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이 보낸 코트 사진에는 사람보다 의자가 먼저 찍혀 있었다.
도하는 월요일 퇴근 뒤 화면을 키웠다. 출입문에서 옆 통로로 이어지는 길과 접는 의자 세 개가 보였다. 다음 사진에는 낮은 받침과 이동 레일이 있었다. 잔돌에게 쓰라는 시간은 백선이 빌린 주말 시간대의 일부였다. 상대와 같은 레인에서 부딪치는 합동 경기가 아니라 두 레인을 나눠 구간을 연습하는 자리였다.
송주가 대관 담당자와 비용과 책임을 직접 확인했다. 백선이 잔돌 몫까지 그냥 내 주는 초대는 아니었다. 남은 시험 이용료에 외부 코트 비용을 합해도 정한 상한 안에 들었다. 도하는 센터 근무를 바꿀 필요가 없는 토요일 오후를 확인하고 참가하겠다고 답했다. 유탁도 정비소 마감을 재촉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다.
세빈에게 사진을 보낼 때에는 의자 사진을 맨 앞에 뒀다. 그녀는 이번에 짧게 지도할 수 있는 날과 맞는다고 했다. 다만 연습 내내 있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결에게 그 말을 전하자 자기가 직접 물어볼 게 하나 있다고 했다. 선수로 뛰어 달라는 뜻은 아니라고도 했다.
도하는 무슨 질문인지 대신 들어 줄까 하다가 그만뒀다. 질문을 받을 사람에게 먼저 시간을 물으면 될 일이었다. 세빈은 쉬는 시간에 잠깐 얘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토요일 연습장에는 잔돌이 쓰지 않던 장비 냄새가 났다. 고무와 마른 걸레, 창고에서 막 꺼낸 금속의 냄새였다. 도하는 넓은 레인을 보고 손을 폈다. 얼마 전에는 이런 바닥이 있으면 자기가 빨라질 것 같았다. 지금은 의자에서 출입문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도 같이 보였다.
한결은 문 앞에서 장비를 옮기고 있었다. 도하가 인사하자 짐부터 세워 놓고 손을 내밀었다. 유탁에게는 뒤 제동 끈의 새 연결부를 보여 줬다. 유탁은 자기 장갑을 끼기 전에 멈춤 장치부터 확인했다.
“오늘 몇 명으로 하십니까?”
한결이 물었다. 도하는 두 선수가 구간을 나눠 하고 세빈은 지도만 한다고 답했다. 그는 알겠다고 하고 마지막 문 장비를 잔돌 레인에 넣지 않았다. 두 명밖에 안 왔다는 말은 없었다.
도하는 오랜만에 이십 킬로그램 짐을 밀었다.
그날은 능력을 쓰지 않는 동선 확인부터 하기로 했다. 유탁이 앞 손잡이를 밀고 그가 뒤를 잡았다. 넓은 코트에서는 바퀴가 곧게 가는데도 도하가 옆으로 붙는 버릇이 나왔다. 작은 방의 벽을 피하던 자리가 그대로 몸에 남아 있었다.
한결이 자기 레인에서 손잡이를 바꿨다. 빠른 동작이었다. 도하는 그쪽을 한번 보고 자기 손을 놓을 뻔했다. 유탁이 뒤 준비를 물었다. 도하는 아직이라고 답하고 발을 바꿨다. 상대가 빠르게 움직였다고 자기 팀의 대답까지 빨라지지는 않았다.
세빈은 옆 통로의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도하가 멈춘 뒤 그녀에게 방금 무엇이 늦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유탁에게 먼저 물어보라고 했다. 유탁은 늦은 것보다 도하의 옆 걸음 때문에 끈이 바퀴에 가까워졌다고 답했다.
도하는 자기 발끝에서 끈 끝까지의 길을 봤다. 기록표에는 한결보다 늦은 시간만 남았을 것이다. 뒤에 서 있던 사람은 자기 발이 어느 쪽으로 왔는지를 보고 있었다. 다음번에는 레인 가운데를 비우고 뒤 바깥으로 움직였다. 끈이 바퀴에 닿지 않았고, 유탁이 정지했다는 대답을 하기 전에 손을 빼지 않았다.
옆 레인에서 금속이 짧게 울렸다. 한결이 밀던 짐은 굽이 안쪽에서 멈췄다. 그의 동료가 손을 들어 바퀴를 가리켰다. 한결은 이미 돌아갈 발을 내밀었다가 제자리로 가져왔다. 도하는 상대도 한 번에 끝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가, 그렇게 보고 있는 자기 마음에 웃음이 났다.
