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단의 첫 문장은 르네아가 알고 있던 것보다 짧았다.
상자를 두고 간 사람은 자기가 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신발을 고르던 손부터 있었다. 마이라의 목소리가 그 손을 읽었고, 세르단은 맞은편 의자에서 종이를 들고 기다렸다. 르네아는 자신도 모르게 뒤의 문장을 먼저 떠올렸다가 고개를 조금 들었다.
그녀는 오늘 들으러 왔다. 아는 글을 확인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시험 다음 날 아침에는 손을 쥐었다 폈다. 평소보다 무거웠지만 날카로운 통증은 없었다. 오늘 새 환영은 만들지 않기로 하고 천을 돌려줄 길만 골랐다. 소멜은 구겨진 모서리를 보고 쓸 수 있다고 했다. 르네아가 어제 소매 이야기를 하자 그 장면에는 좋은 걸대가 필요하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다음번에 새 옷부터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 작업실에서 나온 뒤 집에 들러 쉬었고, 오후에야 세르단에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남자는 와 줘서 좋다고 답했다. 늦게 정한 자리지만 그녀의 의자는 실제로 남아 있었다.
낭독은 마이라가 빌린 작은 방에서 했다. 여섯 자리의 관객석은 벽을 향하지 않고 반원으로 놓였다. 르네아는 문에서 멀지 않은 의자를 골랐다. 세르단이 이동할 통로를 자기 가방으로 좁히지 않았다. 가방은 발밑에 두되 문턱 밖으로 삐져나오지 않게 놓았다.
읽는 사람은 두 명이었다. 세르단이 쓴 짧은 글을 마이라와 나누어 읽었다. 환영도 회전 무대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의 몸에 아무 일도 없는 방은 아니었다. 세르단은 앉은 자리에서 종이 높이를 맞추고 고개를 한 번 정면으로 돌린 뒤 시작했다.
르네아는 앞서 들은 단락을 기다렸다. 상자를 옮겨도 되는지 묻는 편지였다. 그러나 그 전에 처음 듣는 장면이 들어왔다. 기다리는 사람이 상자 위에 물잔을 올렸다가, 젖을까 봐 다시 내려놓았다. 누구의 물건인지 알수록 더 조심하는 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종이 의자를 떠올렸다. 집에 남은 장면들이 서로에게 옮겨 붙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저 물잔은 세르단의 글 안에서 새로 움직였다. 자기가 비슷한 컵을 놓아 보았다는 이유로 그 줄의 뜻을 먼저 알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마이라가 종이를 한 장 넘겼다. 그 사이 실제 종이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 르네아는 그 소리가 대사의 침묵인지 착각했다. 다음 말이 들어왔을 때야 배우가 숨을 고르던 시간이었음을 알았다. 모든 멈춤을 자기가 해석할 표지로 바꾸지 않아도 됐다.
글 속의 사람은 상자 주인에게 답장을 쓰지 않았다. 대신 상자를 자기 의자 아래에서 옮겼다. 창 쪽도 문 앞도 아니었다. 방 한가운데 놓자 그 둘레를 걸어야 했다. 마이라가 그 길을 읽을 때 르네아는 발을 무의식적으로 옆으로 당겼다.
세르단이 다음 문장을 받았다. 상자 주인은 답이 오지 않아도 떠난 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자기 짐을 다시 둘 방이 없었다. 르네아가 예전에 들은 글에서는 아직 없던 사실이었다. 기다림을 덜 불친절하게 하려 누군가의 사정을 덧댄 것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결론 내리지 않고 끝을 더 들었다. 마이라의 사람은 상자를 열지 않았다. 무엇이 들었는지 알아야 자리를 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신 답장 첫 줄에 자기 방에도 물건이 늘었다고 썼다. 상자는 계속 그곳에 둘 수 없다는 말이 뒤에 왔다.
르네아는 입술 안쪽을 살짝 깨물었다. 처음 들었을 때 자기가 빨리 써 주고 싶었던 답은 이런 말이 아니었다. 잘 기다리고 있다는 문장이 오면 떠난 사람도 관객도 편해졌을 터였다. 세르단의 글은 둘을 그렇게 편하게 데려오지 않았다.
