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타지 15세 이용가 13화

빈 물통의 쓸모

본문 5,254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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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가운데 물통만 있었다.

도하는 미오의 카메라 옆에서 작은 화면을 들여다봤다. 빈 물통 하나가 코트 바깥 낮은 선반에 서 있었다. 뒤로는 선수들이 밥을 먹고 있었고, 바람에 비닐 덮개가 들썩였다. 누구를 이긴 장면도 아니었다. 조금 전 일 점으로 진 자기들 기록과 붙여 놓으니 더 쓸쓸해 보였다.

“저것도 찍어요?”

“지금 설명해 주신다면서요.”

미오가 답했다. 도하는 세빈을 봤다. 그녀가 자기 물통을 가리켰다. 경기 레인 안이 아니라 낮은 하중의 확인용 연습 구역 옆이었다. 남은 대기 시간에 동선을 걸어 볼 수 있다고 담당자에게 허락을 받은 자리였다. 무게 시험이나 빠른 주행은 하지 않기로 했다.

세빈은 출입선 밖 의자에 앉았다. 무릎이 뻣뻣하다고 말한 뒤였고, 오늘 더 밀거나 받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도하는 끄덕였다. 이 연습에 필요한 것은 제동할 사람 한 명을 더 뛰게 하는 일이 아니었다.

유탁이 빈 받침을 선 따라 천천히 밀었다. 도하는 옆으로 걸으며 끈을 받았다. 아까 경기의 바닥과 똑같이 만들 수는 없었다. 대신 어디를 보느라 신호가 늦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목적지 선과 자기 발과 받침을 차례로 봤다. 고개가 아래로 내려갔다.

“받는 블록은 어디 있어요?” 세빈이 물었다.

도하는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키다가 멈췄다. 이 빈 받침 연습에는 실제 블록을 가져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만 놓고 그곳을 제대로 봤다고 생각했다. 두 물건을 눈으로 유지해야 하는 능력을 쓰는 사람치고는 어설픈 준비였다.

세빈이 물통을 짚었다.

“아까 그 블록을 어디에 둘 건지, 지금은 저걸로 표시해 봐요. 실제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위치만.”

물통은 레인 바깥 선반에 있었다. 넘어져도 바퀴 아래로 들어가지 않는 곳이었다. 담당자는 이 낮은 표시물이 시야나 통행을 가리지 않는 걸 확인했다. 도하는 자기가 구상한 받는 블록의 자리와 나란한 바깥 위치로 선반을 옮겼다. 실제 경기에 개인 물건을 넣어도 된다는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유탁은 빈 받침을 다시 출발점에 뒀다. 도하는 끈을 잡고 옆걸음했다. 아까보다 시선이 높아졌다. 투명한 물통의 뚜껑이 눈 끝에 남았다. 받침이 어디쯤 왔을 때 다른 블록이 어깨 뒤로 사라질지 보였다. 그 전에 멈추면 양쪽을 볼 수 있었다.

“한 번 서 봐.”

그가 말하자 유탁이 멈췄다. 아직 멈춤선까지 조금 남았다. 도하는 눈길을 돌리지 않고 두 위치를 짚었다. 마지막에 끈을 더 당기는 것보다 몸을 어느 쪽으로 돌릴지 먼저 정해야 했다.

미오가 카메라를 조금 옆으로 옮겼다. 화면에 물통과 빈 받침이 함께 들어왔다. 그제야 도하도 설명할 수 있었다.

“저 물통으로 무게를 받는 게 아닙니다. 저기는 블록이 있을 자리예요.”

“물통은 가벼운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군요.”

“중요한 건 위치죠. 물통한테 십팔 킬로그램 보내면 선반부터 버텨야 하고요. 그런 시험 안 합니다.”

도하는 말하다가 웃었다. 자기가 너무 딱딱하게 잘라 말한 것 같았다. 하지만 물통도 영웅 물건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비어 있고 눈에 잘 보이며 바퀴 밖에 있다는 이유로 골랐다. 물을 채워 마실 때에는 그냥 물통이었다.

유탁이 옆에서 손을 들었다.

“그럼 제 빵 봉투도 됩니다.”

“바람에 날아가면 블록 자리도 날아가냐.”

“제가 먹지만 않으면.”

세빈이 웃었다. 도하는 화면을 다시 봤다. 빈 물통 하나 때문에 패배가 덜 아파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까 말하지 못한 자기 실수가 조금 더 정확해졌다. 멈춰야 할 끝만 보고, 두 물건을 함께 볼 몸의 자리는 늦게 정했다.

