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단이 문을 닫은 뒤에도 첫 문장은 들렸다. 르네아는 부엌에서 잔을 씻다가 손을 멈췄다. 혼자 읽겠다고 한 사람의 연습을 벽 너머로 먼저 다 듣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자기 집에서 잔을 씻을 물을 쓰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 바깥 작업방으로 갔다. 문은 방음벽이 아니었고 그 사실을 둘이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작업방 탁자에는 새 종이가 놓여 있었다. 르네아는 전날 접은 견본을 펼쳐 모서리를 다시 봤다. 단단한 종이에서 생긴 흰 선이 구겨진 곳과 겹쳤다. 관객이 어느 쪽으로 접었는지 알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부터 잘 접는 사람만 만지는 작품이 되면 안 됐다. 그녀는 한 면을 일부러 반대로 눌렀고 창문이 닫혀 버리는 것을 봤다.
틀리게 접어도 좋은 집이라는 말은 쉬웠다. 실제로는 틀린 선 하나 때문에 다음 선에 손이 닿지 않았다. 르네아는 집을 끝까지 세우지 않고 납작하게 돌려놨다. 관객의 선택이라고 부르며 불편한 물건을 내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받침을 먼저 만들어 손가락이 들어갈 틈을 남겼다. 화려한 새 모양 대신 지금 손이 어디서 멈추는지 보는 아침이었다.
세르단은 한 차례 읽고 나와 물을 마셨다. 그는 문을 닫아도 꽤 들렸는지 물었다. 르네아는 첫 줄까지는 들었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작업방으로 옮겨서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자기가 그녀를 집에서 쫓아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기가 조용히 들으려는 마음을 피하려고 옮긴 것도 있다고 답했다. 둘의 행동에 좋은 뜻을 한 가지만 붙일 필요는 없었다.
다음 연습에는 그가 낮은종의 빈 분장실을 잠깐 빌릴 수 있는지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집에서는 르네아가 작업방으로 나가는 날과 세르단이 읽는 시간을 맞출 수도 있었다. 그녀는 그때 자기 손이 쉬어야 한다면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자는 집에서 반드시 혼자 연습해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고 답했다. 자기 목소리를 갖는 일이 그녀의 방을 모두 가져가는 것은 아니었다.
소멜의 답은 낮에 왔다. 의상전의 준비실에서 관객 없이 읽어 볼 수 있고, 장인도 옷을 정리하는 동안 듣겠다는 말이었다. 전시 날짜에 낭독을 넣을지는 그 뒤에 서로 조건을 맞추기로 했다. 르네아는 그 말을 들으며 일이 확정되지 않은 시간을 함께 견디는 방법을 생각했다. 기대를 낮추자는 권고보다 오늘 어디까지 하는지 아는 편이 실제로 쉬웠다.
세르단은 의상방까지 혼자 가겠다고 했다. 몸은 오전보다 괜찮았고 돌아오는 길에는 현재 상태를 다시 보겠다고 덧붙였다. 르네아는 오늘 자기에게 읽어 주기로 한 약속이 있었는지 확인했다. 남자는 먼저 연습한 뒤 묻겠다고 했지 아직 오늘이라고 정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기다릴 시간을 만들어 놓았다고 인정했다. 둘은 저녁을 같이 먹는 약속만 실제로 남겼다.
그가 나간 뒤 펜이 작업방에 왔다. 오늘은 품을 맡기러 부른 것이 아니라 전날 쓴 가림천을 돌려받으러 들른 길이었다. 그는 탁자 위의 납작한 집을 보고 이미 관객이 다녀간 것이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자기가 관객 대신 틀리게 접어 보는 중이라고 답했다. 펜은 자기도 잘못 접을 수 있다며 손을 들었지만 그녀는 지금 부탁하면 일의 범위부터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 오늘은 안 틀려 드릴게요.”
그가 웃으며 천을 들었다. 르네아는 고맙다고 답하고 다음에 실제 손 시험을 맡길 때는 시간과 값을 같이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조수가 가볍게 농담했다고 그의 손을 공짜로 쓰는 작품이 되어서는 안 됐다. 펜은 문에서 돌아서며 세르단의 낭독을 나중에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아직 정해진 자리가 없다고 답했다. 자기 기대도 남의 초대장으로 쓰지 않았다.
