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날 르네아는 낮은종 극장으로 혼자 갔다. 운하 다리 위에서 새 종이를 사 올지 잠깐 망설였다. 마이라의 동작을 보고 나면 무엇이 떠오를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 보지도 않은 몸을 자기 재료의 이유로 삼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빈 가방만 들고 다리를 건넜다. 손목에는 새 통증이 없고 오래 쥐면 뻐근한 느낌이 조금 남았다.
극장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펜이 빈 의자를 옮기다 그녀를 보고 손을 들었다. 오늘은 구리실을 깔지 않는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자기 손도 관객으로 왔다고 답했다. 조수는 그럼 아주 귀한 손이라며 의자 하나를 내줬다. 그는 뒤쪽 일을 마치고 갈 예정이었고 시연을 맡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의자를 직접 벽 가까이에 놓았다.
마이라는 바닥의 짧은 선 앞에서 신발 끈을 고쳤다. 그녀는 르네아에게 와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무엇을 봐 줬으면 하는지 다시 설명했다. 돌아서는 동작 뒤의 어깨가 멈춤인지 다음 시작인지 보이는가였다. 예쁘냐는 대답은 나중에 듣겠다고 덧붙였다. 르네아는 그럼 눈을 어느 쪽에 둘지 먼저 알겠다고 답했다. 부탁의 모양이 작아서 오히려 선명했다.
첫 동작은 생각보다 짧았다. 마이라가 한 발을 뒤로 디디고 팔을 접었다. 몸은 정면에서 비껴났지만 오른쪽 어깨가 뒤늦게 따라왔다. 르네아는 그 뒤에 다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기다렸다. 무용수는 멈췄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기 숨을 내쉬었다. 끝이 와도 기다리는 눈은 여전히 다음을 붙잡을 수 있었다.
르네아는 어깨가 한 번 더 갈 것 같았다고 말했다. 마이라는 그렇다면 앞에서 이미 끝을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니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 말이 칭찬인지 실패인지 묻지 않았다. 마이라에게는 그것을 고르는 맥락이 있었다. 무용수는 다음에는 같은 동작을 반대쪽에서 한번 보게 하고 싶다고 했다. 르네아는 의자를 옮겼다.
두 번째 자리에서는 먼저 보이던 손목이 가려졌다. 어깨가 뒤늦게 움직인다는 느낌도 약해졌다. 르네아는 두 사람을 보고 온 듯했다. 마이라가 끝낸 뒤 물을 마셨고 그녀는 서둘러 답을 하지 않았다. 조금 전 자기가 틀을 펴 놓고 관객에게 정답을 기다리던 얼굴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만큼 편한 것도 아니었다.
“이 자리에서는 문을 닫는 것 같아요.”
르네아가 말하자 마이라가 눈썹을 들었다. 그녀는 자기 집 종이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용수는 그래도 지금 본 동작의 어디가 그랬는지 물었다. 르네아는 손이 사라진 뒤 어깨도 멈춰, 더 오라는 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자기 비유를 남의 의도로 확정하지 않고 실제로 본 순서를 다시 말했다.
마이라는 처음 자리가 더 궁금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 세 번째로 같은 동작을 반복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오전 연습에서 이미 쓴 몸이었고 지금은 계획한 두 번을 마친 참이었다. 르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잘 보려는 관객의 욕심 때문에 무용수가 한 번 더 몸을 증명할 필요는 없었다. 둘은 무대 바깥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무용수는 이 장면을 큰물결 무대에 바로 올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자기 연습에서 순서를 더 고를 부분이 있었다. 르네아는 그렇다면 오늘 대답이 너무 작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마이라는 크기를 재려고 부른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늘 춤추는 사람들이 보는 어깨와 다른 눈이 필요했다. 그녀는 그 말에 비로소 등을 의자에 기댔다.
르네아는 마이라가 처음에는 자기를 환영을 만드는 사람으로 불렀을 것이라 짐작했다고 털어놨다. 마이라는 빛을 덧붙일 곳은 오늘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다음에 생기면 따로 부탁할 것이라고 했다. 르네아는 웃으며 그때는 일당도 따로 부탁하겠다고 답했다. 무용수는 당연하다는 듯 물잔을 들어 보였다. 친구로 앉은 의자가 공짜 작업대로 바뀌지는 않았다.
