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타지 15세 이용가 5화

가장 무거운 문

본문 5,388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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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파도의 주장은 물병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저희는 안 빨라요. 대신 안 돌아갑니다.”

말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도하는 그게 허세보다 더 신경 쓰였다. 흰머리가 조금 섞인 주장의 옆에서 젊은 선수 둘이 물건을 들어 보고 있었다. 세 사람은 각자 확인한 손잡이에 같은 색 테이프를 붙였다.

도하는 자기 레인으로 돌아왔다. 일요일 오전, 첫 공식 예선이었다. 어제 평가전에는 없던 대회 진행판이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이겨야 다음 주 두 번째 예선으로 간다. 거기서 한 번 더 이겨야 여덟 팀 안에 든다.

송주는 오늘도 앞줄에 앉았다. 학생 둘은 어제와 다른 과자 봉지를 들고 있었다. 그들 뒤로 낯익은 자전거 주인도 보였다. 그는 도하와 눈이 마주치자 손으로 자전거 핸들을 돌리는 시늉을 했다. 도하는 처음으로 그에게 웃으며 손을 들 수 있었다.

유탁은 제동 끈의 고리를 확인했다. 세빈은 문 옆의 빈 공간과 추의 최저 위치를 다시 봤다. 어제 오후의 분필선은 지워져 있었다. 오늘은 오늘의 장비였다.

도하는 이십 킬로그램 블록을 하나씩 들었다. 첫 운반 짐, 첫 경사로 옆에서 무게를 받아 줄 블록, 마지막 문 고리에 걸 블록. 셋의 감각이 손바닥에 남았다. 삼십오 킬로그램 짐은 두 번째 구간 도착 받침에 두면 끝이었다. 마지막까지 데리고 갈 짐은 첫 블록과 고리 블록이었다.

그는 정확히 그 순서로 동료들에게 말했다. 유탁은 각각의 위치를 가리켜 답했다. 세빈은 마지막에 도하의 손을 봤다.

“지금 괜찮아요?”

“안 떨립니다. 어제보다 잘 잤고요.”

“끝날 때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응원치고는 건조했다. 도하는 그게 세빈의 응원이라는 걸 이제 알았다.

호루라기가 울렸다.

유탁이 첫 짐을 경사로 입구에 올렸다. 도하는 위쪽에서 손잡이를 받고, 유탁이 손을 뗀 뒤에만 연결을 열었다. 블록의 하중이 옆의 받침 블록으로 옮겨졌다. 발밑에서 바퀴가 가볍게 돌아갔지만 끈은 느슨하게 풀지 않았다.

세빈의 손이 아래로 갔다. 도하는 작은 걸음으로 물러서며 속도를 낮췄다. 짐이 구간선 안으로 들어오고 끈이 팽팽해졌다. 연결을 푼 뒤 묵직해진 바퀴가 멎었다.

일 점.

남은 시간 백삼십사 초였다. 도하는 상대 레인을 보지 않았다. 대신 경기장 스피커에서 느린파도의 첫 구간 통과 소리가 조금 늦게 들렸다. 앞선다는 걸 귀로 아는 기분은 눈으로 보려 할 때보다 훨씬 편했다.

회전 구간으로 들어갔다. 삼십오 킬로그램 짐의 손잡이를 접고 낮은 받침에 눕혔다. 유탁이 밀고 도하는 바깥 끈을 당겼다. 머리 위의 가로대를 지나갈 때 도하는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폈다가 다시 숙였다.

“발, 바깥.”

유탁의 말에 도하가 왼발을 옮겼다. 끈이 바퀴 아래로 들어가지 않았다. 세빈은 앞에서 다음 굽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넷을 세고, 뒤쪽 바퀴가 빠져나오면 몸을 돌리는 순서였다.

상대의 바퀴 소리가 가까워졌다.

도하는 앞을 봤다. 끈이 손바닥을 긁었다. 물류센터 장갑보다 얇은 경기 장갑 아래로 땀이 찼다. 그는 빨리 당기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사 초 늦게, 대신 십일 초를 잃지 않기.

첫 굽이는 잘 돌았다. 두 번째 굽이에서 짐이 아주 조금 기울었다. 유탁이 멈췄다. 도하는 끈을 세게 당기지 않았다. 유탁의 발이 바퀴를 피한 뒤에야 그가 다시 밀었다.

멈춘 시간은 삼 초 정도였다. 그 사이 느린파도의 블록이 반 몸길이 앞서 갔다.

유탁이 이를 악물었다. 도하는 그의 어깨를 봤다. 어제 같았으면 왜 서두르지 않느냐고 물었을 것이다. 오늘은 무게를 힘으로 눌러 돌릴 때 팔이 어디에 걸리는지 알았다.

