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종이는 접자마자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르네아는 왼손을 떼지 않은 채 밑면을 보았다. 그림에서는 좁은 기둥 둘 사이로 길이 나 있었는데 실제 물건은 길보다 먼저 넘어지려 했다. 그녀는 웃고 다시 눕혔다. 종이가 자기 생각에 반대하는 방식은 대개 아주 조용했다. 그래도 바닥에 닿는 소리는 분명하게 났다.
그녀는 밑면을 넓혀 두 번째를 접었다. 정면에서는 막힌 판처럼 보이고 옆에서는 작은 틈이 보였다. 그러나 틈으로 사람을 통과시킬 크기는 아니었다. 르네아는 그 사이에 손가락을 넣다 멈췄다. 길의 모양이라고 해서 실제 길처럼 쓰게 할 이유는 없었다. 이번에는 관객의 몸 대신 눈이 옮겨갈 수 있는 물건이었다.
세르단은 부엌에 가다 문에서 그녀를 봤다. 르네아가 아직 보지 말라고 하자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생각보다 빠른 반응에 웃었다. 남자는 물이 필요한지 물었고 그녀는 좋다고 답했다. 그는 잔을 문 옆 탁자에 놓고 갔다. 아직 보지 말라는 말이 자기 방 안의 모든 도움을 끊는 주문일 필요는 없었다.
오전 작업은 손목이 뻐근해지기 전에 멈췄다. 그녀는 두 판 사이 간격을 종이에 적고 나무 자를 내려놨다. 환영으로 만들면 종이보다 반듯하게 세울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생각은 쉬웠지만 반듯함 때문에 실과 고정대와 해제할 시간이 생겼다. 오늘은 그 대가까지 쓸 만큼 장면이 필요하지 않았다. 르네아는 종이 모서리 두 곳만 눌러 두었다.
점심을 먹으며 세르단이 저녁 산책을 다시 물었다. 눈은 아침보다 덜 피곤하고 목도 괜찮다고 했다. 르네아는 손목을 쉬며 걸을 수 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등불이 켜지기 전 빵집 뒤 길로 가기로 했다. 남자는 오래 걷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기도 오늘은 좋은 장면을 찾아 운하 끝까지 가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나쁜 장면이면요?”
그가 묻자 그녀는 더 빨리 돌아오겠다고 답했다. 세르단이 그럼 보통 장면을 바라겠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아름다워야만 함께 있을 가치가 있는 저녁은 오래 살기 어려웠다. 그녀는 남은 수프를 덜어 그의 잔 옆에 놓았다. 무대 밖에서 마음을 보이는 일은 가끔 그 정도 넓이였다.
오후에 세르단은 자기 원고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르네아는 산책에 가져갈 것인지 물었다. 그는 펜에게 들려주기 전에 밖에서 혼자 읽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녀는 잠깐 대답이 늦었다. 그가 오늘 산책은 그대로 가겠지만 먼저 한 바퀴 혼자 다녀오고 싶다고 덧붙였다. 르네아는 알겠다고 답했으나 손이 잔을 좀 세게 잡았다.
남자는 그 손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오늘은 무대가 없는 쪽을 걷기로 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세르단은 자기 글을 같이 보자는 뜻은 아니었다고 했다. 르네아도 그 차이는 알았다. 그런데 오늘 저녁을 기다리는 동안 혼자 먼저 읽고 온 사람의 표정을 보게 될 것 같았다. 그녀는 그 마음까지 짧게 말했다.
세르단은 가방을 내려놓았다. 르네아는 그것 때문에 그가 혼자 나갈 일을 취소할까 봐 바로 손을 들었다. 나가지 말라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싶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 대답을 즉시 알지 못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 일을 갖는 것이 좋다는 말과 오늘 한동안 자기만 봐 줬으면 한다는 말은 쉽게 겹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정할 수 있는 것은 산책 중에는 둘 다 작업의 평을 묻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단은 자기가 먼저 들떠 떠들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그러면 오늘은 조금 늦게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남자는 생각한 뒤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가 잠시 혼자 읽고 오는 시간은 그대로 남겼다. 그녀도 그 사이 새 종이를 펼치지 않기로 했다.
