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 대진표에는 빈칸이 없었다.
일요일 오전, 도하는 너울과 잔돌 사이의 선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 오늘 지면 이번 대회 경기는 끝났다. 앞의 순위전처럼 다음 경기에서 점수를 보탤 수 없었다. 어제는 해 볼 만한 길이라고 말했는데, 선수 이름이 붙으니 그 길이 조금 좁아 보였다.
그는 손을 먼저 확인했다. 어젯밤에는 일찍 자서 여덟 시간을 채웠다. 떨림과 저림, 악력의 어색함은 없었다. 준비 운동 뒤에도 같았다. 세빈은 자기 무릎이 평지 이동은 가능하지만 급히 뛰지는 않겠다고 했다. 유탁도 손목 상태를 말한 뒤 제동 끈을 잡았다.
도하는 실제 이십 킬로그램 물건 셋을 하나씩 들었다. 행사 저울로 확인한 첫 짐과 경사로 받침, 문 고리 블록이었다. 자기 힘으로 통째로 일 초 넘게 띄워 무게를 기억하고 내려놓았다. 어제 남의 연습에서 본 물건을 오늘 등록한 것처럼 쓰지 않았다.
첫 턱 뒤 짧은 평지는 손을 갈아잡기 충분했다. 받침 블록은 가까웠고 내리막의 굽이도 완만했다. 세빈이 첫 짐을 따로 문 옆으로 옮길 길도 넓었다. 도하는 첫 점수 뒤 백삼십 초쯤 남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다가 입 밖에는 내지 않았다.
너울은 이미 자기 레인에서 천천히 걸어 보고 있었다. 한 선수가 몸을 돌리지 않고 뒤로 물러나며 끈 길이를 맞췄다. 잔돌이 유리하다고 본 짧은 코스에서도 그들이 서툴러야 할 이유는 없었다. 도하는 인사를 하고 자기 손잡이로 돌아왔다.
“올라오면 잠금, 확인하면 풀기.”
그가 말했다. 유탁이 그 뒤에는 둘째 구간으로 간다고 답했다. 세빈은 첫 짐을 맡기 전에 멈췄다는 말을 꼭 해 달라고 했다. 도하는 알겠다고 했다. 목요일과 다르게 자고 왔고 어제는 같은 순서를 소리 내 걸어 봤다.
관중석의 사람들이 자리를 골랐다. 지난번보다 찼는지 도하는 세지 않았다. 오늘 필요한 것은 혼자 잘한다는 얼굴도, 오래 버틴다는 그림도 아니었다.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빈 컵을 지정된 상자에 넣었다.
호루라기가 울렸다.
첫 짐은 낮은 경사로를 곧게 올라갔다.
도하는 앞 끈을 당기며 유탁의 발소리를 들었다. 짧은 평지 옆 받침 블록이 삼 미터 안에 들어왔다. 유탁이 뒤 손잡이로 바퀴를 세우자 도하는 첫 짐에 직접 닿았다. 십팔 킬로그램이 받침 쪽으로 갔고 유탁이 가벼워진 바퀴를 턱 위로 밀었다.
하나, 둘. 뒷바퀴까지 평지에 닿았다. 유탁이 잠금을 걸고 확인 손등을 보였다. 도하는 그 손을 봤다. 바로 풀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옆에서 너울의 바퀴 소리가 빨라졌다. 자기 짐도 아직 다음 선을 넘어야 한다는 생각이 끼어들었다.
“잠깐, 조금 더.”
그가 말했다. 유탁은 손잡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도하는 연결을 둔 채 첫 짐을 표시 쪽으로 더 보내려 했다. 어제는 평지에 세우고 갈아잡았는데, 지금 가벼울 때 조금 더 가면 늦지 않을 것 같았다.
잠금을 풀고 다시 움직이는 동안 유탁의 몸이 반 걸음 뒤에 남았다. 도하는 받침 블록과 짐 사이를 봤다. 간격은 삼 미터 안이었다. 한계는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 선택도 아직 괜찮은 것처럼 느껴졌다.
“다음 끈 언제 받아요?”
유탁이 물었다. 그 말에 도하가 첫 짐을 다시 세웠다. 풀고 전광판 초를 보니 거의 일곱 초를 유지했다. 여덟 초를 넘기지는 않았지만, 다음 손은 그동안 옮겨 가지 못했다. 유탁은 원래 하중으로 돌아온 짐의 뒤를 받았다.
세빈이 정지 표시를 가리켰다. 둘이 마지막 보폭을 맞춰 첫 짐을 안에 넣었다. 잔돌 일 점, 남은 백십이 초. 너울은 이미 둘째 구간으로 이동 중이었다. 도하는 시계를 보고 손목을 폈다. 떨림은 없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많이 늦었다.
