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의 선수는 손을 놓고 물을 마셨다.
토요일 오전, 해림 서부 경기장의 공동 연습 코트였다. 도하는 통로 밖 의자에서 그 손을 봤다. 짐이 움직인 시간은 길었는데 능력을 쓰는 시간은 짧았다. 받침에 잠금이 걸리자 선수는 연결부터 풀고 제동 끈으로 손을 바꿨다. 옆에서 시간을 재던 동료가 이 초 조금 넘었다고 말했다.
도하는 무릎 위에 손을 내려놓았다. 목요일의 떨림은 귀가 뒤 가라앉았고 금요일 근무 때 다시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능력 사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금요일 퇴근 뒤에는 밥을 먹고 잤다. 오늘 다른 팀은 저렇게 일찍 놓고도 연습을 이어 갔다.
공동 코트는 일요일 준결승 참가 팀만 독점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대회 참가 팀이 정해진 시간에 구간 장비를 나누어 쓰는 공개 연습이었다. 여울은 목요일 예선을 마친 뒤에도 예약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도하는 그 팀의 최종 순위를 묻기보다 지금 해 보는 동작을 물었다.
“내일 상대 팀 전술 알아 가는 건가요?”
목요일 말을 나눴던 앞 선수가 웃으며 물었다. 이름은 강온재였다. 도하는 너무 빤히 봤다며 사과했다. 온재는 밖에서 보는 건 괜찮지만 자기 발까지 그대로 따라 하지는 말라고 했다. 코트의 턱 높이와 받침 간격이 내일 그림과도 달랐다.
“저는 오래 버티는 걸로 역할을 잡았거든요.”
도하가 말했다. 온재는 그래서 언제까지 버티면 되는지 알고 시작하느냐고 물었다. 도하는 처음에는 여덟 초라고 답할 뻔했다. 한계 시간은 외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언제 놓을지에 대한 대답은 아니었다.
“바퀴가 다 올라오면요. 이번엔 그다음에도 쥐고 있었고요.”
“그럼 이미 끝난 걸 더 한 거네요.”
온재의 말은 날카롭지 않았다. 그는 자기도 끝난 줄 모르고 유지하다가 다음 끈을 놓친 적이 있다고 했다. 도하는 고개를 들었다. 센 선수가 약한 사람에게 힘을 아끼라고 가르치는 얼굴을 상상했는데, 자기 실수 얘기를 먼저 듣게 됐다.
온재의 팀은 실제 연습 물건과 저울을 다시 확인했다. 그가 들고 기억하는 방식이 도하와 같다는 말은 없었다. 선수별로 정한 준비를 마친 뒤, 도하에게 볼 자리를 알려 줬다. 바퀴와 받는 블록이 동시에 보이는 바깥이었다.
짧은 연결이 걸렸다. 짐의 하중이 덜어진 사이 뒷바퀴가 턱을 넘었다. 앞 제동수가 속도를 줄였고 잠금이 받침을 잡았다. 온재는 곧바로 풀었다. 원래 하중은 바퀴로 돌아왔지만 짐은 고정된 평지 위에 남았다. 그가 덜어 준 일이 끝나도 실제 받침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어디가 놓으라는 신호예요?”
도하가 물었다. 온재는 자기 편 선수의 손을 가리켰다. 잠금 확인 뒤 손등이 보였다. 눈금이 올라가는 동안 손을 내리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놓을 조건을 먼저 정해 둔 셈이었다. 그들은 풀었다는 말도 다시 했다. 받는 쪽에서 눈치를 챌 필요가 없었다.
도하는 목요일 유탁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올라왔다는 말을 듣고도 자기는 받침 블록을 봤다. 연결이 잘돼 있다는 것을 계속 확인했다. 이미 올라온 바퀴와 다음 끈은 그 시선 바깥에 있었다.
“힘이 남으면 더 하는 버릇이 있어요.”
“저도요. 그래서 남은 힘 말고 남은 일을 봐요.”
온재가 답했다. 그러고는 자기 차례가 끝났다며 물을 마시러 갔다. 도하는 멋진 말을 따로 적고 싶어졌다. 대신 방금 본 잠금과 손등을 그렸다. 문장만 가져가면 내일 또 자기 편한 뜻으로 쓸 것 같았다.
유탁이 장비 통로에서 돌아왔다.
그는 빌려 쓰는 제동 끈의 마모 상태를 담당자와 확인하고 왔다. 손에 익은 끈과 길이가 조금 달랐다. 도하는 짧게 놓는 법을 봤다며 바로 그림을 내밀었다. 유탁은 그림을 보다가 먼저 자기 물병을 열었다.
