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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 15세 이용가 44화

열쇠를 두 개 만들까

본문 5,487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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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 마지막 장면

43화의 마지막 세 문단이에요.

“당신이 에나가 아니어서 좋네요.”

그가 말했다. 르네아는 에나도 지금 꽤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 남자는 자기도 그랬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한참 앉아 있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갈 시간을 정했다. 르네아는 오늘 상자 속 빈 천보다 자기 옆의 빈자리를 더 오래 의식했다. 내일도 꼭 채워야 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헤어지는 길을 조금 짧게 만들고 싶었다.

세르단이 일어나다가 그녀를 봤다. 다음에 연습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지금 말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서둘러 꺼내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다. 중요한 이야기냐고 다시 묻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 답을 집으로 가져갔다. 자기 방의 문을 닫고도, 아직 듣지 않은 말이 빈 의자 하나만큼 자리를 차지했다.

43화 다시 읽기

세르단은 아무 열쇠도 가져오지 않았다.

르네아는 그가 손을 주머니에 넣을 때마다 작은 금속이 나올 것처럼 봤다. 어제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한 뒤부터였다. 두 사람은 저녁 전의 운하 둑에 앉아 있었다. 남자는 이야기하기 편한 곳을 고르자며 고정된 등불 옆의 벤치를 택했다. 그녀는 일찍 도착해 자기 방 열쇠만 세 번 만졌다. 열쇠가 무슨 답을 알려 주지는 않았다.

그는 목공을 마친 옷 그대로 왔다. 소매 끝에 나무 가루가 조금 남았다. 르네아는 털어 주려다 그가 자기 손으로 문지르는 것을 보고 기다렸다. 남자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무슨 말을 할지 정해 뒀는데 그녀 얼굴을 보니 처음부터 다시 고르고 싶다고 했다. 르네아는 오늘 말을 고르다 못 하면 그 이야기를 하겠다고 적어 보내도 된다고 말했다.

세르단은 웃었다. 그러나 바로 다른 이야기로 가지 않았다. 그는 어제 연습을 마치고 각자 방으로 돌아갈 때 또 잠깐 아쉬웠다고 했다. 연습이 더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늘 먹은 음식과 잘못 읽은 줄, 돌아가서 벗을 외투가 같은 방으로 가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했다.

“저는 르네아 씨와 같이 살아 보고 싶습니다.”

말은 생각보다 짧았다. 르네아는 남자의 주머니를 보던 눈을 들었다. 무슨 집을 구했느냐는 질문이 제일 먼저 나올 뻔했다. 그 뒤에는 이미 정한 것이냐는 말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보지 않은 채 열쇠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세르단은 아직 방을 보러 가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먼저 그녀에게 물어야 하는 일이라서였다.

르네아는 좋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아침에 그의 얼굴을 보는 장면은 금방 떠올랐다. 다만 그 얼굴 뒤의 방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자기 도면을 펴 둔 바닥을 누가 지나가는지, 일이 안 풀린 저녁에 입을 다물고 앉아 있어도 되는지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손으로 치마의 주름을 폈다. 마음이 빠르게 가고 생활은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았다.

“저도 당신이 돌아가는 게 아쉬워요.”

그녀가 말했다. 세르단이 조용히 듣고 있었다. 르네아는 그 말이 곧 같이 살겠다는 답은 아니라고 이었다. 자기도 그런 아침이 궁금하지만 오늘 바로 고르면 기쁜 얼굴만 보고 고를 것 같다고 했다. 남자의 입가가 조금 굳었다. 그 표정을 보고 서둘러 좋다고 덧붙이고 싶었다. 그녀는 그러지 않고 대답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남자는 어느 정도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오래 모른다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모레 저녁에 다시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까지 집을 정하자는 말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것을 좀 더 말해 보겠다는 뜻이었다. 세르단은 그렇게 하자고 답했다. 르네아는 기다려 달라는 말 뒤에 상대가 기다리는 시간이 실제로 생긴 것을 느꼈다.

두 사람 사이에 잠깐 바람 소리만 났다. 세르단이 자기는 지금 조금 민망하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고개를 돌렸다. 그가 웃고 있었지만 웃음으로 없애지는 못한 얼굴이었다. 남자는 선물을 잘못 건넨 사람처럼 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르네아는 자기에게 마음을 말한 것이 잘못은 아니라고 답했다. 다만 자기가 그것을 바로 들고 갈 수는 없었다.

