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은 약속한 늦은 오전에 왔다. 르네아가 상자를 열기도 전에 그는 어느 의자에 앉으면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아무 데나 골라 보라고 답했다가 말을 고쳤다. 바닥에 놓인 틀을 볼 것이니 탁자 옆 두 자리 가운데 하나였다. 선택할 수 있는 자리와 아무 데나라는 말은 같지 않았다.
펜은 문 가까운 의자를 골랐다. 르네아는 그 앞 바닥에 종이틀과 나무 조각을 놓았다. 창이라고 소개하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보고 나서 가구 옆면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웃음을 참다가 왜인지 물었다. 펜은 아래가 두껍고 위가 낮아서 서랍을 뺀 작은 장처럼 보인다고 답했다. 틀에 붙일 이름 하나가 벌써 사라졌다.
그녀는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조수는 다행이라며 어깨를 폈다. 그가 본 것은 구멍 뒤에 놓인 흠집 난 조각이었고 왼쪽에서는 조각의 오른쪽 끝이 가렸다. 르네아는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그녀가 좋아했던 창의 빈 곳은 상대에게 물건을 일부러 덜 보여 주는 장치였다. 빈 곳만으로 초대가 생기지는 않았다.
펜은 맞은편에 앉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리를 바꿔 줬다. 그쪽에서 그는 조각을 거의 볼 수 없었다. 틀만 있고 그 뒤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처음 자리로 돌아가 보라는 말을 삼켰다. 관객을 자기가 원하는 위치로 돌려보내면 오늘 눈을 빌린 이유가 없어졌다.
대신 틀을 조금 높여 봤다. 뒤쪽에서도 흠집이 보였지만 앞자리에서는 물건이 너무 드러났다. 펜은 이제 숨기는 놀이가 끝난 것이냐고 했다. 그녀는 꼭 숨기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가 무엇을 기다리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손을 무릎에 내려놓았다. 종이의 안정성보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녀는 어제 찻집 창에서 앉으면 물이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펜은 그럼 물을 보러 일어났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그렇다고 했다. 조수는 자기라면 차를 마시고 물은 돌아가는 길에 봤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녀가 웃었다. 두 사람이 같은 창 앞에 와도 같은 동작을 고를 필요는 없었다. 장치가 그 둘을 모두 허용해야 했다.
르네아는 틀 뒤 조각을 치우고 빈 탁자 다리가 보이게 뒀다. 펜은 이번에는 방 안의 다른 것이 보인다고 했다. 그녀는 거기서 멈췄다. 특별한 물건을 숨겨 놓으면 관객은 정답을 찾지만, 익숙한 방이 보이면 틀을 지나 어디에 눈을 둘지 고를 수도 있었다. 아직 재미있는 극은 아니었지만 처음 욕심이 조금 달라졌다.
종이를 보는 약속한 시간이 끝났다. 펜은 어떤 말을 더 남겨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오늘 본 자리를 간단히 다시 짚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조수는 처음에는 바닥의 두꺼운 선, 다음에는 조각의 흠, 마지막에는 탁자 다리를 봤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자기 설명을 줄인 뒤 실제로 보인 것의 순서를 얻었다.
그녀는 품을 건넨 뒤 새 환영으로 시험해 볼 때도 봐줄 수 있는지 물었다. 펜은 오늘 오후에는 극장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지금 쉬고 난 뒤 짧은 한 차례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모형과 별개 품으로 한 회로의 낮은 틀만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조수는 바닥을 잡는 일까지 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 범위로 둘은 새로 정했다.
르네아는 물을 마시고 방을 정리했다. 쓰는 구리실은 작은 바닥판 한 장 안으로 들어갔다. 고정대 두 곳을 살펴 실이 닳은 부분을 바꿨다. 종이 모형의 넓은 밑면이 환영의 하중을 받쳐 주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힘이 닿을 곳을 다시 손으로 확인했다. 펜은 정한 관람 자리 바깥에서 그 순서를 기다렸다.