문이 닫힌 뒤 르네아는 자기가 이겼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작품 얘기를 안 하는 저녁을 얻으려고 작품처럼 순서를 맞춘 것이 우스웠다. 하지만 묻지 않고 혼자 서운해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녀는 작업방을 나와 창 가까이에 앉았다. 바깥에서 지나가는 신발 소리가 몇 번 들렸다. 누구의 걸음인지 알아맞히지 않았다.
세르단이 돌아왔을 때 그녀는 짧게 쉬었다고 말했다. 그도 읽은 뒤 목을 쉬고 왔다고 했다. 잘됐느냐는 질문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그녀는 잔을 건넸다. 남자는 고맙다고 했다. 그는 자기 원고를 가방에서 꺼내 방에 두었다.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 다시 나왔을 때 르네아는 기대했던 저녁이 실제로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빵집 뒤 좁은 길에는 저녁 손님이 많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잘라 파는 빵을 한 조각씩 샀다. 르네아가 한 입 크게 베어 물자 뜨거운 속이 혀에 닿았다. 그녀가 말을 못 하자 세르단이 잘된 공연 같다고 하다가 멈췄다. 둘이 동시에 웃었다. 작품 얘기를 안 하기로 했다고 모든 비유를 문밖에 세워 둘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 정도는 들어오라고 말했다. 남자는 감사합니다, 비유 한 명이라고 답했다. 르네아는 빵을 식히며 그가 오늘 바깥에서 고른 길을 물었다. 그는 운하 안쪽으로 가지 않고 햇빛이 덜 움직이는 골목을 걸었다고 했다. 눈이 쉬기 좋았지만 한 곳에서는 물건을 실은 수레 때문에 돌아와야 했다고 말했다. 글의 줄거리가 아닌 실제 걸음이었다.
르네아도 낮에 종이가 넘어진 이야기를 했다. 세르단이 평을 물을 것인지 보듯 그녀를 봤다. 그녀는 그냥 넘어졌다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다면 자기 낮에는 잔도 한 번 넘어질 뻔했다고 답했다. 누가 먼저 안타까운지 겨룰 수 없어서 둘은 웃었다. 창작이 사라진 이야기가 아니라 평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였다.
운하를 향한 작은 계단 앞에서 세르단이 멈췄다. 오늘은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쪽이 좋겠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난간에서 몸을 돌렸다. 그녀가 먼저 손을 내밀자 남자가 잡았다. 발밑이 평평해진 뒤에는 서로 조금 떨어져 걸었다. 계속 손을 잡아 주는 것으로 그의 평형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자기 속도로 기름등 있는 모서리까지 왔다.
그곳에는 앉을 낮은 돌턱이 있었다. 르네아는 겉옷을 접어 자기 쪽에 깔았다. 남자는 눈을 잠깐 쉬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다른 쪽 운하를 보며 남은 빵을 먹었다. 침묵이 생겼으나 그가 원고 생각을 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무엇을 생각하지 말라는 약속까지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도 종이의 넓은 밑면을 잠깐 떠올렸다가 놓았다.
세르단이 눈을 든 뒤, 르네아는 둘이 처음 밤빵을 먹던 때에는 자기가 더 재미있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남자는 지금은 덜 그러냐고 물었다. 그녀는 지금도 가끔 그렇지만 빵이 뜨거우면 포기한다고 답했다. 그는 자기도 오래된 공연 얘기를 꺼내면 쉬울 것 같아 입을 다물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늘은 옛 얘기를 하나 듣고 싶다고 했다.
남자는 무대 대신 어릴 때 신발을 좌우 바꿔 신은 이야기를 했다. 너무 잘 맞는 척하다가 걷는 도중 아파서 돌아갔다는 짧은 이야기였다. 르네아는 스타가 되기 전부터 발을 괴롭혔다고 말했다. 세르단이 그 신발은 자기가 잘못 신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알고 있다며 웃었다. 그날의 아픔을 오늘의 손상 원인으로 이어 붙이지 않았다.
