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굽이는 실제보다 넓어 보였다.
도하는 월요일 점심에 공개 연습 안내를 다시 열었다. 지난 준결승의 배치와 같은 코스였다. 선수 셋이 제한 시간 안에 마지막 문까지 넘기는 정식 경기는 아니었다. 두 명으로 첫 운반과 회전 구간만 신청할 수 있었고, 문 구간은 별도 인원과 담당자의 확인이 있어야 했다. 그는 마지막 문 사진을 넘겨 자기들이 쓸 두 구간만 저장했다.
센터의 이번 주 근무표는 이미 나와 있었다. 금요일 밤에 더 일하면 토요일 이른 시간에 가기 어려웠다. 그는 오전 칸을 지우고 오후 자리가 있는지 물었다. 유탁도 정비소 마감을 당기지 않는 시간으로 답했다. 송주가 비용과 이용 범위를 확인한 뒤 두 사람 이름으로 구간 연습을 신청했다. 세빈의 이름은 선수 칸에 들어가지 않았다.
신청을 마치고 나니 복수하러 간다는 말이 조금 우스워졌다. 상대 팀도 없었고, 그때의 자기들 셋도 없었다. 도하는 유탁에게 이번에는 어디서부터 볼지 물었다. 유탁은 마지막 문 말고 첫 손잡이라고 답했다. 사진에서 제일 작게 나온 것이었다. 도하는 화면을 키웠다. 예전에는 거기를 이미 아는 자리라고 넘겼다.
금요일에는 센터에서 퇴근 시간을 다시 물었다. 물량이 늘어 한 시간 더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말이었다. 도하는 다음 날의 코트를 먼저 떠올렸지만, 오늘 한 시간을 거절하면 대관비가 어디서 나오는지도 떠올랐다. 그는 내일 오전은 쉬고 오후에만 운동하기로 했다는 표를 봤다. 오늘 정한 끝까지 일한 뒤에는 더 붙이지 않겠다고 답했다. 가능한 근무와 하지 않을 근무를 한꺼번에 말했다.
반장은 다른 사람들의 답도 확인하겠다고 했다. 도하 한 사람 때문에 센터의 물건이 전부 멈추는 일은 없었다. 은식이 자기 물병을 챙기며 내일 또 대회냐고 물었다. 도하는 두 구간만 빌려 쓴다고 답했다. 은식은 그러면 이기고 오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이번에는 두 구간을 끝내고 오는 것부터 해 보겠다고 했다. 설명하고 보니 자기가 가는 곳이 더 정확해졌다.
집에서는 운동 가방을 싸기 전에 빨래를 널었다. 훈련화를 꺼내는 일만 준비인 줄 알았는데 잠들기 전 치울 물건도 있었다. 밥을 먹고 알람을 맞춘 뒤, 같은 코스 사진은 더 보지 않았다. 잘 아는 굽이를 눈으로 열 번 돈다고 자기 손이 쉰 것은 아니었다. 유탁에게도 오늘 준비는 끝났다고 보내고 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토요일 낮, 출근 신발을 벗고 훈련화를 신었다. 어젯밤 충분히 잤고 손의 떨림과 저림은 없었다. 유탁도 상태를 확인했다. 담당자는 두 구간을 이어 보되 오늘의 구간 시간만 기록한다고 설명했다. 정식 경기의 점수나 완주로 바뀌지 않았다. 도하는 알겠다고 답하고 문 장비가 없는 자기 레인으로 들어갔다.
첫 이십 킬로그램 짐과 경사로의 이십 킬로그램 받침을 점검된 저울로 확인했다. 둘 다 도하가 자기 힘으로 완전히 들어 한 초 이상 유지한 뒤 내려놓았다. 오늘 쓰지 않을 고리 블록은 기억하지 않았다. 삼십오 킬로그램 회전 짐은 레일과 두 사람의 손으로 다룰 물건이었다. 받는 블록 아래의 보강판과 제동 끈도 실제로 확인했다.
낯익은 굽이에 서자 준결승의 소리가 돌아왔다. 그때 도하는 뒤를 맡은 세빈의 대답이 늦다고 생각했다. 자기 말이 앞서 나간 줄은 나중에야 알았다. 오늘 그 자리에는 유탁이 섰다. 도하는 빨리 말하기 전에 준비가 됐는지 물었다. 유탁이 끈을 잡아 올리고 아직이라고 답했다. 도하는 손을 뗐다. 출발하지 않은 짐은 얌전히 기다렸다.
