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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 15세 이용가 126화

후일담, 닫는 사람의 손

본문 5,084자 · 공백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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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르네아는 열한 관객 앞에서 끝낸 낭독의 정산과 반응을 정리했고, 세르단은 자신의 짧은 글을 소멜에게 맡겼다.

둘은 창가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의자를 놓고 저녁을 보냈으며, 문밖으로 간 원고의 평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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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멜은 세르단의 글을 들고 오지 않았다. 대신 빈 빵 봉지를 접어 르네아 앞에 놓았다. 그 접힌 바닥에 밀가루가 조금 남아 있었다. 르네아는 장인이 원고를 잃었다는 말을 하러 온 것은 아니리라 생각하면서도 문밖을 먼저 봤다.

“다 읽었어요. 본인에게 말해 주고 싶은데, 오늘 돌아와요?”

르네아는 늦은 오후라고 답했다. 세르단은 낮은종의 목공 일을 하러 갔고 아침부터 어지럼이 조금 있어 돌아올 때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소멜은 그럼 내일 자기 가게에서 만나자고 전해 달랬다. 르네아는 어떤 말인지 묻고 싶은 혀를 윗니에 댔다. 장인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봉지의 아랫부분을 폈다.

“이건 당신에게 주는 거예요. 옷 만들 때 쓰는 종이를 이런 식으로 접을 수 있겠더군요. 물건을 넣었다 꺼내도 다시 서요.”

그녀는 공연의 봉지를 말하느냐고 물었다. 소멜은 그렇다고 했다. 뒤에서 안 보였다는 말에 더 큰 것을 만들라는 뜻은 아니었다. 손 안에서 주저앉지 않으면 배우가 들고 있는 시간이 짧아도 모양이 보일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르네아는 종이를 눌렀다가 손을 뗐다. 접힌 면이 조금 일어섰다.

“종이는 돈이 들겠죠.”

“손도 들어요. 공짜 지혜를 준다고 접는 품까지 공짜가 되는 건 아니고.”

르네아는 웃었다. 지금 새 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장인은 알고 있다며 원하면 나중에 재료를 물어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원래 외투의 팔 안감을 봤다. 수선한 곳은 잘 붙어 있었다. 소멜은 바늘땀보다 천의 다른 쪽이 먼저 닳을 수 있다며 팔을 내리는 모습을 한 번 더 봤다. 르네아는 소매를 걷지 않고 그대로 팔을 움직였다.

장인이 나간 뒤에도 봉지는 탁자에 서 있었다. 르네아는 손잡이도 없는 작은 집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공연 속 레온의 봉지를 고칠 방법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종이가 스스로 버티는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창가에 그것을 놓고 안쪽에 들어온 햇빛을 봤다. 바람이 불자 한 면만 떨렸다.

옛 무대에서는 같은 떨림을 감추려 했을 것이다. 반사판과 구리실의 장력을 맞추고 관객이 봐야 할 면을 정면으로 돌렸을 것이다. 지금은 창가에 놓인 빈 봉지가 어느 쪽을 보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르네아는 손가락으로 종이의 모서리를 잡았다. 그 순간 방 안의 빛이 둘로 잘렸다.

그녀는 새 종이를 꺼냈다. 처음에는 봉지를 그렸다. 그다음에는 한쪽 문이 열린 집을 그렸다.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작고 손을 넣기에는 넓은 문이었다. 그 문을 닫는 손을 쓰다가 멈췄다. 방 안에 누가 있는지부터 정하면 문이 다시 익숙한 이야기의 소품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빈 안쪽을 조금 더 뒀다.

점심에는 남은 수프를 데웠다. 종이가 불 곁에 놓이지 않게 먼저 치웠다. 따뜻한 공기 때문에 봉지의 한 귀퉁이가 흔들린다는 사실만으로 어떤 마법도 생기지 않았다. 그녀는 숟가락을 놓고 한 번 웃었다. 그럼에도 눈은 자꾸 창 쪽으로 갔다. 새 글을 생각할 때의 배고픔은 실제 식사를 대신하지 못했다.

