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단이 읽은 첫 대사는 문밖에서 시작됐다.
“여기가 아직 당신 집입니까?”
르네아는 아침 식탁에 앉은 채 문을 봤다. 진짜 집의 문은 닫혀 있었고 남자는 옆의 의자에 앉아 종이를 들고 있었다. 목소리는 소리를 키우지 않고도 그 문 뒤에 사람 하나를 세웠다.
아침을 먹고 한 장을 듣기로 한 전날의 약속이었다. 그녀는 빵 접시를 치웠고 자기 종이 벽도 아직 펼치지 않았다. 세르단은 실제로 서서 연기하지 않고 앉아서 읽겠다고 했다. 오늘은 고개를 빨리 돌릴 때 조금 불편하다고 말했다.
다른 인물의 답은 곧바로 오지 않았다. 남자는 들고 있던 종이의 끝을 아래로 내렸다가, 다른 목소리로 문이 열려 있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처음 줄을 듣던 때보다 더 궁금해졌다. 집 안 사람이 자기 문이 열렸는지 왜 바깥에 묻는가.
“직접 확인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에요?”
그녀가 참지 못하고 묻자 세르단은 아직 거기까지 읽지 않았다고 했다. 르네아는 입을 다물었다. 남자가 짧게 웃었다. 한 장을 끝까지 들어 주겠다는 사람으로서는 상당히 빠른 실패였다.
그는 다시 문밖의 사람이 됐다. 문은 열려 있지만 들어갈 수는 없다는 대사가 나왔다. 집 안 사람은 자기가 문을 잡고 있겠다고 했다. 바깥의 사람은 그것부터 놓아 달라고 말했다.
르네아는 전날 자기 그림에 굵게 보탠 어깨를 떠올렸다. 입구를 만들어 놓고 사람이 지나갈 틈을 지운 선이었다. 그러나 남자가 자기 그림을 보고 곧바로 이 대사를 썼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이 글에는 아직 그녀가 모르는 앞장이 있었다.
낭독은 집 안 사람이 문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데서 끝났다. 끝이라고 말한 뒤에도 세르단은 잠깐 종이를 쥐고 있었다. 르네아는 곧장 좋다고 하려다가 가장 궁금했던 것을 먼저 물었다.
“밖에 있는 사람은 짐을 들었어요?”
남자는 그렇다고 했다. 오래 들고 온 낡은 상자가 있었다. 그녀는 왜 문을 놓으라고 했는지 조금 알겠다고 말했다. 문을 잡는 사람의 팔이 상자를 들일 자리를 막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그걸 글에는 안 썼네요.”
세르단이 말했다. 르네아는 상자가 없어도 다른 이유일 수는 있겠다고 덧붙였다. 남자는 종이 아래에 한 줄을 적었다. 좋은 말부터 줄이고 물건을 먼저 들여놓겠다고 했다.
그녀는 상자를 붙이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웃었다. 남자는 그럼 이 집의 짐이 너무 많아질 거라고 했다. 르네아는 그래도 사람의 입으로 자기 마음을 다 운반시키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가 적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조금 이상한 설렘을 느꼈다.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대사를 듣는 것과는 달랐다. 세르단이 누군가가 되어 자기 모르는 문 앞에 서는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다. 그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면 실제로 같이 빵을 먹는다는 것도 좋았다.
“다음 장이 생기면 또 물어봐 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세르단은 고개를 들었다. 르네아는 오늘 들은 한 장을 계속 고쳐 달라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남자는 알겠다고 했다. 더 듣고 싶다는 말이 가장 짧은 대답으로 돌아오자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
식탁을 나눠 쓰기로 한 시간에 그녀는 종이 벽을 펼쳤다. 밤에 그려 둔 밑판을 접어 네 모서리에 낮은 턱을 만들었다. 어제 소멜에게 받은 천은 창 자리에 걸렸다. 환영도 무게도 없는, 종이와 얇은 천의 방이었다.
세르단은 옆의 자기 자리에 앉아 글을 고쳤다. 소리를 내도 되는 때는 따로 정했고 지금은 조용히 쓰고 있었다. 르네아는 그의 연필 소리를 듣다가 벽 한쪽이 저절로 무너지는 것을 봤다.
