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타지 15세 이용가 6화

버리고 갈 수 없는 신발

본문 5,240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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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는 신발을 벗기 전에 점심부터 먹었다.

경기장 복도 벤치에서 손이 가라앉기를 기다리자 유탁이 배고프다고 세 번 말했다. 첫 승리를 한 사람치고는 요구가 소박했다. 세빈은 도하에게 손가락을 펴 보라고 한 뒤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신발을 살피던 송주도 일어섰다.

“우승 기념 식사는 누가 삽니까?”

“첫 예선이야.” 송주가 말했다. “각자 먹은 것부터 내자.”

유탁이 입맛을 다시자 도하가 웃었다. 사 초 차 승리에 붙는 상금은 없었다. 경기장에서 나온 네 사람은 길 건너 백반집으로 들어갔다. 도하는 신발을 벗는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앉아서 다리를 뻗을 수 있다는 말에 안쪽 방을 골랐다.

신발 뒤축에서 검은 가루가 떨어졌다.

그는 손으로 쓸어 모았다. 아까 마지막 문 앞에서 발이 돌던 순간이 늦게 선명해졌다. 넘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끝난 일처럼 생각했었다. 신발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유탁이 바닥에 신문지를 깔았다. 신발을 뒤집어 보더니 안쪽 천도 손끝으로 눌렀다. 도하는 물류센터에서 신는 안전화를 떠올렸다. 그것도 밑창이 닳으면 장비실에 보여 줘야 했다. 자기 돈으로 산 운동화에는 왜 그런 순서가 없었는지 이상했다.

“접착제로 붙이면 안 되냐?”

“벌어진 건 붙일 수 있죠. 그런데 없는 밑창은 못 붙여요.”

유탁이 바깥 뒤꿈치를 가리켰다. 한쪽은 고무가 남았고 한쪽은 얇은 속이 보였다. 도하는 비뚤어진 신발을 손바닥에 올렸다. 빈 쪽으로 발이 기울어질 만했다.

“네가 고쳐 주면 싸잖아.”

말하고 나니 유탁의 손이 멈췄다.

“차 밑에 들어갈 공구는 있어요. 발 밑은 잘 몰라요.”

도하는 신발을 내려놓았다. 그 말에는 뾰족한 데가 없었는데 자기 귀가 조금 뜨거웠다. 유탁에게 부탁하는 건 쉬웠다. 무거운 것도 잘 들고 고장 난 것도 고치고, 부탁하면 대체로 웃었다. 그렇다고 잘 모르는 일까지 잘할 이유는 없었다.

“맞네. 내가 너무 쉽게 말했네.”

“일단 신발 수선하는 데서 봐요. 바닥 통째로 바꿀 수 있는 모양인지.”

유탁이 신문지를 접었다. 밥이 나왔다. 세빈은 자기 무릎 옆에 가방을 끼워 넣고 국그릇을 당겼다. 도하는 세빈이 대단한 교훈이라도 말해 주리라 기다렸다가, 세빈이 반찬부터 집는 걸 보고 숟가락을 들었다. 신발은 잠깐 상 밑에서 기다렸다.

밥값을 낸 뒤 송주는 체육관으로 돌아갔다. 저녁 줄넘기 수업 전에 매트를 펴야 한다고 했다. 첫 승리 소식을 현수막으로 붙일 거냐는 유탁의 물음에는 창문 닦는 걸 먼저 도와 달라고 답했다.

도하는 웃다가 멈췄다. 일요일 오후가 승리의 뒤풀이가 아니라 각자 하던 일로 조금씩 나뉘고 있었다. 세빈은 오늘 추가 훈련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하는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대꾸했고, 유탁이 바로 자기는 물어보려 했다고 고백했다.

세 사람은 시장 입구 수선점까지 천천히 걸었다. 도하는 닳은 쪽을 바닥에 끌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자 발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세빈이 걸음이 이상하다고 하자 그는 걸음을 멈췄다.

“신발 때문에 걷는 법을 바꾸면 다른 데가 아파요.”

“그럼 지금 벗고 갑니까?”

“천천히 가요. 제가 빨리 가라고 안 했잖아요.”

세빈도 빠르지 않았다. 도하는 그녀와 나란히 걸었다. 유탁은 앞서 가다가 둘을 기다렸다. 셋 사이의 간격이 경기 때와 달라서, 누가 뒤처졌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수선점 주인은 신발 한쪽을 받아 돋보기 아래 놓았다. 바닥을 눌러 보고 뒤축을 비틀었다. 도하는 가게 벽의 반듯한 구두들을 보며 자기 운동화가 지나치게 가난해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이건 바깥 덧창을 갈아 댈 수는 있어요. 안쪽까지 무너지진 않았네.”

