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의 집은 종이보다 먼저 그림자를 만들었다. 르네아는 그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바닥에 어두운 모양을 함께 엮었기 때문에 그림자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펜이 집을 피해 발을 옮겼을 때는 자기 눈도 잠깐 속았다.
작업방의 오전 빛은 흐렸다. 르네아는 새로 합의한 짧은 시험 시간 안에서 한 회로만 쓰고 있었다. 펜이 바닥의 실 바깥을 확인했고 작은 주형의 하중을 받는 실제 받침을 함께 봤다. 두 창과 벽은 한 덩어리로 엮였고 그 안에 새 환영을 겹치지 않았다. 새나 사람이 나올 집은 아니었다.
“종이보다 크네요.”
“사람보다 작고요.”
펜이 웃었다. 르네아는 주형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그가 앞창을 볼 때를 기다렸다. 집은 허리 아래의 낮은 높이에 있었다. 안쪽 벽에 걸어 둔 빈 빛의 사각형이 보였다. 그녀는 그것을 그림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누가 무엇을 기다릴지 정해 놓지 않은 밝은 자리였다.
펜이 옆창으로 움직이자 사각형은 벽 뒤로 사라졌다. 대신 문턱의 바깥으로 이어진 가는 선이 보였다. 그는 거기 물이 고였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원래 길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답했다. 펜은 길이면 끝이 어디냐고 했다. 그녀는 그제야 바닥의 선이 집 가장자리에서 갑자기 끊긴 것을 봤다.
그녀는 선을 더 멀리 보내려다가 멈췄다. 정한 바닥 면적을 늘리면 실과 받침을 다시 봐야 했다. 지금 손끝에서 주형을 변형하는 일은 쉬워 보여도 실제 회로 밖에 길을 둘 수는 없었다. 르네아는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펜은 그럼 물웅덩이로 봐도 되겠다고 했다.
그 말이 그녀를 조금 답답하게 했다. 모르는 의미가 생기면 좋은 일이라고 어제는 말했지만, 자기 길이 웅덩이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잘 견뎌지지 않았다. 그녀는 설명하고 싶은 마음을 삼키는 대신 길로 보이고 싶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펜은 그러면 자기가 잘못 봤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아니라고 답하고 잠깐 손을 쉬었다.
“내가 아직 길처럼 못 만들었을 수도 있죠.”
한쪽 창을 보는 동안 펜의 집중이 머물렀다. 아주 작은 주형이었지만 실의 장력이 처음보다 뚜렷해졌다. 르네아는 손가락의 느낌과 실제 고정대의 움직임을 함께 확인했다. 새로운 관객이 더 오면 지금의 가벼움을 그대로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한 사람의 눈을 받은 오늘 값을 종이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펜은 그럼 잠깐 다른 곳을 보면 가벼워지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집중이 사라지는 속도까지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미 생긴 하중은 풀어야 했다. 그녀는 정지 신호를 먼저 보이고 새 모양을 넣지 않았다. 그다음 여덟 박자를 천천히 세며 실을 풀었다. 집은 한 번에 꺼지지 않고 낮은 벽부터 희미해졌다.
마지막 박자 뒤에 빈 받침이 남았다. 펜은 방금까지 집이 있었던 바닥을 들여다봤다. 르네아는 손을 털고 앉았다. 손목이 조금 뻣뻣했지만 다친 곳처럼 무리해서 펴지는 않았다. 오늘 시험은 무대에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겨루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브론이 문을 열었을 때 집은 없었다. 그는 좋은 것을 놓쳤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첫 번을 놓쳤다고 답했다. 극장주는 다음에 바로 세우면 되지 않느냐고 하다가 펜이 받침을 보는 손을 보고 말을 멈췄다. 그는 언제 들어오면 되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녀는 쉬고 확인한 뒤 부르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자기가 그 말을 자연스럽게 한 것이 조금 신기했다. 예전 같으면 극장주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으려고 손을 먼저 뻗었을 것이다. 이브론이 빨리하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그의 시간을 자기 몸으로 갚으려 했을 것이다. 오늘은 물잔을 내려놓은 뒤 실의 길이를 다시 보았다. 펜이 그녀에게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
두 번째 주형을 세울 때 그녀는 길의 끝을 더 길게 만들지 않았다. 대신 집 앞의 밝기와 선의 굵기를 조금 달리했다. 같은 회로의 안쪽에서 바꾸는 모양이었다. 이브론은 앞창을 봤고 펜은 옆에 섰다. 두 사람의 집중이 한꺼번에 걸리자 르네아는 먼저 받침을 봤다. 정한 한계 안이었지만 첫 번과 같은 손의 가벼움은 아니었다.
