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타지 15세 이용가 4화

천장이 낮은 코트

본문 5,276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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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들면 지는 물건이네.”

유탁이 중얼거렸다. 도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루 종일 물건을 드는 사람에게 물건을 들지 말라는 건, 그나마 할 줄 아는 것도 쓰지 말라는 말 같았다.

토요일 오후의 연습 코트는 오전 경기장 옆에 붙어 있었다. 문 위의 간판은 천장이 낮으니 장비를 높이 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곳은 두 번째 구간이었다. 상부에 낮은 가로대가 지나갔고, 그 아래로 짐을 눕혀 통과시켜야 했다.

문은 판 하나가 통째로 솟는 형태가 아니었다. 가느다란 철판들이 위쪽으로 말려 올라가서, 낮은 천장 아래에서도 사람이 지날 틈은 나왔다. 그 대신 마지막 추의 고리는 오전보다 문 가까이 붙어 있었다.

“경기 장비를 바꾸면 안 되는데, 눕혀도 됩니까?”

“공개 안내에 눕혀 운반 가능이라고 있어요. 손잡이 접는 것도.”

세빈이 바닥의 접힌 손잡이를 발끝으로 가리켰다. 유탁은 벌써 고정핀을 살피고 있었다. 도하는 그가 정비 일을 한다는 걸 자꾸 잊는다고 생각했다. 무거운 걸 잘 드는 친구로만 보고 있었다.

오전 경기를 마치고 한 시간 넘게 쉬었다. 도하의 손은 떨리지 않았지만 손가락 안쪽은 단단하게 굳은 느낌이었다. 세빈은 오늘 더는 능력을 쓰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여기서는 짐 없는 빈 받침과 고무 모형만 움직였다.

한결은 연습 구역 입구에서 백선 신입 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도하가 고개를 돌리자 그가 손을 들었다. 도움을 더 줄 생각인지, 자랑할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도하는 먼저 가서 물었다.

“왜 알려 주셨어요?”

“천장 낮다는 거요?”

“내일 우리랑 만날 수도 있잖아요.”

한결이 잠깐 도하를 봤다.

“머리 다치면 제가 이겨도 기분 더럽잖아요.”

말투는 담담했다. 도하는 적당히 멋진 답변을 준비했다가 지웠다. 미워할 구석을 찾을 틈도 없이 한결은 신입에게 보호 장갑을 돌려주고 있었다.

“그럼 전술은 안 알려 주십니까?”

“그건 싫은데요.”

도하는 처음으로 한결 앞에서 웃었다. 한결도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그런 다음 각자 자기 팀 쪽으로 돌아갔다. 경쟁자는 친절해도 경쟁자였다.

잔돌에게 주어진 코트 사용 시간은 이십 분이었다. 다른 팀도 순서를 기다렸다. 바닥 도면만 보는 데 그 시간을 다 쓸 수는 없었다.

세빈은 세 개의 빈 받침을 구간에 나눠 놓았다. 오전과 같은 순서로 가 보기로 했다. 유탁이 첫 받침을 경사로에 올리고 도하가 받았다. 하중이 없으니 발이 빨라졌다. 그건 실제 경기를 대신할 수 없었다. 세빈은 속도가 아니라 손이 어디에 놓이는지만 보라고 말했다.

회전 구간에서 도하가 받침을 세워 돌리려 하자 위쪽 손잡이가 가로대에 닿았다. 둔탁한 소리가 낮게 울렸다. 실제 블록이었다면 손이 그 사이에 있었을 자리였다.

유탁이 받침을 도로 눕혔다.

“이렇게 가야겠는데요.”

도하가 반대편에 손을 뻗었다. 유탁은 그 손을 보고 움직이지 않았다.

“형, 그쪽 말고 끝으로 와요. 같이 돌리면 오전이랑 똑같아요.”

도하는 손을 거뒀다. 몸이 기억하는 방식과 경기에서 필요한 방식이 달랐다. 물류센터에서는 좁은 곳에서도 일단 들고 돌렸다. 빨리 끝낼수록 다음 벨트가 덜 밀렸다. 여기서는 물건의 어느 쪽이 먼저 가는지가 점수가 됐다.

그는 받침 뒤로 돌아갔다. 유탁이 긴 쪽을 밀고 도하는 짧은 쪽 끈을 당겼다. 짐은 세우지 않아도 모서리를 돌았다. 다만 마지막에 유탁의 발이 끈 위에 올라갔다.

