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읽은 세르단은 대사 하나를 지워도 되느냐고 물었다. ‘아직 여기 있구나’라는 말이었다. 르네아는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로 들리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옷에게 하는 것 같지만, 조금 전까지 자기 손을 보고 있었으니 갑자기 창에게 인사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르네아는 연필을 건넸다. 남자가 직접 줄을 긋자 생각보다 진한 흔적이 남았다. 그녀는 그 자국을 깨끗한 새 종이로 옮기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은 어떤 말을 지웠는지 함께 보고 싶어 그대로 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글을 보여 주면서도 자기 문장은 늘 손대지 않은 채 돌아오기를 바랐던 모양이었다.
세르단이 손을 천에 맞춰 봤다. 손가락을 벌리고 안쪽 자국 위에 얹었다가, 손목에 닿는 모서리를 조금 접었다. 실제 바늘이나 가위는 없었다. 그 동작 하나로 옷을 고쳐 냈다는 장면도 아니었다. 이제 어느 부분이 자기에게 걸리는지 아는 사람이 남았다.
그녀는 빛이 완전히 사라진 뒤 그 손을 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르단은 가능할 수 있지만 미리 정한 해제 말을 들은 다음 시작하는 편이 좋다고 했다. 여덟 박자를 자기가 속으로 맞춰 연기하면서 끝을 재는 일은 맡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르네아는 자기 숫자를 배우의 숨에 몰래 얹지 않기로 했다.
둘은 실제 창 없이 그 부분을 두 번 읽었다. 첫 번째에는 르네아가 말을 너무 늦게 해 세르단의 손이 먼저 멈췄다. 두 번째에는 그녀가 현재 빛을 놓겠다고 알리고, 남자는 그 말을 들은 뒤 천을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르네아는 설명이 작품을 망칠 거라 걱정했던 것보다 장면이 덜 끊긴다는 것을 봤다.
그날은 거기서 마쳤다. 창을 다시 보기로 한 때는 사흘 뒤였고, 그 사이 두 사람에게는 각자의 일이 있었다. 르네아는 소멜에게 수선된 겉옷을 잘 입고 있다고 전했다. 장인은 그러면 충분하다고 했다. 무대에 쓸 훌륭한 한마디를 더 달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새로 정한 준비 날, 방 안의 의자는 지난번과 같은 쪽에 놓였다. 바닥 담당자는 현재 고정대와 회로를 확인했다. 르네아는 같은 작은 창만 쓸 것이며 더 큰 면으로 늘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르단은 어지럼이 없는 현재 상태를 설명하고, 오늘도 앉아서 천을 다루는 범위를 택했다.
다벨은 원고를 보지 않고 앉겠다고 했다. 지난번에는 글을 따라가느라 실제 손을 놓친 때가 있었다는 말이었다. 르네아는 그가 제작자라서 모든 것을 한눈에 다 보았으리라 생각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펜도 자기 맡은 준비를 끝내고 보는 자리에 섰다. 오늘 이들은 초대 관객을 대신하는 여섯 명이 아니었다.
실이 당겨지고 창이 섰다. 르네아는 손바닥에 남은 미세한 저항을 봤다. 방을 채우는 새 환영은 없었다. 같은 면 하나가 사람 옆에 놓였다. 세르단이 천을 뒤집자 그 안쪽 자국은 작업등의 빛을 받았고, 환영 창은 어깨 바깥에 남았다. 두 빛이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가 첫 문장을 읽었다. 천이 마음대로 접히지 않는다는 짧은 투덜거림이었다. 다벨이 작게 웃었다. 르네아는 그 소리에 실이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았고, 그래도 현재 손끝의 저항을 놓치지 않았다. 웃음이 허용된다고 박자를 맞춘 박수까지 같은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세르단이 안쪽 자국을 발견했다. 그는 이번에도 얼굴을 들지 않았다. 르네아는 그가 내려다보는 천을 자기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자기 자리는 실을 엮는 쪽이었다. 배우의 눈과 같은 곳에 가지 못해도 지금 그의 손이 어디서 멈추는지 볼 수 있었다.
