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기 전에 의자가 벽에 닿는 소리가 났다.
르네아는 가져온 빵 봉지를 고쳐 들었다. 오늘은 세르단이 몸의 균형을 익히는 훈련을 받은 뒤 만나기로 했다. 치료사의 방 안으로 들어가기로 한 약속은 아니었다. 그녀는 복도 의자에 앉아 봉지에서 나온 따뜻한 냄새를 맡았다. 창문 밖에서는 수레가 돌에 걸릴 때마다 덜컹거렸다.
세르단이 나오고 치료사가 뒤에서 다음 시간을 확인했다. 남자는 벽을 짚지 않고 걸었지만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르네아가 인사하자 치료사는 같은 답을 돌려줬다. 자세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도 묻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는 애인에게 모든 이야기를 건네도 된다는 허락은 없었다.
둘은 맞은편 찻집으로 갔다. 르네아는 빵을 가져가 먹어도 되는 집인지 먼저 물었다. 주인은 차를 시키면 괜찮다고 답했다. 남자가 창을 등지고 앉자 그녀는 맞은편에 앉았다. 빵을 반으로 나누기 전에 오늘은 어떤 것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잠깐 조용히 앉아 있고 싶습니다.”
그가 말했다. 르네아는 그러자고 답했다. 차가 왔다. 남자는 잔을 바로 들지 않았다. 그녀는 문 밖에서 들은 의자 소리를 떠올렸다. 자기 손으로 낸 것이 아니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났느냐고 묻는 대신 빵의 종이를 벗겼다. 그러고는 무엇이 나아졌느냐고 물어버렸다.
세르단은 시선을 들었다. 나아진 것을 오늘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몇 주 동안 같은 동작에서 같은 지점을 넘지 못했다고 했다. 훈련을 멈췄다는 말은 아니었다. 방향을 바꾸어 먼 곳을 보는 순간 바닥이 기우는 느낌이 왔고, 다시 앉아 쉬어야 했다는 내용이었다.
르네아는 그 기울기를 자기도 아는 것처럼 머릿속에 그렸다. 무대에서 고정판 한쪽이 먼저 움직일 때와 비슷할까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의 몸 안에 고정쇠를 넣어 볼 수는 없었다. 비교를 입 밖에 내기 전에 다행히 멈췄다.
“오늘 치료사에게도 화가 났습니다. 어제와 같다는 말에요. 그분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데도요.”
세르단이 말했다. 르네아는 괜찮다고 답하려다 차를 마셨다. 화를 냈어도 좋은 사람이라는 판정을 구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는 오늘 자기가 화가 난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의 머릿속에는 바꿀 수 있는 것이 줄지어 나왔다. 시간, 의자, 창, 훈련을 하는 순서였다.
“다음에는 아침에 해 보면요. 저녁보다 덜 피곤할 수 있잖아요. 방의 반사판 같은 것도 치우고요.”
세르단은 잔 옆에 놓은 손을 접었다. 그 제안들을 이미 해 봤다고 했다. 르네아는 몰랐다고 답했다. 몰랐으니 지금 알면 된다고 생각하고, 자기 전시에서 쓰던 작은 가림판을 가져와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빛이 흔들리는 부분을 줄이면 덜 힘들지도 몰랐다.
남자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건 오늘 부탁하지 않았습니다.”
르네아는 입을 다물었다. 부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말했으니, 고마운 제안인데 지금은 싫다는 뜻으로만 듣고 싶었다. 그녀는 가져온 빵을 내려다봤다. 그마저 불청객이 된 것 같아 봉지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세르단은 빵은 먹고 싶다고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고 웃음은 없었다.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그녀가 말했다.
“오늘은 뭘 고치면 되는지 모릅니다. 르네아 씨가 새 답을 계속 주시면 제가 그걸 하나씩 해 봤다고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안 됐다는 말을 또 해야 하고요.”