르네아는 혼자 집을 세웠다. 새 받침 덕에 앞창이 조금 낮아졌고 옆창은 두꺼워졌다. 어느 부분을 손으로 보게 할지 고르면 다른 방향이 달라졌다. 그녀는 전에 이 차이를 실패라고 먼저 생각했지만 오늘은 종이를 손에 든 사람이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다. 자기 눈만으로 고른 답은 아직 탁자 위에 있었다. 환영을 세워 그 답을 빛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늦은 낮에 마이라가 전갈을 남기러 왔다. 소멜에게 맡긴 옷 한 벌을 낮은종으로 보내는 길이라고 했다. 세르단이 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장인에게 들었지만 내용은 아직 모른다고 했다. 르네아는 자기도 그가 고른 독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옛 동료에게 자기 연인의 새 일을 먼저 설명하는 자리가 조금 낯설었다. 마이라는 글에도 회전이 있느냐고 농담했다가 바로 아니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르네아는 세르단이 어떤 춤을 추고 어떤 글을 쓸지 대신 답하지 않았다. 마이라는 그 말을 듣고 자기가 옛 버릇으로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자기 새 군무에서 한 사람이 발을 떼지 않는 장면을 넣었다고 했다. 전원이 돌아야 했던 줄에서 혼자 남은 사람이 다른 속도를 만든다는 설명이었다. 르네아는 그 장면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세르단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 마이라가 지금 만드는 춤이었다.
두 사람은 자기 일 이야기를 더 했다. 마이라는 연습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충분한 동작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르네아는 종이집 가운데에서 아무 창도 제대로 안 보던 손님을 이야기했다. 그 손님이 모서리를 보고 좋았다고 답한 실제 말만 전했다. 마이라는 자기도 멈춰 있는 자리를 설명으로 먼저 구해 주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 말을 작품의 해답으로 받아 적지 않았다. 다른 몸과 다른 물건에서 비슷한 문제가 생겼다는 정도가 좋았다. 마이라는 옷 상자를 가져가며 자기 공연 자리가 정해지면 따로 알리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때 지금 몸과 일을 보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서로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말이 앞으로 모든 초대를 받겠다는 약속은 아니었다. 문이 닫힌 뒤 방은 조금 넓어 보였다.
세르단은 해가 낮아질 무렵 돌아왔다. 걸음이 평소보다 조심스러웠다. 그는 의상방에서 앉아서 한 번 읽었고 뒤에는 일어서서 첫 부분만 다시 해 봤다고 말했다. 서서 읽을 때 원고를 들여다보느라 시야를 내리면 흔들림이 올라왔다고 했다. 르네아는 의자를 탁자 옆으로 옮기고 물을 건넸다. 몸을 받치는 일은 그가 직접 골랐고 그녀는 빈 물건을 가까이 뒀다.
소멜은 앉은 목소리가 더 잘 들렸다고 했다고 한다. 세르단은 그 말이 몸을 배려한 평인지 실제 소리의 차이인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직접 물었더니 장인은 일어서서는 옷 너머로 목소리를 보내려는 것 같았고 앉아서는 자기 앞의 사람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자기에게도 지금 앉아서 들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남자는 오늘은 목이 쉬어서 전체는 읽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첫 쪽의 달라진 두 줄만 읽어 줬다. 가게 주인은 두 번째 빵을 집어 들기 전에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빵을 두 개 들고 나오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문을 열며 하나를 겨드랑이에 끼웠다. 르네아는 손이 불편해지는 동작을 들었다. 처음에는 따뜻한 결말로만 받아들였던 빵이 오늘은 물건의 무게를 얻었다.
“저는 그 사람이 같이 먹고 싶어서 가져가는 것 같아요.”
