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라의 팔이 올라가자 붉은 소매가 얼굴을 가렸다.
“이걸로 끝까지 추면 제 얼굴 값은 빼도 되겠네요.”
그녀가 말했다. 소멜은 얼굴이 아니라 팔꿈치가 옷을 잘못 데리고 갔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웃다가 입을 다물었다. 잠깐 보였다가 사라진 손목의 모양이 자기가 그린 창보다 훨씬 오래 눈에 남았다.
비 오는 외출에서 돌아온 뒤 사흘이 지난 낮이었다. 소멜이 전에 보여 준 옷의 옆선을 다시 맞추며, 시간이 맞으면 실제 몸에서 달라지는 것을 봐도 좋다고 했다. 르네아는 정해 준 짧은 시간에 왔다. 그 옷은 마이라의 붉은 소매와 다른 벌이었다.
먼저 끝낼 사람의 맞춤이 조금 길어졌을 뿐이었다. 그녀가 도착하자 마이라와 소멜은 둘 다 기다려도 좋은지 물었다. 르네아는 괜찮다고 답하고 문 옆의 의자에 앉았다. 그 자리가 길을 막으면 옮기겠다고 하니 장인은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옷을 입은 사람이 방 가운데에 서자 종이에 있던 몸의 선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마이라가 발을 디딜 때마다 허리의 주름이 다른 쪽을 향했다. 소멜은 몸을 옷 안으로 맞추려 하지 말고 평소 동작을 해 보라고 했다.
두 번째 팔 동작은 더 작았다. 얼굴은 가리지 않았으나 마이라는 이 동작을 공연에서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소멜은 그럼 지금 소매가 덜 움직인 것으로 해결됐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장인은 붉은 천을 손가락 두 개로 집었다.
르네아는 그 손끝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오늘은 의상을 고치러 온 사람이 아니었다. 마이라가 거울에서 자기 어깨를 보는 동안, 그녀는 바닥에 드리운 옷자락의 그림자를 봤다. 빛을 다르게 대면 소매가 덜 커 보이겠지만 실제로 팔이 가리는 길은 그대로일 것이었다.
소멜이 옆선의 임시 바느질을 조금 풀었다. 천이 내려앉았다. 붉은 면 아래에 어두운 얇은 면이 드러났다. 마이라는 다시 같은 동작을 했다. 이번에는 손목이 지나간 뒤 소매가 늦게 따라왔다.
“이쪽은 제 뒤를 쫓네요.”
마이라가 말했다. 소멜은 그게 싫으냐고 물었다. 그녀는 잠깐 생각하더니 지금은 한쪽만 쫓아와서 몸이 기울어 보인다고 했다. 장인은 다른 쪽 소매도 가까이 봤다. 웃긴 말 하나로 잘 맞은 옷이 되지는 않았다.
르네아는 자기가 어깨를 두껍게 그리던 종이 사람을 떠올렸다. 옷은 몸을 가렸지만 그 몸의 방향을 더 선명하게 보여 주기도 했다.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항상 사람을 지우는 일은 아니었다. 그녀가 모형에 붙인 흰 종이에는 그 차이가 없었다.
마이라가 잠깐 의자에 앉았다. 소멜은 고정해 둔 부분을 다시 살폈다. 르네아에게 오늘 세르단은 같이 안 왔느냐고 마이라가 물었다. 그녀는 자기 글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그가 없다고 그 방에 설명을 더 채워 넣지는 않았다.
“그 상자는 아직 탁자 위에 있대요?”
르네아가 물었다. 마이라는 어제 받은 줄에서는 문 가까이 옮겨졌다고 했다. 르네아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상대는 세르단이 바뀐 대화 몇 줄을 보내서 잠깐 봤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무릎의 손을 접었다. 어젯밤에는 둘이 같은 식탁에서 주머니의 끈을 봤다. 세르단은 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르네아가 먼저 그 다음 줄을 물은 것도 아니었다.
마이라가 이야기를 멈추었다. 그녀는 괜찮다고 하고 다음에 직접 들어 보겠다고 답했다. 그 말이 자기 얼굴보다 먼저 나간 것을 알았다. 나쁜 일이 없는데도 조금 늦게 도착한 기분이었다. 어떤 문 앞에 다른 사람이 먼저 서 있었다.