세르단은 해가 낮아질 때 돌아왔다. 그는 신발을 벗고 바로 낮은 의자에 앉았다. 르네아는 소멜의 전갈부터 전하지 않았다. 물이 필요한지 물었고 남자는 조금 달라고 했다. 목공 일은 끝냈지만 마지막에 서서 도구를 정리한 시간이 길었다고 했다. 그녀는 잔을 건네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소멜이 내일 가게에서 만나자고 했어요. 당신 글을 다 읽었대요.”

남자는 잔을 입 가까이 올렸다가 내려놨다. 르네아는 그 동작 때문에 자기 심장까지 빨라지는 것이 조금 억울했다. 자기 원고를 보낸 것도 아닌데 심사를 함께 기다리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그녀가 웃자 세르단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당신 얼굴을 보다가 자기 배가 긴장했다고 답했다.

“좋은 말이면 집까지 왔겠죠?”

“아까 여기 왔어요.”

세르단이 그녀를 봤다. 르네아는 봉지 때문이었다고 손으로 가리켰다. 글 평은 듣지 않았다고 덧붙이자 남자는 잠깐 눈을 감고 웃었다. 기대를 올리고 내리는 데 자기 물 한 잔도 다 마시지 못했다고 했다. 르네아는 이번에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다며 봉지를 가져왔다.

세르단은 접힌 바닥을 만져도 되는지 물었다. 그녀가 건네자 그는 빈 것을 손바닥 위에서 세웠다. 무게는 거의 없었지만 잡는 손에 따라 형태가 달라졌다. 남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방 같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방금 자기도 비슷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그 말이 자기 글을 미리 칭찬받은 것처럼 좋아서 조금 머쓱했다.

“무엇을 만들 생각이에요?”

“아직은 문만요.”

그는 종이를 돌려 문이 없는 쪽을 봤다. 르네아는 거기가 뒤라고 말하려다 그만뒀다. 봉지는 앞뒤를 정해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었다. 그녀가 새로 그린 집만 혼자 앞을 갖고 있었다. 세르단은 잘 서 있다며 돌려줬다. 그는 피곤하다고 말하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더 묻지 않은 질문이 방 안에 조용히 남았다.

다음 날 소멜의 가게에 함께 간 것은 르네아가 장인에게 별도로 약속한 실감 확인 때문이었다. 세르단은 자기 글의 대화에 그녀가 있어도 좋다고 했지만, 그녀는 옆방에서 천을 보고 있겠다고 했다. 남자가 혼자 듣고 싶은 말도 있을 수 있었다. 소멜은 두 사람을 서로 다른 의자로 안내했다.

옷감은 유리등 아래와 창가에서 색이 달랐다. 르네아는 장인이 남긴 천의 앞뒤를 확인하다 문 너머 세르단의 웃음을 들었다. 웃음 뒤에 긴 침묵이 왔다. 그녀는 천을 다시 만졌다. 무슨 말을 듣고 있는지 상상하면 자기 손 아래 실제 결까지 놓칠 것 같았다. 가게 견습이 밝은 면을 안쪽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잠시 뒤 소멜이 천을 가지러 나왔다. 세르단은 안에서 종이를 읽고 있었다. 르네아가 나가 있어야 하느냐고 묻자 장인은 아니라고 했다. 그가 직접 한 문단을 다시 보고 있다는 말이었다. 소멜은 더 묻지 않고 천에 표시를 했다. 르네아도 아무 말 없이 그 손을 봤다. 기다리는 일이 반드시 남의 대화를 훔쳐 듣는 일은 아니었다.

세르단이 나왔을 때는 종이가 그의 가방 안에 있었다. 장인은 글을 돌려주면서 빵은 좋았지만 문을 닫는 사람을 조금 더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자는 열쇠를 넣는 손부터 다시 읽어 보겠다고 답했다. 그 말이 끝난 뒤에야 소멜은 점심을 먹어야겠다며 의자를 밀었다. 평을 더 끌어낼 수 있는 빈자리는 닫혔다.

둘은 운하 쪽 벤치에 앉았다. 세르단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자기 글의 가게 주인이 문을 닫으면서 남의 신발부터 확인하는데, 정작 자기가 무엇을 놓고 나오는지는 끝까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르네아는 원고의 장면을 떠올렸다. 그녀는 그 손이 친절한 사람을 보여 준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그게 좋았어요.”

“알아요. 나도 그래서 마지막까지 남겼고요.”

