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남아 있었고, 부엌의 의자는 비어 있었다.
르네아는 문설주에 어깨를 기대고 한동안 식탁을 봤다. 볕이 이미 맞은편 벽까지 갔다. 밤마다 객석을 세던 몸은 해가 높아진 것을 보고도 자기가 늦었다고 먼저 판단했다.
그러나 오늘은 입장시킬 관객도, 그녀가 풀어야 할 구리실도 없었다. 깨우지 말아 달라고 한 것은 자기였다. 종이 봉투에는 작은 빵 하나가 남았고, 그 밑에 남자의 필체가 조금 보였다.
‘가까운 가게에 다녀옵니다. 냄비 안은 물이에요. 수프라고 기대하지 마세요.’
그녀는 웃다가 냄비 뚜껑을 열었다. 정말 물이었다. 전날의 다정한 포옹을 끓여서 아침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렇게 정확히 알려 줄 사람은 많지 않았다.
빵을 잘라 접시에 놓았다. 묵은 빵의 안쪽은 아직 부드러웠지만 끝은 단단했다. 그녀는 단단한 쪽을 작은 그릇에 따로 담았다. 잘못 산 물건이 아니라 오늘 먹는 순서를 바꾸면 되는 물건이었다.
문이 열릴 때 르네아는 두 번째 조각을 씹고 있었다. 세르단은 양파가 든 봉투를 내려놓고 그녀를 봤다. 밖의 공기가 외투의 주름에 들어 있었다.
“약속을 잘 지키셨네요.”
“빵을 먹지 않은 것 말인가요?”
“저를 깨우지 않은 것요. 빵은 아직 세어 보는 중이고요.”
그는 앉기 전에 외투를 벗었다. 손을 씻고, 그녀의 맞은편 의자를 조금 빼고 앉았다. 르네아는 어젯밤의 짧은 춤 뒤에 몸이 어떤지 물었다.
세르단은 아침에 일어날 때 어지러움이 잠깐 있었고 지금은 가라앉았다고 했다. 돌아온 골목의 짧은 길도 천천히 걸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서야 봉투에 든 다른 물건을 물었다.
실과 바늘, 평범한 갈색 천이었다. 세르단은 자기 책상 옆에 둘 얕은 주머니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연필이 자꾸 바닥으로 굴렀다. 그녀는 목수가 왜 주머니를 바느질하느냐고 물었다.
“연필이 목수 말을 듣지 않아서요.”
“벽을 더 높이면 되잖아요.”
“책상에 성벽을 쌓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녀는 접시를 내려놓고 웃었다. 남자가 부엌에서 자기 물건의 실패를 말하는 소리가 좋았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내려고 현장에 불려 온 사람처럼 듣지 않아도 됐다.
한편으로는 그 주머니를 바로 그려 주고 싶었다. 천이 당겨질 모서리와 손이 들어갈 폭이 머리에 먼저 생겼다. 그녀는 식탁의 빵 부스러기를 손가락 끝으로 모으다 멈췄다.
“도와드릴까요, 아니면 그냥 구경할까요?”
세르단이 잠깐 생각했다. 먼저 자기가 만들고 막히면 묻고 싶다고 답했다. 그녀는 좋다고 했다. 그 말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좋은 방법이 눈앞에 있는데 입을 다무는 일은 때로 무거운 환영을 버티는 것보다 손끝이 근질거렸다.
그는 자기 방으로 천을 가져갔다. 르네아는 접시를 씻고 창가에 섰다. 운하 쪽 지붕 위로 빨래가 마르고 있었다. 휴일을 제대로 보내려면 무얼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머리를 들었다.
그 질문에도 공연표 같은 것을 만들어 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자기가 며칠째 접어 두었던 큰 방의 도면을 폈다. 일하지 않겠다고 정한 날에도 그림을 보고 싶을 수는 있었다. 오늘 그 선을 완성할 책임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종이에는 사람보다 큰 창이 있었다. 실제로 빌린 방은 아니었다. 창 옆에 서 있는 작은 인물은 누군지 구분되지 않았다. 르네아는 그 인물의 팔을 지우고 다시 그렸다.
문밖에서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남자가 낮게 탄식했다. 도와 달라는 말은 뒤따르지 않았다. 르네아는 자기 연필을 다시 쥐었다.