“여긴 내 손이 아니었군.”
대사가 나왔다. 르네아는 손끝의 힘을 고르게 두고 창의 모서리를 봤다. 세르단이 자기 손바닥을 천 위에 얹었다. 다벨의 고개가 조금 기울었고 펜은 팔짱을 풀었다. 그들이 무엇을 느끼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같은 모서리를 보는 집중이 실에 조금 더 분명하게 닿았다.
르네아는 손 신호를 보낸 뒤 현재 빛을 놓겠다고 말했다. 대사 사이로 들어가는 작업자의 목소리였다. 예전 같으면 무대 밖에서 들리지 않게 낮췄을 말이 방 안에 분명하게 남았다. 세르단은 들은 뒤 천을 조금 당겼다. 그에게는 이제 시작할 때가 있었다.
첫째, 둘째. 창의 위쪽이 얇아졌다. 세르단은 손가락을 더 벌리지 않았다. 손목이 닿는 데를 찾듯 천의 모서리만 자기 쪽으로 접었다. 셋째에 르네아는 자신이 그 동작을 너무 오래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고정대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름다운 장면도 자기 일을 대신해 주지는 않았다.
넷째와 다섯째 사이에 세르단이 숨을 내쉬었다. 르네아는 그가 대사를 잊은 것이 아니라 지운 대사를 쓰지 않고 있는 것을 떠올렸다. ‘아직 여기 있구나’는 돌아오지 않았다. 천과 손만 있었다. 여섯째, 실의 마지막 면이 흐려졌다. 그녀는 남은 하중을 받치는 감각을 확인했다.
일곱째가 지나고 여덟째가 끝났다. 르네아는 창이 풀린 것을 확인한 뒤 지금 빛이 끝났다고 말했다. 세르단은 손을 바로 떼지 않았다. 모서리를 한 번 눌러 보고 천을 무릎에 뒀다. 그 길이가 그녀의 박자와 일치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끝났다는 안내를 한 뒤에야 방 안의 사람이 움직였다. 다벨은 자기 무릎 위 손을 폈다. 펜이 물을 가져왔고 담당자는 회로와 바닥을 다시 봤다. 르네아는 자기 손을 내리고 세르단에게 현재 상태를 물었다. 남자는 괜찮으며 이번에는 언제 자기 일을 시작하는지 알았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 답을 듣고 잠깐 웃었다. 창이 전보다 커진 것도, 끝의 대사가 더 화려해진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제일 쓰고 싶었던 한 줄을 지웠고 작업자의 말을 남겼다. 그 빈자리에서 사람의 손이 보였다. 다벨은 바로 의견을 말하지 않고 한동안 천이 놓인 무릎을 봤다.
“빛이 끝나도 이 사람은 아직 덜 끝났네요.”
제작자가 말했다. 르네아는 그 말이 좋았다. 그리고 그가 좋아한 것인지 묻고 싶었다. 다벨은 자기는 그 차이가 보였다고만 먼저 말했다. 앞의 빛이 사람을 남겨 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기 일 때문에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천천히 받아 적었다.
펜은 왜 주인공이 마지막에 옷을 입지 않았는지 물었다. 세르단은 자기가 소매를 다 고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르네아는 원고의 끝을 봤다. 펜은 그렇다면 다음 날도 그 옷이 필요하겠다고 했다. 그는 결말이 덜 끝났다고 비난하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직접 어떻게 보였는지 물었다.
그는 자기라면 내일 다른 사람에게 수선을 부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 자기 손에 걸리는 곳을 알았으니 어디를 고쳐 달랄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답이었다. 르네아는 웃었다. 소멜에게 맡긴 자기 겉옷이 떠올랐다. 그러나 주인공의 다음 날까지 지금 대사로 설명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세르단은 천을 내려놓으며 손목이 닿던 자리가 전보다 편했다고 했다. 실제 바느질을 하지 않으면서도 할 일이 있었다는 말이었다. 르네아는 빛이 풀리는 동안 그가 고개를 들지 않아도 좋았다고 말했다. 남자는 오늘은 그럴 이유가 없었다고 답했다. 배우가 자기 행동의 이유를 알고 있었다.
