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판에서 눈을 뗐는데 삼 대 이는 입 안에 남았다.
도하는 경기장 식당에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옆에서는 다음 경기를 마친 사람들이 자리를 찾았다. 그는 물을 마시고 남은 밥을 봤다.
유탁이 국그릇을 옆으로 밀었다. 손목은 괜찮다고 했다. 세빈도 쉬고 나서 천천히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하는 자기 손에 떨림과 저림이 없다고 다시 확인했다. 어제 여덟 시간을 잤고 오늘 준비 운동도 마쳤다. 목요일의 피로를 오늘 패배의 이유로 가져올 수는 없었다.
“마지막에 네가 조금만 더.”
도하는 말을 시작했다가 물컵을 들었다. 유탁이 고개를 들었다. 조금만 더 세게 밀었으면, 더 빨리 잡았으면. 두 문장이 목구멍에서 같은 자리를 차지했다. 유탁이 어떤 것을 들었는지 알 수 없어서 도하는 컵을 내려놓았다.
“아직 제대로 본 게 아니네. 내가.”
그는 말을 고쳤다. 유탁은 숟가락 끝으로 밥을 모았다. 괜찮다고 하지는 않았다. 도하는 그 침묵을 빨리 웃겨 넘기고 싶지는 않았다.
세빈은 오늘 전체 경기를 해부하지 말고 둘째 굽이만 먼저 확인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모두 동의했다. 귀가 뒤 보고 싶다면 그렇게 하자고도 했다. 유탁은 자기가 손잡이를 놓친 것 같아서 지금 짧게 보고 싶다고 했다. 도하도 보고 싶다고 답했다.
미오에게 시간을 물었다. 그녀는 다음 촬영 전에 십오 분이 비었다고 했다. 경기장 안 휴게 공간에서 앉아서 원본을 볼 수 있었다. 도하는 새 해설을 녹음해 달라는 부탁이 아니라며 그 구간과 앞뒤만 보자고 했다. 카메라를 다시 코트로 가져갈 일은 없었다.
셋이 일어나 식기를 치웠다. 도하는 자기 밥을 다 먹었다. 씹어 삼키는 동안에도 마지막 문의 열린 높이가 떠올랐다. 실제로 못 연 문이 아니라 열고도 통과하지 못한 문이었다. 그 틈을 생각하면 화살표가 자꾸 유탁 쪽으로 갔다.
그는 그 생각까지 인정한 채 가방을 멨다.
휴게 공간에는 점수판이 보이지 않았다.
미오가 작은 화면을 탁자 가운데 놓았다. 세빈은 다리를 펴기 편한 의자를 골랐다. 유탁은 자기 물병을 발밑에 세우고 화면을 가까이 당겼다. 도하는 두 사람 얼굴도 보이는 옆자리에 앉았다. 혼자 먼저 돌려 보고 변명을 준비한 자리는 아니었다.
첫 재생은 정상 속도였다.
삼십오 킬로그램 짐이 첫 굽이를 돌았다. 도하가 앞 끈을 당겼다. 화면 끝에서 유탁의 팔꿈치가 올라갔다. 도하는 그때 저 손이 준비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미오는 멈췄다가 같은 부분을 소리까지 다시 틀었다.
바퀴 소리, 도하의 숨, 멀리 관중 한 사람의 기침. 뒤를 받으라는 말은 없었다. 유탁이 잠깐이라고 말한 뒤에야 두 끈이 팽팽해졌다. 도하는 화면을 봤다. 자기가 말하려던 문장을 실제로 말한 것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여기서 제가 고리를 바꿔 잡고 있었어요.”
유탁이 자기 팔꿈치를 가리켰다. 끈의 남는 길이를 허용 손잡이 밖으로 빼느라 손이 잠깐 높아졌다. 준비됐다는 신호가 아니었다. 화면에는 그의 손바닥이 뒤 끈을 온전히 받기 전 도하의 발이 바깥으로 가는 모습이 이어졌다.
도하가 구간의 속도를 바꿨고 유탁은 아직 그 변화를 받지 않았다. 가벼워진 짐도 아닌 삼십오 킬로그램의 바퀴는 그 사이 그대로 돌았다. 뒤 끈이 잡혔을 때는 앞바퀴가 바깥선에 가까웠다. 더 센 힘이라는 말보다 먼저 있어야 할 대답이 빠져 있었다.
“제가 준비됐냐고 물었어야 했어요.”