소멜이 다시 일어나 보라고 했다. 마이라는 옷자락을 정리하고 거울 앞에 섰다. 르네아는 시선을 거울로 돌렸다. 지금 남의 옷을 보는 자리에서 집의 대화를 앞당겨 해결할 수는 없었다. 붉은 소매가 다시 올라갔다.
이번에는 두 팔이 각각 다른 길을 탔다. 한쪽은 천이 크게 벌어지고 다른 쪽은 몸 가까이 붙었다. 르네아는 무심코 벌어지는 쪽을 먼저 봤다. 그 손이 가슴 앞을 지나자 반대쪽의 얼굴이 드러났다.
“지금 어디를 봤어요?”
마이라가 그녀에게 물었다. 르네아는 처음에는 소매, 그다음에는 얼굴이라고 답했다. 소멜은 자기는 허리의 당기는 선을 봤다고 했다. 세 사람이 같은 천에서 고른 것이 달랐다. 마이라는 자신은 왼쪽 팔꿈치 안이 먼저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 대답에 르네아가 웃었다. 보는 사람의 설명만으로 입는 사람의 동작을 정할 수는 없었다. 소멜은 다시 한 군데를 고쳤다. 마이라는 그제야 팔을 내린 뒤 다시 올릴 수 있겠다고 했다. 그 말은 남이 보면 예쁘다는 말과 다른 종류의 답이었다.
르네아는 큰 소매가 한번 가렸다가 뒤늦게 얼굴을 내놓는 순간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러나 마이라는 정한 횟수만큼만 했다. 이후의 움직임은 자기 연습방에서 더 봐야 했다. 소멜도 아직 끝난 옷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옷을 벗으러 가기 전 마이라가 르네아 쪽으로 와 손을 내밀었다. 자락이 길어 의자의 끝에 걸릴 것 같아서였다. 그녀는 상대가 짚을 수 있도록 팔을 세웠다. 누군가의 몸을 예쁘게 가리지 않는 일은 지금 눈앞에서 필요한 작은 동작이었다.
마이라는 고맙다고 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르네아는 소멜과 남았다. 장인은 큰 남색 옷을 나무 틀에서 내려 자기 어깨에 걸쳤다. 르네아는 자기도 모르게 아, 하고 소리를 냈다.
“입는 사람을 기다리는 줄 알았어요.”
“오늘은 나를 기다렸죠.”
소멜이 말했다. 그녀는 그동안 그 옷에 또 다른 키 큰 공연자를 넣어 생각하고 있었다. 장인의 어깨는 나무 틀보다 낮았다. 소매가 긴 대신 옆의 푸른 안감이 먼저 나타났다. 아직 맞춰야 할 옷이지만 갑자기 누군가의 것이 됐다.
소멜은 자기 의상전에 스스로 입고 서 볼지 생각 중이라고 했다. 남에게 완성된 옷을 입히는 대신, 옷을 만드는 손이 안쪽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 실제 전시 자리를 구한 것은 아니었고 오늘은 거울 앞의 몸 하나였다.
르네아는 장인이 거울에 등을 완전히 돌리지 않고 옆으로 서는 것을 봤다. 푸른 천이 좁게 나타났다가 접혔다. 마이라의 크고 빠른 소매와 다른 속도였다. 그녀는 그 느린 안쪽을 더 보려다가 소멜의 얼굴을 놓쳤다.
장인이 다시 정면을 향했을 때 르네아는 웃고 있었다. 사람을 가려 창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보고 싶은 쪽을 따라가다 다른 면을 발견하는 장면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앉은 의자에서 일어나 한쪽으로 옮겨 봐도 되느냐고 물었다.
소멜은 걸음이 닿지 않는 바깥이라면 좋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쪽으로 갔다. 같은 동작에서 푸른 면이 거의 안 보였다. 대신 남색의 주름이 겹쳐 소멜의 손등을 길게 드러냈다. 안감이 안 보인다고 아무 장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자리의 것이 진짜예요?”