“뛰어도 됩니까?”

주인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발을 넣어 보라고 했다. 도하는 평소 신는 양말 그대로 신었다. 발뒤꿈치가 안에서 놀지 않는지, 엄지가 앞에 눌리는지 물었다. 대회가 있다니까 주인의 표정이 더 신중해졌다.

“붙여 놓고 바로 뛰면 안 돼요. 충분히 굳힌 다음 평지에서 먼저 확인해요. 바닥이 달라지니 낯설 거야. 불편하면 억지로 적응하려고 하지 말고.”

도하는 수선 비용을 듣고 휴대폰의 생활비 메모를 열었다. 새 신발을 사는 돈보다 적었다. 그렇다고 점심값을 아끼면 저절로 생기는 돈도 아니었다. 다음 주 버스비와 세탁비 아래에 수선비를 적으니, 그 아래 남은 숫자가 제법 작아졌다.

유탁이 옆에서 화면을 보려다가 고개를 돌렸다. 도하는 고마웠다. 세빈은 어떤 걸 택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대회 전까지 평지에서 확인할 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신발, 발에 아픈 데는 없었어요?”

“없었어요. 새것일 때는요.”

“그럼 수선하고 다시 봐요. 발이 안 맞으면 비싸게 고쳐도 못 신어요.”

도하는 신발을 맡겼다. 돌아갈 때 신을 것은 가방의 실내용 운동화였다. 경기장 오기 전에 갈아 신었던 가벼운 신발이었고, 바깥에서 오래 걸을 밑창은 아니었다. 가까운 정류장까지 가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유탁이 택시를 부르자는 말을 꺼냈다가 도하의 얼굴을 보고 휴대폰을 내렸다.

“그 돈이면 발도 같이 태우고 싶지.”

“형 발은 이미 타고 있잖아요.”

“그래서 두 배 요금 받으면 안 타.”

세빈이 웃었다. 도하는 봉투에 담긴 수선표를 가방 깊이 넣었다. 버리고 새것을 사는 것보다 늘 낫다고 생각해서 한 선택은 아니었다. 아직 맞는 갑피가 남아 있었고, 고칠 수 있는 부분과 못 고치는 부분을 확인했다. 자기 발에 필요한 만큼을 골랐다는 게 조금 덜 초라했다.

버스에서 그는 다음 주 근무표를 봤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 시간은 같았다. 목요일에는 잔업 희망 조사 칸이 비어 있었다. 수선비를 생각하면 누르고 싶었다. 그러나 토요일 수당을 포기했던 마음과 오늘 사 초를 벌었던 마음이 똑같은 돈을 놓고 싸우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아직 지원하지 않았다. 집에 가서 자고 생각하기로 했다. 결정을 늦추는 데도 마감이 필요해서, 알림을 월요일 점심으로 맞췄다.

유탁에게 대화가 왔다. 느린파도에서 합동 연습 날짜를 물었는데 자기들 정비소 일정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어 백선 대진표 사진이 올라왔다. 이미 경기장 복도에서 본 두 이름이 화면에서도 나란했다.

잔돌. 백선 이군.

도하는 엄지로 사진을 확대했다. 내일이 아니라 다음 주 일요일이었다. 그 사이에는 닷새의 출근과 한 번의 토요일이 있었다. 전부 훈련으로 채울 수 있는 빈칸은 아니었다.

집에 도착하자 빨래 건조대가 먼저 길을 막았다. 도하는 경기 가방을 내려놓고 양말을 벗었다. 발목은 붓지 않았고 뒤꿈치에도 까진 데가 없었다. 손은 이제 떨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일 아침까지 쓸 힘이 남아 있다는 증명은 아니었다.

그는 물을 마시고 잠깐 누웠다. 가방 끈이 침대 옆으로 늘어졌다.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였지만 그대로 두었다. 경기장에서 돌아온 짐까지 오늘 안에 반듯하게 정리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한 시간 뒤 눈을 뜨자 유탁이 장갑을 말려 두라는 말을 보내 놓았다. 도하는 그제야 가방을 열었다. 젖은 장갑을 창틀에 펴고 물병을 헹구었다. 신발이 없는 자리가 가방 안에서 유난히 넓었다. 다음 대회 날 아침에 신발부터 찾지 않도록, 수선표를 현관 열쇠 밑에 놓았다. 그 정도 정리는 피곤한 내일의 자신에게 해 줄 수 있었다. 휴대폰에서 첫 승리 영상 알림이 울렸다. 유탁이 자기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보낸 것이었다. 도하는 답장으로 엄지 하나를 보내고 화면을 엎었다. 오늘은 이긴 장면도 나중에 봐도 됐다.