오늘 주형은 낮은 네모틀 하나였다. 그 안에 별도의 집이나 움직이는 인형은 없었다. 그녀는 종이처럼 보이는 색을 고르려다가 바닥과 구별되는 옅은 빛만 남겼다. 틀 뒤에 있는 실제 물건은 옮기지 않았다. 관객이 무엇을 보느냐와 환영이 무엇을 만드는지를 같은 말로 뭉치지 않으려는 선택이었다.
펜은 박수가 필요한지 물었다. 르네아는 아니라고 답했다. 오늘은 한 사람이 보는 작은 주형이며 집중이 늘면 그만큼 하중도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눈을 돌렸다고 불쾌해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조수는 그게 제일 싼 관람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웃으면서도 손을 먼저 실 위에 뒀다. 농담이 고정대를 대신하지는 않았다.
틀이 서자 종이와 다른 면이 드러났다. 빛의 선은 얇아 보여도 접힌 종이처럼 결이 있지는 않았다. 펜은 먼저 탁자 다리를 봤다. 르네아는 그의 눈이 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실을 더 당겨 시선을 붙잡고 싶어졌다. 대신 주형을 유지했다. 자기 창이 처음부터 방의 주인일 필요는 없었다.
조수가 옆 의자로 옮겼다. 르네아는 발밑 실과 그의 길이 겹치지 않는 것을 보며 손을 낮췄다. 그는 자리에 앉은 뒤 여기서는 틀 안쪽이 두 겹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회로는 하나였고 주형도 하나였다. 비스듬한 시선에서 앞뒤 테두리가 포개진 모양이었다. 그녀는 두 번째 창을 만들지 않고 그 겹침을 봤다.
그가 테두리 한쪽을 오래 바라보자 실의 당김이 조금 달라졌다. 르네아는 고정대 쪽 힘을 느끼고 손을 천천히 옮겼다. 미리 정한 낮은 모양 안에서 받칠 수 있는 범위였다. 그러나 선을 더 곧게 세워 보려던 욕심은 멈췄다. 오늘 관객이 어느 곳에 집중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장식을 늘릴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이제 풀겠다고 말했다. 펜이 새 자리로 움직이려다 멈췄다. 르네아는 부하를 받친 채 여덟 박자를 셌다. 첫 박자에 빛을 싹 지우지 않았다. 실이 느슨해지는 동안 틀 윗선이 낮아졌고 바닥판 위에 남은 빛이 마지막에 사라졌다. 펜은 다 끝났느냐고 물은 뒤에야 의자에서 일어났다.
손을 떼자 르네아의 손목에 조금 묵직한 감각이 남았다. 예전 큰 무대와 견줄 하중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한 차례 유지한 손이었다. 그녀는 곧바로 다시 켜지 않았다. 펜이 본 것을 말하는 동안 물을 마셨다. 조수는 종이일 때보다 틀이 더 잘 보였고, 그래서 오히려 뒤에 있는 방은 덜 봤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 말에 펜을 봤다. 환영으로 옮기면 비로소 더 잘 보일 것이라고 기대한 자신이 있었다. 빛이 관객의 눈을 붙잡는 기술을 오래 써 왔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녀는 종이와 환영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으냐고 묻지 않았다. 다른 물건이 된 뒤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더 들어야 했다.
펜은 의자를 옮기는 시간이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그때는 틀을 거의 안 봤지 않느냐고 물었다. 조수는 그래서 자기가 어디 앉을지 고르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고는 그 선택을 재미라고 불러도 되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그 모른다는 말을 지우지 않고 적었다. 성공이라는 이름보다 지금은 정확했다.
그가 돌아가기 전 바닥판 밖으로 실을 걷는 일을 도왔다. 이는 따로 부탁해 함께 끝내기로 한 정리였다. 고정대에 남은 당김이 없음을 확인한 뒤 두 사람이 판을 세웠다. 르네아는 다음에도 볼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조수의 오후가 이미 가까웠다. 오늘 두 번의 품과 끝난 일을 맞추고 문을 열어 줬다.
