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아는 아침에 의자 위의 종이를 치우다가 자기가 쓴 첫 동작을 실제로 해 보았다. 먼저 돌아온 사람이 옆자리를 비워 둔다. 종이 세 장과 접어 둔 천을 식탁으로 옮기니 빈 의자가 생겼다. 그런데 그 앞에 서 있는 자기는 이상할 만큼 할 일이 없었다. 상대가 돌아오지 않으면 무대도 멈추는 장면이었다.
그녀는 천을 다시 의자에 올렸다. 빈자리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싶어서, 사람에게 아무 일도 주지 않은 셈이었다. 창보다 늦게 손을 떼는 장면에서는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남았다. 이번에는 사람을 남겨 놓고 문만 쳐다보게 했다. 르네아는 새 종이에 ‘기다린다’고 쓴 뒤 그 아래를 검게 칠했다.
세르단은 부엌에서 빵을 잘랐다. 칼이 도마에 닿는 간격이 일정하지 않았다. 그녀가 소리를 듣고 돌아보자 남자는 한쪽이 더 딱딱하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자기 머릿속에서 그 간격을 무대 박자로 바꾸려던 것을 그만뒀다. 아침을 만드는 손은 작품의 빈자리를 채우러 나온 손이 아니었다.
“의자가 비었는데 사람이 갇혔어요.”
그녀가 말했다. 세르단은 빵을 접시에 놓고 어느 사람이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자기가 쓰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남자는 자기는 아직 그 종이를 읽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웃었다. 같은 집에서 자란 문장이니 상대도 벌써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가 아침 뒤 자기 글을 들고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번에 말한 읽기 준비였다. 르네아는 누가 처음 듣는지 묻고 싶은 마음을 느꼈다. 그러나 이미 아는 사람이 있어야 안심이 될 것 같다는 이유로 명단을 가져올 수는 없었다. 대신 오늘 저녁 같이 먹을 것인지 물었다. 그는 늦기 전에 돌아올 생각이지만 자기 몫을 기다려 데우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그 대답은 조금 서운하고 조금 편했다. 그녀는 자기 저녁도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둘은 빵을 나눠 먹었다. 남자가 나가면서 어깨를 가볍게 내밀었고, 그녀는 물은 뒤 짧게 안았다. 문이 닫히자 르네아는 자기가 이제 빈 방의 배우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바로 웃었다. 할 일이 실제로 산더미였다.
그녀는 낮은종에 가져갈 도면과 자기 원고를 따로 묶었다. 다른 사람의 무대에 쓰는 도면은 오늘 약속한 일이고, 새 원고는 아직 누구의 품도 사지 않은 자기 일이었다. 둘을 한 묶음에 넣으면 극장에서 기다리는 모든 틈을 공짜 준비 시간처럼 쓰고 싶어졌다. 르네아는 원고를 가방 안쪽에 넣었다.
낮은종의 작업대에는 이브론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도면의 옆면을 돌려 보며 이 부분은 실제로 손이 들어가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작은 모형의 옆을 열었다. 자기 손은 들어갔지만 기름등을 다루는 담당자의 장갑까지 지나갈 폭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폭을 고쳤다. 그림의 여백이 줄었고 실제 손의 자리가 늘었다.
이브론은 그녀의 가방에서 삐져나온 다른 종이를 봤다. 이번에도 자기가 아직 못 읽은 명작이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아직 사람 하나를 의자에서 못 일으킨 글이라고 답했다. 소유주는 그 정도면 자기 극장보다 형편이 좋다고 했다. 자신은 의자에서 안 일어나려는 관객을 원한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도면을 먼저 마친 뒤에야 원고 이야기를 했다.
짧은 읽기를 새로 해 보고 싶다고 하자 이브론은 복도에서 누군가를 불러 주려다가 멈췄다. 지금 오는 사람은 자기 일로 오는 것이니 부탁이 되려면 먼저 끝을 기다려야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능청스럽게 던지는 말 중에도 손을 붙잡을 때가 있었다. 이번에는 그가 먼저 자기 손을 거뒀다.
