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아가 올린 창은 펜의 어깨 뒤에서 반쯤 사라졌다.
그녀는 손가락을 그대로 뒀다. 푸른 면을 더 밝게 만들어도 사람이 차지한 자리가 없어지지는 않았다. 펜은 의자에 앉아 신발끈을 풀었다. 객석에서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나자 르네아는 그쪽을 보고 싶은 마음부터 참았다.
바닥 확인에서 사흘이 지난 시연 날이었다. 그 사이 펜과 종이로 동선만 맞췄고, 실제 회로를 쓴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시작 전에 고정대와 연결을 함께 확인했다. 다벨과 무대 담당자 두 사람이 객석에 앉았으며, 박수와 새 동작 정지 신호를 말로 설명했다.
르네아는 큰 창을 올리지 않았다. 작은 네모 한 회로에 낮은 창틀과 푸른 면 하나만 유지했다. 펜이 오가는 길은 실 바깥이었다. 상자와 의자와 신발은 실제 물건이었다. 사람의 발을 떠받치는 하중은 환영에 맡기지 않았다.
시작하기 직전 펜이 상자의 손잡이를 바꿔 잡았다. 르네아는 어제 정한 손과 다르다고 말하려다 그가 손바닥의 눌린 자리를 펴는 것을 봤다. 같은 동작을 하러 왔다고 같은 손의 상태로 온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불편하면 상자를 놓고 다시 잡아도 된다고 말했다. 펜은 그럼 멈춘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그 멈춤까지 오늘 볼 생각이라고 답했다.
다벨은 두 사람이 말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누가 시작을 알리느냐고 그가 묻자 르네아는 자기가 바닥을 확인한 뒤 펜에게 눈으로 신호를 주겠다고 했다. 조수는 준비가 안 되면 답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르네아는 그것도 신호라고 말했다. 말 한 줄이 장면 밖에 놓이자 그녀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서로 눈이 마주친 다음에야 첫 창을 올렸다.
그는 한쪽 신발을 벗고 상자 옆에 놓았다. 다른 쪽 끈이 조금 꼬였다. 르네아는 손바닥을 들지 않았다. 풀릴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매듭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자 그녀 손끝의 장력이 조금 달라졌다.
창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르네아가 머릿속으로 고른 장면은 흔들렸다. 그녀는 앉은 사람 위로 고개를 올리게 만들 그림을 원했었다. 지금 관객은 신발끈을 보고 있었다. 그 작은 방해를 환영의 잘못으로 고쳐서는 안 됐다.
펜이 신발을 바꿔 신었다. 일어날 때 상자 뚜껑을 닫는 손이 잠깐 늦었다. 그는 그것을 바닥에 둔 다음 두 손으로 들었다. 몸이 지나가자 푸른 면이 전부 보였다. 르네아는 드디어 나왔다고 생각했다가 그 생각이 조금 우스워졌다.
그림을 가리던 사람이 나갔는데 그림보다 빈 의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정한 멈춤 자리에서 손바닥을 들었다. 펜이 문 가까이 멈췄다. 고정대가 남은 하중을 받는 동안 여덟 박자를 세어 실을 풀었다. 창은 순서대로 사라졌다.
그제야 펜이 문 바깥으로 나갔다. 객석에서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 미리 알린 덕분인지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았는지는 몰랐다. 르네아는 고개를 숙이고 끝났다고 말했다. 끝이 선언되고 나서야 의자의 나무가 유난히 밝아 보였다.
다벨은 잠깐 말이 없었다. 그녀는 그 침묵을 자기 편으로 해석하지 않으려 손을 탁자에 놓았다. 제작자가 마침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사람을 보라고 만든 것인지 창을 보라고 만든 것인지 물었다. 르네아는 둘 다라는 쉬운 답을 삼켰다.
“사람이 나가고 나서 남는 곳을 보고 싶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다벨은 그러면 왜 창에 그렇게 먼저 눈이 가게 했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창틀의 밝기 때문에 처음에는 누구나 그쪽을 본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가 가장 오래 만든 것을 가장 먼저 알아봐 주길 원했던 흔적이었다.
