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뒤집혀 있었고, 소멜은 그쪽이 오늘의 정면이라고 했다.
르네아는 얇은 푸른 안감 앞에 섰다. 전시에서 봤을 때는 겉의 붉은 주름만 기억하던 옷이었다. 안쪽에는 서로 다른 크기의 바늘땀이 세 줄 지나갔다. 멀리서 보면 반듯한 선이 가까이에서는 일정하지 않았다.
소멜은 그 선을 감추지 않았다. 처음 한 사람이 꿰매고 다른 사람이 넓혔으며 마지막에는 자기가 다시 손봤다고 말했다. 옷을 입었던 사람이 바뀐 순서였다. 잘 만든 옷이 한 사람에게 영원히 맞는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날 세르단은 함께 오지 못했다. 점심 무렵 몸의 기울어지는 느낌이 남아 있어 집에서 쉬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혼자 갈 준비를 하며 돌아와서 설명해 주겠다고 말했었다.
남자는 듣고 싶은 부분을 자기가 나중에 묻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조금 서운했다. 함께 못 본 시간을 전부 메워 줘야 하는 것도, 혼자 본 장면을 한 조각도 잃으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소멜이 옷자락을 들어 햇빛에 댔다. 안감에는 가는 주름이 겹쳐져 있었다. 빛이 통과하자 붉은 겉감 뒤에 푸른 물결이 생겼다. 환영이 아니라 천 두 장이 서로 다른 속도로 흔들린 결과였다.
“사람들은 밖에서 춤을 보지.”
소멜이 말했다. 르네아는 안쪽의 여유가 어느 동작을 위해 남았는지 물었다. 장인은 팔꿈치와 등, 옆구리의 다른 선을 짚었다. 보기 좋은 주름이 몸을 잡아당길 수도 있고, 움직임을 허락한 접힘이 겉을 흐트러뜨릴 수도 있었다.
“둘 다 할 수는 없나요?”
“가끔은. 늘은 아니고.”
르네아는 자기 도면의 창을 떠올렸다. 아침과 저녁의 빛을 한꺼번에 넣었던 창이었다. 소멜은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묻지 않았다. 대신 천을 다시 내리고 옆의 의자에 앉았다.
설명은 앉은 자리에서도 이어졌다. 다른 손님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천을 만져도 되는지 물었다. 소멜은 가장자리의 연습 천만 허락했다. 손님은 옷 대신 그 천을 쥐고 당기는 방향을 바꿔 봤다.
르네아도 작은 천을 받았다. 손가락 사이에서 천이 미끄러졌다. 길이대로 당길 때와 비스듬히 당길 때의 느낌이 달랐다. 그녀는 환영의 구리실을 잡는 습관으로 너무 팽팽하게 폈다가 손을 늦췄다.
“안 움직이게 만드는 건 쉽군요.”
그녀가 말했다. 소멜은 쉽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그것부터 잘 배운다고 했다. 르네아는 천에 남은 자기 손자국을 봤다. 무대를 안전하게 비우는 일과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는 일은 같은 손으로도 달랐다.
설명이 끝난 뒤 손님들은 겉의 옷을 다시 봤다. 푸른 안감은 원래대로 가려졌다. 르네아에게는 가려진 뒤의 붉은 주름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보이지 않는 일을 안다고 밖의 아름다움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소멜은 따로 준비한 물을 마시며 그녀에게 오늘 오지 않은 동행의 안부를 물었다. 르네아는 집에서 쉬고 있다고만 답했다. 남자의 아침을 자세한 증상표로 펼쳐 보여 줄 필요는 없었다.
장인은 전할 것이 있다며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전시를 본 손님이 남긴 글이었다. ‘어떤 옷은 다시 무대에 서지 못해도 좋은 옷인가’라는 질문이 적혔다.
르네아는 그 질문을 읽자 얼굴이 조금 굳었다. 세르단에게 그대로 가져가면 잔인할 것 같았다. 남자를 그런 옷에 비유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소멜은 그에게 전하라는 말이 아니라고 했다.
“내게 온 질문이야. 네가 어떻게 읽는지 궁금했어.”