유탁이 말했다. 도하는 고개를 저으려다가 멈췄다. 유탁이 자기 동작을 보고 고를 말까지 막을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그 말로 자기 몫을 반으로 줄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네가 고칠 거고. 내가 말 안 하고 먼저 당겼어.”
도하는 화면을 돌려 달라고 했다. 같은 부분을 세 번째 볼 때에는 바퀴보다 자기 입을 봤다. 입술이 움직이기는 했다. 숨을 내쉬는 모양이었다. 마음속으로 끝낸 지시가 동료에게 닿은 적은 없었다.
미오가 화면을 멈췄다. 도하는 이번에는 시간을 계산하지 않았다. 이 장면을 지우면 몇 초가 생길지보다, 지금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가 먼저였다.
“유탁아. 아까 뒤에서 더 빨리 하라고 했지. 식당에서도 더 힘냈으면 하는 생각 했고.”
유탁은 고개를 들었다. 도하는 손을 무릎 위에 폈다. 오늘은 조용한 손이어서, 떨려서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도 없었다.
“네 힘이 모자라서 밀린 것처럼 생각했어. 내가 제동 준비 신호 안 하고 움직였는데. 미안해.”
그는 뒤에 급해서 그랬다는 말을 붙이지 않았다. 급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게 누구에게 속도를 넘길지 대신 정해 주지는 않았다. 유탁은 잠깐 물병 뚜껑을 돌렸다. 플라스틱이 짧게 소리를 냈다.
“아까 경기장에선 제가 늦은 줄 알았어요. 형이 보고 가는 줄 알고.”
도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자기가 봤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으로 먼저 갔다. 유탁에게는 보고 갔다는 말을 믿을 이유가 있었다. 이제 와서 네가 물었으면 좋았다고 하면 자기 말이 빠진 자리를 또 다른 사람 손으로 채우게 됐다.
유탁은 사과는 알겠다고 했다. 당장 아무렇지 않다는 대답은 아니었다. 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사과 뒤에 분위기를 빨리 돌려 주는 일까지 동료의 역할로 붙이지 않았다.
세빈이 첫 구간도 잠깐 보자고 했다.
미오는 시작부터 틀지 않고, 뒷바퀴가 평지에 닿는 부분 앞을 열었다. 잠금이 걸렸고 유탁의 손등이 올라왔다. 도하는 그 손을 직접 보고 있었다. 화면 속 자기가 잠깐 더 가자고 말했다. 기억이 틀린 부분은 없었다. 선택이 틀린 장면이었다.
가벼운 채로 조금 더 가려다 셋의 다음 손이 늦었다. 세빈은 짐을 받을 자리에 일찍 와 있었지만 유탁이 뒤 제동을 넘겨받기 전에는 첫 짐을 움직일 수 없었다. 연결을 유지한 시간만 길어진 게 아니었다. 풀고 다시 확인하는 동작이 그 뒤에 겹쳤다.
“어제 본 걸 못 썼네요.”
도하가 말했다. 세빈은 일부는 썼다고 답했다. 마지막 문에서 실제 고정을 보고 바로 푼 부분은 맞았다. 첫 구간에서 없어진 일과 마지막 문에서 남아 있던 일은 달랐는데, 급해지자 첫 짐도 계속 자기가 붙잡아야 하는 것으로 만들었다는 말이었다.
그는 자기 손가락을 봤다. 여덟 초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일곱 초 가까이 썼으니 한계 안이었다. 하지만 한계 안에 오래 있었다는 말이 그 시간이 필요했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자기는 수치를 지키고 있으니 다른 것도 지켰다고 착각했다.
“초를 넘기진 않았잖아요.”
도하는 목 안에 남은 변명을 직접 말했다. 소리로 내니 얼마나 좁은 대답인지 들렸다. 유탁이 힘없이 웃었다. 그도 초만 보고 손목 상태를 괜찮다고 하던 때가 있었다고 했다. 도하는 이번에는 같이 잘못했다고 웃어넘기지 않았다.
세빈은 오늘 한 번 더 해 보자고 하지 않았다. 이 장면을 종이에 남기고 다음 훈련의 첫 질문으로 쓰자고 했다. 힘을 쓸 조건이 끝났는지. 다음 사람이 제동을 받았는지. 두 질문을 분리해서 적었다.
도하는 유탁에게 자기가 먼저 바꿀 행동을 말했다. 굽이에 들어가기 전에는 짐부터 세우고 뒤 준비를 부르기. 대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기. 연결은 잠금이 받은 것을 보고 풀었다고 알리기. 지금 당장 다시 능력을 쓰며 사과를 증명할 일은 아니었다.