무대 담당자는 앉은 자리에서 신발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다벨의 자리에서는 보였지만, 한 자리 옆에서는 의자의 다리가 가렸다. 르네아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그 높이를 따라 봤다. 허리를 더 굽혀도 매듭은 펜의 무릎 뒤에 있었다.
그녀는 무대의 작은 일 하나를 잘 보이게 하면 장면이 읽힐 줄 알았다. 그러나 잘 보이는 사람의 자리를 기준으로 정하면 다른 자리는 설명을 기다려야 했다. 관객을 전부 한 점에 모을 수는 없었다. 반사판으로 마음을 같은 곳에 붙일 수도 없었다.
펜이 돌아와 왜 자꾸 자기가 신발을 벗는 것만 봐야 하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그를 봤다. 조수는 자기가 하려는 것은 신발을 바꿔 신고 다음 일을 하러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듭 하나가 안 보이면 전체가 사라지는 동작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르네아는 상자를 무릎에 올렸다. 어깨가 앞으로 모이고 발끝이 내려갔다. 신발을 안 보더라도 기다리는 몸의 모양은 보였다. 자기가 너무 작은 답 하나에 매달린 것 같았다.
다벨이 의자를 조금 돌려 보자고 했다. 르네아는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객석의 한 자리를 위해 돌리면 다른 자리에서 창과 사람이 겹칠 수 있었다. 그녀는 펜에게 다시 앉아 달라고 하고 관객 두 의자에서 번갈아 보았다.
아주 조금 비스듬해진 의자에서 펜은 상자를 자기 무릎 옆에 놓았다. 두 손이 비자 얼굴이 잠깐 들렸다. 창을 보라는 지시가 없어도 고개가 올라왔다. 르네아는 그 순간을 좋다고 말할 뻔했지만 끝까지 보겠다고 손을 내렸다.
펜은 다시 아래를 보고 끈을 풀었다. 상자에 벗은 신발을 넣고 새것을 신었다. 일어날 때 상자를 바로 들지 않고 의자 옆으로 돌아갔다. 그 길에서 창을 잠깐 볼 수 있었다. 그는 문으로 갔다가 자기가 너무 멀리 나온 것 같다며 멈췄다.
셋이 웃었다. 환영을 올리지 않은 연습이라 잘못 멈춘 자리에도 실제 하중은 없었다. 르네아는 문 앞의 표시를 다시 놓았다. 나갈 사람의 시간이 생겼다고 환영의 해제까지 발걸음에 맡길 수는 없었다. 안전 신호는 극의 뜻과 별개로 남겼다.
정해진 시간 안에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었다. 펜이 자기 손과 발이 괜찮다고 답했고, 르네아는 고정대의 받침을 다시 확인했다. 두 관객에게도 같은 신호를 설명했다. 다벨이 이번에는 자신이 더 옆에 앉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푸른 면을 아까보다 작게 했다. 창틀은 사람이 앉았을 때 눈높이보다 너무 높지 않은 자리였다. 매듭을 다르게 잡자 장력이 손끝에 차분하게 걸렸다. 더 적은 모양이라 쉬워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작은 틀도 실제로 받쳐야 했다.
펜이 들어왔다. 상자가 자기 무릎보다 낮은 곳에 놓였다. 그가 잠깐 고개를 든 뒤 신발을 바꿔 신는 동안 르네아는 자기 그림을 안 보는 얼굴을 봤다. 푸른 면은 그 옆에서 조용히 있었다. 이번에는 버려진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일어나자 창과 의자가 나란히 남았다. 몸이 비킨 자리를 그림이 모두 메우지는 않았다. 르네아는 처음보다 훨씬 작은 장면을 보면서도 이쪽이 더 멀리 간 것 같았다. 펜은 자기 상자를 들고 정한 표시 앞에서 멈췄다.
그녀는 손바닥을 들고 여덟 박자를 셌다. 고정대에 남은 힘이 차례로 풀렸다. 마지막 실을 놓았을 때 두 번째 창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 뒤에 펜이 문을 나갔다. 르네아는 그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새 장면을 올리지 않았다.