“이거 한쪽이 길어요.”
유탁이 끈의 조정 부분을 보여 줬다. 담당자가 확인하고 정해진 길이로 맞췄다. 도하는 익숙한 장비라고 손부터 올렸다는 사실에 웃음이 났다. 같은 코스에 왔다고 그날의 손잡이를 빌려 온 것은 아니었다. 이번 장비에는 오늘의 준비가 필요했다.
첫 시도는 기록보다 연결을 확인하기로 했다. 도하가 첫 짐에 손을 댔다. 가까운 받침은 삼 미터 안에 있었고 두 물건이 모두 보였다. 십팔 킬로그램의 하중을 받침으로 옮기자 유탁이 바퀴 받침을 밀었다. 도하는 옆으로 따라가며 정지 표시를 알렸다. 세 초가 되기 전에 유탁이 제동했고 그는 연결을 풀었다.
짐은 첫 도착 받침에 놓였다. 고정 장치를 확인한 뒤 다음 짐으로 갔다. 예전 같으면 그 짧은 사이를 뛰었을 것이다. 도하는 자기 손을 폈다. 약한 긴장은 있었지만 당김이나 떨림은 없었다. 담당자가 다음 구간으로 바로 갈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미리 정한 확인 시간을 쓴 뒤 가겠다고 답했다. 시간은 그동안에도 흘렀다.
유탁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도하는 뒤 끈을 어느 손으로 받을지 다시 말했다. 회전 짐을 먼저 움직이지 않고 둘의 발을 바꿨다. 준결승에서 그 시간을 아끼려다 같은 굽이로 되돌아온 일이 있었다. 오늘은 앞으로 나가기 전에 다음 정지 자리를 골랐다. 삼십오 킬로그램은 능력 없이 천천히 굴렀다.
굽이 앞에서 세웠다. 도하가 뒤로 돌아 끈을 잡았다. 잡았다고 말했다. 유탁이 앞 손잡이를 놓고 바깥쪽을 받았다. 짐의 질량은 같았고 새 힘이 생기지도 않았다. 그런데 둘이 서로를 부르느라 고개를 돌리는 시간이 줄었다. 회전 짐은 지정 받침 안에 들어갔다. 멈춤 장치가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 기록이 끝났다.
처음 계획한 구간 제한 안이었다. 도하는 숫자보다 먼저 유탁의 손을 봤다. 그는 끈을 내려놓고 물병을 열었다. 예전 코스를 다시 밟았지만 이번에는 문 앞까지 가기 위해 남은 힘을 전부 쥐어짜지 않았다. 담당자는 두 구간만 끝낸 것이라고 다시 확인했다. 도하는 그 정도는 자기도 정확히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옆 레인에서 한결이 연습을 마쳤다. 그의 팀은 다른 구간을 썼으므로 기록을 나란히 둘 수는 없었다. 그는 도하가 중간에 멈춰 서는 것을 봤다고 했다. 도하는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한결은 그 뒤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 자리의 시간이 다 손해는 아니라고 답했다. 다만 어디서나 쉬면 빠르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오늘은 우리가 쉬어야 할 때가 먼저 있었어요.”
도하가 말했다. 말하고 나서 자신이 그 대답을 연습 전에 할 수 있었는지 생각했다. 그때는 쉬는 시간을 상대에게 들키는 빈틈처럼 여겼다. 지금은 두 번째 짐의 뒤 끈을 제대로 잡기 위한 준비였다. 그는 기록 옆에 정지와 확인이 들어간 위치를 표시했다. 능력을 쓰지 않은 구간도 자기들이 한 일이었다.
바로 두 번째 시도를 하지는 않았다. 정해 둔 휴식과 상태 확인 뒤 빈 동선만 한 번 더 걸었다. 도하는 예전보다 넓게 돌아가는 자기 발을 봤다. 사진에서는 손해처럼 보이는 길이었다. 실제로는 뒤에 설 자리가 남았다. 유탁은 굽이에서 도하의 신발 뒤축을 가리켰다. 그 선을 넘어가면 자신이 끈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도하는 테이프를 반 발 앞에 붙였다. 담당자가 지워도 되는 재료인지 확인한 뒤였다. 둘은 짐을 움직이지 않은 채 세 번 발만 바꿨다. 그때 유탁이 초시계를 내려놓았다. 시간부터 재면 둘 다 소리를 생략할 것 같다고 했다. 도하는 자기가 바로 하려던 말을 들켜 웃었다. 오늘은 이미 같은 코스의 두 구간을 실제로 끝냈다. 더 작은 숫자로 기분을 고칠 필요는 없었다.