작업방에 혼자 남자 틀이 있던 바닥이 넓어 보였다. 그녀는 환영이 사라진 자리에 실제 의자를 놓고 앉았다. 창 없는 방에서도 눈은 여러 곳을 골랐다. 고정대의 흠, 문틈의 빛, 상자 위 손때. 자기가 보여 주려는 것이 사라진 다음에야 방이 돌아온 것 같았다. 르네아는 그 느낌을 새 주형의 장식으로 서둘러 쓰지 않았다.
세르단은 오후에 돌아왔다. 제본방은 쉬는 날이었고 종이 가게에서는 얇은 공책을 구경만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헛걸음이었느냐고 묻자 그는 반은 그렇고 반은 걸을 만했다고 답했다. 중간에 앉아 눈을 쉬었고 지금은 피곤하다고도 했다. 그의 하루에는 실패한 문과 실제 걸은 길이 함께 있었다.
르네아는 오늘 펜이 와서 종이와 작은 환영을 봤다고 말했다. 세르단은 둘 다 봤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별도로 시간을 정했다고 답하고 잠깐 머뭇거렸다. 남자는 물병을 내려놓고 잘됐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생각한 창은 아니었고 자기 빛이 방을 더 가리는 것을 봤다고 했다. 그가 웃지는 않았다. 그녀도 실패를 미리 농담으로 덮지 않았다.
“저도 그 방을 보고 싶어요. 오늘은 눈을 좀 쉬고요.”
르네아는 내일 봐 달라는 말을 곧바로 붙이지 않았다. 대신 언제든 보고 싶은 마음만 먼저 받겠다고 했다. 세르단은 그 말은 여전히 남겨 놓겠다고 답했다. 며칠 전 산책을 청했을 때 그녀가 썼던 말이었다. 이번에는 남자가 아직 보지 못한 작업방에 같은 바람을 걸었다.
저녁에는 둘이 등불을 낮췄다. 세르단은 새 공책 대신 집에 있던 묶지 않은 종이를 폈다. 르네아는 낮에 자기가 빛을 덜 쓰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남자는 그럼 전혀 안 쓰면 되느냐고 물었다가 너무 쉽게 말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쉽지만 필요한 질문이라고 했다. 환영사니까 반드시 환영을 고집할 이유가 있는지 처음부터 다시 봐야 했다.
그녀는 종이틀만으로 작은 장면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으로 의자를 옮기는 시간, 틀 너머에서 보이는 같은 방, 눈을 돌린 사람을 쫓지 않는 끝. 말을 하다 보니 너무 적게 남는 것 같았다. 세르단은 적으면 짧게 보여 줄 수 있겠다고 답했다. 별일 아닌 것을 큰 극처럼 늘리라고 격려하지 않았다.
르네아는 그것이 조금 서운하고 조금 고마웠다. 남자가 천천히 물을 마시는 사이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손목의 사용감은 아직 있었다. 작게 만들었다고 기술의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쓴 힘만큼 관객의 시간을 받아야 한다는 계산도 성립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음 장면을 짧게 만들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자기 원고에서도 오늘 네 줄을 덜었다고 말했다. 제본방 앞에서 기다리다가 가져오지 않은 원고의 말을 머릿속에서 줄였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 네 줄을 지금 듣고 싶다고 말할 뻔했다. 대신 지운 뒤 어떤 자리가 남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주인이 문을 두드리기 전 손을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이 남았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 시간을 자기 창으로 옮기고 싶지 않았다. 다만 둘 다 더하지 않은 자리를 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좋았다. 르네아는 자기 의자를 그에게 조금 가까이 댔다. 세르단은 현재는 기대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깨를 붙이고 등불 아래의 빈 바닥을 봤다. 빛으로 채우지 않아도 둘의 그림자는 거기에 있었다.
잠들기 전 그녀는 종이틀의 뚜껑을 열어 넓은 밑면을 만졌다. 내일 누군가에게 보여 줄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 먼저 종이만으로 어느 순간에 끝낼지 혼자 골라 볼 생각이었다. 펜의 말은 세 가지 순서로 남아 있었고 실제 환영은 한 차례로 끝나 있었다. 르네아는 기록 옆에 새 선을 하나 그었다. 그 선은 창이 아니라 관객에게 내줄 의자의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