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아가 쓴 첫 답장에는 ‘우리’가 네 번 나왔다.
그녀는 종이를 식탁에 놓고 그 말을 하나씩 짚었다. 우리가 원하는 무대, 우리가 하지 않을 동작, 우리가 쓸 시간, 우리가 받을 대가. 한 줄도 엉터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세르단이 아직 읽지 않은 문장이었다.
아침은 전날보다 밝았다. 비가 갠 창에 먼지가 보였다. 그녀는 먼지를 닦는 대신 펜을 놓고 기다렸다. 지금 할 일을 다른 작은 일로 감추면 이 답장은 다시 저녁이 될 것 같았다.
남자는 자기 방에서 한 장을 가져왔다. 두 사람은 먼저 각자 쓴 것을 바꾸어 읽었다. 세르단의 글에는 자기 낭독 장면을 검토하고 싶다는 말이 있었고, 그녀의 환영을 그 뒤에 붙일 수 있다는 말은 없었다.
르네아는 그것이 좋으면서도 허전했다. 같이 무대에 서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그가 자기 없이 만드는 장면을 읽는 것은 달랐다. 그녀는 그 감정을 종이 뒤에 숨기지 않고 남자를 봤다.
“혼자 하는 부분을 먼저 쓰셨네요.”
“네. 아직 제 것도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니까요.”
그녀는 잠깐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그녀의 종이를 돌려주며 ‘우리가 하지 않을 동작’ 밑에 손가락을 뒀다. 르네아는 자기가 너무 넓게 썼다고 먼저 말했다.
세르단은 회전을 약속하지 않는다는 뜻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다만 어떤 움직임을 고를지는 몸과 실제 무대를 보고 자신이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그 문장 위에 가는 선을 그었다.
남자는 자기 글에도 고칠 곳이 있다고 했다. 낭독 시간을 짧게 쓰겠다고 적었는데, 짧다는 말만으로 준비와 휴식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구체적인 조건을 아직 모르는 자리에는 질문을 남겼다.
두 사람의 종이를 나란히 놓으니 같은 제안에 대한 답처럼 보이지 않았다. 르네아는 원래 하나의 공연 제안에 각자 답하면 상대가 귀찮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르단은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녀는 그가 곧바로 괜찮다고 안심시키지 않아서 조금 편해졌다. 상대가 두 사람을 한 덩어리로 쓰려 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었다. 그것을 막겠다고 스스로 한 덩어리인 척할 필요는 없었다.
“아주 잘 붙는 두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르네아가 말했다. 남자는 자기 종이의 모서리를 문질렀다. 그녀는 어젯밤까지는 서로 다른 뜻을 정직하게 쓰면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보니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남았다고 했다.
세르단은 자기도 남아 있다고 답했다. 같이 하는 부분이 아직 없다는 사실이 영영 없을 거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이번에 같은 작품을 택하지 않으면 그녀가 자기를 덜 사랑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녀는 아니라고 했다. 대답은 빨랐지만 마음속에서는 다른 질문이 늦게 움직였다. 둘이 함께 만든 한 작품이 끝나면, 이제 무엇으로 두 사람의 다음 시간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을 말하자 세르단은 식탁 위의 빈 빵 접시를 봤다. 오늘 아침을 들먹이며 농담하려는 줄 알았으나 그는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 자기도 설명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같이 저녁을 먹고 싶어요. 이번 답장이 잘 팔리는지와는 상관없이요.”
르네아는 그 말을 듣고 손을 폈다. 공동 작품을 포기한 보상으로 저녁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원하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중 하나가 오늘 식탁에 있었다.
그녀는 저녁에 작은 운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내일 몸과 날씨를 보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는 좋다고 했다. 내일의 걸음을 약속하기 전에도 오늘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을 말할 수 있었다.
답장의 인사말은 그녀가 썼다. 제안을 받은 일과 검토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짧게 적었다. 두 사람의 이름을 한 제목으로 확정해서 쓰지는 말아 달라는 부탁을 붙였다. 아직 어떤 공연도 계약한 단계는 아니었다.