“발.”

도하가 말하자 유탁이 멈췄다. 받침도 멈췄다. 도하는 제동 끈이 쓸모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자기 힘으로 손잡이를 붙잡으려 하고 있었다.

두 번째에는 도하가 끈을 먼저 바깥으로 빼 뒀다. 모서리를 지난 받침이 곧게 섰다. 세빈이 초시계를 봤다.

“방금 게 사 초 늦어요.”

도하의 얼굴이 구겨졌다. 유탁은 그대로 손잡이를 접고 있었다.

“안 걸렸잖아요.”

“맞아. 오전엔 걸리고 다시 세우는 데 십일 초 썼어. 실제로는 칠 초 번 거지.”

숫자가 바뀌자 도하는 웃고 싶어졌다. 그러나 자기 마음도 너무 쉽게 바뀌는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사 초 느린 동작을 참지 못하면 십일 초를 잃는 사람이 자기였다.

세빈은 빈 받침을 마지막 문 앞으로 옮겼다. 오전처럼 첫 짐을 문에서 두 미터 반 떨어뜨려 놓았다. 고리의 위치가 달라져서 처음 간격은 가까워 보였다. 도하가 줄자를 대니 이 미터 팔십이었다.

문이 올라가며 고리 블록도 내려간다. 두 물건의 가장 가까운 표면 사이 거리는 그 움직임에 따라 달라진다. 오전엔 고리가 넓게 돌아도 삼 미터 안에 있었다. 이 코트에서는 짐을 옆에만 두면 후반에 삼 미터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문 올라가는 것만 봤지, 추 내려오는 건 못 봤어요.”

도하가 말했다. 세빈은 줄자 끝을 받았다.

“그럼 지금 봐요.”

능력을 쓰는 대신 유탁이 낮은 손잡이를 당겼다. 도하도 옆에서 끈을 잡았다. 힘을 나눠 느리게 문을 올렸다. 보호 걸쇠가 단마다 걸리는 동안 세빈이 추의 끝 위치를 분필로 표시했다.

가장 먼 자리에 닿았을 때 간격은 삼 미터 이십이었다.

도하는 분필선을 한참 봤다. 능력이 커지지 않아도 달라지는 게 있었다. 같은 세 미터라도 물건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쓸 수 있기도, 없기도 했다.

“첫 짐을 문 바로 앞까지 가져갈까요?”

“그러면 사람이 못 지나가.” 유탁이 고개를 저었다. “낮고 넓어서 발에 걸려요.”

“그럼 옆으로 세우면.”

“손잡이 빼야 해서 늦어요. 이쪽은 세워 놓을 받침도 없고.”

말이 자꾸 막혔다. 도하는 유탁이 자기 의견을 반박하는 게 아니라 물건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모르는 것은 자신이었다.

세빈이 벽 쪽 바닥을 가리켰다. 지나갈 사람이 없는 좁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첫 짐을 그곳에 놓으면 마지막에 다시 돌아와 꺼내야 했다.

“내가 가면 돼요.”

그녀가 말했다. 도하는 반사적으로 무릎을 봤다. 세빈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쪽은 평지예요. 뛰지 않고 밀고 나오면 돼요. 둘이 추 빼고 고리 블록 챙기는 동안.”

도하는 계산했다. 자기가 그곳에 가면 빠를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추를 떼어 줄 사람이 유탁뿐이었다. 유탁이 혼자 두 물건을 서두르면 오전처럼 먼저 끌고 가게 될 수도 있었다.

셋이 서야 할 자리를 바꾸니 길이 하나 생겼다.

빈 받침을 벽 쪽으로 넣었다. 최대로 추를 내렸을 때 간격은 이 미터 사십. 세빈이 거기서 받침을 밀고 나오는 동안 도하와 유탁은 반대편에서 빈 고리를 뺐다. 통로에서 사람 셋이 부딪치지 않았다.

모형만 쓴 연습이므로 실제 중량에서도 같은 시간이 나온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도하는 처음으로 마지막 문 뒤의 모양을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오늘 오전에는 상대의 점수밖에 안 보였다.

사용 종료를 알리는 소리가 났다. 유탁이 한 번 더 해 보자는 눈으로 세빈을 봤다. 그녀는 시계를 가리켰다. 다음 팀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도하는 제동 끈을 말고 받침을 원래 자리에 돌려놨다.

돌아가는 길, 운동장 바깥 그늘에 미오가 있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무릎에 놓은 채 오전 영상을 잘라 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도하의 얼굴 대신 바닥의 두 블록이 크게 나왔다.