르네아는 다시 종이를 봤다. 질문 아래에는 손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장롱에 어머니가 만든 무대옷이 있는데, 본인은 이제 입지 않는다고 했다. 버리기 싫지만 전시할 곳도 없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방금 자기 안에서 너무 빨리 이야기를 완성했음을 알아차렸다. 남자의 몸에 관한 질문으로 읽느라 다른 사람의 어머니와 장롱을 보지 못했다. 종이를 돌려주기 전에 끝까지 한 번 더 읽었다.
“좋은 옷인지 제가 판정할 수는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버리지 않으려는 이유를 듣고 싶어요.”
소멜은 그 대답을 받아 적지 않았다. 자신은 보관이 가능한 상태인지, 손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물어 답했다고 했다. 입을 수 있는 몸을 찾아 주는 일이 무조건 좋은 끝은 아니었다.
르네아는 처음 그 종이를 읽었을 때의 불편함을 소멜에게 말했다. 장인은 잠깐 그녀를 봤다. 세르단이 사랑하는 사람이니 무엇에서든 먼저 떠오를 수는 있겠다고 했다. 다만 떠오른 것과 상대가 실제로 한 말을 나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대답 대신 물을 마셨다. 세르단의 말을 잘 듣고 싶어 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던진 질문에는 자기가 먼저 그의 대답까지 만들고 있었다. 어제 그를 바느질 감옥에서 구출하지 않고 기다렸던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장인은 자리를 정리할 시각을 알렸다. 르네아는 자신도 접은 천을 돌려주고 일어났다.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자 소멜은 오늘의 정리는 이미 맡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대신 길을 나서기 전에 자기 새 그림을 보고 가겠느냐고 물었다.
뒤쪽 작은 탁자에는 옷이 아닌 종이들이 있었다. 옷의 주름을 크게 그린 그림이었다. 소멜은 가까운 곳에서 보면 산 같고 멀리서 보면 어깨 같기를 바란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림 앞에 다시 섰다. 소멜에게 다음 전시가 있는지 먼저 묻고 싶었다가 오늘 그림에서 어느 부분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장인은 종이 구석의 짧게 끊긴 선을 짚었다.
그 선은 잇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멈춘 자리라고 했다. 르네아가 왜 그대로 두었느냐고 묻자, 다시 봤을 때 가장 천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든 중단이 실패의 자국만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은 오전보다 흐렸다. 르네아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는 길과 운하 쪽으로 돌아가는 길 앞에 섰다. 세르단이 기다릴 것 같아서 짧은 쪽을 고르려다 그가 언제 돌아오라고 하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그녀는 운하 길을 조금 걸었다. 물 위에는 유리등의 낮은 그림자가 겹쳤다. 아직 켜지 않은 등인데도 둥근 테두리가 물살에 길게 늘어났다. 그림자조차 만드는 사람 뜻과 다르게 움직였다.
한 노점에는 색이 제각각인 작은 끈이 놓여 있었다. 르네아는 천 주머니에 달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의 완성한 물건을 자기 취향으로 고치는 선물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기 도면을 묶을 끈 하나를 골랐다. 값을 치르고 손바닥에 올려 보니 어두운 초록색이었다. 붉은 커튼과 아무 관계도 없는 색을 오늘 마음에 들어 해도 괜찮았다.
집의 문 앞에서는 세르단이 안에서 잠금쇠를 여는 소리가 났다. 그는 막 물을 가지러 나왔다고 했다. 그녀가 젖지 않았는지 물었다. 아직 비는 오지 않았다고 답하자 그가 창밖을 확인했다.
“하늘이 공연을 오래 예고하네요.”
남자가 말했다. 르네아는 소멜이라면 막을 내릴 때도 자기가 정한다고 할 거라고 답했다. 그녀는 외투를 걸고 먼저 손을 씻었다. 돌아온 이야기는 아직 입안에 여러 모양으로 있었다.
그들은 식탁에서 만났다. 세르단은 몸이 낮보다 편해졌지만 오늘 산책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좋다고 답하고 맞은편에 앉았다. 자기 걸음까지 취소할 이유는 없었던 오후였다.