“우리도 올라오면 놓기로 했잖아요.”
말이 간단해서 도하는 웃지 못했다. 새로운 비법을 찾아온 사람처럼 굴고 있었다. 유탁은 목요일에 올라왔다고 두 번 말할까 고민했다고 했다. 처음엔 도하가 자기를 들었다고 대답해서 다음 손잡이로 옮길 준비를 했다고 했다.
“내가 들었다고 했지.”
“네. 그런데 계속 쥐고 있었어요. 안 들린 건지, 다른 생각인지 몰라서.”
유탁은 자기 말도 그냥 올라왔다는 것뿐이었다고 덧붙였다. 도하가 풀고 나서 누가 속도를 줄일지는 그 순간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 둘은 같은 말을 들으면 같은 동작을 할 줄 알았다. 이미 정했다는 사실이 실제 확인을 대신했다.
도하는 종이에 풀기라고 썼다. 그 앞에 잠금 확인, 뒤에 풀었음 말하기를 더했다. 유탁은 뒤 끈을 받을 사람이 준비됐는지도 넣었다. 종이는 금방 길어졌다. 도하가 웃자 유탁도 웃었다.
“이거 읽다 여덟 초 지나겠다.”
“그러니까 시작 전에요.”
세빈이 의자를 끌고 왔다. 그녀는 무릎을 편 채 앉았다. 오늘 오래 걷지는 않겠다고 했다. 도하는 자기가 그쪽은 이미 배려했다고 대답하려다가 멈췄다. 오늘 본 것은 누가 일을 끝냈는지 직접 말하는 장면이었다. 그녀가 정한 움직임도 다시 들어야 했다.
셋은 빈 받침 하나만 맡은 시간 안에 빌렸다. 도하는 능력을 쓰지 않았고, 무게를 기억하려고 어떤 물건도 들지 않았다. 유탁이 받침을 밀면 도하가 앞 끈으로 받았다. 세빈은 평지에서 잠금이 걸리는 손 위치를 봤다.
첫 시도에서 도하가 너무 빨리 손을 놨다. 받침이 아직 움직이고 있었는데 연결을 푸는 흉내와 함께 제동 끈까지 느슨하게 했다. 유탁이 뒤에서 천천히 세웠다. 도하는 자기 손을 봤다. 놓는다는 말 하나에 서로 다른 일 두 개를 넣었다.
“능력은 풀어도 끈은 잡고 있어야지.”
그가 말했다. 세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울의 온재가 짐을 버린 게 아니었다. 더 쓸 필요 없는 능력을 끝내고, 필요한 실제 손잡이로 갈아잡았다. 도하는 가벼워지는 일과 멈추는 일을 이번에도 붙여 생각했다.
두 번째에는 받침을 완전히 세웠다. 세빈이 잠금을 보고 손등을 보였다. 도하는 풀었다고 말한 뒤에도 끈을 놓지 않았다. 유탁이 옮겨 잡았다고 답했다. 그제야 도하가 앞의 남는 끈을 정리했다.
빈 받침은 잘 멈췄다. 도하는 성공이라고 쓰려다가 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십 킬로그램과 능력 해제를 합친 확인은 오늘 하지 않았다. 손이 나았다는 기분으로 그 순서를 한꺼번에 뛰어넘고 싶지는 않았다.
잠깐 뒤 유탁이 물었다.
“형은 오래 쥐면 뭐가 좋아요?”
도하는 안정적이라고 답했다. 그러고 나서 어느 물건이 안정적인지 다시 생각했다. 받침 위 짐은 이미 잠겼는데 자기는 손 안의 감각이 계속 선명한 것을 좋아했다. 연결이 살아 있으면 자기가 아직 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안 빠진 것 같아.”
그는 대답을 고쳤다. 목요일 의자에서 둘이 미는 걸 본 이야기를 했다. 유탁은 그때 힘들었다고 바로 답했다. 도하는 아까의 민망함보다 그 답이 더 아팠다. 힘들지 않았다고 해 주면 빠지는 법도 쉽게 배웠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형 손 떨리는데 붙여 두는 게 낫지는 않았어요.”
유탁이 덧붙였다. 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짧게 놓는 법을 배운다고 목요일 둘의 일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다음번에 무조건 채우겠다는 말 대신, 쓸 필요가 끝났을 때 자기도 다른 손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준결승 코스 확인은 점심 전에 끝났다.