“처음 정한 대로 해요.”
세빈이 말했다. 도하는 알겠다고 했다. 그는 첫 짐을 그녀에게 넘기며 완전히 멈췄다고 말했다. 세빈은 자기 평지 길로 움직였다. 유탁과 도하는 삼십오 킬로그램 짐으로 갔다. 아직 두 구간과 백 초 넘는 시간이 있었다.
도하는 잃은 시간을 둘째 굽이에서 되찾고 싶었다. 이쪽은 낮아서 천천히 돌면 어렵지 않은 길이었다. 유탁이 뒤 제동 끈을 길게 폈다. 도하는 앞 끈을 잡고 출발했다. 삼십오 킬로그램 짐에는 능력을 연결하지 않았다. 사람 둘이 밀고 당기는 실제 무게였다.
첫 굽이는 잘 돌았다. 도하는 두 번째 굽이의 짧은 직선을 봤다. 먼저 속도를 줄이고 뒤 제동 준비를 확인한 다음 다시 밀기로 했었다. 그는 앞 손잡이를 조금 더 당겼다. 지금 줄이면 아까 잃은 초가 그대로 굳을 것 같았다.
유탁이 손을 옮겼다. 도하는 그 팔꿈치가 보였으니 준비됐다고 생각했다. 뒤 받아, 하고 말할 타이밍에 숨만 길게 나갔다. 유탁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도하가 바깥으로 한 걸음 옮겼다.
“잠깐.”
유탁의 목소리가 났다. 끈이 팽팽해졌다. 도하도 앞에서 잡아 세웠지만 바퀴는 이미 굽이 바깥선을 넘어갔다. 심판이 손을 들었다. 도하는 바퀴와 선을 번갈아 봤다. 첫 구간이 아니라 둘째 구간의 지정 재시작점으로 돌아가야 했다.
목요일의 짧은 호루라기와 같은 소리였다.
도하는 짐을 세운 채 유탁을 봤다.
“뒤에서 좀 더 빨리.”
말이 끝나기 전에 유탁이 자기 끈을 들어 보였다. 손잡이를 바꾸다 늦었다고 했다. 도하는 알겠다고 답했지만 머릿속에는 두 초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유탁이 큰 힘을 더 일찍 썼으면 바퀴가 멈췄을까. 그러나 그가 양쪽 물건을 직접 만질 자리도 없었고, 무게를 옮긴다고 옆으로 나가는 관성이 없어지지도 않았다.
도하는 그 생각을 끝까지 정리하지 못한 채 재시작점으로 갔다. 지금은 짐을 돌아놓는 일이 먼저였다. 유탁이 앞을 받았고 도하는 뒤를 잡았다. 능력으로 하중을 덜어 시간을 보태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자기 손으로 기억한 세 물건 안에 삼십오 짐은 없었다.
세빈은 첫 짐을 문 옆 평지에 고정한 뒤 돌아올 수 있는 통로 끝에 섰다. 그녀는 조급해진 두 사람에게 다시 시작할 준비부터 물었다. 도하는 준비됐다고 했다. 이번에는 유탁의 대답까지 들었다.
첫 굽이에서 한 번 멈췄다. 뒤 끈 준비를 말하고, 받았다는 대답 뒤에 밀었다. 둘째 굽이도 같은 순서로 돌았다. 도하는 바퀴가 선 안에 있는 동안에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 자기 귀가 먼저 들어야 할 말이 있었다.
짐이 둘째 도착 받침에 들어왔다. 잔돌 이 점. 남은 스물네 초였다.
너울은 마지막 문을 이미 올리고 있었다. 도하는 자기 레인의 문 쪽으로 달렸다가 마지막 두 걸음은 줄였다. 세빈이 첫 짐을 세워 둔 옆에 섰다. 유탁이 고리 블록을 들고 가는 동안 도하는 연결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 손에 들린 물건에는 보낼 수 없었다.
유탁이 블록을 걸고 손을 뗐다. 첫 짐은 실제 고정 끈 안에 있었고 두 물건이 모두 보였다. 도하는 손을 뻗기 전에 유탁이 멈춤쇠를 확인할 자리에 닿았는지 봤다. 그 짧은 이동까지 기다려야 했다. 남은 시간이 줄었어도 없는 손 하나를 먼저 만들 수는 없었다.
“고리 준비.”
“첫 짐 준비.”
세빈이 답했다. 도하가 첫 짐에 직접 닿아 연결을 걸었다. 남은 아홉 초. 첫 짐에서 십팔 킬로그램을 고리 블록으로 보냈다. 오십사 고정 추와 이십, 십팔이 합쳐진 구십이 쪽이 내려가며 아흔 킬로그램 문을 천천히 당겨 올렸다.
