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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 15세 이용가 73화

후일담, 먼저 듣고 싶은 말

본문 5,143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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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르네아는 소멜의 작업방에서 마이라의 붉은 소매와 장인 자신의 남색 옷이 실제 몸에서 달라지는 모습을 봤어요.

마이라가 세르단의 새 대사를 먼저 받았다는 사실에 서운해진 그녀는 집에 돌아와 그 마음을 말하고, 저녁 뒤에 더 이야기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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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아는 칼끝으로 배의 멍든 부분을 너무 크게 도려냈다.

하얀 속살이 갈색 조각에 붙어 나왔다. 세르단이 그만큼 상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아니라고 답하고 작은 칼을 접시 옆에 놓았다. 저녁을 먹은 뒤 이야기하자고 해 놓고, 그 저녁의 마지막 과일을 자꾸 잘게 만들고 있었다.

소멜의 작업방에서 돌아온 날이었다. 마이라가 세르단의 새 대사를 자기보다 먼저 들었다는 사실은 별일 아닐 수 있었다. 르네아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신과 그걸 계속 생각하는 자신을 같은 의자에 앉혀 놓았다.

“그냥 제가 먼저 듣고 싶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세르단은 식탁의 물건을 치우던 손을 멈추고 앉았다. 배 조각 하나를 가져간 뒤에야 입을 열었다. 어느 글이든 처음부터 자신에게 보여 달라는 뜻이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그렇게 말하면 너무 많다고 답했다.

남자는 무엇이 많은지 바로 알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칼 대신 자기 손을 봤다. 짧은 질문을 듣고도 자기가 얼마나 큰 권리를 요구하는지 갑자기 알게 됐다. 남의 방에서 처음 태어나는 말을 전부 먼저 듣겠다는 욕심이었다.

“지금 말한 건 저도 못 하겠네요.”

그녀가 덧붙였다. 세르단이 작은 소리로 웃었다. 르네아는 그 웃음이 놀림처럼 들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자기도 소멜에게 보여 준 도면의 지워진 선을 하나하나 남자에게 먼저 들고 오지는 않았다.

그는 마이라에게 보낸 글은 앞서 함께 읽었던 부분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상자를 계속 맡아 살아야 하느냐던 질문 뒤에 한 사람이 문을 여는 짧은 동작이 생겼다. 르네아는 그 장면을 상상하려다 멈췄다. 지금 대사를 설명받으면 서운함의 이유를 다시 놓칠 것 같았다.

“그 뒤는 나중에 들을래요.”

그녀가 말했다. 세르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종이를 가져오려던 것은 아니었는데도 그녀는 거기서 조금 편해졌다. 알고 싶다는 마음이 오늘 들을 차례를 모두 차지하지 않아도 됐다.

그는 르네아가 새 글을 궁금해하는 것이 기쁘다고 했다. 집에서 한 장을 읽고 질문을 받았던 날도 좋았다. 하지만 쓰다 막힐 때마다 그녀가 이걸 재미있어할지를 먼저 생각할 때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르네아는 잠깐 숨을 멈췄다. 자기가 자기 창 앞에서 세르단의 표정을 살피던 순간이 떠올랐다. 객석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연인이면, 시선 하나가 그림 밖으로 잘 안 나갔다. 그가 지금 자기 쪽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제가 칭찬을 너무 어렵게 해요?”

그녀가 물었다. 남자는 그보다 자기가 칭찬을 듣고 싶어서 빨리 갖다 보일 때가 있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곧바로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그녀 역시 그가 잘했다고 해 주면 어려운 선을 더 오래 붙잡을 수 있었다.

도움이 된 것들이 한순간 짐이 된 것 같아 식탁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옆집 처마에는 비가 그친 뒤 남은 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어제의 젖은 종이는 이미 자기 방에서 말라 있었다.

“그럼 제가 듣지 않는 게 더 좋아요?”

말이 날카롭게 나갔다. 르네아는 입술을 다물었다. 세르단은 배 조각을 내려놓았다. 자신이 그렇게 말했느냐고 조용히 물었다. 그녀는 아니라고 답했다. 쉬운 두 가지 중 하나로 대답을 몰아넣으려 했던 것을 알았다.