남자는 오늘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푸른 안감이라고 답했다. 그가 무엇을 위해 숨겨 두었느냐고 묻자 그녀는 숨긴 것이 아니라 겉감에 가린 것이라고 고쳤다.
말하고 나니 그 차이가 마음에 남았다. 보이지 않는 것이 모두 의도적으로 숨겨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낮에 너무 빨리 만든 질문도 그랬다. 르네아는 소멜의 손님 글을 옮기지 않고 자기가 잘못 읽었던 일만 말했다.
“저를 떠올렸어요?”
세르단이 물었다. 그녀는 그렇다고 했다. 남자는 잠깐 잔을 내려다봤다. 르네아는 그 침묵에 미리 사과나 농담을 쑤셔 넣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그녀가 먼저 고르는 날에는 답답할 때가 있다고 했다. 좋은 뜻인 걸 알면 싫다는 말이 더 늦어진다고 덧붙였다. 르네아는 자기 손가락을 펴고 식탁에 놓았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으세요?”
그녀가 물었다. 세르단은 안감이 어느 동작에서 당겼는지 궁금하다고 답했다. 몸을 잊고 예쁜 이야기만 듣고 싶다는 말도, 몸 이야기만 해야 한다는 말도 아니었다.
르네아는 소멜이 들었던 옷자락을 손으로 따라 그렸다. 실제 천은 없었지만 그 폭을 기억했다. 남자는 팔을 크게 펴지 않고 자기 어깨를 조금 움직이며 들어 봤다. 둘은 어떤 자세에서 옷이 몸을 거슬렀을지 이야기했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르네아는 자신도 오늘 그림을 가져가 보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소멜에게 무대를 위한 제작자가 아닌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감상을 듣고 싶었다. 막상 앞에서는 꺼내지 못했다.
세르단은 왜 그랬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신의 큰 방이 실제 방이 아니어서라고 했다. 한 작품을 끝낸 뒤에도 아직 없는 방을 그리는 것이 허세처럼 보일까 봐 두려웠다.
남자는 웃지 않았다. 그의 새 희곡도 아직 종이일 뿐이라고 했다. 르네아는 그것을 읽고 싶지만 아직 보여 달라고 말할 시각은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어쩌면 남자도 같은 자리에 서 있었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추측을 사실로 말하지 않고 물었다. 세르단은 지금은 두 장만 읽어 주고 싶다고 답했다. 완성한 작품의 품평이 아니라 말이 실제 입에서 어떤 속도로 나오는지 알고 싶었다.
르네아는 오늘 저녁에 시간이 있겠다고 했다. 남자는 자기도 저녁을 먹은 뒤 짧게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두 장이라면 짧겠지만 그마저 오래 걸릴 수 있었다. 둘은 끝날 시각을 먼저 정하고 종이를 가져오기로 했다.
식사 뒤 책상 사이의 문이 열렸다. 세르단은 처음 쓴 인물의 이름을 읽다가 지웠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이름 없는 목소리를 먼저 읽었다. 첫 문장에서 걸려 다시 읽었다.
“여기서는 제가 숨을 못 쉬어요.”
그녀가 말했다. 남자는 종이를 받으며 자기 문장이 옷보다 더 조인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웃었고, 그가 실제로 줄 하나를 나누는 것을 봤다.
집 밖에서 비가 시작됐다. 두 장의 낭독은 정한 때에 끝났다. 그녀는 더 읽고 싶다고 말했지만 다음 장이 완성됐는지 묻지 않았다. 남자는 오늘 막힌 곳을 알게 됐다고 했다.
르네아는 자기 도면을 초록 끈으로 묶었다. 다음에 소멜을 만날 때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세르단은 자기도 큰 방의 저녁 창을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이제 그 창에 빛을 하나만 남겼다고 답했다.
비는 천천히 지붕을 두드렸다. 내일은 서로 다른 책상에서 시작할 날이었다. 르네아는 그 사실이 덜 쓸쓸해졌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오늘 들은 두 장의 목소리는, 닫힌 문이 상대를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 믿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