한참 뒤 세르단이 물을 가지러 나왔다. 그녀는 아직도 바느질 중이냐고 묻지 않았다. 그는 주머니에 연필보다 자기 손이 먼저 갇혔다고 자진해서 말했다.
“그러면 성벽은 아닌가 봐요.”
“감옥에 가까워졌어요.”
둘이 웃은 뒤 남자가 그녀의 도면을 봐도 되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잠깐 망설였다. 앞선 대화처럼 자기 역시 아직 만드는 중인 것을 혼자 두고 싶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보여 주고 싶었다. 그녀는 종이의 양끝을 눌러 펼쳤다. 큰 방에 그린 창과 아직 비어 있는 바닥이 나왔다. 세르단은 그림을 자기 쪽으로 돌리지 않고 그녀 옆의 빈 의자에 앉았다.
“이쪽에서 봐도 돼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창이 실제 어느 방향인지 물었다. 르네아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자기가 종이 위에서는 볕을 너무 편리하게 썼다고 깨달았다.
그녀가 그린 창은 아침과 저녁에 동시에 빛났다. 현실의 창은 그럴 수 없었다. 세르단은 잘못 그렸다고 말하지 않았다. 어느 시간의 방을 보고 싶었느냐고 다시 물었다.
르네아는 대답하려다 창밖을 봤다. 자기 방의 볕은 벌써 책상 끝을 벗어나 있었다. 방금 전까지 따뜻했던 나무 위에 손을 놓았다. 같은 방에서도 머무는 시각에 따라 놓치는 것이 있었다.
“늦게 온 사람도 볼 수 있는 방이요.”
그녀가 말했다.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큰 무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은 늘 더 많은 눈을 상상하게 했는데, 지금 떠오른 것은 끝나기 직전에 들어온 한 사람이었다.
세르단은 그 사람이 들어오면 장면을 처음부터 돌릴 것이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아니라고 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늦은 사람이 현재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말을 그림 구석에 적으려다 멈췄다. 그의 생각을 곧장 자기 설계로 바꿔 가져오는 대신 왜 그랬느냐고 물었다. 세르단은 어린 시절 막 뒤에서 공연의 끝부분만 본 날을 기억한다고 했다.
누가 누구를 기다리는지 몰랐지만 빈 의자 하나가 있었고, 나갈 때까지 그 의자에 누가 앉는지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날 작품의 제목은 지금 기억하지 못했다. 의자만 남았다.
르네아는 화려한 움직임을 보지 못한 관객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새가 날지 않아도 질문이 생길 수 있었다. 그 발견은 그녀가 큰 방을 포기하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빈 바닥을 다시 보게 했다.
점심에는 둘이 양파를 썰었다. 세르단이 칼을 잡고 르네아가 빵을 작게 잘랐다. 그녀의 조각은 서로 크기가 달랐다. 남자는 수프에 넣으면 다 비슷해질 거라고 했다.
그녀는 그 말에 빵을 더 크게 잘랐다. 세르단이 항의했다. 두 사람이 함께 먹는 그릇에서도 상대가 싫어하는 크기는 남는다는 것이었다. 르네아는 큰 조각 하나를 자기 그릇에 넣었다.
그들은 부엌의 창을 조금 열었다. 양파 냄새가 빠져나가고 물가의 찬 기운이 들어왔다. 남자는 자기 주머니의 실밥이 엉킨 부분을 이제 보여 줘도 좋다고 했다. 르네아는 수프를 다 먹은 뒤 보겠다고 답했다.
그 말에 그가 웃었다. 늦게 도움을 청했는데도 그 도움을 당장 받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르네아는 자기 그릇의 큰 빵을 숟가락으로 나누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점심 뒤 세르단은 먼저 그릇을 치우고 싶다고 했다. 르네아는 냄비를 자기가 닦겠다고 답했다. 어느 날 누가 더 피곤할지 매번 같은 순서로 정할 수는 없었다. 오늘은 둘 다 할 수 있는 것을 말했고, 물이 식기 전에 설거지가 끝났다.