월요일 아침의 안전화는 수선 맡긴 운동화보다 무거웠다.

도하는 끈을 당기다 말고 밑창을 뒤집어 봤다. 같은 버릇으로 바깥이 닳고 있었지만, 교체 기준선은 아직 남았다. 그래도 장비 담당에게 보여 주고 확인을 받았다. 운동화 대신 안전화를 신고 대회에 나가면 어떠냐는 생각은 신발을 신는 순간 사라졌다. 발 앞을 지켜 주는 것과 코트에서 몸을 돌리는 건 다른 일이었다.

분류 벨트는 대회 이야기를 몰랐다. 상자가 밀리면 밀린 만큼 도하가 움직여야 했다. 점심 전에는 팔뚝이 묵직해졌다. 도하는 무게를 옮겨 보면 편해질까 생각하다가 손을 멈췄다. 센터의 상자를 경기 물건처럼 골라 기억한 적도 없었고, 동료들은 능력 사용에 동의한 적도 없었다. 장비 동선을 자기 편의로 바꿀 수는 없었다.

그는 평소대로 반장을 불렀다. 앞 구역이 막혔다고 알리고 벨트 속도를 조정했다. 해결된 상자 줄을 보며 조금 우스워졌다. 사람을 부르는 방법은 능력이 생기기 전에도 있었다.

점심에는 잔업 희망 칸을 다시 열었다. 유탁이 보낸 훈련 희망 시간과 자기 수면 시간을 종이에 나란히 적어 봤다. 목요일 잔업을 하고 금요일까지 훈련하면 잠이 먼저 줄었다. 그는 목요일만 잔업에 지원하고 그날 훈련은 빼겠다고 팀에 보냈다. 수선비 때문에 무조건 한 번 더 뛰겠다는 말은 적지 않았다.

세빈의 답은 짧았다. 알겠다고, 수요일에도 상태부터 보겠다고 했다. 유탁은 자기도 목요일 마감 작업이 있다며 좋아했다. 도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혼자 빠지겠다고 말하는 것보다 셋의 일정을 맞추는 말이 오래 걸렸지만,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불안하지는 않았다.

퇴근 뒤 수선점에서 신발을 받았다. 뒤축에 얹힌 새 고무는 기존 밑창보다 색이 짙었다. 주인은 손으로 접착 부위를 당겨 보이고 오늘은 걷기부터 하라고 했다. 도하는 가게 앞 평지에서 왕복했다. 발이 바깥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다만 뒤꿈치가 조금 높아진 느낌이 들어 끈을 다시 묶었다.

“선수 신발 같네.” 유탁이 말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먼저 와 있던 그는 도하의 발 앞에 쪼그려 앉았다. 도하는 웃었다.

“수선한 사람 신발이지.”

“선수도 수선하죠.”

유탁은 바닥을 한 번 더 살피고 일어났다. 체육관까지는 걷되 오늘 급회전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말은 세빈이 보내 줬지만, 유탁이 먼저 지켰다. 앞서 뛰지 않고 도하 옆에서 보폭을 줄였다.

잔돌에서는 줄넘기 수업이 끝나고 있었다. 송주는 학생에게 줄을 건네며 다음 주에도 시간은 같다고 말했다. 그 뒤 유리문에는 여전히 코트 전환 안내가 붙어 있었다. 첫 승리 사진은 그 옆 작은 게시판에 있었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가리지 않았다.

도하는 평지 끝까지 걸어 보고 신발을 벗었다. 까진 곳도 새로운 통증도 없었다. 세빈은 그걸 확인한 뒤 빈 받침 하나를 코트 가운데 밀어 놓았다.

“내일은 이걸 어디까지 가져갈지 봐요. 힘 안 쓰고.”

받침 맞은편에는 삼 미터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그 바깥으로 빈 길이 길게 이어졌다. 도하는 백선 대진표를 떠올렸다. 자신의 힘이 닿는 곳까지만 계속 보아서는 그 길이 남을 터였다.

그는 새로 덧댄 뒤꿈치로 바닥을 천천히 눌렀다.

“저 선 밖부터 걸어 볼까요.”

6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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