잠시 뒤 펜이 떠날 준비를 했다. 그는 마이라의 동작을 보았느냐는 질문에 짐을 옮기느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그러면 아쉬웠겠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뒀다. 펜은 자기가 끝내야 할 일이 있었고 오늘 관객이 되기로 한 사람이 아니었다. 마이라는 그에게 다음에 시간을 먼저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는 귀한 손이 아니라 귀한 눈도 있다며 웃었다.
남은 둘은 극장 밖으로 나왔다. 이브론은 문 옆에서 빌린 시간이 끝난 것을 확인했다. 르네아는 잘 봤다고 인사했다. 소유주는 그럼 관객 두 명에게 입장권을 받아야 했냐고 농담했다. 마이라는 오늘 한 명은 자기였으니 지불 능력이 반쪽이라고 받아쳤다. 새 공연 날짜나 수입 약속은 그 대화에 붙지 않았다. 문은 예정한 시간에 닫혔다.
운하 옆을 걷다가 마이라가 세르단은 요즘 무엇을 쓰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문을 두드리는 장면을 고치고 있다고만 말했다. 남자가 아직 읽을 사람을 정하는 중이니 줄거리를 대신 풀고 싶지는 않았다. 무용수는 그럼 나중에 직접 듣겠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 이름을 먼저 알려 줘야 열리던 문을 떠올렸다. 남의 문 앞에서 대신 초대장을 돌리지 않았다.
마이라가 가까운 길로 가야 한다며 손을 흔들었다. 르네아는 혼자 남아 다리 난간을 짚었다. 한순간 자기에게도 같은 연습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종이를 펴는 것과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빌려 방을 비우는 것은 달랐다. 그런데 그 욕심이 오늘 본 몸보다 먼저 남는 것이 싫었다. 그녀는 자기가 본 어깨를 손으로 흉내 내다 멈췄다.
그 동작을 가져갈 수는 없었다. 대신 자리를 바꾸면 끝이 달라 보였다는 질문은 자기 것도 될 수 있었다. 르네아는 가방 안 작은 종이에 앞과 옆이라는 두 단어를 썼다. 손목이 편하도록 난간에 종이를 대고 짧게 끝냈다. 물 위 반짝임이 구부러졌다가 펴졌다. 그녀는 그 빛을 환영으로 만들지 않고 그냥 보았다.
집에 돌아왔을 때 세르단은 문 안쪽에 서 있었다. 르네아는 남자가 기다렸다고 생각해 먼저 늦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밖에 나가려던 참이라고 답했다. 자기 원고를 펜에게 읽어 주어도 될지 묻는 전갈을 보내고 장을 보려던 길이었다. 그녀는 동시에 문을 쓰는 두 사람을 보고 웃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에게 바깥 사람이 늘 기다린 것은 아니었다.
“같이 가요?”
그가 물었다. 르네아는 잠깐 앉았다 가고 싶다고 했다. 그가 그럼 다녀오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문이 닫힌 뒤에도 혼자 쉴 수 있는 시간을 의외로 오래 받았다. 마이라를 보고 온 일을 남자에게 즉시 전부 말하지 않아도 됐다. 잔에 물을 붓고 신발을 벗었다. 공연을 보러 간 눈에도 돌아올 자리가 필요했다.
그녀는 탁자에서 마이라의 어깨를 그리지 않았다. 앞과 옆 밑에 접힌 판을 두 개 그렸다. 사람 얼굴을 가리키는 모양이 아니라 단순한 좁은 기둥이었다. 정면에서 보면 길이 닫히고 옆으로 가면 틈이 보였다. 종이 한 장으로는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새 종이를 잘라 시험하지 않고 그림만 돌려 보았다. 저녁에 무엇을 더 만들지는 아직 정할 수 있었다.
세르단이 돌아와 채소를 꺼낼 때 르네아는 먼저 마이라의 부탁을 말했다. 어깨가 끝처럼 보였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는 대답이 어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리마다 달랐고 마이라는 그 차이를 받고 오늘은 멈췄다고 답했다. 남자는 그럼 좋은 눈을 가져갔다고 했다. 르네아는 잘 봤다는 말보다 아직 모르는 곳을 남겼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다고 했다.