그녀는 남자의 손 가까이에 자기 손을 놓았다. 세르단이 손바닥을 펴자 그 위에 얹었다. 아직 대답을 안 한 사람이 손을 잡으면 확답처럼 보일까 생각했다. 그러고는 그 생각을 그대로 말했다. 그는 손을 잡는 것은 지금 잡고 싶다는 말로 받겠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웃음이 났다. 모든 동작에 내일의 집을 붙이면 오늘 저녁을 먹을 손도 남지 않을 것이다.

둘은 식당에 갔다. 르네아는 오늘은 자기가 고르고 싶다고 했다. 평소보다 좁고 시끄러운 가게였다. 남자는 안쪽 고정된 벽을 보는 자리라면 괜찮겠다고 했다. 그녀는 빈자리를 보고 종업원에게 물었다. 식탁은 작아 그릇 둘을 놓자 물잔을 옮겨야 했다. 르네아는 이 탁자에서 같이 산다는 말을 더 했으면 당장 넓은 집을 구해야 할 것 같았겠다며 웃었다.

세르단은 좋은 식탁이 꼭 넓은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고 자기 팔꿈치가 그녀의 잔을 밀자 말을 멈췄다. 르네아는 잔을 잡고 넓은 것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소리 내어 웃었다.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저녁을 망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아무렇지 않은 것을 연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남자가 잠깐 조용해질 때 그릇을 채워 주며 화제를 돌리지 않았다.

밥이 반쯤 줄었을 때 그녀가 물었다. 같이 살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이었다. 세르단은 아침에 누가 먼저 일어났는지 모르고도 옆방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싶다고 했다. 르네아는 생각보다 구체적이라 놀랐다. 남자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먼저 생각한 대답처럼 들릴까 봐 걱정했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 방에서는 아침에 종이 소리가 먼저 난다고 답했다.

그는 그 소리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종이를 접는 소리만 예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잘못 그린 도면을 밀고 의자를 발로 당기는 소리도 있었다. 세르단은 자기도 아침에는 얼굴보다 기침이 먼저 나올 때가 있다고 했다. 누가 더 보기 싫은 소리를 내는지 겨루다가 둘 다 웃었다. 르네아는 웃는 동안 처음으로 방 안의 자기가 조금 보였다.

돌아오는 길은 각자의 집으로 갈라졌다. 세르단은 모레 보기 전에 다시 답을 묻지 않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아예 연락을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 자기가 기다린다고 해서 내일의 사소한 말까지 막고 싶지는 않았다. 남자는 내일 목공 마감에 손이 너무 묻으면 못 쓸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러면 그다음 날 들으면 된다고 했다.

자기 방에 들어오자 낮에 펴 둔 도면이 바닥에 있었다. 물잔은 종이 끝을 눌렀고 의자는 창 반대쪽으로 나가 있었다. 르네아는 문 앞에서 멈췄다. 누가 옆에 산다면 지금 어느 길로 들어올까. 남자가 다치지 않게 전부 치워야 할까. 그 생각이 조금 싫었다. 함께 사는 사람이 자기 종이를 피할 길을 묻는 것도 가능했다.

그녀는 실제로 종이를 모아 봤다.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매번 깨끗하게 치우면 다음 날 다시 펼쳐야 했다. 처음 만든 선을 잊을 수도 있었다. 둘이 사는 집을 원한다고 해서 이 불편을 좋은 사람답게 참겠다는 답부터 내놓고 싶지는 않았다. 르네아는 종이를 전부 접지 않고 벽 쪽으로 옮겼다. 통로 하나를 남기고 그 옆에 앉았다.

종이 마당에서 가져온 묶음이 눈에 들어왔다. 젖은 날과 마른 날의 소리를 자기가 들은 순서대로 적은 것이었다. 세르단에게 읽어 준 부분도 있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같은 방에 있으면 말하지 않은 종이가 비밀처럼 보일까. 그녀는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을 혼자 만들고 있었다. 그가 자기 대본을 전부 읽으라고 요구하지 않은 기억을 골라 놓았다.

그날 밤에는 편지를 쓰지 않았다. 모레 말하기로 한 답을 매번 잘 쓰려고 하면 보내기 전에 다 지울 것 같았다. 대신 자기에게 필요한 물건을 세어 봤다. 책상과 침대, 창에서 오는 빛, 도면을 펴 둘 넓이였다. 그 옆에 필요한 시간을 적으려다 멈췄다. 물건은 개수로 쓸 수 있었지만 혼자 있고 싶은 저녁은 아직 모양이 없었다.

다음 날 소멜의 가게에 들렀다. 맡겨 둔 천 조각을 찾는 짧은 방문이었다. 소멜은 안쪽에서 의상전의 소매를 매만지고 있었다. 르네아는 남자와 같이 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먼저 말했다. 나이 많은 사람의 정답을 얻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말을 입 밖으로 냈을 때 자기 목소리가 어떤지 듣고 싶었다. 생각보다 조금 들떠 있었다.

