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빈의 신발은 의자 밑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화요일 저녁, 도하는 잔돌 문 앞에서 걸음을 늦췄다. 늘 끈부터 묶던 사람이 오늘은 양말 바람으로 앉아 있었다. 무릎 아래에는 접은 수건이 받쳐져 있었다. 송주가 수업을 마친 사람들을 배웅했고, 유탁은 아직 정비소에 있었다.
“갈아 신을까요?”
도하가 자기 가방을 들어 보였다. 세빈은 오늘 코트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이 자기만을 뜻하는지 셋을 뜻하는지 몰라 그는 가방을 다시 내렸다. 세빈이 먼저 앉으라고 했다. 도하는 맞은편 의자를 끌었다.
다음 훈련을 언제 할지 물으려고 왔다. 손을 짧게 쓰는 순서, 굽이에서 대답을 듣는 연습. 그는 어젯밤 그것들을 한 번씩 생각하고 잤다. 지금 눈앞의 수건은 그 목록에 없었다.
“일요일에 말한 것보다 아팠어요.”
세빈이 말했다. 도하는 대답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평지 이동은 할 수 있다고 했죠. 그건 했어요. 끝나고 더 아픈 걸 제대로 말 안 했고요. 전주부터 수업 끝난 밤에도 그랬어요.”
그녀는 무릎을 손으로 누르거나 괜찮다는 듯 일어나 보이지 않았다. 도하는 자기가 놓친 표정을 찾으려 했다. 토요일 의자, 일요일 벤치, 버스 정류장에 남긴 자리. 그런 장면을 다 알면서도 그는 손 떨림을 멈춘 자기 이야기만 오래 했다.
“제가 좀 봤어야 했는데.”
말이 나오자 세빈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말했어야 해요.”
도하는 바로 아니라고 하지 못했다. 그녀는 도하에게 증상은 즉시 말하라고 해 놓고 자기 것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는 값으로 뺐다고 했다. 대회가 끝나면 괜찮을 줄 알았고, 끝난 뒤에도 수업 시간이 남아 있었다고 했다.
“제가 손 떨린다고 했을 때 멈췄잖아요.”
“그러니까 더 말하기 어려웠죠. 나는 잘 멈추는 사람처럼 굴었으니까.”
세빈은 시선을 자기 신발 쪽으로 내렸다. 도하는 그녀에게도 그럴 사정이 있었다고 빨리 답해 주고 싶었다. 대회에 세 명이 필요했고, 재림은 이미 자기 일로 돌아갔고, 체육관에는 지도할 사람이 필요했다. 이유를 늘어놓으면 지금 수건 위에 놓인 무릎이 조금 덜 불편해질 것 같았다.
그런데 다음에도 그 이유들은 있을 터였다.
도하는 내일도 같은 수업을 하느냐고 물었다. 세빈은 진료를 예약했다고 말했다. 예전 상태를 아는 곳에 다시 연락했고, 이번에는 통증이 늘어난 때와 실제로 한 일을 빼지 않고 얘기하겠다고 했다. 검사 결과나 돌아올 날짜는 아직 없었다.
문이 열리고 유탁이 들어왔다. 평소처럼 늦었다고 말하다가 두 사람을 봤다. 세빈은 그를 불러 같은 얘기를 처음부터 했다. 도하에게 들었다고 치고 넘어가지 않았다. 유탁은 앉으며 장갑을 가방 안에 넣었다.
“그럼 오늘은 안 하는 거죠?”
그가 물었다. 세빈은 그렇다고 답했다. 유탁은 알겠다고 했다. 들고 온 신발을 꺼내지 않은 채였다.
송주가 수업표를 가져왔다.
그는 세빈의 진료 얘기를 미리 들었다고 했다. 내일 저녁 수업의 몸으로 보이는 시범은 자기가 맡고, 세빈은 나오지 않기로 둘이 정한 상태였다. 이미 신청한 사람들에게 바뀐 지도와 시간을 알렸고, 맞지 않는 사람의 수업 처리는 따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도하는 자기 퇴근 뒤 와서 시범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송주는 무슨 수업인지부터 아느냐고 했다. 그는 입을 다물었다. 일반 운동 수업과 운반전 선수의 훈련은 달랐다. 물건을 옮길 수 있다는 이유로 남의 움직임을 가르칠 준비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럼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오늘 네 가방 가져가고, 내일은 출근해.”
