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단의 손등에는 종이 가장자리에 긁힌 가는 자국이 있었다.
르네아는 잡고 있던 손을 조금 돌렸다. 피가 나지는 않았다. 어디서 그랬느냐고 묻고 싶다가 자기가 하던 말을 먼저 끝내기로 했다. 돌아왔을 때 그가 있었으면 했다는 말은 이미 식탁에 놓였다. 손의 자국을 핑계로 그 말을 치우지 않았다.
그는 오늘 자기 연습이 길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마이라가 자기 대사를 읽은 뒤 끝의 침묵을 다른 길로 바꾸어 봤다. 그 부분을 더 보고 싶어 남았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그가 전부 설명하는 동안 손을 놓지 않았다.
“늦는다고 말할 약속은 안 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남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그 사실을 인정해 놓고도 자기 가슴의 모서리가 덜 깎인 것을 느꼈다. 약속을 어긴 사람이 없으면 서운한 사람이 잘못한 것처럼 들릴까 봐 말이 더 어려웠다.
세르단은 지금 무엇을 잘못했는지 맞히려고 하면 이야기가 너무 좁아질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문을 열 때 자기가 있으면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 바람까지 자기가 없애 달라는 부탁은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아니라고 답했다. 오늘 자기 장면을 끝내고 나서 가장 먼저 보이고 싶은 얼굴이 있었다. 낮은종에서 빵을 나누던 날과, 자기 종이 의자를 봐 주던 날이 같이 떠올랐다. 그 얼굴을 원한 일이 배우로 부르지 않겠다는 결정과 싸우는 것 같았다.
그녀는 두 마음이 나란히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르단은 자기도 가서 보고 싶었고 오늘은 자기 글을 더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한 가지를 고른 뒤 다른 쪽의 마음을 없었다고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이 그녀를 편하게만 하지는 않았다. 서로 다 원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누군가는 집에 먼저 들어올 터였다. 좋은 약속을 하나 만들면 그 모든 저녁이 잘 접힐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했다. 르네아는 그게 싫다고 작게 말했다.
남자가 웃지 않았다. 무엇이 싫은지 물었다. 그녀는 오늘은 잘한 날인데 집에서까지 자기가 좀 못난 마음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싫다고 답했다. 말을 하고 나자 얼굴이 뜨거워졌다. 세르단이 자기 손가락을 천천히 폈다.
“오늘도 사랑받는 얼굴만 해야 해요?”
그가 물었다. 르네아는 자기가 그런 요구를 받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남자는 자기도 그 얼굴만 하고 있으면 예의 바른 손님이 되기는 쉬울 것 같다고 했다. 자기 글을 더 보고 남았다는 말을 지금 하기는 조금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그제야 손등의 자국을 다시 봤다. 남자도 자기 하루를 들고 들어왔다. 어떤 얼굴로 돌아오면 르네아의 날을 망치지 않을지 고르는 사람이 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자기가 먼저 웃어 그를 풀어 줄 필요도 없었다.
두 사람은 잠깐 말을 멈췄다. 부엌의 물 냄비는 식어 있었다. 르네아는 자기 컵만 채운 채 그에게 물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일어나 주겠다고 하자 세르단은 같이 가겠다고 했다. 좁은 문 앞에서 둘은 누가 먼저인지 보고 차례로 걸었다.
그가 냄비를 올렸고 그녀가 컵을 가져왔다. 아무 일도 없던 부엌으로 되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말이 덜 끝난 채 물을 데울 수도 있었다. 르네아는 물이 끓기 전에 시연의 두 번째 창이 조금 작아졌다고 말했다.
세르단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기가 더 크게 보이고 싶어 했던 부분을 줄였다고 답했다. 그러자 신발을 갈아 신는 사람이 먼저 보였다. 남자는 펜의 신발을 다 볼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그것도 꼭 보일 필요는 없다는 답을 오늘 처음 들었다고 했다.