소멜은 같이 살겠느냐고 바로 묻지 않았다. 자기 바늘을 꽂아 두고, 천은 이쪽 주머니라고 말했다. 르네아가 찾아 담는 동안 가게의 한쪽 방을 보여 줬다. 그곳은 재단대가 아니라 그녀가 차를 마시는 자리였다. 일이 남아 있어도 의자를 거기로 옮겨 놓는다고 했다. 르네아는 가게에 차 마시는 자리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네가 올 때에는 늘 일부터 보니까.”

소멜이 답했다. 르네아는 그 말에 조금 부끄러워졌다. 사람의 방을 보면 무엇을 만드는지부터 알 수 있다고 여겼다. 자기가 돌아와 쉬는 자리는 도면을 치운 책상 끝뿐이었다. 혼자 살 때에도 없던 자리를 둘이 살면 저절로 얻을 수는 없었다. 소멜은 차를 한 잔 더 권하지 않았다. 곧 다시 일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밖으로 나온 르네아는 집을 보러 가는 거리로 꺾지 않았다. 오늘 혼자 후보를 골라 오면 모레 남자에게 자기 답 대신 자기 도면을 펼칠 것 같았다. 그녀는 운하 쪽을 조금 걷다가 나무 조각을 파는 노점에 섰다. 작은 접이식 받침이 있었다. 책상 위에 종이를 세울 수 있을 모양이었다. 갖고 싶었지만 자기 방에서 둘 곳부터 보고 돌아오기로 했다.

집에서는 책상의 오른쪽을 비웠다. 다 버리거나 옮기는 일이 아니라 오늘 밤에 손을 놓을 곳을 하나 만드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 앞에서 차를 마셨다. 내일 이 자리에 남자가 앉아 있을 것을 상상했을 때 처음보다 덜 무서웠다. 한편 종이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더 선명했다.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그 마음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저녁에 세르단에게서 짧은 쪽지가 왔다. 오늘 목공의 맞춤이 한 번 틀렸고 자기 몫을 다시 하느라 늦었다는 내용이었다. 내일 보자는 말 아래에는 목이 긴 새처럼 생긴 얼굴이 있었다. 르네아는 처음에 무엇인지 몰라 종이를 돌려 봤다. 웃는 얼굴을 턱부터 그리다 길어졌다는 작은 설명이 옆에 있었다. 그녀는 종이를 보고 혼자 웃었다.

답장에는 자기도 오늘 책상을 옮겼다고 적었다가 지웠다. 실제로 옮긴 것은 책상이 아니라 그 위의 물건이었다. 그 차이를 정확히 쓰고 나니 같이 살 방을 먼저 바꿨다는 오해도 생기지 않았다. 오늘 자기 방의 한쪽을 비워 봤고 차를 마셨다고 썼다. 그가 무슨 뜻인지 전부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았다. 내일 직접 할 말이 있었다.

잠들기 전 그녀는 첫 대본을 다시 읽었다. 에나가 상자를 못 내려놓는 이유를 이제 자기 집 이야기로만 읽고 싶지는 않았다. 무대의 여자는 무대의 여자로 남아도 됐다. 르네아는 묶음을 덮고 자기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혼자 눕는 자리가 어제보다 좁아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옆방의 종이 소리가 어떤지 듣고 싶어진 자기 귀가 있었다.

약속한 저녁 세르단은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일을 다시 한 손에는 작은 긁힌 자국이 있었다. 르네아는 아픈지 물었고 지금은 괜찮다는 답을 들었다. 남자가 그 손을 무릎에 놓았다. 그녀는 자기 방 열쇠를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았다. 대신 옆에 앉아 어제 적은 물건 목록을 폈다. 종이의 한가운데가 아직 비어 있었다.

“같이 사는 방을 한번 알아보고 싶어요. 대신 제 책상은 따로 있어야 해요.”

남자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르네아는 그것이 지금 당장 집을 합치자는 답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방을 보고 비용과 일하는 자리를 맞춰 본 뒤 자기도 선택하고 싶었다. 세르단은 그렇게 알아보자고 말했다. 그러고는 목록의 빈 곳을 가리켰다. 자기에게도 혼자 남겨 두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고 했다.

르네아는 종이를 조금 더 펼쳤다. 함께 살고 싶다는 대답 뒤에도 처음 듣는 말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빈칸을 자기 책상의 남은 자리로 채우지 않고, 남자가 말할 때까지 두었다.

44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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