극장주는 안의 벽이 허전하다고 했다. 누군가의 얼굴이 걸리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르네아는 누구 얼굴인지 물었다. 이브론은 그건 작가가 고르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그녀는 오늘은 고르지 않았다고 했다. 펜은 옆창에서는 그 벽 자체가 잘 안 보인다고 덧붙였다. 극장주는 몸을 옆으로 옮겼다.
그 순간 르네아의 왼손에 힘이 더 들었다. 이브론이 집 가까이 몸을 숙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펜도 그의 시선을 따라 앞의 밝은 면을 봤다. 그녀는 검지를 두 번 움직이고 집중을 나눠 달라고 말로도 알렸다. 펜이 시선을 거뒀고 이브론은 멈춰 섰다. 새 형상을 더하지 않은 채 현재 부하를 낮출 시간을 받았다.
“만지려던 건 아니네.”
극장주가 말했다. 르네아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달라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발 물러났다. 그녀는 여덟 박자 동안 주형을 풀었다. 이번에는 벽이 사라지는 동안 누구도 새 질문을 하지 않았다. 빈 받침이 돌아온 뒤에야 펜이 지금 쉬는 시간이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그렇다고 답했다. 집은 작은데 경계는 이미 공연장이었다. 사람 둘이 무엇을 보느냐가 실제 장력으로 왔다. 종이집을 앞에 두고 생각한 자유가 바닥의 하중까지 없애지는 않았다. 그녀는 지우개를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고, 두 관객이 한곳에 모이는 순간을 새 종이에 따로 그렸다.
이브론은 출구를 두 개로 만들면 어떠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집의 출구가 아니라 보는 사람의 길이냐고 확인했다. 그는 그렇다고 했다. 앞창과 옆창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한꺼번에 돌아서지 않도록 실제 바닥의 간격을 넓히자는 뜻이었다. 펜은 그러면 옆창이 아니라 사람의 동선을 먼저 시험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제안을 받아 적었다. 자기 작품의 핵심을 빼앗긴 것 같지 않았다. 집의 벽을 바꾸지 않고 사람의 자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안도였다. 이브론은 다음 프로그램에 넣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사람 수를 늘리기 전에 지금 두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옮겼는지부터 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예전의 작은 낭독방을 떠올렸다고 했다. 여섯 사람쯤 따로 들여보내는 짧은 구성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르네아는 여섯이 한꺼번에 보는 것인지 먼저 물었다. 극장주는 시간을 나누는 편을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그 경우에도 관객이 어디서 기다릴지와 품을 따로 봐야 한다고 했다. 아직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
시험은 두 번째에서 끝냈다. 펜에게 오늘 품을 건넨 뒤 두 사람은 실제 받침을 제자리에 돌렸다. 이브론은 원래 방을 쓰는 사람에게 넘길 시간이 됐다며 문을 열었다. 르네아는 자기 환영이 사라져도 방의 일은 계속된다는 것을 봤다. 바닥에 남은 것은 빛의 집이 아니라 걸레로 닦아야 할 작은 먼지였다.
그녀는 돌아오는 길에 세르단이 일하는 곳에 들르지 않았다. 자기 시험을 방금 본 사람에게 먼저 말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남자의 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신 집에 와 종이집을 고쳤다. 펜이 웅덩이라고 한 선을 지우지 않고 별도의 조각에 옮겼다. 길이 되는 조건과 물이 되는 조건을 나란히 보고 싶었다.