그가 읽는 사람은 편지를 받고 상자를 가지러 가겠다고 썼다. 날짜를 적는 데서 목소리가 잠깐 멈췄다. 손이 종이 아래를 가렸다. 르네아는 그 멈춤이 계획된 것인지 그의 오늘 몸에서 나온 것인지 몰랐다. 다만 다음 줄이 올 때까지 자기 자리에 있었다.
마지막에 상자를 가지러 온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기다리던 사람이 문을 잡고, 상자 주인이 두 손으로 짐을 들었다. 문을 닫을 손이 없다는 예전의 난점은 다른 손 하나가 있는 것으로 달라졌다. 그 손은 그를 다시 방 안에 붙들지는 않았다.
읽기가 끝났다. 르네아는 남은 종이의 뒷면을 보았다. 더 이어지는 줄이 없었다. 여섯 자리에서 일어난 작은 움직임들이 방을 채웠다. 누군가 컵을 내려놓았고 누군가는 다리를 폈다. 그녀는 자기 박수가 먼저 방의 대답을 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 잠깐 기다렸다.
마이라가 고맙다고 했다. 오늘은 소감을 듣기 전에 잠깐 쉬겠다고 알렸다. 세르단도 종이를 내려놓고 물을 마셨다. 그는 르네아 쪽을 한 번 봤지만 답을 빨리 달라는 손짓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웃었고, 바로 좋았다는 말로 그를 감싸지는 않았다.
쉬는 동안 다른 관객이 결말은 이별이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자기도 궁금했지만 세르단 대신 답하지 않았다. 남자는 오늘 글에서 상자를 가져간 사실까지 썼다고 했다. 두 사람이 다음에 만나는지는 아직 자기 글에도 없다고 답했다. 마이라가 자기도 문을 닫은 뒤의 사람은 모른다고 덧붙였다.
르네아는 그 말이 편했다. 모르는 것을 남겨 둔 두 사람이 자기 역할에서 빠져나와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펜에게 왔던 질문을 생각했다. 신발에 전부 뜻이 있어야 하느냐고 했다. 오늘 상자에도 일생의 결론을 다 넣을 필요는 없을 터였다.
소감을 나눌 차례가 왔다. 첫 관객은 날짜가 늦게 나와 답답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바로 그 늦음이 자기에게는 맞았다고 했다. 르네아는 자기가 받은 질문이 아니어도 몸이 조금 굳었다. 세르단의 글을 좋게 변호할 말을 벌써 고르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컵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남자는 두 말을 각각 받아 적었다. 옳은 관객과 잘못 본 관객으로 나누지는 않았다. 르네아는 자신도 누군가의 작품을 지켜 주는 연인이 되는 방법을 너무 빨리 알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앞에 나서서 대신 말하는 일이 아니었다.
마이라가 그녀에게 어떤 순간이 남았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문을 잡아 주는 손을 말했다. 먼저는 상자를 들고 갔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의 문이 남았다고 했다. 자기가 이미 앞부분을 들은 적이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처음 보는 관객의 반응인 것처럼 꾸미지 않았다.
세르단이 결말의 대사가 적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적었다고 답했다. 더 말해 주길 바랐지만 안 했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는 끝으로 들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고 나니 자기도 그 둘을 다시 만나게 하고 싶은 마음을 말할 수 있었다. 그 바람이 작가에게 내린 수정 명령은 아니었다.
그는 자기도 다시 쓰고 싶은 부분이 있으나 오늘 당장 다음 장면을 붙이지는 않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좋다고 답했다. 집에서 자기에게 먼저 설명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궁금함을 갖고 같이 돌아갈 수 있는 저녁이었다.
정리할 때 그녀는 자기 의자만 옮겼다. 마이라는 고맙다고 하고 벽 쪽 줄을 가리켰다. 세르단이 종이를 정리하는 동안 르네아는 출입문을 붙들었다. 방금 들은 장면을 흉내 내려던 것은 아니었다. 옆 사람이 컵 상자를 두 손으로 들고 나가고 있었다.
그 손에 무거운 뜻을 붙이지 않으니 오히려 손목의 피로가 잘 느껴졌다. 그녀는 반대 손으로 바꾸었다. 오늘도 자기 몸에는 한계가 있었고, 남의 일을 도울 때까지 예쁜 모양으로 버틸 필요는 없었다. 컵 상자가 지나간 뒤 문을 놓았다.