오후에 의상 꾸러미를 가지러 온 여자가 자기 일을 끝내고 돌아섰다. 이브론이 나델이라고 소개했다. 작은 낭독에서 여러 인물을 읽는 배우라고 했다. 여자는 르네아에게 이미 작품을 보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어느 분량을 누구와 읽는지 물었다. 르네아는 자기 앞 장면과 새 장면을 설명하다가 처음 장면을 지나치게 길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제가 먼저 원고를 읽으면, 작가님이 덜 설명해도 되겠네요.”
나델이 말했다. 르네아는 종이를 꺼냈다. 복도 한쪽에서 여자는 첫 장면을 눈으로 읽었다. 다음 장에 이르러 빈 의자를 만드는 줄에서 멈췄다. 그리고 이 사람은 집에 돌아와 무엇부터 하고 싶은지 물었다. 르네아는 상대를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나델은 그 상대가 아직 없을 때의 손을 물었다.
작가는 잠깐 말을 고르다 겉옷을 벗을 것이라고 했다. 여자는 자기 어깨의 옷을 만졌다. 젖었는지, 뜨거운지, 무거운지에 따라 벗어 두는 곳이 다르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새 장면의 방 안을 떠올렸다. 그 방에는 창과 의자는 있었지만 날씨가 없었다. 돌아온 사람은 길도 걷지 않고 무대에 나타났다.
나델은 오늘 바로 읽을 수는 없다고 했다. 꾸러미를 다른 작업장에 전해야 했고, 그 일은 이미 자기 시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르네아는 얼마나 짧으면 되겠느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원고를 검토하고 짧은 읽기를 하는 별도의 품을 물었다. 여자는 두 번 중 한 번을 먼저 해 본 뒤 다음을 정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녀는 자기가 치를 수 있는 몫을 장부에서 보았다. 최근 도면 품 중 생활비를 빼고도 남은 일부가 있었다. 큰 창을 만들 돈은 아니었고, 배우 한 사람이 정해진 시간에 글을 읽는 일은 구별해서 셀 수 있었다. 르네아는 첫 읽기에 쓸 몫을 정했다. 그 자리에서 오래 묶어 두는 대가로 먼 공연을 약속하지 않았다.
나델은 이틀 뒤 낮에 한 번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르네아는 작은 작업방을 빌릴 수 있는지 이브론에게 별도로 물었다. 극장주는 지금 비어 있는 방은 그때 다른 준비가 예정돼 있다고 답했다. 웃음으로 덤을 얻어 낼 자리는 아니었다. 대신 그보다 이른 시간의 분장방은 의자와 작업등을 두고 쓸 수 있었다.
그들은 실제 가능한 시간을 골랐다. 환영은 쓰지 않고, 두 끝을 한 번씩 읽으며 배우가 하는 일을 볼 범위였다. 나델은 세르단과 같이 읽는지 물었다. 르네아는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에게 사정이 있어서 자신이 대신 구해 주는 배우처럼 설명하지 않았다. 오늘 필요한 사람이 자기 문장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는 이유를 말했다.
복도를 나올 때는 해가 아직 높았다. 르네아는 새로 받은 도면 품과 앞으로 나갈 읽기 품을 따로 넣었다. 종이 위에서는 둘 다 짧은 숫자였지만 한쪽은 끝낸 일이고 다른 쪽은 이제 할 일이었다. 그녀는 기대가 커지면 둘 사이에 줄을 하나 그어 돈이 저절로 돌아오는 것처럼 생각하곤 했다. 오늘 장부에는 그 선을 긋지 않았다.
운하 옆의 접이식 다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녀는 평소에 건너던 길이 막혀 잠깐 기다렸다. 물건을 실은 배가 아래를 지나갔다. 다리 앞에 선 사람들은 모두 반대편을 봤지만 기다리는 모양은 달랐다. 한 남자는 신발 바닥에 낀 것을 털었고 아이를 데리고 온 여자는 끈이 풀린 모자를 다시 묶었다.