저녁 무렵 세르단이 돌아와 그 두 조각을 봤다. 르네아는 오늘 집을 두 번 세웠고 두 번째는 부하를 낮추려고 중간에 끝냈다고 말했다. 남자는 다친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없고 손목이 뻣뻣해 쉬었다고 답했다. 세르단은 그럼 실패한 시험은 아니겠다고 했다. 그녀는 집이 거의 보이지 않은 채 끝난 사람에게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누구한테요?”
“나한테요. 내가 더 보고 싶었으니까.”
남자는 그녀 옆에 앉았다. 르네아는 손이 여덟 박자를 잘 지켰는데 마음은 벌써 다음 집을 짓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세르단은 자기 몸도 그 순서를 잘 안다고 했다. 할 수 있는 동작을 멈춘 뒤에야 하고 싶은 동작이 더 선명해질 때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그가 다 안다고 말하지 않아 좋았다.
세르단은 글의 가게 주인이 배를 먹었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제부터 그 작은 과일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버리려다가 자기 아침을 아직 다 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끝이라고 했다. 그녀는 빵을 사는 장면은 남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남았지만 이제는 남의 몫도 함께 산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게 더 친절한 끝이 되느냐고 물었다. 세르단은 아니라고 했다. 자기가 먹을 것을 이미 먹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빵을 건넨다는 차이였다. 르네아는 자기 빈 집에도 무엇을 더 넣기 전에 자기가 무엇을 보고 싶은지 먼저 말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남자는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한쪽을 보고 나서 다른 쪽이 궁금해지는 순간이요. 두 쪽을 다 맞혔다는 기분 말고.”
그 말을 소리 내고 나자 자기 시험의 끝이 조금 보였다. 관객 모두에게 두 창을 보여 줄 필요는 없었다. 다만 처음 고른 곳이 전부라고 속일 필요도 없었다. 르네아는 받침 둘 사이에 실제 종이집 하나를 더 두는 생각을 적었다. 환영을 겹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뒤에도 손으로 볼 수 있는 모형이었다.
세르단은 그럼 환영 뒤에 종이가 오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렇다고 했다. 그가 종이를 만질 때 빛의 집과 같은 것이라고 믿게 해서는 안 됐다. 재료가 다른 두 집을 비교하는 시간이 생길 것이다. 남자는 자기는 종이 쪽을 먼저 고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그 순서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둘은 실제 상자를 꺼내 종이집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었다. 세르단은 고개를 너무 숙이면 어지럽다며 상자를 식탁 위로 올려 달라고 했다. 르네아는 높이를 바꾸고 그가 손을 넣기 쉬운 쪽을 비웠다. 새 집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지금 자기 방의 높이를 바꾸는 일은 계속 필요했다.
그녀가 손목을 주무르자 남자가 만져 줘도 되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오늘은 손보다 어깨를 기대고 싶다고 답했다. 세르단은 의자를 가까이 뒀다. 잠시 뒤 그녀는 그에게 입맞춤하고 싶다고 말했고 남자는 웃으며 얼굴을 돌렸다. 짧은 입맞춤 뒤에도 작업방의 집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저녁을 미룰 이유도 없었다.
밤에는 다음 시험의 첫 줄을 바꿨다. 어디를 보겠느냐고 묻기 전에 무엇을 만질 수 있는지 알려 주기로 했다. 종이는 손으로, 환영은 정한 자리에서 눈으로. 르네아는 그 두 문장을 쓰고 펜에게 다음 가능한 시간을 묻는 전갈을 준비했다. 이브론의 여섯 자리가 실제 제안이 되면 같은 종이로 조건을 맞춰 볼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바닥의 어두운 모양을 지웠다. 집 아래 가짜 그림자가 없으면 집이 뜬 것처럼 보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그때는 왜 떠 보이는지 다시 볼 수 있었다. 오늘 자기 눈까지 속였던 편리한 어둠을 다음 관객에게 먼저 주고 싶지는 않았다. 상자 안의 종이집은 그림자 없이도 서 있었다. 그녀는 내일의 빛이 그 빈 아래를 어떻게 지나는지 보고 싶어 불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