송주가 말했다. 유탁이 웃을 뻔하다 참는 얼굴을 했다. 도하도 피식 웃었다. 자기 빈손이 불편해 남의 일 하나를 급히 집어 들려던 셈이었다.
세빈은 선수로 뛰는 일과 지도하는 일을 당분간 나누겠다고 했다. 진료 뒤 일상과 수업에서 가능한 범위를 다시 정하고, 선수 훈련과 경기는 멈추겠다고 말했다. 앉아 있으면 어떤 일이든 무제한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도하는 다음 대회 명단을 떠올렸다. 아직 신청한 새 대회는 없었다. 그럼에도 셋째 자리에 생길 빈칸이 눈앞에 보였다. 세빈은 그 표정을 본 것처럼 다음 경기를 먼저 정해 놓고 자기 회복을 거기에 맞추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 둘은 훈련하면 되죠.”
유탁이 말했다. 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다 멈췄다. 두 명으로 표준 경기를 완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음 주에 경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늘 당장 세 번째 선수를 부르지 않으면 팀이 사라지는 달력은 어디에도 없었다.
“같이 할 수 있는 범위부터 듣고요.”
도하가 말했다. 그는 세빈을 봤다. 그녀는 진료 뒤 얘기하자고 답했다. 그 대답을 받아서 오늘의 계획을 끝내야 했다. 모른다는 말 뒤에 도하가 원하는 복귀 시점을 덧붙일 수는 없었다.
유탁은 나중에 앉아서 장비 얘기를 듣는 시간도 따로 정하자고 했다. 질문이 생길 때마다 휴대폰으로 보내면 답하는 데도 일이 생긴다는 말이었다. 세빈이 자기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그녀는 알겠다고 하면서도 한번쯤 바로 답해 줄 것 같은 얼굴을 했다.
도하는 자기부터 밤에 영상 주소를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습을 못 하니 분석이라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은 방금 전까지도 있었다. 분석 화면 앞에서도 쉬어야 할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송주는 수업표 한 장을 접었다. 셋은 오늘 몸 상태와 가능한 연락 시간만 정했다. 훈련을 취소한 탁자는 일찍 비었다. 코트에서는 송주가 불을 껐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저녁이라고 부르기에는 서로 들은 말이 많았다.
수요일 퇴근 뒤 세빈에게 연락이 왔다.
진료를 다녀왔다는 짧은 메시지였다. 도하는 바로 전화를 누르려다 통화할 수 있느냐고 먼저 물었다. 조금 뒤 세빈이 걸어 왔다. 배경에서 그릇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그는 버스 정류장 옆 바람이 덜 부는 곳으로 옮겼다.
세빈은 통증이 늘어난 경과와 운동량을 이야기했고, 당분간 선수 동작을 쉬며 치료와 회복 경과를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확히 언제 다시 뛸 수 있다는 답은 받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 확인 때까지 할 일과 피할 일을 담당자와 맞췄다는 설명이었다.
도하는 어느 부위가 어떻게 됐느냐고 묻다가 멈췄다. 세빈이 자기 상태를 모두 보고해야만 팀이 걱정을 그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 함께 정해야 할 일정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번 주는 지도도 줄여요. 관장님하고 이미 얘기했어요. 금요일에 몸이 어떤지 보고 다음 주 앉아서 얘기할 시간 하나 정할게요.”
“그때 전에 뭘 맞춰 올까요?”
“아무것도. 보고 싶으면 밥이나 먹어요. 훈련 숙제 말고.”
도하가 웃었다. 세빈도 짧게 웃었다. 그는 밥을 먹을 시간을 자기 근무 뒤에만 끼워 넣지 않고 가능한 날을 물었다. 세빈은 주말은 쉬고 다음 주에 알려 주겠다고 했다. 도하는 알겠다고 답했다.
전화를 끊은 뒤 유탁에게 세빈이 말해도 된다고 한 범위만 전했다. 선수 훈련 중단, 이번 주 지도 축소, 연락은 금요일 뒤. 병원에서 들은 말을 자기 기억으로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 보내지는 않았다. 유탁은 자기에게도 연락이 왔다며 이번 주 정비소 일을 마치면 곧바로 집에 가겠다고 했다.
