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타지 15세 이용가 26화

패배한 월요일

본문 5,357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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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첫 상자는 어제 경기를 보지 않았다.

도하는 작업대 앞에서 바코드가 접힌 면을 폈다. 스캐너가 두 번 울렸고 화면에는 하나만 올라왔다. 옆줄에서 은식이 상자를 기다렸다. 어제 열린 문은 눈을 감아야 보였는데, 이 상자는 지금 뒤집어야 했다.

“그쪽 말고 반대.”

은식이 말했다. 도하는 손을 멈췄다. 주소표의 끝 두 글자가 달랐다. 같은 크기 상자라도 놓을 받침은 옆 칸이었다. 그는 물건을 바닥에 세우고 표를 다시 읽었다. 아직 잘못 보낸 것은 아니었다. 자기 손 안에서 발견한 실수를 그냥 보내면 그다음 사람의 일이 됐다.

“아침부터 잠이 덜 깼네.”

도하가 말했다. 은식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 쪽 손잡이를 잡았다. 어제 일찍 누워 일곱 시간 넘게 잤다. 졸음 탓으로 넘기기에는 눈이 멀쩡했다. 머릿속에서 다른 바퀴를 계속 굴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센터 바닥은 경기장처럼 조용하지 않았다. 운반대가 지나가고, 떨어진 포장 끈을 누가 주웠고, 아직 출근하지 않은 사람의 담당을 반장이 나눴다. 준결승에서 한 점 차로 진 사람에게 따로 배당되는 빈 시간은 없었다. 도하는 물건을 맞는 칸에 놓고 다음 것을 받았다.

휴게 전에 은식이 어제 아쉬웠겠다고 말했다. 도하는 그제야 자기 얼굴에 관해 묻는 말인 줄 알고 고개를 들었다. 은식은 휴대폰을 보지 않은 채 테이프 끝을 접고 있었다.

“거의 다 갔는데 못 들어왔어요.”

“그런 날 있지. 이거 먼저 세워 줄래?”

말이 거기서 끝났다. 은식은 자기 물건을 잠그고 옆으로 물러났다. 도하는 얘기를 더 하지 못해 서운해졌다가, 그 서운함이 우스워 입 안쪽을 깨물었다. 목요일을 정식으로 바꿔 준 동료에게 월요일 오전까지 자기 경기의 휴게실로 만들어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은식도 목요일 자기 약속이 어땠는지 길게 말한 적은 없었다. 도하는 목요일 일이 잘됐느냐고 먼저 물었다. 잘됐다는 대답 뒤에, 그날은 아버지와 동네 산책을 했다는 말이 붙었다. 병원이나 큰 행사는 아니었다. 한동안 시간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

도하는 교대할 이유를 들었으면 처음보다 덜 고마웠을까 생각했다. 예선이 산책보다 중요하다고 정할 권리는 자기 근무표 안에도 없었다. 은식은 그날을 받았고 도하는 수요일 마감을 했다. 교대는 이미 끝난 일이었다.

“다음에 시간 맞으면 또 걷겠네.”

“그러려고. 이번엔 아버지가 빨랐어.”

은식이 웃었다. 도하도 웃으며 물건을 잡았다. 어제 못 보낸 첫 짐을 떠올리는 동안에도 오늘 다른 사람은 자기 아버지의 보폭을 기억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권나경의 답이 왔다.

도하는 도시락 뚜껑을 연 뒤 메시지를 읽었다. 세모기구에서 확인한 항목은 정해진 팀 훈련과 시연 준비가 예시 근무표에 들어간다는 점, 외부 경기 참가 때는 일정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실제 배치와 계약 기간은 다음 면담에서 더 논의하자는 내용이었다.

아직 비어 있는 부분도 있었다. 증상 때문에 훈련이나 시연을 멈출 경우 그 시간과 업무를 어떻게 바꿀지, 진료와 회복을 어디까지 지원할지에 대한 답은 남아 있었다. 나경은 확인 중이라고 적었다. 도하는 없는 답을 나쁘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좋은 쪽으로 채워 넣지도 않았다.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어제 버스에서는 오늘 아침에라도 그 훈련장으로 가면 시간이 달라질 것 같았다. 문 앞 평지와 여러 대의 저울, 퇴근 뒤에 따로 옮겨 가지 않아도 되는 코트. 종이 위의 장점은 오늘도 장점이었다.