풀이 마르기 전에 손을 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세르단 쪽을 보지 않고 다시 붙였다. 조그만 것을 만들다 실패하면 누군가 보았는지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지금은 벽을 세우려고 왼손을 쓰는 것만으로도 손이 모자랐다.
그녀는 두꺼운 종이 조각을 삼각형으로 접어 벽 뒤를 받쳤다. 그런데 받침이 생기자 작은 사람이 지나갈 바닥이 좁아졌다. 종이의 사람마저 벽을 피해 옆으로 기울어야 했다. 르네아는 그 꼴을 보고 짧게 신음했다.
“방이 싫대요?”
세르단이 물었다. 그녀는 사람이 지금 가구가 되고 있다고 답했다. 남자가 일어나려 하자 르네아는 앉아서 봐 달라고 했다. 벽을 세우는 손을 보태 달라는 것은 아니었다. 세르단은 제자리에 남아 종이 사람의 길을 눈으로 따라갔다.
“여기서 뒤로 가는 동작이 꼭 필요한가요?”
그가 물었다. 르네아는 필요하다고 답했다가 도면의 첫 장을 봤다. 사람이 창 앞에서 물러나는 동작을 그렸으나 왜 뒤로 물러나는지는 쓰지 않았다. 큰 공간이면 아무 동작이나 가능할 것처럼 선을 놓았던 자리였다.
그녀는 종이 사람을 앞으로 걸었다가 멈추게 했다. 몸이 천을 가렸다. 뒤로 되짚지 않고 옆으로 나가자 천이 한쪽부터 드러났다. 소멜의 옷 안감이 보이던 방향이었다. 르네아는 그 동작을 다시 해 봤다.
어깨가 가린 동안 창을 바꾸면, 사람이 사라진 다음 다른 풍경이 남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회로의 주형을 바꾸는 것은 종이 천을 바꾸는 것처럼 즉시 되지 않았다. 그녀는 도면에 여덟 박자를 위한 빈 시간을 길게 그었다.
그 선을 보자 의외로 마음이 가라앉았다. 장면을 멋있게 잇기 위해 누군가의 몸으로 기다림을 가릴 필요는 없었다. 한 번의 작은 주형을 해제한 뒤 다음 것을 만들면 됐다. 처음부터 여러 창을 겹쳐 그렸던 장을 옆으로 밀었다.
세르단은 손을 뻗지 않고 자기 종이의 빈 면을 그녀 쪽으로 돌렸다. 르네아가 고맙다고 하고 새로 그렸다. 작은 창 하나와 문 하나였다. 그림의 크기가 줄자 처음 마음에 들었던 화려함도 같이 사라졌다.
그녀는 그 서운함을 말하지 않고 종이 사람의 머리를 굳게 눌렀다. 남자가 종이가 다치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마침내 너무 작아졌다고 말했다. 자기 이름의 큰 방을 그리겠다고 해 놓고 또 작은 모형 앞에 앉아 있었다.
세르단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다. 자신도 한 장이 나왔다고 긴 극이 완성된 기분은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종이를 잠깐 내려놓고 남자를 봤다. 그도 펼친 장보다 접어 둔 쪽이 더 두꺼웠다.
“작은 걸 잘하면 큰 걸 얻나요?”
그녀가 물었다. 남자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조건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네아는 자기도 안다고 답했다. 알고 있는데도 그 말을 직접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세르단은 대신 지금 만들어 보고 싶은 장면이 이 안에 남아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남아 있다고 했다. 사람이 지나간 뒤에야 창의 빛이 보이는 장면이었다. 그걸 좋아해서 그렸는지 큰 방을 원해서 그렸는지 뒤섞여 있었지만, 손에서 놓을 생각은 아직 없었다.
두 사람은 점심을 준비했다. 르네아가 종이 벽을 밑판째 선반으로 옮겼다. 어젯밤 비워 둔 자리에 맞을 줄 알았는데 한쪽 턱이 조금 튀어나왔다. 그녀는 억지로 밀어 넣지 않고 턱을 다시 접었다.