그녀는 미안하다고 했다. 남자는 지금 자기가 글을 보낼 때마다 그녀의 기분까지 미리 골라야 하는지 걱정됐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그 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자기가 숨기려 했던 욕심은 상대에게 다른 방식으로도 닿을 수 있었다.

둘 사이에 조용한 시간이 생겼다. 좋은 말을 빨리 찾아 넣으면 이야기의 모양은 매끈해질 것이었다. 그녀는 오늘 소멜이 소매를 풀던 손을 떠올렸다. 겉에서 당기는 선을 덮지 않고 안쪽의 잘못 묶인 것을 드러내던 손이었다.

“누구한테든 먼저 보일 수 있어요.”

르네아가 말했다. 허락을 준다는 뜻으로 들릴까 봐 곧 고쳤다. 원래 그럴 수 있는 글이라고 했다. 자기가 그걸 알고 있는데도 오늘은 자기만 모르는 방이 생긴 것 같아 겁이 났다고 덧붙였다.

세르단은 방이 생기면 밖에 남은 것처럼 느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렇다고 답했다. 자기도 다른 방에서 일하고 싶어 하면서 그가 다른 사람과 만든 방에는 먼저 들어가 있고 싶었다. 문을 열어 달라는 마음과 들어갈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섞어 버렸다.

남자는 자기에게는 반대로 이 집의 모든 방에 그녀가 있는 기분일 때가 있다고 했다. 그 말에 르네아가 고개를 들자 그는 좋은 뜻도 있다고 웃었다. 같이 사는 사람이 좋아하던 단어를 쓰고, 웃던 장면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자기가 마음에 든 실패 하나를 혼자 갖고 있어 보고 싶을 때도 있었다. 아직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못하겠는 문장, 썼다가 버릴지 모르는 인물이었다. 집에서 사랑받는 사람의 목소리와 자기 극의 목소리를 천천히 나누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배 껍질을 밀었다. 끝이 길게 말려 작은 고리가 됐다. 자기도 안 쓰는 도면을 남이 보기 전에 접어 두고 싶을 때가 있었다. 못 만든 그림을 그린 사람으로 보일까 봐서만은 아니었다. 아직 남에게 들려줄 말이 되지 않은 선이 있었다.

“그런 줄도 나중에 들을 수는 있죠?”

르네아가 물었다. 세르단은 남긴다면 들려주고 싶다고 답했다. 버린 줄까지 모두 복구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답에 웃었다. 자기 쓰레기통부터 상대에게 바치자는 말은 아니었다.

배는 어느새 잘린 면이 조금 갈색으로 변했다. 그녀는 멀쩡한 조각 하나를 집어 먹었다. 단맛이 기대보다 강했다. 기다리는 동안 맛이 달라진 것인지 처음부터 그런 과일이었는지는 몰랐다. 세르단도 제 몫을 먹었다.

“오늘 입은 옷 얘기는 아직 못 했네요.”

그녀가 말했다. 남자는 옷을 입고 온 사람이 둘이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자기는 입지 않았다고 웃었다. 소멜이 자기 옷을 입고 팔을 움직이던 장면을 이야기했다. 관객이 앉은 쪽을 바꾸면 안감 대신 손등이 보였다는 말도 했다.

세르단은 자기가 봤으면 어디를 봤을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녀는 지금 대답하면 자기가 그를 또 자기 뜻대로 앉혀 놓을 것 같다고 했다. 남자가 웃었다. 르네아는 아마 얼굴부터 보려고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건 자기 짐작일 뿐이었다.

그가 그녀에게 다음 시험도 같이 보길 원하는지 물었다. 르네아는 바로 좋다고 할 뻔했다. 아직 실제 대관을 다시 잡지도 않았다. 지금의 모형은 의자 두 개와 들어오는 사람 하나였다. 그 가운데 남자의 시선을 먼저 넣으면 자신이 또 그 자리로만 그릴 것 같았다.

그녀는 이번에는 혼자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세르단의 손이 잠깐 멈췄다. 르네아는 부엌 쪽의 작은 물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상처받지 않게 말을 보태고 싶었다. 그렇다고 꼭 와야 한다고 취소하면 그 부탁은 상대를 달래는 자리에 서게 될 것이었다.

