 판을 대신 받지 않았다. 세빈이 직접 정지를 안내해 판이 시작 구획 끝에서 멈췄다.
누가 왜 정지했는지 묻자 앞의 사람은 뒤를 못 보겠다고 했다. 뒤의 사람은 자기가 들어올 때까지 조금 기다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까 두 사람이 자기 신호를 못 들었다고 했던 사람이 이제는 다른 쪽의 기다림을 말하고 있었다.
도하는 그 말을 듣다 웃었다. 유탁이 무엇이 웃기냐고 작게 물었다. 자기들이 맨날 하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처럼 듣고 있다고 답했다. 동료는 자기야 매번 새것처럼 고생한다고 말했다. 도하는 그 농담을 자기 앞으로 받아 놓았다.
다음 시도에서 앞의 사람은 출발을 늦췄다. 뒤의 손이 들어오자 이제 간다고 말했다. 판은 굽이를 천천히 돌았다. 길을 보는 사람이 목표 앞에서 정지를 알렸고, 두 사람은 손잡이를 차례로 놓았다. 네모 안에서 판의 두 모서리가 모두 멈췄다.
타이머의 숫자는 앞의 완료보다 조금 길었다. 하지만 판을 미는 성인은 이번이 덜 무섭다고 말했다. 도하는 그 둘을 하나의 좋고 나쁨으로 합치지 않았다. 오래 걸렸다는 숫자도 실제였고, 덜 급하게 움직였다는 사람의 답도 실제였다.
세빈은 오늘 자신이 하고 싶은 역할이 생겼는지 물었다. 세 사람의 답이 모두 같지는 않았다. 손잡이를 잡는 것이 재미있는 사람도 있었고, 멈추라고 말한 뒤 정말 다 멈췄던 순간이 좋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도하는 후자의 말을 기억했다.
수업을 마칠 때 처음부터 시간을 묻던 사람이 집에서 짐을 옮길 때에도 역할을 정해 보고 싶다고 했다. 세빈은 집의 다른 중량이나 통로가 오늘 판과 같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오늘은 말을 먼저 하고 다른 사람의 손을 확인한 것부터 가져가면 됐다.
도하는 운동을 가르치는 말이 생활의 모든 무거운 일을 해결해 주는 주문이 되는 것을 잠깐 경계했다. 자기 열여덟도 이십과 삼십오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달랐다. 그는 성인이 운동화를 정리하는 동안 판을 유탁에게 넘겼다.
받았다는 대답이 온 뒤에 손을 뗐다. 빈 판을 세워 놓을 때 밑이 조금 어긋났다. 유탁이 다시 눕혀 고쳐 두자 도하는 오늘 제일 빠른 사람도 이 정도는 한다고 말했다. 동료가 그런 기록은 남기지 말아 달라고 답했다.
송주가 정한 보조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 수업료가 들어왔다고 지난달 적자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번 달도 아직 마감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방을 빌린 사람들이 실제로 몸을 움직이고 돌아간 저녁 하나는 끝났다.
도하는 그 정도를 크게 포장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돈이 조금이라 별일 아니라고 낮출 이유도 없었다. 자기 몫의 보조 보수는 집의 저녁과 다음 교통비에 도움이 됐다. 이미 받은 일을 끝낸 뒤 받는 돈이었다.
정리 중 휴대폰에 한결의 답이 왔다. 둘째 회전 장치 구간의 정해진 영상과 설명을 팀 선수들이 공유해도 좋다고 했다는 소식이었다. 경기 전체나 다른 선수의 몸 상태를 가져오는 자료는 아니었다. 도하는 손을 씻고 화면을 열었다.
짧은 영상에서 한결 쪽 선수는 손잡이를 놓기 전에 고정 표시를 보고 있었다. 도하는 자기 시선이 늘 다음 손이 올 곳을 향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상대는 손잡이보다 먼저 장치가 남을 자리를 보고 있었다.
그는 영상을 두 번 보고 유탁에게 돌려줬다. 동료는 그 구간의 제동이 자기들 장치와 같은 조건인지부터 물었다. 도하는 자료 설명의 실제 설비를 확인했다. 같은 시설의 같은 회전 장치였다. 그래도 두 사람의 팔 길이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세빈은 영상에서 자기 팀이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을 골라 보라고 했다. 도하는 상대의 빠른 손이 아니라 고정을 확인하는 순서라고 답했다. 그때까지 앞사람이 잡고 있어야 하는 시간이 생긴다면 그 시간도 서로 알고 있어야 했다.
유탁은 다음에 실제 장치에서 자기 손을 바꾸는 순간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도하는 자신도 그랬다. 그러나 오늘 성인 수업의 빈 판을 삼십오 짐으로 바꿀 수는 없었다. 셋은 시설의 허용된 짧은 확인 구간을 물어보기로 했다.
한결은 아예 같은 짧은 코스를 다시 겨뤄 볼 마음이 있는지 물었다. 지금 당장 날짜를 정하는 답은 아니었다. 도하는 이기고 싶다는 말을 먼저 썼다가, 자기 팀도 검토하고 조건을 맞추겠다고 보탰다. 팀이 가는 경기에서 혼자 하고 싶은 말만 보내지는 않았다.
세빈은 실제 가능한 근무와 지도 시간을 보고 답하겠다고 했다. 유탁도 정비점의 일을 확인해야 했다. 도하는 두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자기 교대표를 열었다. 빈 판 앞에서 먼저 간다고 말하지 않는 법을 오늘 내내 보조한 사람이었다.
그는 휴대폰을 닫고 빗자루를 들었다. 판 아래에 남은 작은 먼지가 움직이자 바닥의 선이 깨끗해졌다. 오늘 길을 보던 성인이 그 선을 한참 따라 걸었던 모습이 떠올랐다. 잘 놓인 선이 있어도 실제로 보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문을 닫은 뒤 유탁이 아까 수강생 팀에 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하는 자기는 아직 자신이 있다고 답했다. 세빈은 무슨 기준의 승부인지 먼저 정하라고 했다. 동료가 웃자 도하도 웃었다. 우승패가 있다고 빈 판의 모든 경기까지 자기 것은 아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신발 가게의 불이 보였다. 도하는 유리 안의 새 운동화를 잠깐 봤다. 오래 바라보던 모양이 있었다. 오늘은 그 모양보다 바닥의 무늬를 먼저 보고 싶었다. 수선이 붙어 있다는 것과 제동할 바닥이 충분히 남았다는 것은 달랐다.
그는 가게의 영업 시간을 확인하고 지나갔다. 다음에 들어가면 실제로 신어 보고 발이 어땠는지 물을 생각이었다. 비교전에서 네 초를 사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자기 발에 맞는 신발로 다시 선에 서고 싶다는 욕심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