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표에는 보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적을 칸이 없었다.
르네아는 선착장 창구에서 표를 받았다. 이틀 뒤 낮에 떠나는 배였다. 라겔의 관람은 사흘을 모두 마쳤고 오르사의 방문 점검도 끝났다. 열지 않은 관람을 더 기다리는 약속은 없었다. 공방 담당자와 남은 비용을 확인한 뒤 정한 귀환이었다. 그녀는 표의 날짜를 두 번 읽고 수첩에 그대로 옮겼다.
세르단은 하루 먼저 돌아가기로 했다. 에스카렌에서 받아 둔 목공 일이 있었고 그 뒤 대본을 고칠 시간을 남겨 뒀다고 했다. 두 사람은 오늘 아침에 빵 대신 죽을 먹으며 날짜를 확인했다. 르네아는 자기 배를 하루 당기면 같이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정한 화물 인도 시간과 점검 기록 수령이 남아 있었다. 남자는 그녀를 하루 더 기다리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제가 늦게 가는 게 아니라, 제 배는 그다음 날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세르단은 그렇다고 답했다. 누가 먼저 떠나든 남은 사람이 버려지는 것으로 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그가 먼저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방금까지 함께 먹은 탁자가 조금 차가워졌다. 르네아는 서운하다는 말도 했다. 남자는 자기도 하루 더 같이 있고 싶지만 이번에는 그 일을 지키겠다고 답했다.
둘은 그 말을 다툼으로 키우지 않았고 좋은 말로 덮지도 않았다. 죽의 바닥에는 딱딱한 곡식이 조금 남았다. 르네아가 그것을 골라내자 세르단이 자기 그릇에도 있다고 했다. 남자와 다른 날 돌아간다는 일이 한 번에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같은 아침을 먹는 동안 그 이야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후에 그녀는 공방의 장부 담당자를 만났다. 방문과 바닥 점검의 보수, 쓰고 남긴 준비비, 실제 이동과 숙박의 몫을 나눠 확인했다. 추가 관람을 만들지 않은 만큼 제작을 위해 보유한 준비금에서는 쓰지 않은 부분을 돌려주기로 했고, 그 자리에서 약속한 방식으로 반환을 마쳤다. 이미 지급된 방문 보수와 혼동하지 않았다. 담당자는 자기 사본에도 같은 내용을 적었다.
르네아는 도장을 받은 종이를 가방에 넣었다. 두 번째 도시에서 빛을 켜지 못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와서 본 바닥과 열지 않겠다고 한 결정은 의뢰한 일 안에 있었다. 다음 사람에게 방이 된다고 잘못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기 몫으로 남았다. 그녀는 고맙다는 인사 뒤에 다른 도시를 더 소개해 달라는 말을 붙이지 않았다.
도면을 정리하러 돌아오니 세르단이 공용실에서 외투를 접고 있었다. 어제 꿰맨 솔기는 조금 비뚤었다. 그는 집에 가면 제대로 다시 꿰맬지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지금 바늘을 빌려 오겠다고 하지 않았다. 자기 상자에는 금속 집게 둘을 같은 주머니에 넣었다. 남자는 종이 마당 이야기를 적은 묶음도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아직 보내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돌아가서 읽어 줄 수도 있고, 자기가 다시 보고 싶을 때 펼 수도 있다고 했다. 남자에게 다 전하지 않은 여행의 일부가 손에 남았다. 세르단은 그중 듣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물이 떨어지던 날의 마당이었다. 르네아는 그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다 듣겠다는 약속보다 구체적인 부탁이었다.
그날 저녁 둘은 실제로 마당 이야기를 했다. 그녀가 통에 물이 떨어지는 박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자 세르단이 그 사이 한 번 더 소리를 넣었다. 르네아는 그런 박자는 없었다고 웃었다. 남자는 자기가 잘못 들은 셈이라고 했다. 그녀는 자기 기억도 정확한 악보는 아니라고 답했다. 실제 소리를 같이 듣지 못한 두 사람이 조금 다른 소리를 나눠 가졌다.