그녀도 첫 구리실을 사러 갔을 때 길이를 잘못 불렀던 일을 말했다. 너무 적게 사 와서 멋진 물결 대신 작은 뚜껑만 만들 수 있었다. 세르단은 뚜껑도 필요한 곳이 있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당시 자기는 그런 현명한 말보다 실이 더 필요했다고 했다. 둘은 다시 웃었다. 옛 실패가 전부 지금의 연인을 만나기 위한 지혜로 바뀌지는 않았다.
돌턱에서 일어날 때 남자가 조금 어지럽다고 말했다. 빠르게 몸을 돌린 탓 같다고 덧붙였지만 르네아는 원인을 대신 정하지 않았다. 그는 난간과 가까운 쪽에 서서 움직임을 멈췄다. 그녀도 기다렸다. 잠시 뒤 그가 평소 범위로 가라앉았고 천천히 집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남은 산책을 멋지게 끝내겠다고 더 먼 길을 고르지 않았다.
돌아가는 동안 르네아는 아까 그가 가방을 내려놓았을 때 자신이 겁났다고 말했다. 세르단이 왜냐고 물었다. 그녀는 서운하다는 말 하나 때문에 그가 자기 읽기를 모두 접을까 봐 그랬다고 답했다. 남자는 자기도 그녀의 부탁을 듣고 바로 양보하는 얼굴을 할 뻔했다고 했다. 그러면 나중에 자신도 서운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손을 꽉 쥐지 않고 곁에서 걸었다.
“우리 오늘은 둘 다 덜 멋졌네요.”
그녀가 말했다. 남자는 빵도 급히 먹었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그건 자기만 그랬다고 웃었다. 완벽하게 독립적인 연인인 척하지 않고 그날 필요한 한 시간을 골랐다는 사실이 좋았다. 남자의 원고는 집에 있었고 그녀의 종이도 있었다. 두 작품을 이기고 산책한 것이 아니라 잠시 기다리게 한 저녁이었다.
집에 도착하자 세르단은 의자에 앉아 눈을 쉬었다. 르네아는 물과 남은 빵을 탁자에 뒀다. 자기 손목도 옷을 쥐고 걸은 사용감이 있어 뜨거운 냄비를 오래 들지 않았다. 그녀는 아침에 접은 좁은 판을 보이지 않는 선반에 옮겼다. 오늘 만든 것을 당장 남자에게 보여 주지 않는 것이 벌을 주는 일은 아니었다. 자기 눈에도 내일의 빛이 필요했다.
그가 괜찮아졌다고 말한 뒤 그녀는 저녁 약속이 어땠는지 물었다. 세르단은 글을 말하지 않으려 하니 무엇을 보며 걸었는지 더 오래 말하게 됐다고 했다. 르네아는 자기도 남자의 얼굴에서 평을 찾지 않아 편했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앞으로 모든 산책에서 원고를 금지할 생각은 없었다. 둘은 오늘 고른 방법을 영원한 법으로 만들지 않았다.
세르단은 다음 읽기에서 그녀가 들을 끝부분이 오늘 바뀌었는지 궁금하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아주 궁금하다고 답했다. 남자가 웃었다. 그녀는 다만 지금 알아야 할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오늘 들려주지 않은 줄도 이 집에 함께 있을 수 있었다. 그는 자기 방에서 원고를 가져오지 않고 그녀 옆 빈 의자로 왔다.
르네아는 그가 가까이 앉아도 되는지 물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의 팔에 머리를 기대자 그녀의 눈에서 탁자 밑면이 보였다. 자기 종이틀 안으로 보여 주고 싶던 그 평범한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누구에게 보이려고 선택한 자리도 아니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작품 없는 저녁을 잘 만들었는지 채점할 필요도 없었다.
잠들기 전 둘은 다음 날 할 일을 짧게 말했다. 르네아는 종이 기둥의 밑면만 다시 볼 생각이었고 세르단은 펜이 오는 날 읽을 분량을 정할 참이었다. 그 약속들 사이에 새로운 공동 공연은 없었다. 그녀는 남자가 등불을 낮추는 손을 보고 자기 이름을 불렀다. 세르단이 돌아보자 르네아는 한 번만 더 입맞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부탁에는 두 사람 모두 바로 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