그는 한 번 더 힘을 쥐고 싶었다. 숫자는 십팔 그대로였다. 시간을 잃었다고 문을 빨리 올리는 다른 방향의 힘이 생기지는 않았다. 두 물건은 움직인 뒤에도 표면 사이 삼 미터 안에 있었고, 도하는 고리 쪽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다섯 초가 조금 지나 문이 멈춤쇠에 걸렸다. 유탁이 실제 고정을 확인했다. 도하는 바로 풀었다. 이번에는 더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문은 장치가 받치고 있었다.
유탁이 고리 블록을 빼 들었다. 너울의 완주 신호가 났다. 세 사람이 들어가고 첫 짐과 고리 블록이 선 뒤에 놓였다. 도하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자기 쪽 유탁이 블록을 결승선 뒤에 내려놓는 손을 봤다.
그가 뒤 끈으로 돌아오려는 순간 종료음이 울렸다.
도하 앞의 첫 짐은 아직 평지에 고정돼 있었다. 세빈도 그 옆에 있었다. 열린 문 뒤로 도하가 혼자 뛰면 안 되는 경기였다. 고리 블록 하나가 넘어갔어도 세 선수와 첫 짐이 들어가지 않았으므로 마지막 점수는 생기지 않았다.
너울 삼 점, 잔돌 이 점.
한 점 차 패배였다. 이번 대회 잔돌의 다음 경기 칸은 비었다.
종료 뒤 도하는 문이 열린 채인 것을 오래 봤다.
닫혀 있으면 힘이 부족했다고 말하기 쉬웠을 것 같았다. 문은 올라갔고 멈춤쇠도 제대로 걸렸다. 유탁은 블록을 옮겼고 세빈은 첫 짐을 고정해 뒀다. 그런데 시계는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 더 유지한 시간도, 둘째 구간을 되돌린 시간도 남은 곳이 없었다.
그는 심판이 안내한 순서대로 장비에서 물러났다. 종료 뒤 능력을 한 번 더 쓰면 오늘 자기 실력이 달라 보일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도하는 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옆에 내렸다. 떨림이나 저림은 없었다. 아프지 않은 손으로도 경기를 잘못할 수 있었다.
너울의 선수들이 인사를 왔다. 앞 선수가 마지막까지 가까웠다고 했다. 도하는 축하한다고 답했다. 잘 싸웠다는 대답을 받아 내려고 붙잡지는 않았다. 상대는 천천히 시작한 자기 방식으로 세 구간을 끝냈다. 잔돌의 실수가 없었으면 어땠을지는 그들의 승리를 빼앗을 근거가 아니었다.
유탁이 먼저 물병을 찾았다. 세빈은 벤치 가까이에 앉아 무릎을 폈다. 도하는 둘 사이에 서 있다가 자기 가방을 내려놓았다. 미안하다고 말할 준비는 돼 있었는데, 무엇을 잘못했다고 해야 할지 고르고 있었다. 오래 연결했다는 것만 말하면 둘째 굽이가 남았다.
“아까 두 번째에서.”
그가 입을 열었다. 유탁이 그를 봤다. 도하는 뒤를 더 빨리 잡았으면 어땠겠느냐는 문장을 다시 삼켰다. 실제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직 선명하지 않았다. 자기 발이 바깥으로 간 것만 몸에 남아 있었다.
“영상 보고 얘기하자.”
그가 말을 바꿨다. 유탁은 알겠다고 했다. 세빈은 오늘 바로 여러 번 돌려 보지는 말자며 먼저 앉으라고 했다. 도하는 벤치에 앉았다. 몸이 의자에 닿고서야 허벅지에 힘이 풀렸다.
미오가 원본을 저장했다고 알려 줬다. 둘째 굽이는 손과 바퀴가 보이고 소리도 남아 있다고 했다. 공개 인터뷰를 할지는 따로 물었다. 도하는 셋이 먼저 확인하고 오늘은 길게 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자기 입에서 가장 쉽게 나올 문장이 아직 다른 사람 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점수판을 사진으로 남겼다. 송주에게 결과와 손 상태를 보냈다. 연습장 신청 자격이 사라졌다는 말은 쓰지 않았다. 그 자격은 이미 얻었고, 오늘 잃은 것은 이번 대회 결승에 갈 자리였다. 다음 달 체육관을 비워야 하는 일도 그대로 남았다.
송주의 답은 밥을 먹고 돌아오라는 말이었다. 도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밥을 먹는다고 목의 단단한 것이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혼자 여기 남아 있으면 시계가 한 번 더 시작되는 것은 아니었다.
유탁이 벤치 끝의 빈 컵을 치웠다. 도하도 자기 컵을 들었다. 세빈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린 뒤 셋이 같은 통로로 나갔다. 뒤에서는 다른 준결승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경기는 계속됐고, 잔돌의 오늘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