그들은 빈 받침으로 한 차례만 더 걸었다. 도하는 앞에서 끈을 당기는 자세 대신 옆면을 보며 물러섰다. 물통과 받침이 동시에 남는 범위에서 멈췄다. 줄자로 실제 표면 간 거리를 잴 수 있는 블록은 없으니, 이걸 삼 미터 안의 성공이라고 기록하지는 않았다. 다음에 실물을 놓고 확인할 후보 자리를 찾은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빨라져요?” 미오가 물었다.

도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몰라요. 오늘은 어디서 안 보이는지 봤어요.”

그녀는 그 말을 다시 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방금 찍힌 소리가 있다며 카메라를 내렸다. 대단한 기술 이름을 붙이지 않아서 도하는 조금 편해졌다. 유탁은 자기 빈 받침을 지정된 곳에 돌려놓았다. 세빈은 물통을 가져와 물을 채웠다. 표시가 사라져도 바닥을 기억할 수 있는지 도하는 한 번 돌아봤다.

잘못 짚었다. 물통이 있던 곳보다 반 걸음 뒤였다.

그는 웃으며 휴대폰 사진에 위치를 남겼다. 눈에 익었다는 기분과 정확히 아는 일 사이에는 아직 틈이 있었다.


귀가 버스에서 유탁은 잠들기 전에 다음엔 두 점은 하자고 말했다.

도하는 바로 삼 점이라고 고치지 않았다. 지난 경기까지 세 점을 따던 팀이 한 점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더 적게 바라면 덜 실망할까 봐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유탁의 말에는 숫자보다 먼저 오늘 부족했던 걸 하나 채우고 싶다는 뜻이 있어 보였다. 도하는 직접 물었다.

“어느 구간부터?”

“둘째 굽이요. 거기서 계속 멈췄잖아요.”

“나는 첫 내리막에서 시간을 너무 썼어.”

세빈은 눈을 감은 채 들었다. 두 사람이 금방 훈련 날짜까지 잡으려 하자 그녀가 다음 날은 쉬자고 말했다. 도하는 근무가 있다고 답했다. 그녀는 근무 말고 훈련을 말한 거라고 했다. 유탁이 먼저 웃고 고개를 좌석에 기대었다.

도하는 집에 도착해서 젖은 양말부터 빨았다. 운동화 안쪽을 말리고, 원정비로 적어 둔 금액 옆에 실제 쓴 돈을 넣었다. 계획보다 적게 쓴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돌아오는 차를 놓쳐 택시를 타는 비용은 생기지 않았다. 아직 오지도 않은 지원금 칸은 만들지 않았다.

냉장고에는 월요일에 먹을 반찬이 있었다. 그걸 꺼내다 가방 옆에 세워 둔 자기 물병을 봤다. 세빈의 물통처럼 뚜껑 색이 눈에 띄었다. 내일 점심에는 이걸 채워 갈 것이고, 수요일 저녁에는 비슷한 것으로 블록 위치를 표시할 수도 있었다. 같은 물건이 늘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는 한숨을 쉬고 밥을 데웠다. 다만 역할을 바꿀 때 누구에게 무엇을 시키는지 설명해야 했다. 사람도 그렇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먼저 물어야 했고, 물통은 바닥에 세워도 됐다.

월요일 센터에서 도하는 낮은 운반차를 밀었다. 앞에 빈 상자가 놓여 있어 동료에게 치워 달라고 했다. 어제 코트였다면 저 자리에 블록을 둘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는 실제 작업 통로에서 실험하지 않았다. 눈에 들어온 생각은 점심시간에 메모하면 됐다.

동료는 상자를 치우고 여기 두면 또 걸린다고 했다. 도하는 빈 상자도 자리를 차지한다는 그 말을 들었다. 가벼우면 길을 덜 막을 거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몸에 안 닿아도 시야를 가릴 수 있었다. 그는 코트 그림에서 자기 표시물도 바깥으로 한 번 더 뺐다.

점심에 미오가 짧은 영상을 보냈다. 공개 전에 자기 말이 잘렸는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도하는 물통 장면의 앞뒤를 봤다. 영상 속 자신은 십팔 킬로그램을 말하다가 빈 받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세빈은 의자에 앉아 있었고 유탁이 받침을 밀었다. 누가 무엇을 했는지 다 보였다.