세르단이 그것을 보고 원래 상자가 문보다 크면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 희곡의 짐이 자기 집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가 웃었다. 그녀는 웃다가 서툰 풀 자국에 손가락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밥을 먹은 뒤 남자는 잠깐 누워 쉬러 갔다. 르네아는 식탁에서 풀을 닦았다. 혼자 남자 아까 들었던 목소리가 다시 떠올랐다. 집 안의 사람도 문을 잡느라 팔이 아팠을까. 그 뒤를 묻고 싶었지만 그의 쉼을 희곡의 연장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기 방에서 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살폈다. 창으로 들어오는 낮빛이 종이 벽을 통과하지 않았다. 방을 실제로 비추는 빛과 그림에 그릴 빛은 달랐다. 반사할 수 있는 작은 금속판을 가져와 보았으나 각도를 바꿀 때마다 번쩍이는 점만 생겼다.
그것을 환영의 창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사람이 지나가며 판을 가리는 동안 빛이 어느 쪽에 떨어지는지 볼 수 있었다. 르네아는 얼굴을 찡그릴 만큼 밝은 방향을 피하고 판을 낮췄다. 자기 눈에도 아픈 창을 관객에게 아름답다고 권하고 싶지 않았다.
햇빛이 줄어들 무렵 그녀는 실험을 멈췄다. 등불을 종이 가까이 가져와 같은 장면을 만들고 싶었으나 굳이 오늘 불로 확인할 이유는 없었다. 그녀는 판과 종이를 치우고 필요한 조건만 짧게 남겼다. 실제 바닥과 구리실이 있는 곳에서 작은 주형 하나를 봐야 했다.
낮은종 극장에서 쓸 수 있는 시간이 있는지 물어볼 편지를 썼다. 관객을 부르는 공연이 아니라 자기 기술 시험이었다. 펜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일당을 빼먹을 수 없었다. 그녀는 지금 낼 수 있는 작업비 안에서 짧은 자리를 문의했다.
편지를 다 썼을 때 세르단이 나왔다. 그가 수프 냄비를 열어 보려다 비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르네아는 점심을 이미 먹었다고 했다. 남자는 웃으며 자기가 아직 점심 직전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늘 몸이 어떤지 물었다. 세르단은 조금 나아졌으나 글을 더 소리 내서 읽지는 않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자기도 햇빛이 사라져 창을 치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작업이 다른 이유로 같은 식탁을 비웠다.
그들은 저녁 전에 가벼운 천을 걷어 햇볕이 남은 방 안쪽으로 옮겼다. 세르단은 급히 몸을 돌리지 않고 한쪽씩 접었다. 르네아는 맞은편에서 천의 끝을 받았다. 푸른 자투리보다 훨씬 커다란 흰 천이 두 사람 사이에서 내려앉았다.
“이걸로 방을 만들면 쉽겠네요.”
남자가 말했다. 그녀는 그러면 잘 때 방이 없어져 곤란하다고 답했다. 천이 접히자 얼굴이 가까워졌다. 르네아는 남자의 손이 움직임을 멈춘 것을 확인하고 입을 맞춰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가 짧게 좋다고 했다.
천을 사이에 두고 한 입맞춤은 조금 우스웠다. 그녀가 잡은 모서리가 내려가자 세르단의 손목에도 천이 엉켰다. 둘은 웃으며 먼저 그것을 풀었다. 좋은 장면을 만들겠다고 불편한 자세를 더 오래 유지할 이유는 없었다.
저녁 뒤 르네아는 한 장의 문의를 심부름 편에 보냈다. 답이 와야 실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남자에게 보러 와 달라고 말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혼자 만들고 싶은 장면과 그에게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오늘 처음 같은 종이에 놓였다.
문의에 적었던 창의 높이가 문득 마음에 걸렸다. 르네아는 남겨 둔 자기 쪽 종이에서 그 숫자를 지우고, 실제 바닥을 본 뒤 정하겠다는 말을 보탰다. 보낸 편지는 이미 떠났으므로 답이 오면 먼저 바로잡아야 했다. 그녀는 그것을 기억하려고 천 조각 아래에 그 종이를 끼웠다. 작은 모형을 만들면서도 아직 손보다 빠르게 달아나는 숫자가 있었다.
잠들기 전 그녀는 선반의 종이 벽을 보았다. 문은 접히지 않은 면을 향해 열려 있었다. 어디로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는지가 생기자 방은 작은 상자보다 조금 더 방다워졌다. 르네아는 창을 가리던 종이 사람을 그 안에 세워 두고 불을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