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건너 종이 가게에서 르네아는 앞면보다 뒷면을 오래 보았다.
새것은 얇았고, 오후 빛이 맞은편 손가락을 비췄다. 그림을 그리면 뒤에 무엇이 있는지 덜 보일 터였다. 그녀는 한 장을 들어 자기 얼굴 앞에 놓았다. 가게 주인이 창을 사러 왔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아직은 종이라고 답하고 웃었다.
아침에는 큰물결 극장에 답장을 맡겼다. 펜이 가능한 날 한 차례, 그 전에 새 동작을 살펴볼 유료 준비 시간, 바닥과 고정대의 재확인. 긴 공연의 구상은 계속하되 그 비용을 이번 시험에 섞지 않겠다는 말도 넣었다. 접수하는 사람은 다벨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답까지 받은 것은 아니었다.
종이를 고르며 그녀는 편지를 다시 고치고 싶어졌다. 한 차례만 가능하다고 하면 두 번의 기회를 잃을 수도 있었다. 펜 아닌 다른 배우를 구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만들지 않은 두 번째 사람의 동작까지 팔고 싶지는 않았다. 르네아는 계산대에 놓은 두 장 중 하나를 제자리로 돌렸다.
가게 주인은 남은 한 장에도 그림을 두 개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앞뒤에 그리면 선이 겹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래서 낮은 책상에서 그리는 사람과 창에 붙이는 사람의 선택이 다르다고 했다. 르네아가 종이를 내려놓자 손가락은 다시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빛이 물건을 바꾸지 않고도 보는 일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매일 썼다. 그래도 오늘 그 얇은 종이가 마음에 남았다. 한쪽에서 보이는 선을 반대쪽 사람도 같은 선으로 보리라고 정해 온 버릇이 있었다. 창을 한 번 더 키우는 것보다 먼저 살필 일이 생겼다.
가게 밖에서는 짐수레가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접이식 다리는 통행을 잠깐 멈췄다. 르네아는 기다리는 줄 뒤에 섰다. 수레꾼이 바퀴를 세우고 묶음을 다시 조였다. 그녀는 젖은 나무 냄새를 맡으며 종이 봉투를 겉옷 안으로 밀어 넣었다.
서두를 이유는 없었지만 기다리는 동안 자기 시간을 잃는 기분은 들었다. 시험의 사람에게는 늘 기다릴 까닭을 잘 만들어 주고 싶었다. 실제 다리 앞에서는 까닭을 안다고 기다림이 짧아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발을 한 번 옮겼다. 앞사람의 짜증까지 그림의 재료로 가져갈 필요는 없었다.
집에는 세르단보다 먼저 도착했다. 식탁 한쪽에 종이를 놓고 빵을 잘랐다. 남자의 글은 묶인 채 자기 방에 있었고 그녀의 큰 창 도면은 다른 방에 남아 있었다. 르네아는 두 그림을 식탁 위에 겹쳐 놓는 대신 작은 종이 한 장만 폈다.
펜의 겉옷을 그렸다. 다음에는 벗는 사람만큼 다시 입는 사람을 보고 싶었다. 팔을 넣고 손수건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갈 수도, 추워서 옷만 입고 앉아 있을 수도 있었다. 아직 고르지 않은 끝을 한 사람의 등에 다 붙이면 그가 너무 바빠졌다.
그녀는 종이를 뒤집었다. 방금 그린 겉옷의 선이 흐리게 보였다. 그쪽에서 보면 주머니가 반대편에 있었다. 단순히 같은 그림을 보는 일도 위치를 바꿨다는 흔적을 남겼다. 르네아는 새 선을 보태지 않고 봉투에 다시 넣었다. 오늘은 종이 두께를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해가 기울 무렵 세르단이 돌아왔다. 같이 먹을 수 있겠느냐고 했던 약속 안에 들어오는 시간이었다. 그는 신발을 벗으며 오늘 동료를 만나 생각보다 오래 걸었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아직 빵을 다 먹지 않았다고 답했다. 둘은 그 말로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남자는 창가의 봉투를 보고 종이를 샀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한 장이라고 했다. 그가 아껴 써야겠다고 하자 르네아는 오늘 이미 앞뒤를 다 썼다고 답했다.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뒷면도 샀으니 거기까지 자기 것이라는 말에 그가 웃었다.