그는 저녁을 만들면서 그녀에게 오늘 새 장면이 떠올랐는지 물었다. 르네아는 조금 그렇지만 마이라의 동작은 빌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남자가 당연하다고 했다. 그녀는 그 말이 쉬워 보여도 자신에게는 오늘 실제로 골라야 할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좋아 보이는 것을 자기 손으로 다시 만들고 싶은 마음은 기술과 욕심 사이에서 빨리 움직였다.
세르단은 자기도 다른 사람이 읽는 말을 들으면 그 호흡을 가져오고 싶을 때가 있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럴 때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기가 쓰는 사람에게 그 호흡이 필요한지 먼저 보려 하지만 늘 잘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 불완전한 대답이 좋았다. 둘은 자기 일을 다 해결한 사람이 되어 식탁에 앉을 필요가 없었다.
저녁 뒤 펜의 답이 왔다. 사흘 뒤 극장 일을 끝내고 잠깐 들을 수 있지만 늦으면 바로 귀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세르단은 그 시간에 짧게 한 번 읽고 끝내겠다고 다시 답했다. 르네아에게도 그 저녁이 괜찮은지 물었다. 그녀는 그렇다고 했다. 아직 원고를 읽지 않은 사람과 이미 일부를 들은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만나게 될 터였다.
르네아는 자기가 앞에 앉으면 또 남자의 얼굴을 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란히 앉아도 좋다고 했다. 펜의 자리는 어떻게 둘지 나중에 직접 고르게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관객 둘이 동그랗게 둘러앉으면 글 읽는 사람이 도망갈 곳이 없겠다고 농담했다. 남자가 그러면 문 옆은 비워 놓겠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진짜로 그쪽 의자를 안쪽으로 밀었다.
그 작은 정리 뒤에 그녀는 속으로 다음 사흘을 세었다. 내일 자기 종이를 보고 그다음에는 아무 약속도 없는 저녁이 있었다. 남자도 그날 쉬고 싶을지 궁금했다. 르네아는 같이 운하를 걸을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세르단은 그때 눈과 몸을 봐야겠지만 지금은 가고 싶다고 답했다. 그녀는 출발 전에 다시 묻기로 했다. 아직 생기지 않은 피로를 미리 좋다고 덮지 않았다.
그는 어떤 길을 걷고 싶으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무대가 없는 쪽이라고 말했다. 말한 뒤 자기가 남의 무대를 본 날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세르단은 빵집 뒤 작은 길이 조용하다고 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그의 글을 얘기하고 싶어질지 몰라도 첫 말로는 안 하겠다고 했다. 남자는 그럼 첫 말은 빵일 것이라고 웃었다.
르네아는 상자에서 자를 꺼내다 다시 넣었다. 지금 좁은 기둥을 만들면 저녁이 길어질 터였다. 내일 손목으로 누를 선을 오늘 눈으로 다 만들 수는 없었다. 세르단은 원고를 들고 자기 방으로 갔다. 그녀도 종이를 접어 자신의 칸에 넣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일을 갖고 문을 닫아도 집은 둘로 갈라지지 않았다.
잠자리에서 그녀는 마이라가 다른 눈을 원했다고 말한 것을 다시 떠올렸다. 세르단에게 그가 오늘 장을 볼 때 자기를 기다렸으면 조금 아쉬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는 왜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자기가 돌아온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고는 혼자 쉰 것이 좋았다고도 말했다. 두 마음이 같은 사람에게 생겨도 한쪽이 거짓은 아니었다.
세르단은 자기도 그녀가 같이 장을 보러 갔으면 좋았겠지만 혼자 걷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그의 팔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서로의 하루에서 빠진 시간이 서로를 덜 좋아한 증거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내일 만든 것을 당장 보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남자가 고맙다고 답했다. 그 대신 지금 가까이 누워도 되는지 물었다.
그녀는 좋다고 했다. 어깨가 어느 방향에서 끝처럼 보이는지 더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본 것은 마이라의 무대였고 지금 닿은 것은 자기 연인의 팔이었다. 르네아는 그 두 장면을 한 모양으로 접지 않았다. 방 안 등불이 낮아지고 문 옆 빈 길이 어둠에 잠겼다. 다른 일을 보고 돌아온 사람이 제 자리를 조금 더 넓게 고를 수 있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