그렇다고 거기서 일하는 자기가 어제 준비 신호를 말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나경에게 확인한 내용은 고맙다고 답했다. 남은 질문의 답을 받은 뒤 실제 일정을 놓고 더 얘기하고 싶다고 썼다. 센터에 그만둔다고 말할 날짜는 보내지 않았다. 다음 면담도 지금 근무와 이동 시간을 본 뒤 정하겠다고 했다.

그 문장을 쓰고 나니 패배 때문에 좋은 제안을 거절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승리하면 옮기고 지면 남는 규칙도 없었다. 도하는 자기 밥 위에 식어 가는 달걀을 올렸다. 먹고 나면 오후 일을 해야 했다.

“경기에서 지면 돈도 못 받아?”

맞은편 동료가 물었다. 도하는 지금 참가한 대회에서 자기 월급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동료는 아쉽다며 자기 휴대폰으로 다른 화면을 넘겼다. 무시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 돈이 드는 취미를 계속하는 이유가 잠깐 궁금했던 것 같았다.

도하는 체육관 이야기부터 길게 할 뻔했다. 건물을 비워야 한다는 일, 팀이 얻은 신청 자격, 열린 마지막 문. 그중 무엇도 월요일 점심의 동료를 붙잡아 둘 표는 아니었다. 그저 같이하면 재미있는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어제도?”

도하는 바로 그렇다고 답하지 못했다. 젓가락 끝으로 밥을 모으고 나서야 말했다.

“어제는 별로였어요. 그래도 그 전날까지 다 없어지진 않아서.”

동료는 그런가 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하는 자기가 납득할 말을 남에게도 바로 납득시키지 못했다고 화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남은 밥을 먹었다. 오후에 배고파질 만큼만 남기는 습관을 최근에는 경기 준비처럼 취급하고 있었다.

휴게가 끝나기 전, 세빈에게 오늘은 잔돌에 바로 가지 않고 집에서 쉬겠다고 보냈다. 내일 저녁에는 셋이 가능한 시간을 맞춰 얘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어제의 패배를 월요일 훈련으로 덮지 않는 첫 일정이었다.


오후에는 손을 바꾸어 잡을 일이 많았다.

도하는 긴 상자 끝을 잡았다. 반대편 동료가 포장 끈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기다렸다. 준비됐다는 대답 뒤에 같이 들어 받침에 놓았다. 경기에서 배운 교훈을 일터에 보여 주는 시연은 아니었다. 이곳에서도 원래 해야 했던 일이었다.

몇 주 전까지는 센터 시간을 오래 버티면 저녁의 진짜 시간이 온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월요일의 상자들은 빨리 지나가야 하는 장애물 같았다. 같이 들어 주는 사람의 손이 어느 쪽에 있는지 보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코트에 놓을 손잡이를 골랐다.

오늘 받침이 맞물리지 않았을 때 먼저 발견한 사람은 은식이었다. 도하는 그가 지시한 고정을 보고 손을 뺐다. 은식이 뒤에서 다시 잠갔다. 고맙다고 하자 그는 원래 이게 헐겁다고 답했다. 새로 배워야 할 엄청난 말이 아니라 계속 일해 온 사람이 아는 모서리였다.

도하는 반장에게 받침 상태를 알렸다. 반장은 해당 것을 빼고 다른 받침을 쓰도록 안내했다. 고장 난 부분이 그 자리에서 좋아지지는 않았다. 도하는 그 물건을 능력으로 가볍게 해 봐야 잠금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손을 대 기억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일이 끝나갈 때 자기 손을 확인했다. 떨림과 저림은 없었다. 장갑을 벗자 손바닥에 평소처럼 눌린 자국이 났다. 아프지 않아서 더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 오늘 했던 일이 먼저 떠올랐다. 훈련을 쉬는 날에도 손은 하루 종일 쉬었던 것이 아니었다.

은식이 퇴근문 앞에서 도하를 기다렸다. 내일 바뀐 물량표를 확인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확인했다고 답하고 나서 휴대폰을 다시 꺼냈다. 실제로는 오전 알림만 열어 보고 끝까지 읽지 않았다. 두 번째 줄부터 반입 구역이 달라져 있었다.

“봤다더니.”

은식이 웃었다. 도하는 변명 대신 지금 제대로 보겠다고 말했다. 내일 아침에 먼저 와서 다 메우겠다는 약속을 붙이지 않았다. 둘은 서서 필요한 줄을 읽고 헤어졌다.