식사를 하다 그녀는 기다리는 사람이 지루해하는 모습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세르단은 오늘 자기 글의 사람도 기다리다 딴일을 했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게 어떤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그가 종이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그녀도 듣겠다는 자리를 먼저 만들지 않았다.
“지루해하는 사람이면, 당신 창을 안 볼 수도 있겠네요.”
그의 말에 르네아는 빵을 든 손을 멈췄다. 시험에서 펜이 창을 가렸을 때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말이었다. 못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은 달랐다. 그녀는 창에 돈을 썼는데 사람이 자기 신발만 보면 제작자가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세르단은 관객도 신발을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가 옳은 답을 들고 온 것처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누구를 보는지 고르게 하는 장면을 만들고 싶으면서, 고른 결과까지 자신이 갖고 싶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말하고 나니 조금 우스웠다.
그는 자신도 낭독 때 어떤 문장 다음에는 사람들이 꼭 고개를 들었으면 했다고 답했다. 실제로는 종이를 넘기는 사람이 있었고 물을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르네아는 그날 자기가 컵을 들었던 순간을 기억했다. 글을 안 듣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모두 같은 뜻으로 들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내일 도면에서 의자를 옆으로 돌려 보겠다고 했다. 그가 내일 곧 시험을 하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답부터 기다린다고 고쳤다. 종이에서 해 볼 일과 사람을 부르는 일을 자꾸 같은 말로 묶고 있었다. 세르단은 그럼 오늘 저녁에는 집 의자만 돌려도 되겠다고 했다.
둘은 식사를 마치고 의자 하나를 창 옆에 뒀다. 구리실도 환영도 없는 집이었다. 르네아는 자기 의자에 앉아 남자가 겉옷을 고르는 것을 보았다. 그가 어지럽지 않게 방향을 천천히 바꾸었다. 그녀는 지금 본 동작을 그대로 자기 배우의 동작으로 쓰겠다고 정하지 않았다.
세르단은 옷을 입은 뒤 그대로 앉았다. 르네아는 창밖이 어둡고 실내가 추워서 입은 것이라고 여겼다. 르네아는 아무 말 없이 보기에는 남자를 너무 오래 보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기다리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래서 장면이 끝나지 않는 것이 오늘의 문제였다.
그는 옷을 벗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웃으며 자기는 추워서 입은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보여 주려고 입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웃었다. 집에서 시험을 안 한다고 하고서도 그녀는 남자를 작은 시연 안에 불러 놓았다.
그녀는 미안하다고 했다. 다음에는 무엇을 보려는지 먼저 말하겠다고 했다. 세르단은 잠깐 해 보는 것 자체가 싫었던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다만 언제 끝나는지 자기도 알면 좋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 말을 자기 종이의 가장자리보다 먼저 기억했다.
의자를 돌려놓고 둘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남자가 들른 동료의 집에는 낮에도 등잔을 켜야 하는 방이 있었다. 르네아는 창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창은 있지만 맞은편 벽이 가까웠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가 만드는 창이 자꾸 풍경부터 내놓는다는 생각을 했다.
“방에 들어오는 것은 빛만이 아니겠네요.”
그녀가 말하자 세르단은 오늘 거기서는 빵 냄새도 들어왔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자기 환영으로는 그 냄새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남자는 그래서 진짜 빵을 샀다며 남은 봉투를 가리켰다. 그녀는 남의 방 이야기가 자기 기술의 부족을 꾸짖는 말이 아니어서 편했다.