“연결이 끊긴 때 여기 맞죠?”

도하는 화면을 봤다. 유탁이 짐을 당기고 도하는 문을 봤다. 자기가 틀렸던 순간을 남이 보는 건 불쾌할 줄 알았다. 실제로는 조금 후련했다. 왜 그랬는지 말할 수 있었다.

“이거 가져가면 안 된다는 말을 안 했어요. 제가.”

“이 장면 설명 넣어도 될까요?”

도하는 잠깐 생각한 뒤 유탁을 봤다. 유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빈은 잘못한 사람을 고르는 자막만 붙이지 말아 달라고 했다. 미오는 편집한 장면을 셋에게 보여 줬다. 마지막에 들어간 문장은 짧았다. 짐이 먼저 간 만큼 연결 거리가 끊겼다.

보는 사람이 그걸 알아볼 수 있다면, 이긴 장면도 조금 다르게 보일 것 같았다.

늦은 점심은 경기장 밖 분식집에서 먹었다. 도하는 메뉴의 가격부터 보고 가장 싼 걸 고르려다가, 송주가 아까 준 귤 하나로 아침을 대신했다는 걸 기억했다. 배가 고팠다. 그는 뜨거운 국수가 든 그릇을 받았다.

유탁은 아직 마지막 구간 이야기를 했다. 추를 먼저 걸고 손잡이를 어디서 놓아야 하는지, 짐을 벽에 밀착시키면 바퀴가 걸리는지. 도하는 국수를 삼키고 대답했다.

“지금은 먹자. 손도 쉬고.”

유탁의 젓가락이 멈췄다. 도하는 자기가 해 놓고도 놀랐다. 맨날 천천히 하라고 하던 사람이 정말로 천천히 할 때는 다른 표정이 필요했다.

세빈이 먼저 국물을 마셨다. 대화가 끊겼다고 밥이 어색해지지는 않았다. 세 사람은 잠깐 경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도하는 집에서 떨어진 빨래를 아직 걷지 않았다고 했다. 유탁은 어제 정비소에서 잃어버린 펜이 자기 귀에 꽂혀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세빈은 웃다가 국물을 잘못 넘겼다.

화려한 팀 결성식 같은 건 없었다. 그래도 도하는 어제보다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더 알게 됐다.

세빈은 식당 의자를 조금 뒤로 빼고 다리를 폈다. 도하가 옆 의자를 당겨 주려 하자 그녀가 손을 저었다. 대신 가방을 바닥에서 올려 달라고 했다. 그 정도 부탁은 받아도 되는 모양이었다. 도하는 가방을 빈 의자에 놓았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데 꼭 그 사람이 못 하는 일까지 대신할 필요는 없었다. 유탁이 계산대에서 영수증을 받아 왔고, 셋은 자기가 먹은 값을 나누어 냈다.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기 전 송주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 첫 상대가 정해졌다고 했다. 팀 이름은 느린파도였다. 이름만 보면 만만했지만 세빈이 화면을 보는 얼굴은 조금 굳었다.

“왜요?”

“작년에도 마지막 문까지 갔던 팀이에요. 빠르진 않은데, 실수가 적어요.”

도하는 남의 실수를 기다릴 수 없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자기가 넘어져도 상대가 함께 넘어져 주지는 않았다.

유탁이 내일 이기면 뭘 먹을지 묻다가 스스로 말을 멈췄다. 오늘도 한 번도 이기지 않았지만 국수는 먹었다. 도하는 그걸 보고 웃었다.

“끝나면 밥부터 먹어. 이기든 지든.”

“그건 좋은데, 뭐 먹어요?”

“내가 정하면 제일 싼 거야.”

세빈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럼 메뉴는 유탁이가 정해요.”

해가 옆 건물 유리에 반사됐다. 도하는 자기 그림자를 밟으며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었다. 손은 이제 떨리지 않았다. 대신 다리에 피로가 남아 있었다. 내일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과 내일 또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이 번갈아 들었다.

그는 추가 훈련 영상을 찾아보려던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내일 경기 전에 기억할 물건은 오늘 밤 화면 속에 없었다.

버스가 오자 도하는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번에는 서서 졸 필요가 없었다. 창밖으로 경기장 간판이 멀어지는 동안 그는 눈을 감았다.

가장 먼저 쉬어야 할 선수는 오늘의 자기였다.

4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