정리를 시작하자 미오가 다가왔다. 다른 팀의 공개 연습을 촬영하러 왔다가 잔돌을 봤다고 했다. 오늘 찍은 영상에 두 사람이 지나간 부분이 있는데 써도 되는지 물었다. 도하는 바로 좋다고 하지 않고 어디에 쓰는지 물었다. 미오는 구간별 준비 차이를 설명하는 짧은 영상이라고 답했다. 지난 탈락의 복수라는 제목을 생각하느냐고 유탁이 농담했다.
“그 제목이면 문을 넘어야 하잖아요.”
도하가 말했다. 미오가 웃으며 자기도 오늘 본 것은 손을 바꾸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구간과 연습이라는 설명이 붙은 부분만 확인한 뒤 쓰는 데 동의했다. 세빈의 예전 부상 영상과 엮는 일은 별도로 물어야 했고 오늘 허락에 들어가지 않았다. 미오는 자기 메모에서 그 줄을 지웠다.
도하는 자기가 어떤 장면으로 보이고 싶은지 처음으로 조금 쉽게 말했다. 짐을 가볍게 하는 세 초보다 연결을 푼 뒤에도 유탁이 제동하는 손이 같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미오는 잘 보이는 각도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없던 영상을 만들겠다는 답은 아니었다. 도하는 그것으로 좋다고 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유탁이 졸았다. 도하도 창에 머리를 기댔다. 같은 코스에서 다시 했는데 그날 진 경기가 이긴 경기로 바뀌지는 않았다. 준결승 기록은 그대로 남았다. 오늘의 두 구간은 오늘 자기들 이름으로 끝났다. 둘을 같은 줄에 적지 않아도 다음에 무엇을 할지 고를 수 있었다.
세빈에게는 정해 둔 짧은 통화 시간에 이야기했다. 도하는 중간 확인을 빼지 않았고 구간을 끝냈다고 말했다. 세빈은 어디에서 손을 쉬었는지 물었다. 그는 첫 짐 고정 뒤와 회전 짐의 손 바꾸기 전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그 위치를 다음에도 그대로 쓰겠느냐고 물었다. 도하는 다음 배치를 보고 정하겠다고 했다. 세빈이 짧게 좋다고 답했다.
그는 기분이 좋아져서 오늘 자신들이 한 일을 더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정한 통화 끝이 다가왔다. 유탁이 찍은 정지선 사진은 나중에 보내도 됐다. 도하는 다음에 볼 때 이야기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쉬어야 할 자리를 배웠다는 말을 하느라 남의 휴식 시간을 다 쓰면 우스운 사람이 될 것이다.
월요일 센터에서는 다시 긴 상자가 왔다. 도하는 은식과 통로를 비우고 수레를 돌렸다. 경기에서 익힌 손 바꾸기 신호를 회사의 약속처럼 갑자기 쓰지는 않았다. 둘이 원래 쓰던 말을 확인하고 잡았다고 답했다. 은식이 오늘은 말이 또렷하다며 웃었다. 도하는 주말에 말하기 연습을 했다고 답했다. 무슨 학원을 다니느냐는 질문에는 문을 안 여는 학원이라고 했다.
저녁에 유탁에게서 사진이 왔다. 정비소에서 손목을 짚은 사진이 아니라 작업대 위의 빈 장갑이었다. 오늘 일하다 손목이 아파 훈련은 못 하겠다는 짧은 말이 붙었다. 도하는 이번 주 기록표를 열려다가 휴대폰을 다시 쥐었다.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자기가 알아맞힐 일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연락을 받아도 되는지를 먼저 물었다.
유탁의 답은 잠깐 뒤에 왔다. 오늘은 진료를 보러 가는 중이며 결과를 듣고 말하겠다고 했다. 도하는 가방에서 훈련화를 꺼냈다. 같은 곳에서 다시 한다는 말은 지난번과 똑같이 뛰겠다는 약속이 아니었다. 다음번에는 출발선에 서는 사람의 손부터 달라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