정리를 시작하기 전 세르단이 빵 봉투를 접었다. 르네아는 그 종이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가 곧 웃었다. 얇은 종이를 사 온 날에는 모든 종이가 작품이 되는 것 같았다. 남자는 자기 글의 앞뒤를 다 쓴 종이도 남겨 두면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건 먼저 글을 다 지웠는지 보라고 답했다. 세르단이 손을 멈췄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줄이 있을 수도 있었다. 르네아는 그림 밑에 희미하게 보이는 글을 읽게 되는 일을 떠올렸다. 종이를 재료로 받는 것과 거기에 남은 말까지 초대받는 것은 달랐다.
남자는 자기 종이는 자기가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녀도 좋다고 답했다. 빈 뒷면이 탐났다는 이유로 그가 버리려던 문장까지 자기 책상에 가져올 수는 없었다. 르네아는 대신 오늘의 빵 봉투를 한 번 더 폈다. 안쪽에 기름 자국이 번져 있었다. 이건 그림을 그리기보다 빵을 싸는 쪽이 나았다.
“오늘 산 한 장이 갑자기 더 좋아졌어요.”
그녀가 말하자 세르단은 종이도 경쟁자를 알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적어도 빵을 이겼다고 답했다. 남자가 소리 내 웃었다. 그녀는 그 웃음을 들으며 좋은 생각을 찾은 날에도 집의 모든 물건이 시험에 동원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봉투를 마른 곳에 놓고 젖은 행주를 챙겼다. 르네아는 탁자 위의 종이를 먼저 옮겼다. 서로 무엇을 아끼는지 알아도 손이 지나갈 자리는 실제로 만들어야 했다. 그녀가 봉투를 서랍에 넣는 동안 남자는 끝까지 물기를 닦았다. 창 하나 없는 식탁이 비로소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
문 두드리는 소리는 저녁 정리를 마쳤을 때 났다. 큰물결에서 온 전달인이었다. 접힌 쪽지에는 다벨이 내일 오후에 시간을 낼 수 있다고 적었다. 새 동작을 보여 달라는 초대가 아니라 조건을 이야기할 자리였다. 르네아는 시간을 읽고 답을 맡겼다. 내일은 종이만 가져갈 수 있었다.
쪽지 끝에는 질문 하나가 있었다. 한 차례라면 관객을 둘로 나누어 앞뒤에 앉힐 수 있는가. 다벨은 각자 다른 면을 보고 나중에 이야기하는 장면에 관심이 있다고 썼다. 르네아는 종이 가게에서 들어 보았던 뒷면을 떠올렸다. 가능해 보인다는 생각이 먼저 왔다.
그녀는 종이를 펴다가 멈췄다. 구리실의 회로는 종이처럼 뒤집을 수 없었다. 관객의 출입 길도, 고정대 뒤쪽도, 펜이 옷을 거는 방향도 달라졌다. 같은 창을 본다는 문장 하나가 똑같은 시험을 뜻하지 않았다. 내일 물어볼 질문이 실제 바닥까지 길어졌다.
세르단이 무슨 내용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창 뒤에도 사람을 앉히고 싶다고 한다고 답했다. 남자는 자기가 옷을 입고 앉아 있던 의자를 한 번 봤다. 르네아는 오늘 그 의자가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 좋았다. 아직 모르는 제안을 집 안에서 먼저 성공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답장 뒷면에 관객의 수와 자리, 출구, 무엇을 비교하려는지 물을 말을 적었다. 손목이 뻐근해지기 전에 연필을 내려놓았다. 다벨에게 내일 답할 수 있는 것은 자기 흥미와 필요한 확인이었다. 승인하지 않은 바닥까지 동의한 손처럼 서명할 수는 없었다.
잠들기 전 르네아는 얇은 종이를 다시 꺼냈다. 이번에는 등잔 앞에 들지 않았다. 뒷면에 보이던 겉옷이 책상 위에서는 거의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그 위에 새 선을 긋지 않고 작은 글씨로 물었다. 창 뒤에 앉은 사람은 어디로 나가는가. 내일의 방은 그 질문을 두고 문을 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