버스 정류장으로 걸으며 도하는 세빈의 답을 열었다. 내일 저녁 얘기하자고 했다. 장소는 아직 잔돌이었다. 다음 달 문을 닫는다고 오늘의 저녁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유탁도 내일 정비소 일을 마치고 올 수 있다고 보냈다. 평소보다 말이 짧았다. 도하는 어제 사과했으니 이제 이 정도는 편하게 넘어가도 되겠지 싶다가, 대답이 짧은 이유를 자기 쪽에서 채우지 않았다. 늦어지면 먼저 알려 달라고만 했다.

버스에 앉자 다리가 묵직해졌다. 그는 휴대폰에서 경기 영상이 든 주소를 찾았다. 오늘 한 번 더 보면 어제 못 본 신호가 있을 것 같았다. 재생 직전에 손을 멈췄다. 놓친 것은 이미 셋이 확인했다. 혼자 열 번 더 본다고 어제 유탁에게 전하지 않은 말이 소급해서 들리지는 않았다.

도하는 주소를 닫고 반찬 가게의 문 여는 시간을 찾았다. 냉장고에는 내일 도시락에 넣을 것이 거의 없었다. 패배한 사람도 장을 봐야 했다.


가게에서는 마지막 남은 볶음 반찬 두 통이 같은 값이었다.

도하는 오래 서서 무엇을 살지 골랐다. 센터 식당에서 대충 한 끼 더 먹으면 되지 싶던 날과 달리, 내일 먹을 물건을 고르는 데 시간을 썼다. 경기 영상을 덜 본 만큼 의미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다가 혼자 웃었다. 그냥 양배추가 든 쪽을 먹고 싶었다.

집에 와서 밥을 나눠 담았다. 내일 도시락 한 통, 오늘 저녁 한 그릇. 경기 가방에서 꺼낸 빈 물병은 씻어서 엎어 뒀다. 신발 가방은 현관 옆에 놓았다. 잔돌에 가지 않는 저녁에도 빨랫감은 있었고 쓰레기를 내놓을 시간이 있었다.

나경에게서 확인 답이 왔다. 아직 남은 항목이 있으니 정리되는 대로 보내겠다고 했다. 도하는 감사합니다, 하고 답한 뒤 더 기다리지 않았다. 좋은 제안을 검토하면서도 저녁을 차릴 수 있었다. 답을 재촉하지 않는다고 자기 인생을 미루는 것은 아니었다.

밥을 먹다 유탁에게 사진 하나를 받았다. 정비소에서 쓰는 낡은 의자 위에 도시락이 올라가 있었다. 자기 저녁도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었다. 도하는 괜찮아졌다는 뜻으로 읽고 싶었다. 대신 맛있게 먹으라고 답하고 자기 그릇도 찍어 보냈다.

유탁이 양배추가 너무 많다고 했다. 도하는 오늘 양배추가 이겼다고 답했다. 잠깐 뒤 웃는 표시가 왔다. 그 뒤 대화가 더 이어지지 않아도 도하는 휴대폰을 뒤집어 놓을 수 있었다.

어제의 삼 대 이는 바뀌지 않았다. 너울이 간 결승에 잔돌의 자리가 다시 생기지도 않았다. 그 사실과 별개로 내일 자기와 같이 상자를 들 사람이 있었고, 내일 저녁 말을 나눌 두 사람이 있었다. 어느 쪽도 패배의 보상으로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싱크대 앞에서 그는 빈 반찬 통을 씻었다. 물기를 닦아 올려 두고 식탁으로 돌아오니 밥에서 올라오던 김이 옅어져 있었다. 이제 뚜껑을 닫으면 됐다. 그런데 한쪽을 누르면 반대편이 떴다. 두 번 그러고 나서야 그는 손에 든 것이 반찬 통 뚜껑이라는 걸 알았다.

도하는 서랍을 열어 맞는 것을 꺼냈다. 깨끗한 통은 서로 포개 뒀는데 뚜껑은 서랍 안에서 뒤섞여 있었다. 그는 빈 반찬 통에 뚜껑을 맞춰 보고 나서 선반에 올렸다. 자기 집에서조차 분류가 잘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웃겼다. 내일 도시락은 닫히자마자 냉장고 앞칸에 넣었다.

양말 한 짝이 식탁 의자 아래에 굴러 있었다. 세탁기 옆에 가져다 놓으니 다른 한 짝은 이미 빨래 바구니에 있었다. 그는 둘을 나란히 넣고 손을 씻었다. 내일 알람은 평소 시간으로 맞췄다. 이불에 누웠다가 부엌 불이 켜진 것을 보고 한 번 더 일어났다. 집이 넓지도 않은데 오늘은 왔다 갔다 할 곳이 많았다.

양배추 냄새가 조금 남은 방에서 평범하게 잠이 왔다.

26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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