마이라는 세르단에게 다음 낭독을 당장 잡지는 말자고 했다. 자기도 자기 무대 연습이 있었다. 남자는 동의했다. 두 사람이 자기 일정으로 이야기를 끝내는 동안 르네아는 옆에서 기다렸다. 거기에 연애의 자리를 끼워 넣어 자기를 확인받을 필요는 없었다.
집으로 가는 길 세르단은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자기 시험을 치른 것처럼 어깨가 굳었다고 답했다. 남자는 자기도 읽는 동안 목이 조금 말랐다고 했다. 그녀는 그럴 때 바로 물을 마셔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에는 그렇게 해 보겠다고 했다.
운하 쪽 길목에서 그는 난간을 잡고 잠깐 멈췄다. 고개를 숙인 채 종이를 오래 보아 피곤하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다른 길로 빨리 돌아가자고 재촉하지 않았다. 어디까지 같이 걸을 수 있는지 물었다. 남자는 여기서 조금 쉬면 집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녀는 옆에 서서 자기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가 가방을 대신 들어 주지 않는다고 서운하지 않았다. 오늘의 다정함이 서로 더 무거운 것을 맡는 모양일 필요는 없었다. 두 사람이 빈손에 가까워진 채 물결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좋았다고 바로 말 안 해서 기다렸어요?”
그녀가 물었다. 세르단은 조금 그랬다고 했다. 르네아는 시험 날 집에서 자기가 앉자마자 무슨 말을 했는지 떠올렸다. 소매가 걸렸다는 말이었다. 그도 오늘 자기 좋은 순간보다 모자란 곳을 먼저 꺼내고 싶었을 수 있었다.
남자는 그녀가 끝나자마자 웃어 준 것은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슨 웃음인지는 몰랐다고 했다. 르네아는 지금도 말로 다 붙이기는 어렵지만 초대받아서 기뻤다고 답했다. 그 말은 결말이 어느 쪽이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더 분명했다.
그는 자기 글을 그녀에게 다 설명하지 않고 같이 앉아 있는 것이 조금 낯설었다고 했다. 르네아도 그렇다고 말했다. 서로의 방에서 연필 소리를 듣는 것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처음 듣는 것은 달랐다. 가까운 사람이라고 언제나 가장 먼저 알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난간에서 손을 뗄 때 세르단이 이제 괜찮다고 말했다. 둘은 천천히 걸었다. 르네아는 오늘 문을 잡는 장면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고 했다. 남자가 자기 글에 있던 손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컵 상자가 지나가던 손도 같이 있다고 답했다. 그가 웃었다.
집에서는 늦은 저녁을 데웠다. 그녀가 냄비를 들고 남자가 그릇을 놓았다. 무대의 상자와 식탁의 빵은 여전히 서로 다른 물건이었다. 그래도 오늘 들은 글 때문에 작은 문을 지나는 그의 손이 한 번 더 눈에 들어왔다. 르네아는 그 변화를 곧바로 자기 다음 작품에 적지 않았다.
세르단이 자기 낭독 종이를 탁자에 놓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오늘 밤은 천을 펼치지 않을 것이니 좋다고 했다. 종이를 보여 달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가 말없이 묶은 종이에는 두 사람의 읽은 목소리와 여섯 자리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맞은편 의자에서 남자를 봤다. 읽는 동안 그가 자기 쪽을 찾던 순간이 기억났다. 르네아는 그때 다시 눈을 마주친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세르단은 자기도 그랬다고 했다. 평가를 잘해 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 방에 와 있던 그녀가 반가웠다고 말했다.
그녀가 식탁을 돌아 그의 곁에 앉았다. 오늘은 입을 맞춰도 좋으냐고 물었다. 그는 컵을 내려놓고 좋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서두르지 않았다. 낭독의 끝을 더 아름다운 끝으로 덮으려는 입맞춤은 아니었다. 집으로 함께 돌아온 두 사람이 고른 다른 장면이었다.
그날 밤 그녀는 자기 그림을 꺼내지 않았다. 잠들기 전 작은 종이에 한 문장만 썼다. 사람은 옷을 맡긴 뒤에도 자기 손에 남길 것을 고를 수 있었다. 세르단의 상자에서 훔쳐 온 답이 아니라 오늘 자기 질문으로 되돌아온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