한결은 뒤 끈을 다시 넘기며 이번에는 잡은 위치를 말해 달라고 했다. 동료가 손가락 두 개 옆이라고 답했다. 한결이 끈의 길이를 조금 바꿨다. 둘은 더 세게 밀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반 바퀴만 다시 돌렸다. 이번에는 부딪히는 소리가 없었다.
유탁이 그쪽을 유심히 봤다. 도하는 무엇을 봤느냐고 물었다. 유탁은 한결이 돌아오다 멈춘 발이라고 했다. 앞사람이 사라지면 뒤가 다음 동작을 혼자 다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도하는 자기가 잡았다는 말을 생략한 채 이미 다음 받침으로 가던 날들을 떠올렸다.
“난 빨리 가 주면 도움이 되는 줄 알았어.”
도하가 말했다. 유탁은 빨리 가야 하는 때도 있다고 답했다. 다만 안 잡혔는데 먼저 가면 부르는 데 시간이 또 든다고 했다. 그 말은 도하를 오래 붙잡아 두려는 부탁이 아니라 자기가 뒤에서 쓸 수 있는 두 손의 순서를 설명하는 말이었다.
도하는 다음에는 자기 이름을 불러도 곧바로 서겠다고 했다. 유탁은 이름만 들으면 무슨 일인지 모르니 정지라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둘은 잠깐 그 말을 해 봤다. 넓은 연습장에서도 상대에게 들리게 짧게 낼 수 있었다. 옆 레인의 한결이 돌아봤다가 자기들에게 하는 말이 아닌 것을 알고 손을 한번 들었다. 도하도 손을 들어 답했다.
두 번의 빈 동선과 한 번의 짐 이동 뒤 휴식했다. 세빈은 의자를 조금 뒤로 옮겨 달라고 했다. 바퀴와 가까운 곳에 오래 앉아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도하는 의자를 밀기 전에 그녀가 일어설지 물었다. 세빈은 자기가 일어난 뒤 옮기자고 답했다.
그때 한결이 물병을 들고 왔다. 얘기할 수 있는지 다시 확인하고 옆 의자에 앉았다. 도하는 자기 가방을 들고 비킬까 했다. 세빈은 들어도 괜찮지만 대답은 자기가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 떨어진 바닥에 앉았다. 유탁도 물을 마시며 뒤에 남았다.
“예전에 코치님 다친 경기요.”
한결이 말했다. 세빈은 물병을 닫았다.
도하는 그녀의 얼굴보다 한결의 손을 봤다. 그는 병뚜껑을 손바닥으로 감싸고 있었다. 누가 잘못했는지 찾아내는 사람처럼 기록을 꺼내지는 않았다.
한결은 그날 보조 코트에 있었다고 말했다.
자기 순서를 기다리다가 세빈이 레인에서 나오는 것을 봤다고 했다. 한쪽 다리를 짧게 딛고 있었고, 그는 괜찮으냐고 물었다. 세빈은 걸을 수 있다고 답했다. 한결이 기억하는 것은 그 짧은 대답이었다.
“그래서 다음 경기에도 나오실 줄 알았습니다.”
그가 말했다. 도하는 세빈이 무슨 표정을 짓는지 봤다. 그녀는 놀란 듯 잠깐 눈썹을 들었지만 그날의 대답을 부인하지 않았다.
“걸을 수는 있었어요.”
“네. 전 그걸 뛸 수 있다는 말로 들었고요.”
한결은 그뒤 선수들이 같은 말을 할 때 자신도 자주 고개를 끄덕였다고 했다. 본인이 괜찮다고 하면 더 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때였다. 무릎의 상태를 알아맞힐 수 있었다는 주장은 아니었다. 자기가 한 질문의 범위가 너무 넓었다고 말했다.
도하는 준결승 전주에 세빈이 수업을 마친 뒤 어떤 답을 했는지 떠올렸다. 자기도 괜찮냐는 말을 하고 바로 다음 훈련 시간을 물었다. 그녀가 통증을 숨긴 책임과 자신이 듣고 싶은 답을 서둘러 고른 일이 한 문장 안에서 뒤섞이지 않도록 가만히 손을 폈다.
세빈은 한결이 그렇게 기억하는 줄 몰랐다고 했다. 그날 자기에게 걸을 수 있다는 말은 출구까지 자기 발로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다음 경기 계획을 그 말로 확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그때 자신의 판단이 다 옳았던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못 하는 걸 말하면 하던 것까지 뺏길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만 먼저 얘기했죠.”