“오늘 이 얘기 때문이에요?”

남자가 물었다. 그녀는 조금은 그렇지만 벌을 주려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의 반응을 보지 않고도 자기가 좋아하는 장면을 고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처음부터 혼자 일하는 사람이라고 선언하는 것과는 다른 부탁이었다.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자기가 못 본 좋은 장면이 생기면 좀 아쉬울 것 같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 말에 가슴이 조금 내려앉았다. 세르단은 아쉽지 않다는 거짓말을 해야 응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오늘 듣고 싶었던 말도 그런 쪽이었을지 몰랐다. 먼저 알고 싶다고 말하되 그 마음으로 상대의 줄을 전부 묶어 두지는 않는 것. 쉬운 기분이 되는 것이 먼저는 아니었다.

르네아는 시험 뒤에 자기가 보고 싶은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세르단은 그건 기쁜 부탁이라고 답했다. 그가 웃는 것을 보자 그녀도 웃었다. 어떤 장면일지 아직 없는데 이미 초대받은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식탁을 치울 때는 두 사람이 동시에 일어났다. 그릇을 들고 교차하다가 팔꿈치가 부딪혔다. 르네아가 잠깐 비키겠다고 했고 남자는 자기가 먼저 가겠다고 했다. 둘은 또 반대쪽으로 움직이다 웃었다. 말한다고 동선이 곧바로 좋아지지는 않았다.

부엌에서 그는 컵 하나를 남겼다. 물을 마시려고 가져온 것인데 이야기하는 동안 잊었다고 했다. 르네아는 자기가 아까 도려낸 배를 봤다. 먹을 수 있는 부분을 따로 떼어 작은 그릇에 넣었다. 부끄럽다고 전부 버릴 필요는 없었다.

방으로 돌아가려던 그녀는 문턱에서 멈췄다. 세르단이 창을 닫고 있었다. 천천히 손잡이를 돌린 뒤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그 동작에서 오늘도 몸의 한계가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봤지만, 지금 그를 부르고 싶은 이유는 다른 쪽이었다.

그녀는 아직 조금 서운하다고 말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기도 다음 창을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서운하다고 답했다. 둘이 같은 마음을 갖게 됐다고 모든 것이 공평해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서로 다른 곳에 있던 마음의 자리를 알았다.

르네아는 가까이 가 그의 손등을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남자가 손을 돌려 그녀의 손을 잡았다. 화가 다 풀린 사람들만 이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오늘 저녁은 너무 길어질 것이었다. 그녀는 그 손을 잡은 채 자기 머리를 그의 어깨에 짧게 기댔다.

“그래도 오늘 보고 싶던 말은 들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세르단이 무슨 말이냐고 묻자, 자기 없는 데서도 자기 글을 쓰고 싶다는 말이라고 답했다. 그게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은 조금 더 알 것 같았다.

남자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정리했다. 르네아는 고개를 들어 입을 맞췄다. 첫 입맞춤 때처럼 다음에 무슨 사이가 될지 알아보는 키스는 아니었다. 오늘 꺼낸 못난 마음도 가지고 내일 다시 같은 집에 있을 사람에게 하는 것이었다.

각자 방으로 돌아간 뒤 그녀는 모형의 의자를 옮겼다. 창 앞을 가로지르던 길에 의자를 두고, 사람이 그것을 발견해 멈출 자리를 그렸다. 앉은 다음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인물이 아니라, 잠깐 쉬고 자기 갈 곳으로 나갈 사람이었다.

종이의 등을 돌리니 창이 거의 안 보였다. 르네아는 창을 다시 크게 만들지 않았다. 대신 그 사람이 일어날 때 몸이 향할 문을 조금 더 넓게 그렸다. 오늘은 누군가 떠날 수 있는 방을 그리는 일이 그를 잃는 그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낮은종 극장에 짧은 시험을 문의할 편지를 썼다. 보조자와 비용, 비는 시간의 답은 새로 받아야 했다. 세르단의 이름은 관객 칸에 미리 적지 않았다. 그 자리를 비워 둔 뒤에야 마음이 조금 떨렸다. 혼자 보고 싶은 창이 실제로 생기기 시작했다.

7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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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비어 있는 객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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