잠깐 뒤 남자가 작은 종이를 꺼냈다. 첫 장면에서 마지막 설명을 지웠다고 했다. 르네아는 읽어 줘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보여 주려는 것이 아니라, 지운 뒤 그 자리가 비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녀는 알겠다고 했다. 남자가 작업을 말했다고 언제나 관객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빈칸을 같이 모르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다.
“돌아가면 또 같이 밥 먹을 시간을 잡아요.”
르네아가 말했다. 세르단은 낮은종의 수리가 끝나는 날을 묻지 않았다. 자기 목공이 끝나는 저녁 둘을 알려 주겠다고 했다. 그녀도 돌아간 뒤 실제 일정을 보고 고르겠다고 했다. 멀리 떨어져 있던 때에는 만나기만 하면 시간이 저절로 생길 줄 알았다. 다시 같은 도시에 가도 각자의 하루가 남는다는 사실을 이번에는 미리 말했다.
다음 날 선착장에 함께 갔다. 세르단의 짐은 처음 왔을 때보다 크게 늘지 않았다. 외투와 대본, 쓰다 남은 종이가 있었다. 르네아는 그와 나란히 서려다 움직이는 물이 보이는 자리에서 멈췄다. 남자가 안쪽 돌의자를 골랐다. 에스카렌에서 떠나던 날에도 의자가 있었다. 오늘 다른 것은 그녀가 이 도시의 길을 더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먼저 자기 귀환 날짜와 배가 닿을 예정인 시각을 다시 말했다. 그가 선착장에 와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세르단은 그 시각에는 목공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저녁에 도착 소식을 듣고 싶다고 했다. 르네아는 숙소에 짐을 놓은 뒤 전갈을 보내겠다고 답했다. 남자가 없는 선착장에 내린다고 여행이 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손 흔드는 사람 있으면 좋겠네요.”
그녀가 덧붙였다. 남자는 자기가 오늘 손을 충분히 흔들어 두겠다고 했다. 르네아가 웃었다. 그런 저축이 어디 있느냐고 하자 그는 없지만 지금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 말이 좋았다. 어색한 약속을 효율적인 말로 고칠 필요가 없었다. 두 사람은 사람들 길을 막지 않는 쪽으로 옮겨 잠깐 안았다.
남자가 떠난 뒤 그녀는 선착장에 오래 남지 않았다. 화물 인도 시간을 확인하고 공방으로 돌아갔다. 혼자 먹을 점심을 골랐고 상자 끈을 새로 묶었다. 반대편 방에서 종이를 말리는 소리가 났다. 세르단이 없는 오후가 벌써 시작됐지만, 그 빈자리가 여행 중 해야 할 마지막 일들을 대신해 주지는 않았다. 르네아는 자기 손으로 상자의 모서리를 눌러 확인했다.
화물꾼은 다음 날 배에 싣기 전에 무게와 크기를 한 번 더 보겠다고 했다. 라겔에서 나눠 넣은 부품 하나가 다른 상자로 옮겨져 있었다. 그녀는 목록을 보고 다시 맞췄다. 현지 목공에게 빌린 작은 죔쇠는 돌려줬고, 자기 구리실과 실제 틀의 일부는 가져갔다. 없는 물건을 되찾을 것처럼 적지 않고 실제로 확인한 물건만 줄을 그었다.
저녁에는 공방 담당자가 다음 방을 구하면 연락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연락은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번 도면으로 다음 방도 된다고 약속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알겠다고 했다. 그녀는 주소를 남기고 그가 받은 종이를 확인했다. 새 관람이 잡혔다는 말을 돌아가는 편지에 쓸 수는 없었다. 대신 다시 물어볼 사람이 생겼다고는 쓸 수 있었다.
잠들기 전 그녀는 에스카렌으로 보내는 짧은 전갈을 적었다. 예정대로 내일 돌아가고, 짐이 두 상자이며, 낮은종에 맡겨 둔 공구를 찾을 시간을 나중에 묻겠다는 내용이었다. 펜에게는 자기 연습을 보고 싶다는 말도 넣었다. 그가 출발 전에 보여 주겠다고 했던 것을 잊지 않았다. 돌아온 사람이 예전 조수의 시간을 곧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 아침에는 비가 없었다. 그녀는 공방 방을 비우고 열쇠를 돌려줬다. 창 옆에 세워 둔 의자가 하나 남았다. 사흘 전에는 남자와 더 가까이 놓았던 의자였다. 그걸 원래 자리에 돌려놓는다고 둘이 앉은 시간이 지워지지는 않았다. 르네아는 바닥을 보고 빠뜨린 물건이 없는지 확인한 뒤 문을 닫았다.