그 뒤에는 각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르네아는 자기 도면의 입구와 창을 설명했고, 실제 관객이 어떤 순서로 들어오는 공간인지 먼저 알고 싶다고 썼다. 세르단은 지금 쓰는 대사와 움직임의 조건을 따로 물었다.
대가와 일정, 다른 작업자의 시간은 상대가 답해야 할 빈칸으로 남았다. 빈칸을 채우지 않았는데도 종이는 처음보다 덜 미완성으로 보였다. 무엇을 모르는지 그녀가 직접 골랐기 때문이었다.
편지는 한 봉투에 넣되 두 장에 각자 서명했다. 르네아는 남자의 이름이 자기 글 밑의 보증처럼 붙지 않는 것이 좋았다. 세르단도 자기 장을 접어 그 옆에 놓았다.
“이제 제가 봉투를 잘못 접으면 두 사람의 첫 실패인가요?”
그가 물었다. 그녀는 그것은 한 사람의 분명한 실패라고 답했다. 남자가 웃으며 접힌 자리를 다시 눌렀다. 봉투는 약간 비뚤었지만 닫혔다.
점심 전 그녀는 정한 심부름 창구에 답장을 맡겼다. 제안자에게 실제로 도착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그 답을 상상하며 시간을 쓰지 않으려고 발밑의 젖은 돌을 봤다.
처마 아래의 작은 가게에서 가죽 끈을 수선하는 사람이 있었다. 르네아는 자기 도면 묶음을 조금 안쪽으로 당겼다. 초록 끈 끝이 자꾸 풀려 종이 모서리에 걸렸다. 이번에는 장식보다 매듭을 잘 보고 골랐어야 했다.
그녀는 가게 안에 물어보고 자기 끈을 보여 줬다. 주인은 새로 살 필요는 없고 끝의 풀린 부분을 짧게 정리하면 된다고 했다. 그녀는 값을 듣고 그 작은 일을 맡겼다. 구리실을 다루는 손이라고 모든 실의 일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기다리는 동안 르네아는 창밖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봤다. 두 사람이 하나의 우산 아래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걸었다. 앞선 쪽이 돌아보자 뒤의 사람이 손을 들어 잠깐 멈추라고 했다. 우산은 잠시 그 자리에서 기울었다가 다시 움직였다.
그녀는 그것을 다음 작품의 장면으로 가져오고 싶어졌다. 그러나 길 위의 사람들에게 멋진 관계의 결론을 씌우지 않고 눈을 거뒀다. 한 번 멈춘 이유만 보았을 뿐 그 사람들의 하루는 알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세르단은 문가의 작은 걸상에 앉아 있었다. 신발을 신다가 잠깐 쉬는 중이라고 했다. 낭독에 쓸 종이를 사러 나가고 싶었는데 오늘 몸으로 혼자 다녀올 거리를 다시 보고 있었다.
르네아는 같이 가자고 먼저 말하려다 어디까지 갈 생각인지 물었다. 남자는 가까운 종이 가게라고 했다. 그녀는 자기 귀갓길에 지나온 돌이 아직 젖어 있었다고 전했다.
세르단은 오늘은 조금 뒤에 가거나 미뤄도 된다고 했다. 종이가 한 장도 남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신발을 다시 벗었다. 르네아는 자신의 산책 욕심 때문에 그에게 나갈 기운이 더 있기를 바라던 마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그가 쉬는 동안 점심 준비를 했다. 남자는 앉아서 재료를 다듬을 수 있겠다고 했다. 그녀가 꼭 도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자 그는 오늘은 손을 움직이며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수선 가게에서 본 끈 이야기를 했다. 남자가 자기 주머니를 가리켰다. 같은 천이 더 남아 있다며 다음에는 두 사람의 연필 주머니를 만들까 물었다. 그녀는 자기 것은 형태가 좀 다르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어떤 모양이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긴 자도 같이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세르단은 그러면 주머니라기보다 작은 여행 가방이 된다고 했다. 그녀는 그 안으로 연필이 여행을 가도 돌아오면 된다고 말했다.