그는 웃었다. 그녀는 자기가 원했던 웃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웃는 얼굴을 받았다고 아까 서운함이 모두 갚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 웃음 옆에 물 한 컵을 놓았다. 남자는 고맙다고 하고 다시 식탁으로 갔다.
그녀는 처음부터 장면을 설명했다. 펜이 신발끈을 풀다가 잠깐 막혔고, 자신은 손바닥을 들지 않았다고 했다. 멈춰도 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말하는 동안 오늘 자기가 어디를 참았고 어디서 손을 바꿨는지 분명해졌다.
세르단은 박수가 없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미리 설명했다고 했다. 박수가 없다는 것만으로 잘 본 관객이라 할 수는 없었다. 다벨의 첫 질문은 날카로웠고 다른 자리에서는 신발이 거의 안 보였다. 그가 왔어도 다른 답을 했을 수 있었다.
그녀가 여덟 박자를 손으로 세어 보이자 남자는 마지막 실을 놓은 뒤 펜이 나갔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자기가 읽던 사람도 문을 나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그녀는 어느 문이냐고 되물었다.
남자는 자기 글의 문이라고 웃었다. 상자를 놓아두고 밖에 나가겠다고 말한 사람이 막상 신발을 찾기 시작했다. 마이라가 읽다가 이 사람은 언제 신발을 벗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르네아는 자기 장면보다 그쪽 신발이 더 중요하겠다고 웃었다.
그는 종이를 바로 가져오지 않았다. 오늘 여기까지 듣고 자기 글도 조금 이야기해도 괜찮을지 물었다. 르네아는 좋다고 했다. 그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그녀의 좋은 날을 빼앗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같은 식탁에 컵 하나를 더 놓는 일이었다.
그는 두 장 중 끝의 한 단락을 읽었다. 물건을 찾으러 나가겠다는 사람이 돌아오기 전에 바깥의 소식을 보냈다. 기다리는 사람이 상자를 다른 곳으로 옮겨도 되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르네아는 그 사람이 드디어 남의 방을 자기 보관함으로 보지 않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그러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글 속의 사람은 그것이 거절인지 아직 못 읽은 것인지 몰랐다. 세르단은 그 한 단락만 읽고 종이를 내려놓았다. 르네아는 자기도 답을 빨리 써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는 그래서 오늘 마이라와 한참 남았다고 답했다.
“안 쓰면 불친절해 보일까요?”
그가 물었다. 르네아는 자기에게 하는 질문인지 글에 하는 질문인지 잠깐 헷갈렸다. 그는 글의 사람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알겠다고 했다. 그 구분을 대신 해석하지 않아도 되니 비로소 문장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답을 기다리게 한 사람에게도 다른 하루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 그것이 아무 모양도 없이 비어 있으면 편하게 빠져나간 것처럼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르단은 연필을 집었다. 르네아는 자기 말이 정답이라는 표정은 짓지 않으려 했다.
그는 이 부분을 자기가 다시 써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늘 더 듣지 못해도 좋다고 답했다. 아까 귀가 시간을 묻던 마음과는 다른 기다림이었다. 자기에게 답을 빨리 가져올 의무가 없는 사람이 만든 문장을 나중에 다시 만나고 싶었다.
저녁은 간단히 먹었다. 그녀는 작업비 봉투를 자기 선반에 넣었다. 세르단이 얼마를 받았느냐고 묻지 않았고, 르네아도 오늘의 기쁨을 금액으로 재려고 꺼내지 않았다. 다만 이번 시연의 자기 몫과 준비에 쓴 비용은 따로 적었다.
남자가 빵을 자르다가 손등을 보았다. 르네아가 그제야 긁힌 자국을 물었다. 그는 종이를 서둘러 빼다가 그랬다고 답했다. 그녀는 물에 닿으면 조금 따가울 것 같다고 했다. 남자는 그러면 그릇은 누가 씻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웃으며 오늘은 자기가 하겠다고 답했다. 세르단은 자국을 보여 주면 유리한 집이라고 했다. 르네아는 내일도 그러면 의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농담이 돌아왔다고 저녁의 모든 부분이 웃긴 기억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다만 머물 수 있는 자리가 조금 넓어졌다.