그 말에서 르네아는 작게 찔렸다. 자기가 좋아한 부분이 남자의 다른 선택을 막았나 싶었다. 세르단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자기 글이니 자기가 남긴 것이라고 했다. 소멜도 친절을 빼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르네아는 입술을 다물고 물 위를 잠깐 봤다. 남자의 책임을 자기 죄로 가져오면 대화가 다시 그녀의 글 이야기가 됐다.

세르단은 가게 주인이 뒷방의 창을 확인하는 동작을 넣어 볼 생각이라고 했다. 바람 때문에 진열 천이 뒤집히는 가게였다고 앞에서 썼는데, 끝에서는 그 창을 잊었다는 것이다. 르네아는 그러면 남자가 가게를 아는 방식이 보이겠다고 말했다. 남자는 직접 써 봐야 알겠다고 했다. 어지럼이 남아 있어 오늘 오래 앉아 고치지는 않겠다고도 했다.

그녀는 자기 봉지의 집에도 창을 하나 더 그렸다고 털어놨다. 세르단이 왜 하나 더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앞쪽에서만 보면 자꾸 관객에게 보여 줄 정답을 만드는 기분이 들어서라고 했다. 남자는 두 창이 있으면 둘 다 볼 수 있는 사람도 있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렇지만 어느 창으로 볼지는 그 사람이 골라도 좋겠다고 답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둘은 서로의 걸음이 같지 않다는 것을 다시 알았다. 세르단은 다리가 아니라 시야가 흔들려 잠깐 멈췄다. 르네아는 벽 쪽 자리를 가리키며 앉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서서 잠깐 쉬면 된다고 했다. 그녀는 옆에 멈춰 섰다. 지나가던 사람이 두 사람 사이를 통과했고 운하의 냄새가 바뀌었다.

“내 글이 당신 마음에 덜 들어도요.”

세르단이 말했다. 르네아는 그 뒤를 기다렸다. 남자는 고친 뒤에도 읽고 싶은지 물었다. 그녀는 읽고 싶지만 자기가 먼저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세르단은 이번에는 자기가 먼저 끝까지 읽어 보겠다고 했다. 그녀는 그 대답이 뜻밖에 좋아 웃었다. 두 사람의 글은 같은 집에 살지만 같은 순서로 읽혀야 할 필요는 없었다.

저녁에는 각자의 종이가 식탁 양쪽에 놓였다. 르네아는 두 창을 가진 종이집의 안쪽을 어둡게 칠했다. 앞창에서는 문턱이 보였고 옆창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집을 조금 돌렸다. 옆창에 빛이 들어오자 첫 창이 어두워졌다. 두 곳을 모두 밝히려면 무엇을 더해야 하는지, 먼저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가 생겼다.

세르단이 불을 켜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좋다고 했다. 실제 유리등의 불빛이 들어오자 종이집의 창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밝아졌기 때문이었다. 르네아는 실패한 그림을 보고 웃었다. 밤에도 같은 창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지만 그 욕심만으로 바닥에 구리실을 풀지는 않았다.

그녀는 펜에게 무엇을 부탁할지 먼저 따로 썼다. 관객 역할을 무한히 맡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작은 빈 주형의 앞과 옆에서 보이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아직 일할 때와 품은 정하지 않았다. 부탁할 사람의 이름을 썼다고 그 사람이 이미 방에 들어온 것처럼 도면을 그리지 않기로 했다.

종이집 안에는 열쇠도 가구도 없었다. 르네아는 아까 소멜이 했던 말을 생각했다. 무엇을 놓고 나오는가. 자신은 관객의 눈을 집 안에 남기고 싶은 것인지, 관객이 제 눈을 가지고 나가도 견딜 수 있는지 아직 몰랐다. 내일의 시험은 빛의 일만은 아닐 것 같았다.

그녀는 집을 상자에 넣고 세르단에게 내일 펜을 만나 작은 시험을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남자는 자신이 서야 하는 시험이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아니라고 답했다. 이번에는 빈 집부터 자기 힘으로 세워 보고 싶었다. 세르단은 그럼 완성되기 전에 자기도 어느 창을 보고 싶은지 골라도 되느냐고 했다. 그녀는 아직 보이지 않는 옆창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그곳을 볼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내일의 첫 일이었다.

12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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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옆창을 고르는 일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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