그녀가 말하자 세르단은 자기도 읽으면서 그렇게 느꼈다고 답했다. 소멜의 질문에 정답을 넣기보다 동작을 바꿔 보니 자기가 모르는 바람이 나왔다는 말이었다. 르네아는 그 사람에게 상대가 빵을 받을지 물어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으니 다음 장면에서 알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 글에도 아직 읽지 못한 문이 있었다.
소멜은 의상전의 한 자리에 짧은 낭독을 넣자는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고 했다. 관객은 옷을 보러 온 사람 중 선택한 네 사람, 한 차례 읽음이었다. 날짜와 길이, 준비 품은 아직 맞추지 않았다. 장인이 처음 생각한 것은 옷을 설명하는 글이었지만 세르단은 자기 이야기를 읽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시를 돕는 일인지 자기 작품을 보여 주는 일인지부터 다시 묻기로 했다.
르네아는 그 대답이 조금 기뻤다. 자기 이름의 무대를 갖고 싶어 하던 마음을 남자도 다른 곳에서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욕망을 같은 모양으로 맞출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자기라면 옷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르단은 자신은 지금 옷보다 빵 든 손을 더 알고 싶다고 답했다. 어느 쪽이 더 독립적인 창작인지 재지 않고 저녁을 차렸다.
식사 중 르네아는 마이라가 들렀다고 말했다. 옛 동료의 춤 이야기를 어디까지 전해도 되는지 생각하고, 본인이 직접 말한 멈춰 있는 사람의 어려움만 전했다. 세르단은 그 춤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도 그렇다고 답했다. 셋이 한꺼번에 보러 가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일정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작품을 보고 싶어 할 수 있는 저녁이었다.
그날 밤 세르단은 원고를 읽지 않았다. 목을 쉬고 싶다고 했고 르네아도 새로운 질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창문 밖으로 운하의 등불이 켜지는 것을 봤다. 그녀는 자기 작품을 함께하지 않는 남자를 사랑하는 일이 아침보다 조금 분명해졌다고 느꼈다. 독자의 자리를 고르는 그를 보는 것이었고 자기가 더할 빛을 참는 훈련만은 아니었다. 그는 그녀에게 종이집은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받침을 보여 줬다. 남자는 바로 만지지 않고 오늘 볼 것인지 접을 것인지 물었다. 그녀는 오늘은 그냥 보고 싶다고 답했다. 접어 보는 손의 시험은 다른 날에 맡길 생각이었다. 세르단은 의자에서 몸을 조금 옮겨 옆창을 봤다. 르네아는 그가 시야를 내리느라 불편해지는지 물었고 그는 지금 각도는 괜찮다고 답했다. 작은 작품에도 실제 눈높이가 있었다.
“제가 거기 없어도 잘 들렸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세르단의 글을 가리키며 말했다. 남자는 자기가 없는 자리에서도 그녀의 집을 보고 고르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르네아는 관람 날 그가 집에 남았던 일을 떠올렸다. 빈자리였지만 작품을 포기한 자리는 아니었다. 그녀는 그렇다고 말했다. 남자가 못 온 날의 아쉬움이 사라지지는 않았고, 그래도 다음 자리를 혼자 열 수 있었다.
세르단은 낭독에 관한 답을 내일 소멜과 맞추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 자리가 열리면 자기에게 표를 구할 기회를 따로 달라고 말했다. 그가 웃으며 연인 몫을 빼 놓을까 묻자 그녀는 네 사람의 자리에 자기를 자동으로 넣지는 말라고 답했다. 대신 남자가 자기에게 읽어 주고 싶은 날은 따로 물어 달라고 했다. 공적인 관객과 사적인 독자는 겹칠 수 있어도 늘 같은 자리는 아니었다.
잠들기 전 두 사람은 침실 문을 조금 열어 뒀다. 아침 연습 때 문을 닫아도 들렸다는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다음 혼자 읽는 시간은 서로 집에 있는 시간을 보고 정하기로 했다. 오늘은 아무도 연습하지 않았다. 르네아는 남자가 자기 곁으로 오기 전에 물잔을 내려놓는 것을 봤다. 가까이 누운 사람이 내일 다른 독자를 만나러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오늘의 체온을 덜 가깝게 만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