그녀는 설거지를 하며 내일도 이런 기분이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어떤 기분이냐고 되물었다. 르네아는 혼자서 할 일을 하고도 먼저 돌아와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 내일도 말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매번 말해야 하느냐는 반발이 먼저 올라왔다. 자기 마음쯤 한 번 알아들었으면 오래 기억해 주길 원했다. 그러나 말하지 않은 바람을 모두 약속으로 바꿔 달라는 부탁은 못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매번 같은 말은 아닐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세르단은 그러면 자기도 매번 같은 답을 하지 않아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그 말에 웃었다. 듣기 좋게 대답한 다음 속으로 자기 일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좋다고 했다. 남자는 아까 자기 글을 더 보고 싶었다고 말한 것도 그 연습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그 말을 들으며 물을 잠갔다. 잠깐 고개를 숙이니 앞머리가 볼에 붙었다. 세르단이 손을 뻗으려다가 젖은 손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기 것은 그렇다고 했다. 남자는 마른 손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에 넘겨 주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에게 입을 맞췄다. 물기가 남은 손은 남자의 옷에 대지 않았다.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에도 지금 둘이 서 있는 좁은 바닥이 있었다. 세르단은 그녀가 몸을 바로 세울 때까지 천천히 기다렸다.
집의 문밖에서 누군가 웃으며 지나갔다. 르네아는 오늘 그 소리를 자기를 찾아온 발소리로 듣지 않았다. 다벨의 다음 답이 당장 와야 좋은 날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후속 제안이 이미 정해진 것처럼 마음속 객석을 늘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자기 방에 들어가기 전 내일 낮은종에 들를 것이라고 말했다. 펜에게 오늘 고맙다는 말만 했는데 바뀐 동작을 종이로 남겨 같이 보고 싶었다. 세르단은 자기도 오후에는 혼자 쓰고 싶다고 답했다. 둘의 다음 날은 그렇게 조금씩 달라졌다.
문턱에서 그녀가 돌아보았다. 내일 저녁에는 같이 먹고 싶다고 했다. 남자가 좋다고 답했다. 몇 시쯤인지 서로 확인했고, 달라지면 짧게 알려 주기로 했다. 모든 저녁을 묶는 규칙이 아니라 내일의 식탁 하나를 정하는 약속이었다.
방 안에서 르네아는 도면에 작은 선을 보탰다. 사람이 나간 뒤의 빈 의자 옆에 또 다른 의자를 그리지는 않았다. 오늘 실제로 남았던 것은 한 의자였다. 세르단이 없었다는 이유로 거기에 환영의 자리를 채울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펜의 이름 아래 오늘 함께 정한 순서를 썼다. 매듭을 못 푸는 시간이 잠깐 생겨도 이어 갈 수 있다는 점도 적었다. 같은 이야기를 다시 한다면 그날의 몸과 바닥으로 또 정해야 했다. 자기가 소유할 수 있는 동작의 목록을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한 장을 덮고 나니 조금 피곤했다. 르네아는 작업비 봉투를 다시 열지 않았다. 오늘 번 돈은 자기 일을 했다는 실제 결과였지만 앞으로 계속 벌 수 있다는 보증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 제한 때문에 오늘의 좋은 점까지 줄이지 않기로 했다.
바깥에서 세르단의 연필 소리가 작게 났다. 르네아는 지금 무슨 줄을 쓰는지 물으러 가지 않았다. 자기 앞의 빈 종이도 아직 남아 있었다. 그녀는 창 아래에 연필을 눕히고 오늘은 더 그리지 않겠다고 정했다. 혼자 마친 하루와 같이 마친 저녁이 서로를 지우지 않은 채 나란히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