유탁도 고리에서 손을 바꿀 때 준비 안 됐다고 먼저 말하겠다고 했다. 도하는 고맙다고 답했다. 그 말이 자기 잘못을 나누어 가지는 계약은 아니었다. 다음에 같이 설 때 들을 수 있는 문장이 하나 늘었다.
세빈은 자기 신호도 더 짧게 하겠다고 했다. 경기 중 도하에게 처음 정한 대로 하라는 말만 던졌는데, 어느 동작부터 바꾸라는지 그 순간에는 넓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녀가 고르는 수정은 그녀의 몫이었다. 도하는 모두 사과했으니 비겼다는 결론을 만들지 않았다.
미오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말했다. 도하는 화면을 접어 달라고 했다. 오늘 원본에는 필요한 말이 없는 순간까지 남아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결승 안내가 시작되고 있었다.
도하는 잠깐 멈췄다. 저 경기에 자기 팀 이름을 넣고 싶었다. 신호 하나만 잘했으면, 첫 연결을 빨리 풀었으면. 그런 가정을 세우는 일은 가능했다. 실제 경기를 이겼다고 바꿀 수는 없었다. 너울은 세 점을 얻었고 잔돌은 두 점에서 끝났다.
“보고 갈 거예요?”
유탁이 물었다. 도하는 오늘은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유탁도 그렇다고 답했다. 세빈은 먼저 쉬고 다음에 필요한 장면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력 있는 팀의 경기를 안 보고 돌아가도 오늘 하루가 버린 시간이 되지는 않을 터였다.
출구 옆에는 아직 준결승 결과가 켜져 있었다. 미오가 원본 전달 주소를 보냈다. 선수 셋이 확인할 수 있는 자료였고, 오늘의 짧은 인터뷰는 따로 없었다. 도하는 화면을 잠그고 자기 신발 가방을 들었다.
그때 권나경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전에 물었던 항목 중 일부 답을 다음 주에 정리해 보내겠다는 내용이었다. 도하는 패배한 날 좋은 훈련장을 상상하고 싶어졌다. 오늘부터 거기서 했으면 첫 끈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는 메시지에 확인했다고만 답했다. 아직 오지 않은 답을 좋게 채우거나 지금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말을 보내지 않았다. 오늘 유탁에게 해야 할 사과와 자기 일자리를 고르는 결정은 한 화면에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버스 정류장에는 같은 경기장 가방을 든 사람들이 있었다. 누가 이겼는지는 가방으로 알 수 없었다. 도하는 벤치 끝에 앉았다. 세빈이 무릎을 펴고 앉을 자리를 남겼고 유탁은 안내판 아래에 섰다. 도하는 서 있는 그에게 앉을 거냐고 물었다. 유탁은 지금은 서 있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알겠다고 답했다. 좋은 뜻으로 붙잡거나 미안해서 가방을 대신 가져오지 않았다. 유탁은 손에 힘이 부족했던 사람이 아니라 자기 말을 기다리며 뒤에 섰던 동료였다. 오늘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이 그것이었다.
버스가 와서 셋은 탔다. 빈자리가 붙어 있지 않아 각각 떨어져 앉았다. 도하는 창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봤다. 패배한 사람처럼 보이는지 확인하려다가 조금 웃었다. 내일 센터 사람들은 자기 얼굴보다 상자 도착 시간을 먼저 물을 것이다.
단체 대화방에 은식의 짧은 연락이 와 있었다. 목요일 일은 잘 마쳤다며 수요일 교대 고마웠다는 말이었다. 도하는 자신도 정식으로 시간을 바꿔 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경기는 졌다고 한 줄 덧붙였다.
은식은 다음번에 잘하라고 했다. 도하는 고맙다고 답하고 휴대폰을 넣었다. 내일 가져갈 도시락은 집에 가서 준비해야 했다.
정류장에서 내릴 때 유탁이 뒤에서 이름을 불렀다.
“형, 다음에 그 굽이 하면 대답 듣고 가요.”
“들을게. 없으면 안 가고.”
도하가 답했다. 유탁은 고개를 끄덕이고 반대편 길로 갔다. 세빈도 쉬고 연락하겠다고 했다. 오늘의 침묵이 한꺼번에 풀린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음에 서로 들려줄 말은 실제 목소리로 정했다.
도하는 집 쪽으로 걸었다. 손에 쥔 가방은 능력을 쓰지 않아도 들 수 있는 무게였다. 그는 신호를 기다리던 유탁의 팔꿈치를 한 번 더 떠올리고, 이번에는 자기 걸음을 서두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