그녀가 물었다. 장인은 어느 자리에서 보았는지 말할 수 있으면 다 진짜라고 했다. 다만 자기가 보여 주려던 부분이 어느 쪽에서 빠지는지는 알아야 했다. 르네아는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기 종이 방의 창을 떠올렸다. 지난 시험에서는 이브론과 세르단의 두 자리를 옮겨 보았다. 그러나 장면의 사람은 늘 같은 길로만 지나갔다. 창을 찾는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서 정작 사람의 눈이 돌아갈 곳을 거의 그리지 않았다.
소멜은 옷을 내려 의자 위에 폈다. 오늘 자기가 움직여 본 범위로 옆선을 조금 더 바꿀 수 있겠다고 했다. 르네아가 자기에게 보인 차이를 말하자 장인은 필요한 부분을 골라 들었다. 모든 감상을 한꺼번에 옷에 꿰맬 수는 없었다.
마이라가 자기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붉은 소매를 들고 가는 쪽은 소멜이었다. 오늘 고친 부분을 다시 잇는 일이 남았다. 세 사람은 각자 다른 것을 가지고 방을 나가거나 남았다.
문밖에서 마이라는 르네아에게 세르단의 글을 먼저 들은 것이 신경 쓰였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잠깐 대답을 피하고 싶었다. 괜찮다고 말하면 쉽지만, 상대가 이미 자기 손이 굳던 것을 본 모양이었다.
“조금요. 제게 먼저 보여 주기로 한 건 아닌데요.”
르네아가 답했다. 마이라는 자기가 받은 것이 새 극 전체는 아니라고 했다. 그 설명이 자기를 달래려는 말이 되는 것은 원치 않았다. 르네아는 어떤 분량이었느냐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녀가 스스로 놀란 것은 먼저 듣는 사람이 되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다는 점이었다. 서로 다른 방에서 일하고 각자 이름으로 만들자고 해 놓고, 모르는 줄을 다른 사람이 안다는 사실에 기분이 상했다. 그 마음을 마이라에게 해결해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마이라는 자기도 함께 읽기로 한 장면에 대해 답을 돌려준 것이라고 했다. 르네아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다음 모퉁이에서 다른 길로 갔다. 누구도 오늘 일 때문에 셋의 낭독을 취소하거나 새 약속을 만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르네아는 갈색 주머니의 덮개를 만졌다. 어젯밤 둘은 작은 천을 끈 안으로 접어 자 끝을 잡는 방법을 찾아 봤다. 아직 바느질하지 않았고 오늘도 조금 올라왔지만 처음보다 덜했다. 함께 손댄 물건이 팔 아래에서 움직였다.
그런 것이 있어도 모르는 대사는 생길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지금 바로 좋아할 수는 없었다. 이해하는 속도와 서운해지는 속도는 그날도 달랐다. 르네아는 집 앞에서 자기 말의 순서를 한 번 생각했다.
세르단은 부엌에서 컵을 씻고 있었다. 그녀를 보자 소멜의 옷은 어땠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진짜 몸에 입혀 보니 창을 더 잘 보게 됐다고 답했다. 남자는 창이 달렸느냐고 웃었고, 그녀도 잠깐 웃었다.
“그리고 당신 상자가 문 앞까지 갔다면서요.”
그녀가 말했다. 세르단은 씻던 컵을 물대야 옆에 놓고 그녀를 봤다. 르네아는 그가 자기를 당황스럽게 했다고 몰아가지 않으려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남자는 마이라에게 보낸 짧은 수정 얘기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렇다고 했다.
그는 자기가 보내도 되느냐고 묻지 않았다는 뜻인지 확인했다. 르네아는 아니라고 답했다. 허락받아야 할 글이 아니었다. 다만 자기가 먼저 듣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말하자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아졌다.
세르단은 컵을 천천히 놓았다. 자기는 함께 읽던 상대가 걸리던 부분이라 그쪽에 먼저 물었다고 했다. 그 선택에는 이유가 있었다. 르네아는 그걸 빼앗고 싶은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녀는 오늘 어떤 말까지 할 수 있는지 아직 몰랐다. 소멜의 푸른 안감은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도 옷의 안쪽에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천처럼 펼쳐 증명할 수는 없었다. 르네아는 저녁을 먹고 조금 더 이야기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좋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은 새 줄을 당장 읽어 주는 것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그 대답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싶은 것은 대사의 다음 줄만이 아니었다. 식탁에는 아직 씻지 않은 컵 하나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