다벨은 이 장면만으로 큰 창의 제작비를 바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르네아는 알고 있다고 했지만 가슴 한쪽은 조금 식었다. 그는 작은 방에서 이 짧은 장면을 받아들일 수 있는 관객과 비용을 생각해 볼 뜻은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아직 새 공연의 계약은 아니었다.
그녀는 큰 창의 제안을 버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이 고집처럼 들릴까 봐 목이 단단해졌다. 다벨은 오늘 작은 장면을 택한 것이 큰 안을 포기한 서약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오늘 실제로 보인 것과 나중에 만들어야 할 것은 다르게 셈해야 했다. 르네아는 그 구별에는 동의했다.
준비를 마치며 원고의 제목을 물었다. 르네아는 아직 임시로 남은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했다. 다벨은 그 제목이 장면보다 설명이 많다고 말했다. 그녀는 웃으며 당신도 예전에는 끝이 긴 제목을 받아 줬다고 했다. 제작자는 그건 자기 장부에 쓰는 이름이었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천의 모서리를 봤다. 주인공의 손이 한 번 닿은 자리였다. 그녀는 ‘소매 안쪽’이라고 말해 봤다. 세르단이 그 제목이면 바깥에서 보는 사람도 안을 궁금해할 것 같다고 했다. 누구도 그 이름을 공식 공연명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에게는 처음으로 장면이 자기 물건처럼 들렸다.
집에 가는 길에 두 사람은 운하 옆에서 잠깐 쉬었다. 세르단은 오늘 몸이 피곤하지만 어지럼은 없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그를 더 걸으러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자기 기쁨을 줄여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오늘 그가 무릎 위에 천을 놓던 순간을 또 보고 싶다고 했다.
남자는 오늘은 더 하지 않을 거라고 답했다. 르네아가 웃었다. 자기도 지금 이 벤치에서 배우를 세우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세르단은 알고 있지만 그 말을 직접 해 두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만든 손동작 중 하나가 글을 바꾼 것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처음에는 글에 손대는 것이 조금 싫었다고 고백했다. 세르단은 자기도 처음 읽을 때 좋은 독자가 돼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 왜 잘 모르겠는지 말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르네아는 천을 접는 배우보다 맞은편에서 종이를 든 연인이 더 어려웠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르네아는 그 대답을 보고 자기 작품이 관계의 시험이 되는 순간을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녀는 그에게 읽어 달라는 다음 부탁도 할 것이고, 그가 싫다고 하면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도 있었다. 그 두 가능성을 말로만 허락하는 것과 실제로 견디는 것은 달랐다.
해가 기울자 벤치의 한쪽이 어두워졌다. 세르단은 앉은 방향을 바꿔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먼저 일어나 자리를 비웠다. 남자가 편한 쪽으로 다시 앉은 뒤 그녀도 곁에 앉았다. 무대에서 잃기 싫어하던 얼굴이 지금은 아주 가까웠다. 그녀는 한 번 물은 뒤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집에서는 작은 준비의 남은 물건과 돈을 정리했다. 약속한 배우와 작업자의 몫을 지급했고 이번 확인은 끝났다. 르네아는 두 번의 창을 한 번의 완벽한 성공처럼 묶지 않았다. 처음에는 끝이 비었고, 다음에는 그 빈 때를 누구의 일로 쓸지 정했다. 둘 다 지금 작품에 들어와 있었다.
세르단은 옆에서 자기 글을 펼쳤다. 르네아는 오늘은 읽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가 혼자 고치고 싶은 때도 있었다. 그녀는 ‘소매 안쪽’ 아래에 새 줄을 하나 썼다. 아직 관객이 없는 장면이었지만, 오늘 그 안의 사람은 처음으로 빛보다 늦게 손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