“괜찮아. 계속.”

그 말이 자기한테 하는 말인지 유탁한테 하는 말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삼십오 킬로그램 짐이 도착 받침 안에 들어갔다. 심판이 손을 들었다. 이 점. 남은 시간 쉰일곱 초.

느린파도의 이 점이 먼저 켜졌다. 차이는 겨우 다섯 초쯤이었다. 도하는 상대를 보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을 자기 머릿속에 하나 더 만들 뻔했다. 그러다 지웠다. 꼭 봐야 할 때는 볼 수 있어야 했다. 다만 지금은 자기 짐이 먼저였다.

유탁이 고리 블록을 마지막 문 뒤에 걸었다. 세빈은 첫 짐을 문 옆 벽 쪽으로 밀었다. 도하는 줄자 대신 어제 정한 바닥 눈금을 봤다. 둘 사이의 거리는 추의 끝에서도 삼 미터를 넘지 않았다.

도하가 첫 짐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그때 왼쪽 뒤꿈치가 미끄러졌다.

닳은 운동화 밑창이 바닥의 먼지를 타고 돌아갔다. 도하는 손으로 짐을 잡고 버텼다. 유탁이 팔을 뻗었지만 도하는 먼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연결을 열지 않았다. 넘어지지 않았고 발목도 괜찮았다.

“신발.”

그가 짧게 말했다. 세빈이 바닥을 봤다.

“발 넓게. 여기부터는 뛰지 않아요.”

도하는 발을 고쳐 디뎠다. 몇 초가 더 흘렀다. 관중석 소리가 한 덩어리로 멀어졌다. 그는 크게 숨을 들이켜려다가 유탁이 늘 하던 말을 떠올렸다. 너무 깊게 들이켜면 숨 못 내쉰다고. 평소처럼 쉬면 된다고.

도하는 숨을 내쉬었다.

왼쪽 운반 짐. 오른쪽 고리 추. 유탁은 손을 뗐다. 세빈은 문 옆 안전선 밖에 섰다. 옮길 무게 십팔 킬로그램. 네 번이 아니라 한 번. 오래가 아니라 필요한 동안.

“열어요.”

블록의 하중이 바뀌었다. 문 뒤의 추에 십팔 킬로그램이 더해졌다. 오십사와 이십과 십팔. 문보다 아주 조금 무거워진 반대쪽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 힘으로 문이 말려 올라갔다.

빨라지지는 않았다. 물건의 질량은 그대로였고 쇠줄의 마찰도 남았다. 도하는 손끝에 힘을 주지 않으려고 엄지를 살짝 폈다. 힘으로 더 밀어붙이는 능력이 아니었다.

하나. 둘.

옆 레인에서도 쇠줄이 울렸다. 느린파도는 손잡이 두 개를 나눠 잡고 문을 당기고 있었다. 그들의 주장은 마지막까지 뒤에서 움직였다. 느린 팀은 끝까지 느리고, 그래서 끝까지 같은 속도로 왔다.

셋. 넷.

도하는 문이 아니라 추의 아래쪽을 봤다. 첫 짐이 움직이지 않는지 옆눈으로 확인했다. 벽 쪽 낮은 바닥 고리에 제동 끈이 걸려 있었다. 유탁은 기다렸다. 먼저 가져가면 안 되는 물건이 있다는 걸 둘 다 알았다.

다섯을 조금 넘었을 때 세빈이 손을 들었다.

“고정!”

멈춤쇠가 걸렸다. 도하는 바로 연결을 풀었다. 다시 원래 하중으로 돌아온 블록이 받침을 눌렀다. 문은 내려오지 않았다.

유탁이 고리에 건 블록을 빼 들었다. 도하는 그가 좁은 통로를 지나갈 때까지 제자리에 있었다. 먼저 뛰면 부딪친다. 자신의 차례가 느리다는 사실이 여기서는 아무 약점도 아니었다.

세빈이 벽 쪽 첫 짐의 제동 끈을 풀었다. 짐을 직접 들어 올리지 않고 받침을 밀어 통로 쪽으로 돌렸다. 오른쪽 다리를 끌지 않았다. 허리를 낮추고 작은 보폭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동작을 했다.

도하가 반대편에서 끈을 받았다.

“제가 제동.”

“확인.”

세빈이 밀고 도하가 받았다. 마지막 경사에서 바퀴가 빨라졌다. 도하는 끈을 당기며 몸을 뒤로 움직였다. 발을 짐 앞에 세우지 않았다. 운동화의 닳은 바깥쪽을 피해 발바닥 안쪽으로 바닥을 느꼈다.