그는 자기가 물통으로 능력을 썼다는 뜻으로 읽힐 대목은 없다고 답했다. 세빈과 유탁도 각자 자기 말을 확인한 뒤 공개에 동의했다. 다음 경기에 쓸 비밀을 전부 보여 줬다는 걱정이 뒤늦게 들었지만, 아직 실물로 검증도 하지 않은 자리였다. 보였다고 곧 성공한 전술이 되는 건 아니었다.


수요일 잔돌에서는 물통 자리에 진짜 블록을 놓았다.

도하는 퇴근 후 손의 상태를 말하고 준비 운동을 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능력 훈련을 쉬었다. 세빈도 오늘 무릎이 평소 범위라고 답했다. 코트 반쪽만 쓸 수 있어 긴 내리막은 만들지 않았다. 일요일 경기 전체를 재현하려는 날이 아니었다.

십 킬로그램 훈련 블록 둘을 각각 저울에 올려 확인했다. 도하는 하나씩 통째로 들고 일 초 넘게 유지한 뒤 기억했다. 새로 세운 물병은 레인 밖 의자 위에 남겼다. 그것까지 등록하지 않았다. 받는 블록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쓰려면 표식으로 충분했다.

받는 블록은 낮고 단단한 받침 위에 고정했다. 유탁이 밀 블록은 바퀴 받침에 놓았다. 두 표면 사이는 가장 멀어질 때 이 미터 육십이었다. 도하는 오른손으로 움직일 블록에 직접 닿아 오 킬로그램만 옮겼다. 저울을 본 세빈이 받는 쪽 십오라고 말했다.

도하는 손을 떼고 끈을 받았다. 일요일에 걸었던 옆걸음을 했다. 두 블록이 함께 보였다. 유탁이 느리게 밀자 도하는 미리 정한 자리부터 속도를 줄였다. 삼 초 안에서 완전히 세우고 연결을 풀었다. 저울이 다시 십으로 돌아갔다.

실제 블록이 들어오자 물병과 달랐다. 낮아서 끈이 눈앞을 지날 때 모서리가 가려졌다. 도하는 한쪽만 보이기 전에 몸을 조금 더 열어야 했다. 유탁이 제동 끈의 고리 방향을 확인했다. 세빈은 멈출 자리보다 옆에 설 공간을 먼저 표시했다.

“물통 보고 연습한 그대로는 안 되네.” 도하가 말했다.

“위치만 표시했잖아요.” 유탁이 답했다. “모양은 다르죠.”

도하는 웃었다. 설명할 때는 알았던 차이를 자기 몸에 적용할 때는 또 잊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실전에서 처음 알지는 않았다. 그는 앉아 손 상태를 확인했다. 당김이나 떨림은 없었다. 오늘 능력 확인은 그 한 번으로 끝냈다.

나머지는 빈 받침으로 했다. 유탁이 뒤쪽 제동 끈을 잡아 보겠다고 말했다. 첫 출발에서 힘쓰던 손을 마지막에 남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도하는 유탁의 손목이 어떤지 먼저 물었다. 통증은 없지만 정비 근무가 긴 날에는 훈련을 줄이고 싶다는 답이 왔다.

셋은 빈 받침을 사이에 놓고 손을 바꿨다. 유탁이 제동 쪽으로 가면 출발시키는 사람이 줄었다. 처음 세 걸음이 느려졌다. 도하는 초시계를 보고 일단 다음에 다시 보자고 했다. 버릴 방법이라고 쓰지는 않았다.

세빈은 그 표시 옆에 빈칸을 남겼다. 한 명이 쉬는 동안 다른 둘이 무엇을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도하는 자기 물병을 들고 그 빈칸 앞을 걸었다. 처음에는 저울에 안 올라가는 물건이 쓸모없어 보였다. 이제는 무게를 옮기지 않아도 동작을 바꾸게 할 자리가 보였다.

훈련이 끝날 때 다음 순위전 상대가 공지됐다. 모랫길. 물가에서 다음 일요일 오후에 만날 팀이었다. 도하는 이름 옆 공개 영상 링크를 눌렀다. 첫 짐을 미는 속도가 빨랐고 뒤의 선수는 처음부터 끈을 잡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모랫길 선수의 짧은 인터뷰가 붙었다. 미오가 잔돌을 어떻게 봤느냐고 묻자 그 선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첫 경사로에서 오래 잇더라고요. 거기부터 봐야죠.”

도하는 물병을 내려놓았다. 상대도 같은 화면을 보고 있었다.

13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