둘은 점심을 먹으며 주머니의 이름을 정하지 않았다. 남자의 손은 여전히 서툴렀고 그녀의 요구는 생각보다 컸다. 지금 만들기로 한 주문도 아니었다. 식탁에서 물건 하나를 함께 궁금해하는 시간이 흘렀다.
오후에는 르네아 혼자 소멜에게 그림을 보여 주러 가도 될 시간을 물어보는 쪽지를 썼다. 이번에는 자기 큰 방이 아직 종이라는 말을 숨기지 않았다. 답을 받기 전까지 방문 시각을 달력에 넣지 않았다.
세르단은 자기 방에서 낮은 목소리로 줄을 읽었다. 소리는 여전히 벽을 통과했으나 둘이 정한 때였다. 르네아는 듣고 싶은 문장이 나와도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글이 자기에게만 도착하려고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해가 낮아질 무렵 남자가 문을 열고 한 줄만 들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지금 하던 선을 끝내고 듣겠다고 했다. 세르단은 서둘러 보태지 않고 식탁에서 기다렸다.
그가 읽은 줄은 ‘나는 당신이 돌아올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였다. 르네아는 어제의 대사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물었다. 남자는 아직 그 뒤가 잘 붙지 않는다고 했다. 말하고 싶은 마음이 인물의 행동보다 앞선 것 같았다.
그녀는 인물이 자리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세르단이 의자를 식탁에서 조금 빼 봤다. 그러자 자기 몸이 문을 가로막았다. 그가 웃으며 몸을 옆으로 옮겼다.
르네아도 웃었다. 좋은 말을 하면서 상대의 길을 막고 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남자는 방금 동작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대사를 듣는 값으로 저녁의 빵 끝을 먼저 고를 권리를 달라고 했다.
“그건 과해요. 제 희곡의 전 재산인데.”
그는 그렇게 말하고 의자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르네아는 정당한 값을 달라면서도 늘 농담으로 작게 만드는 자기 목소리를 들었다. 오늘은 짧은 부탁에 답한 것이었고, 일로 맡는 감수와는 다른 자리였다.
그녀는 다음에 실제 작품의 긴 검토를 부탁할 때는 시간부터 묻자고 말했다. 세르단은 자기에게도 같은 말을 해 달라고 했다.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전문성을 끝없이 빌리지 않기 위한 말이었다.
저녁의 창은 도면에서보다 빨리 어두워졌다. 르네아는 등불을 가까이 당겼다. 그림 속 관객이 앉을 의자를 다시 하나 지웠다. 세르단의 작은 동작을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라 들어오는 사람에게 남겨 둘 길이 보였다.
문득 그녀는 그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늘 정확한 답을 하려 했음을 알았다. 오늘은 질투도 했고 먼저 종이를 접었다. 잘 고친 대사처럼 전부 매끄럽지는 않았다. 그래도 둘은 잘못된 줄을 실제로 보고 다시 말할 수 있었다.
세르단은 내일 아침에 몸을 보고 짧게 걸을지 답하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자신도 그때 걸을 길을 고르겠다고 답했다. 비가 또 오면 집에서 할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이 약속을 덜 다정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식탁을 닦았다. 답장이 떠난 자리에 두 사람의 잔만 남았다. 종이 두 장이 없는 빈 곳에 손을 놓자 나무가 조금 차가웠다. 아직 어떤 답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오늘 해야 할 말은 실제로 집 밖으로 갔다.
르네아는 자기 방에 들어가 초록 끈을 풀었다. 끝이 더는 종이에 걸리지 않았다. 나중에 보여 줄 그림은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 그 그림을 덮는 손이 부끄러움만을 감추고 있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