짐이 선을 넘었다. 세빈이 넘었다. 유탁은 고리 블록을 선 뒤 받침에 내려놓고 도하를 봤다.

“형!”

도하는 딱 한 걸음을 더 갔다.

잔돌 삼 점. 남은 시간 열한 초.

호루라기가 울렸다. 도하는 유탁의 얼굴을 봤다. 웃고 있었다. 아직 상대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데 시간이 걸렸다. 도하는 고개를 돌렸다. 느린파도의 마지막 짐이 선 바로 앞에 있었다.

그들의 주장이 짐을 밀어 넣고 들어왔다. 남은 시간 칠 초.

삼 점 대 삼 점. 사 초 차였다.

유탁이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함성을 지를 타이밍을 놓친 사람 같았다. 그러더니 도하의 양어깨를 잡았다. 도하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몸이 흔들리자 손이 조금 떨려서, 그는 유탁에게 잠깐 놓으라고 했다.

유탁은 즉시 놓았다. 그게 더 좋았다.

심판이 승리 팀을 확인했다. 공식 기록판에 잔돌이라는 두 글자가 올라갔다. 도하는 그 이름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세빈이 자기 무릎보다 도하의 손을 먼저 보려고 하자 그가 의자를 당겼다.

“둘 다 앉죠.”

그녀가 웃으며 앉았다. 세 사람은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결승선을 넘을 때보다 그때 더 같은 팀처럼 보인다고 도하는 생각했다.

느린파도의 주장이 다가왔다. 그는 패배한 사람보다 운동을 마친 사람의 얼굴이었다.

“마지막 추, 기다린 게 좋았어요.”

“저희 어제는 먼저 가져가서 망했습니다.”

도하가 말하자 그가 웃었다.

“그럼 오늘은 이길 차례였네요. 다음엔 저희 차례고.”

악수는 짧았다. 상대 팀의 젊은 선수가 유탁과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함께 연습할 시간이 맞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하는 이긴 팀과 진 팀이 다른 문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학생 둘이 계단을 내려와 멈춤쇠 걸리는 소리를 흉내 냈다. 한 명은 왜 마지막에 다 같이 뛰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유탁이 좁은 통로를 손으로 그리자 둘은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이해했다. 도하는 그 짧은 설명이 자기 첫 훈련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송주는 대회 안내 책자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연습장 신청 자격까지는 아직 한 번 더 이겨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체육관이 계속 지금 자리에 있을 거라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대신 오늘 저녁 줄넘기 시간은 그대로라고 했다. 두 학생은 그 말을 듣고 다시 관중석으로 뛰어갔다.

도하는 그 뒷모습을 봤다. 앞으로 남은 일이 컸지만, 오늘 끝낸 일도 작아지지는 않았다. 그는 손바닥을 무릎 위에 펴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미오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가까이 왔다. 이번에는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도하는 자기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는지 한 번 침을 삼켰다.

“십팔 킬로그램이 작긴 한데요.”

그가 말하자 유탁이 옆에서 웃음을 참았다. 도하는 말을 고쳤다.

“작아서 된 건 아닙니다. 어디 놓을지, 누가 기다릴지 정해서 됐어요.”

미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빈과 유탁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도하만의 인터뷰가 되지는 않았다. 그는 의자에 기대 자기 신발을 봤다. 바깥 뒤축이 뜯겨 있었다. 아까 한 번 미끄러진 자리였다.

관중석에서 내려온 송주가 신발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녀는 밑창을 손가락으로 눌러 보고 일어섰다.

“이걸로 다음 경기 뛰면 안 되겠다.”

도하의 웃음이 조금 잦아들었다. 능력은 공짜로 생겼는데 계속 뛰는 데 필요한 것은 그렇지 않았다. 새 신발과 교통비와 잠잘 시간. 이겨서 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무엇부터 해야 할지는 조금 보였다.

경기장 밖 복도에서 백선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결이 기록판을 접어 들고 도하에게 인사했다. 흰 유니폼의 선이 햇빛을 받아 밝아 보였다.

“첫 승 축하합니다.”

도하는 고개를 숙였다. 한결이 내민 대진표에는 다음 주 두 번째 예선의 두 팀이 적혀 있었다.

잔돌. 백선 이군.

“다음엔 천장 높이 말고, 저희 발을 보셔야겠네요.”

도하는 닳은 신발을 바닥에 한 번 눌렀다. 먼저 사야 할 것과 먼저 봐야 할 것이 동시에 생겼다.

5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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