다벨은 두 번째에는 돌아오는 사람을 기다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무대 담당자는 일하러 들어온 사람 같았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중 어떤 답이 작품의 정답인지 묻지 않았다. 대신 자기가 끝내 보이고 싶었던 것이 아까와 달라졌다고 말했다.
“더 크게 해 보면 어떻겠어요?”
제작자가 물었다. 그녀는 큰 창을 뜻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객석이 늘었을 때를 말한다고 했다. 르네아는 오늘 두 자리에서 다르게 보인다는 것부터 알았다고 답했다. 그보다 많은 자리를 버틴다는 약속은 지금 할 수 없었다.
다벨은 그 대답에 조금 웃었다. 예전 같으면 자신이 먼저 못 할 것이라 말했을 부분이라고 했다. 르네아는 자기도 못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다만 그 다음 장면을 보려면 또 다른 바닥과 일할 시간을 정해야 했다.
그는 오늘의 두 장면 중 하나를 자기 제작 회의에서 설명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펜과 함께 정한 동작이라는 점을 빼지 말아 달라고 했다. 시연을 정식 제작 결정처럼 말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붙였다. 다벨은 알겠다고 했다.
펜이 짐을 정리했다. 르네아는 그가 벗어 놓은 천 조각을 모았고, 담당자는 회로 연결판을 닫았다. 푸른 면은 아무 재료도 남기지 않았다. 방을 나가면서 그녀가 들고 간 것은 의자가 아니라 자신의 도면과 오늘 달라진 발의 순서였다.
약속한 작업비와 조수 일당은 각각 받았다. 르네아는 봉투를 분리해 펜에게 건넸다. 그가 자기 신발을 몇 번 갈아 신었는지 세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다음에는 그 시간을 먼저 늘려 잡겠다고 답했다. 웃으면서도 종이 옆에 그 말을 적었다.
큰물결 밖에서 둘은 서로 다른 길로 갈라졌다. 펜은 낮은종의 늦은 정리를 맡으러 갔다. 르네아는 그의 남은 일을 자기가 끝내 줄 수는 없어서 오늘 고맙다고 말했다. 펜은 다음에 물을 마시는 사람을 다시 만들면 그때는 물부터 마시겠다고 했다.
그녀는 혼자 웃으며 집으로 걸었다. 자기 이름으로 시작된 날에 자기 혼자 만든 것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것이 이름을 빼앗긴 느낌이 아니라 작업의 모양을 가진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오늘 본 사람이 둘이라는 사실까지 부풀릴 이유는 없었다.
집 문은 닫혀 있었다. 르네아는 열쇠를 꺼내다가 멈췄다. 세르단이 먼저 돌아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는 것을 알았다. 남자는 자기 글을 보기로 했고, 언제 돌아온다고 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열쇠를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식탁 위에는 빈 컵 둘이 엎어져 있었다. 르네아는 자기 컵을 세워 물을 마셨다. 지금 느끼는 아쉬움도 오늘의 좋은 장면과 같이 있었다. 혼자 잘할 수 있음을 증명한 날로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사람의 이름을 속으로 불렀다.
세르단이 돌아온 것은 그녀가 신발끈을 다 풀고 난 뒤였다. 남자는 문에서 물을 준비하기로 했는데 늦었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자기가 먼저 마셨다고 답했다. 그 말이 서운하게 나갔다는 것을 듣고 그녀는 자기 컵을 내려놓았다.
그는 지금 듣고 싶다고 했다. 르네아는 좋은 부분부터 말하면 서운한 것이 사라진 척할 것 같다고 답했다. 남자가 의자를 당겼다. 그녀는 기다릴 약속을 한 것은 아닌데도 문을 열 때 그가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럼 오늘은 그걸 먼저 들을게요.”
세르단이 말했다. 르네아는 더 변명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직 시연의 창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손을 식탁 위에 놓았다. 남자가 손을 뻗기 전에 자기가 먼저 그의 손가락을 잡았다. 밖에서는 잘 마친 날을 집에서는 조금 다른 순서로 끝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