르네아는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려다 그만뒀다. 사람의 실제 사정을 모른 채 모두 자기 장면의 준비로 가져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눈앞에서 하나는 알았다. 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도 길 외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구두 끈을 봤다. 묶을 필요가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그것도 선택이었다.
집에서는 겉옷을 벗고 의자에 걸었다가 다시 들었다. 자기가 그 의자에 앉을 때 등을 누를 두꺼운 깃이 있었다. 르네아는 벽의 걸이에 옷을 걸고 앉았다. 옆자리는 여전히 비었지만 이번에는 자기 허리가 먼저 편했다.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비워 둔 사람만으로는 이 동작을 쓰기 어려웠다.
그녀는 새 원고에 비가 갠 뒤라고 적었다. 실제 물을 환영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돌아온 사람이 겉옷 안쪽을 뒤집어 말리는 동작이면 길의 일부가 손에 남을 수 있었다. 첫 장면의 소매를 그대로 되풀이하지 않도록, 이번에는 옷의 젖은 곳을 아는 사람이 자기 자리를 먼저 고르게 했다. 기다리는 사람도 집에 돌아온 사람이었다.
한참 뒤 세르단이 왔다. 르네아는 쓰던 손을 멈추고 잘 다녀왔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글 하나를 덜 읽고 다른 부분을 오래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그녀는 어느 부분인지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저녁을 먹은 뒤라면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먼저 물을 마시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물그릇을 꺼냈다. 상대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에 따라 저녁을 고르려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 세르단은 물을 마시고 자기 의자에 앉았다. 등받이에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옷을 치웠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우선 자기가 앉고 싶어서였다고 답했다. 남자가 웃었다.
읽기 자리에서는 자신의 첫 장을 들은 사람이 다음 장면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물었다고 했다. 세르단은 자기도 연결이 된 줄 알았지만 입으로 읽으니 중간이 비었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그 빈 곳이 싫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오늘은 조금 싫었고 돌아오는 길에는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 둘을 하나로 줄여 위로하지 않았다.
그녀도 나델과 약속한 일을 말했다. 세르단은 배우의 이름을 따라 말하고, 자기가 옆에서 듣는 자리가 필요한지 물었다. 르네아는 이번에는 처음 읽는 사람 앞에서 자기 말을 들어 보고 싶다고 답했다. 말하면서 상대가 섭섭할까 봐 얼굴을 봤다. 남자는 알겠다고 했다. 자기는 그 시간에 다른 일이 있다고도 말했다.
“그래도 다녀와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르네아가 말했다. 그는 그때 자기 귀가 비어 있으면 듣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얼마나 차분한 대답이냐고 웃었다. 세르단은 귀도 가끔 일찍 퇴근한다고 했다. 둘은 그 말 때문에 오래 웃었다. 저녁 빵은 조금 식어 있었지만 그녀는 다시 데우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은 그냥 같이 먹고 싶었다.
식사 뒤 그녀는 종이를 보여 주었다. 남자는 옷을 말리려고 자리를 고르는 줄을 읽고, 이 사람이 상대의 의자를 먼저 쓰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 나니 돌아올 사람의 자리가 반드시 맨 처음 정한 곳이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이 만나려면 빈 의자 하나를 숭배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옆자리에 쌓였던 천을 자기 무릎에 올렸다. 천 아래에서 연필 하나가 굴러 나왔다. 세르단이 발로 막으려다 그대로 뒀고 그녀가 몸을 굽혀 주웠다. 남자는 지금 그쪽으로 빨리 돌면 어지러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알겠다고 답했다. 작은 물건 하나도 서로의 몸을 시험하는 신호가 될 필요는 없었다.
밤에 원고에는 돌아온 사람의 첫말이 생겼다. 왜 기다렸느냐가 아니라 옷이 말랐느냐는 물음이었다. 르네아는 그 말 뒤에 어떤 대답이 와야 하는지는 남겨 뒀다. 이틀 뒤 처음 읽는 입에서 들으면 자기 귀에도 다르게 올 터였다. 그녀는 의자를 비워 둔 뒤, 그 옆에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을 처음으로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