그녀는 젖은 손을 닦으며 선반에서 제 것과 다른 모양의 수건을 골랐다. 어젯밤에는 함께 산다는 증거처럼 보였던 물건이었다. 오늘은 생각보다 두툼해서 손가락 사이가 잘 닦였다. 남자가 왜 그렇게 접는지 물으니 남은 마른 면을 쉽게 찾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르네아는 그 방법을 그대로 배우지는 않았다. 대신 수건을 돌려 다른 마른 면으로 손목을 닦았다. 이유를 알고 나자 다르게 접힌 모양이 고쳐야 할 선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방의 얇은 수건도 다음에 그의 손에 맞을 때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후에는 천 주머니를 같이 봤다. 그녀는 바늘을 가져오는 대신 천을 어떻게 잡았는지 물었다. 세르단은 손가락을 넣었다가 다시 빼며 자기가 원하는 쓰임을 보여 줬다.
르네아는 한쪽 입구를 조금 넓히는 방법을 손짓으로 말했다. 그가 자기 실을 직접 풀었다. 엉킨 자리가 작게 풀릴 때마다 천이 느슨해졌다. 여덟 박자를 셀 이유 없는 평범한 실이었다.
그녀는 한때 그 평범함이 아까웠다. 손끝에 있는 힘을 써서 더 멋지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환영의 주머니는 연필을 담아 둘 영구 물건이 되지 않았다. 오늘 이 천을 고치는 느린 손이 실제로 내일의 연필을 받칠 것이었다.
바느질이 끝나자 주머니의 한쪽이 비뚤었다. 연필을 세 자루 넣어도 빠지지 않았다. 세르단은 이것으로 됐다고 했다. 르네아는 한 번 더 보면 선이 더 곧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가 자기 말에 웃었다.
“그건 내일의 욕심으로 두죠.”
남자가 말했다. 그녀는 오늘의 것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강요하는 줄 알았다가, 그가 남은 천을 접어 따로 두는 것을 봤다. 내일 더 만들고 싶을 사람의 손이었다.
저녁이 가까워질 때 소멜에게서 작은 쪽지가 왔다. 심부름을 온 성인이 답을 기다려야 하는지 물었다. 르네아는 지금 읽고 짧게 답할 수 있겠다고 했다.
전시에서 한 번 보았던 옷의 안감을 다음 날 오후에 짧게 설명하는 자리가 있다는 초대였다. 작업을 도와 달라는 부탁은 아니었다. 소멜은 ‘무대에서 안 보이는 쪽을 궁금해한 사람에게’라고 썼다.
르네아는 바로 둘이 간다고 쓰려다 세르단을 봤다. 남자는 자기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했다. 그녀는 내일 그 자리에 같이 가고 싶은지 물었다.
세르단은 오후의 몸을 보고 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금은 관심이 있지만 자리를 확정해서 비워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르네아는 자기 방문만 먼저 답하고 남자의 것은 그 조건을 덧붙일지 물었다.
그는 자기가 짧게 따로 쓰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같은 식탁에서 서로 다른 답을 적었다. 르네아는 그 종이가 떨어져 있다는 것이 오늘은 이상하게 다정하다고 생각했다.
쪽지가 떠난 뒤 그녀는 도면의 빈 의자를 다시 봤다. 늦게 온 사람이 앉을 수도 있고, 몸 때문에 끝까지 오지 못한 사람의 자리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그 의자에 앉을 사람을 미리 그려 채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창의 빛을 하나만 남기고 지웠다. 저녁의 방이었다. 세르단이 문밖에서 완성한 주머니를 책상에 걸었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나중에 보러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네. 오늘은 감옥이 아니에요.”
그녀는 웃으며 자기 도면을 덮었다. 아침의 빈 의자가 서운했던 것은 그를 붙잡고 싶어서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쉬는 동안에도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문을 열자 남자가 자기 방에서 나왔다. 르네아는 저녁에는 함께 차를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세르단은 오늘 마실 차를 먼저 골라 달라고 했다. 그녀는 이번에는 수프를 기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날 두 사람이 만든 것은 작은 주머니 하나와 서로 다른 답장 두 장이었다. 르네아는 찻물을 올리며 내일 소멜의 옷 안쪽에는 무엇이 감춰져 있을지 궁금해했다. 무대의 정면을 보던 눈을 잠깐 뒤집어 볼 시간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