그녀는 잠깐 쉬었다. 도하는 그 말에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빨리 답하고 싶었다. 자기도 세빈이 선수 동작을 쉬겠다고 했을 때 셋째 자리부터 셌다. 지금 달라졌다는 대답은 그가 혼자 줄 수 없었다.
한결은 그날 무엇을 물었으면 좋았을지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옛날 질문을 더 좋은 말로 고친다고 지난 일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늘 물으려고 했다고 했다.
“오늘 여기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십니까. 안 할 일도 같이요.”
세빈은 코트 쪽을 봤다. 도하도 무심코 그쪽을 따라 봤다.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받침 옆에 유탁의 장갑이 놓여 있었다.
“손 바꾸는 걸 한 번 더 보고 싶어요. 저는 걷는 시범 안 하고, 준비됐다는 대답이 누가 먼저인지 볼게요. 그다음엔 갑니다.”
그녀가 말했다. 한결이 알겠다고 답했다. 그 말에 더 오래 봐 달라는 부탁이 붙지 않았다.
마지막 확인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첫 시도에서 유탁은 준비됐다고 말했고 도하는 곧바로 끈을 잡았다. 받침은 안전하게 멈췄다. 세빈이 누가 대답을 들었느냐고 물었다. 도하는 자기가 들었다고 했다. 유탁은 손을 바꾸다 자기 끈을 놓지 않았으니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도하는 그 말 끝에서 멈췄다. 두 사람이 같은 대답을 들었다는 확인은 없었다. 그는 자기가 받아 잡았다는 말을 내지 않았다. 유탁이 앞 손잡이와 뒤 끈을 동시에 오래 잡고 있었던 이유가 보였다.
세빈은 시계를 보고 먼저 정한 짧은 지도 시간 안에 한 번 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불편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시도 뒤에는 끝내겠다고 했다. 도하는 그 대답을 듣고서야 다시 받침 쪽으로 갔다.
한결이 옆에서 자기 팀도 비슷한 데서 늦는다고 했다. 그는 직접 뛰어들어 답을 보이지 않고 자기 레인으로 돌아갔다. 도하는 유탁과 손을 어디로 옮길지 다시 맞췄다. 준비됐다는 말 뒤에 잡았다는 말을 하나 더 놓았다.
다음에는 순서가 들렸다. 유탁이 뒤 제동 준비를 확인했고, 도하가 손을 잡은 뒤 잡았다고 말했다. 유탁이 앞 손잡이를 놓았다. 물건의 무게는 그대로였는데 두 손이 겹치는 시간이 짧아졌다. 끈에 불필요하게 당겨진 주름이 펴졌다.
세빈은 이번에는 두 사람의 대답을 다 들었다고 했다. 도하는 그제야 시간을 묻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한결이 옆에서 자기 초시계를 멈췄다. 그는 나중에 같은 구간끼리 비교하자며 기록을 자기 가방에 넣었다. 오늘 여기서 누가 이겼다는 판정은 없었다.
세빈은 약속한 일을 마쳤으니 가겠다고 했다. 도하가 입구까지 함께 걸었다. 그녀는 오늘 얘기가 조금 피곤했지만 말하길 잘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잘 들었다고 답했다. 무릎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더 많은 것을 알아낸 기분으로 굴고 싶지는 않았다.
문 앞에서 세빈이 다음번에는 손보다 물건을 먼저 볼 거라고 했다. 도하는 무슨 뜻인지 물었다. 그녀는 네가 기억한 물건을 자꾸 눈으로 다시 세더라고 답했다. 도하는 웃었다. 오늘 능력을 쓰지 않았는데도 자꾸 어느 받침이 누구 물건인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간 뒤 한결이 다음 공개 연습용 배치를 보여 줬다. 첫 짐과 경사로 받침, 고리 블록에 더해 중간에 작은 이동 받침 두 개가 있었다. 모두 한꺼번에 도하가 연결할 물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의 눈은 벌써 다섯 곳을 오갔다.
“필요한 것만 고르셔야겠네요.”
한결이 말했다. 도하는 자기 손바닥을 폈다. 들어서 기억할 수 있는 수는 넷이었다. 넓은 바닥이 생긴 만큼 물건도 늘었는데, 손의 빈칸은 늘어나지 않았다.
유탁이 가방을 들고 옆에 섰다. 오늘은 더 하지 말자고 했다. 도하는 알겠다고 답했다. 다음번에 어디부터 볼지는 정할 수 있었지만 오늘 손에 다 넣을 필요는 없었다. 그는 다섯 물건의 사진을 찍고, 네 번째까지 세던 손가락을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