도하는 내일 둘이 빈 받침이라도 맞춰 볼까 하던 메시지를 지웠다. 유탁의 시간이 빈 것처럼 읽고 있었다. 그에게는 따로 끝낼 일과 쉴 저녁이 있었다.
그날 저녁 도하는 동네를 잠깐 걸었다. 선수 훈련을 안 한다고 몸을 아예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고, 걷는 동안 전술을 완성할 의무도 없었다. 편의점 앞에서 아이가 종이봉투를 바닥에 놓았다가 다시 들었다. 그 동작이 짐 운반처럼 보이자 도하는 웃고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엇이든 경기로 바꾸는 데에도 피로가 있었다.
금요일, 세빈은 약속한 시간에 상태를 알려 왔다.
다 나았다는 말은 없었다. 쉬면서 경과를 보고 있고, 오늘 예정한 범위의 일상을 보냈다는 얘기였다. 다음 주 한 번은 잔돌 탁자에 잠깐 앉아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선수 훈련을 재개하자는 뜻은 아니라고 먼저 적혀 있었다.
도하는 자기 근무표를 보고 답했다. 유탁도 마칠 수 있는 시각을 보냈다. 셋의 가능 시간이 짧게 겹쳤다. 그 안에서 장비와 다음 일정의 질문만 나누기로 했다. 코트 전체를 펴거나 능력을 시험할 계획은 넣지 않았다.
다음 주 탁자에서 세빈은 의자를 출입구 가까이에 뒀다. 도하는 반대편에 앉았다. 유탁이 빈 종이 한 장을 가져왔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첫 질문 앞에서 세빈이 잠깐 말을 멈췄다. 도하는 그녀가 정할 수 있도록 기다렸다.
그녀는 몸을 돌려 시범을 보이는 일 없이 짧은 동선 이야기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상태가 불편해지면 그만하겠다고 했다. 유탁은 그럼 한 번에 몇 개 묻지 말자며 자기 질문 두 개 중 하나를 접었다. 도하도 접은 종이를 내리지 않은 채 먼저 듣기로 했다.
그들이 다룬 것은 첫 짐이 고정된 뒤 사람 손을 어디로 옮길지였다. 새 최고 기록을 찾는 자리가 아니었다. 세빈은 대답을 마친 뒤 쉬고 싶다고 말했다. 도하는 자기 두 번째 질문을 꺼내지 않았다. 다음에 묻겠다고 하고 물병을 닫았다.
“오늘은 진짜 일찍 끝나네요.”
유탁이 말했다. 세빈이 미안하다고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도하는 유탁이 종이를 접는 것을 봤다. 불만을 말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단지 오늘 정한 끝이 실제로 온 것을 확인한 말이었다.
도하는 내일 이만큼 더 하면 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적게 한 시간을 빚으로 남겨 두면 세빈은 다시 갚으러 코트에 설 수도 있었다. 오늘의 끝은 오늘의 끝으로 두기로 했다.
세빈이 신발을 신을 때 유탁이 문을 잡았다. 그녀는 자기 속도로 일어나 출입구까지 걸었다. 도하는 가방을 들어 주겠다고 묻고, 괜찮다는 대답을 듣고 손을 내렸다. 도움을 받아야만 쉬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도 피곤할 것 같았다.
밖으로 나온 셋은 갈림길에서 섰다. 송주가 체육관 안에서 마지막 수업 의자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음 달에는 저 문도 닫힌다. 도하는 그 생각을 지금 세빈의 무릎 위에 얹지 않았다.
“다음엔 뭐 먹을까요.”
유탁이 물었다. 세빈은 국수를 말했다가 오래 서서 기다리지 않는 곳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도하는 자리가 있는 곳을 먼저 보겠다고 답했다. 오늘 처음 나온 구체적인 다음 약속이었다. 어느 날 몇 초를 뛸지보다 먼저 고를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세빈은 먼저 버스 쪽으로 갔다. 도하는 뒤에서 보폭을 세지 않았다. 그녀가 말한 만큼 듣고, 그 말이 바뀌면 다시 들으면 됐다. 그에게도 대답을 기다리는 연습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