배 안에서 잉크병을 바로 꺼내지 않았다. 갈 때에는 흔들려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오늘도 물은 흔들렸다. 그녀는 창밖을 보다가 가방을 열었다. 첫 관람을 마친 날 썼던 문장을 읽었다. 내가 만든 방을 내가 좋아했다는 줄이었다. 그 아래에는 오르사에서 열지 않은 방의 그림이 있었다. 두 장을 같은 끈으로 묶었다.
한 도시에서 한 일과 다른 도시에서 하지 않은 일이 모두 자기 여행이었다. 남자를 만난 저녁과 혼자 들었던 소리도 같은 묶음 안에 들어갔다. 모든 것을 성공으로 골라 적으면 종이는 훨씬 얇아질 것이다. 르네아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녹색 끈의 매듭을 고쳐 묶고 두 번째 집게를 그 위에 끼웠다. 이번에는 종이가 덮개보다 먼저 들어갔다.
맞은편 승객이 무엇을 그렸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방이라고 답했다. 여자가 어느 방이냐고 더 묻자 잠깐 생각한 뒤, 하나는 보였고 하나는 아직 못 보인 방이라고 했다. 승객은 그림을 보여 달라고 하지 않고 자기 바구니를 무릎으로 옮겼다. 그녀는 더 설명할 필요 없이 웃고 창으로 돌아섰다.
에스카렌의 선착장에 내릴 때 해는 조금 기울어 있었다. 예정한 시각보다 늦었지만 화물을 찾는 길은 열려 있었다. 세르단은 없었다. 르네아는 상자 둘을 인도받고 미리 정한 운반꾼과 숙소로 갔다. 문을 열자 떠나기 전 의자를 빌려 왔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자기 의자 하나는 책상 앞에 있었다. 그녀는 가방을 놓고 앉았다.
창틀에는 먼지가 얇게 앉아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한 번 긋고 천을 찾았다. 출발할 때 비워 둔 물잔도 씻었다. 돌아오는 장면에 박수가 없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자기 방의 먼지까지 새로울 줄은 몰랐다.
잠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누가 돌아왔느냐고 물어 주기 전에 자기가 돌아온 몸을 느끼고 싶었다. 손에는 배의 흔들림이 조금 남았고 어깨에는 끈 자국이 있었다. 여행에서 얻은 새 기술보다 먼저 물을 마셨다. 그러고 나서 약속한 도착 전갈을 보냈다. 잘 도착했고 오늘은 짐을 푼 뒤 쉬겠다고 썼다. 세르단에게는 내일 저녁을 물었다.
낮은종에서 온 쪽지는 집주인이 맡아 두고 있었다. 펜의 글씨였다. 돌아오면 연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날을 고르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옛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은 없었다. 르네아는 그가 정한 시간 두 개를 읽었다. 자기 일정이 아니라 그의 작업표에서 먼저 나온 시간이 반가우면서 조금 낯설었다.
그녀는 그중 하루를 골라 답했다. 오늘 바로 극장으로 달려가지는 않았다. 금속 집게를 풀고 도면을 책상에 놓았다. 남쪽 종이 마당에서 가져온 것은 마른 종이도 젖은 종이도 아니라 듣고 온 자기 귀였다. 그 귀로 내일은 낮은종의 소리를 다시 들을 것이다. 떠나기 전과 같은 소리일지는 아직 몰랐다.
불을 끄려는데 세르단의 짧은 답이 왔다. 내일 저녁이면 좋겠다는 문장 아래 작은 얼굴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턱은 여전히 길었다. 르네아는 웃었다. 얼굴이 없던 편지도 같은 묶음 안에 넣었다. 어느 쪽도 이제 버릴 편지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