내일 상대 너울은 도하가 영상으로 본 팀이었다. 긴 첫 경사로에서는 줄을 바꿔 잡느라 자주 섰고 마지막 문 진입도 느린 편이었다. 이번 코스는 첫 턱 뒤 평지가 가까웠다. 잔돌이 연습한 짧은 옮김과 두 제동수 배치를 쓰기 좋아 보였다.
도하는 이번 대진이면 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세빈은 동의했다. 상대를 약한 사람들로 부르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너울은 순위전에서 구간 점수를 모아 여기 왔다. 다만 코스 길이와 잔돌의 현재 동선이 맞는 쪽이었다.
“문까지 육십 초 남기면 여유가 있겠네요.”
도하가 말했다. 세빈은 여유를 먼저 쓰지 말라고 했다. 정확한 시간은 내일 실제 경기를 해 봐야 알았다. 도하는 구겨진 그림을 폈다. 낙관하는 문장에 들어 있는 초는 잠처럼 아직 얻지 않은 것이었다.
코스는 첫 짐을 평지에 세운 뒤 두 개의 낮은 굽이를 통과하는 둘째 구간으로 이어졌다. 첫 짐은 세빈이 문 옆 평지로 옮길 수 있었다. 마지막 문에는 멈춤쇠 앞 확인 자리도 있었다. 세빈은 그 자리에 유탁이 도착하기 전 연결을 시작하지 않는 순서를 짚었다.
첫 구간에는 잠금이 걸리면 풀기. 마지막 문에는 열린 문이 실제로 고정된 것을 보고 풀기. 같은 짧은 연결이라도 끝나는 조건은 달랐다. 도하는 둘을 같은 이 초로 맞출 수는 없다고 적었다. 온재의 시간을 훔쳐 자기 한계 대신 넣지는 않았다.
세빈은 내일 첫 짐에서 받침으로 옮긴 뒤, 눈으로 바퀴와 잠금을 보는 자리를 골라 달라고 했다. 도하는 가장 편한 앞쪽을 가리켰다. 유탁이 그곳은 자기가 뒤 끈으로 돌아갈 때 시야가 겹친다고 했다. 그는 반 걸음 옆으로 옮겼다.
빈 코트에서는 누구도 숨이 차지 않았고 점수판도 꺼져 있었다. 오늘 손도 조용했다. 도하는 내일도 이 그림대로 하고 싶었다.
기구 반납 시간이 왔다. 셋은 빈 받침을 지정된 칸에 돌려놓았다. 온재가 자기 가방을 메고 지나가며 내일 잘하라고 말했다. 도하는 짧게 놓는 걸 훔쳐 봤으니 고맙다고 했다. 온재는 따라 하다가 급하게 놓지는 말라고 웃었다.
도하는 오늘 실제로 끈을 일찍 푼 얘기를 했다. 온재도 소리 내 웃었다. 자기에게도 자주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경쟁자가 알려 준 동작이라고 완성품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도하는 그 웃음이 이상하게 좋았다.
점심은 경기장 밖에서 먹었다.
유탁이 튀김 반찬을 골랐고 도하는 따뜻한 국을 골랐다. 세빈은 자기 접시를 들고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셋은 내일 상대 영상 대신 각자 반찬 값을 봤다. 오늘 점심도 각자 자기 몫을 냈다.
유탁이 조용해진 도하를 보고 왜 그러냐고 물었다. 도하는 능력을 오래 쓰는 게 장점이라고 말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제 줄이려니 이상하다고 했다. 자기 잘하는 것이 자꾸 없어지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여덟 초가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유탁이 국을 불며 말했다. 세빈은 멀리 있는 두 손이 준비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이 생기면 쓸 수 있다고 했다. 오늘 짐이 올라선 뒤에도 더 쥐던 시간과는 다른 경우였다. 도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장점을 버리라는 대답이 아니어서 더 어려웠다. 내일 어느 순간이 끝인지 매번 봐야 했다.
식당 밖에서 그는 세빈에게 내일 몸 상태부터 다시 말하겠다고 했다. 오늘 괜찮다는 말이 내일 아침 확인까지 대신하지는 않았다. 세빈도 알겠다고 답했다. 유탁은 오늘 정비소에 추가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버스가 왔다. 도하는 맨 뒤 대신 중간 빈자리에 앉았다. 가방 안의 코스 그림에는 검은 선이 여러 번 겹쳐 있었다. 그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종이는 넣었다. 오늘 저녁에는 더 열지 않기로 했다.
집에서 먹을 반찬을 생각하자 문득 손을 놓은 온재가 물을 마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능력이 끝난 사람의 빈 시간이 아니라 다음 동작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도하는 자기 손도 무릎 위에 내려뒀다. 내일 쓰기 위해 오늘은 더 잡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