그가 빵을 집지 않았다. 르네아는 자기가 도움을 주려던 사람에게 실패한 방법의 목록을 요구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그래도 서운함이 먼저 올라왔다. 자기 전시 준비를 멈추고 이쪽으로 온 시간이 갑자기 값을 묻고 싶어졌다. 말하면 안 되는 문장이라고만 생각하니 더 크게 마음에 맴돌았다.
“제가 온 것도 불편해요?”
그녀가 물었다. 세르단은 눈을 감지 않고 잔을 봤다. 오늘 만나고 싶어서 약속했고, 그래서 온 것은 반갑다고 했다. 그러나 반가운 사람에게도 화난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 말을 듣고도 바로 부드러운 얼굴을 만들 수 없었다.
“저는 그냥 가만히 보면, 신경 안 쓰는 것처럼 보일까 봐요.”
말하고 나자 자기가 원하는 것이 조금 달라 보였다. 남자가 덜 힘든 것뿐 아니라 자기가 다정한 사람으로 보이는 일도 붙어 있었다. 세르단은 신경을 쓰는지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말하는 동안 그의 턱이 조금 굳었다. 르네아는 그 모양에서 자기에게도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추측했지만, 직접 물었다.
“지금 저한테 화났어요?”
“네. 치료실에서 느낀 화와 같지는 않습니다.”
답이 분명해서 그녀는 오히려 고개를 들었다. 자기 말 때문에 생긴 화를 훈련이 힘든 사람의 예민함으로 돌려놓을 수 없었다. 그녀는 가림판 얘기를 거두겠다고 했다. 남자는 고맙다고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럴 의무가 없었다. 차 위의 김이 가늘어지는 동안 둘은 잠깐 말이 없었다.
르네아는 찻집 문으로 나가는 자기 모습을 떠올렸다. 방해했으니 간다는 말을 하면 남자가 붙잡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화를 낸 사람에게 자신을 안심시키는 일까지 맡길 수 있었다. 그녀는 외투를 집지 않고 앉아 있었다. 먼저 말한 것은 미안하다는 짧은 문장이었다.
“방법을 알고 싶다고 물은 줄 알았어요. 아니, 제가 먼저 그렇게 바꿔 들었어요.”
세르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르네아는 다음에 어떤 말이 맞는지 알려 달라고 물으려다가 멈췄다. 오늘의 남자가 언제나 쓸 수 있는 답안까지 만들어 줄 필요는 없었다. 대신 지금도 조용히 앉아 있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러고 싶다고 했다. 조금 뒤 이야기를 더 해도 되겠느냐고도 했다.
그녀는 좋다고 답하고 반쪽 빵을 남자의 접시에 놓았다. 차는 식었지만 새 잔을 시킬지는 그가 고르게 뒀다. 남자는 그대로 한 모금 마셨다. 르네아는 빵 안에 든 과일이 생각보다 시다는 것을 처음 알아차렸다. 그의 몸을 풀 방법을 찾느라 자기 입안의 맛도 놓치고 있었다.
밖으로 수레 한 대가 더 지나갔다. 남자는 그 소리가 싫다며 안쪽 자리로 옮겨도 좋겠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좋다고 했다. 주인에게 물어 두 사람은 빈 탁자로 옮겼다. 그녀가 방의 소리를 먼저 없애 주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 생각까지 따라가면 남자가 말을 해서 바뀐 일도 자기 점검의 실패가 됐다.
세르단은 새 자리에 앉은 뒤 훈련 자체를 그만두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 오늘 다음 방문 시간을 정했으며, 어떤 동작을 계속할지는 치료사와 다시 상의하겠다고 했다. 그 선택을 르네아에게 맡기려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나아진 것이 없는 날에도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말에 르네아의 가슴이 아팠다. 고마운 말이라고 받아 자기 서운함을 씻어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날의 첫 질문을 떠올렸다. 무엇이 나아졌느냐고 물었다. 반가워서 준비한 자리에 성과를 내놓으라는 문을 달아 놓았다. 그가 오늘 해낸 일을 알아야 그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번에는 어떻게 끝났는지 물어볼게요. 말하고 싶은지는 당신이 정하고요.”
그녀가 말했다. 세르단은 그편이 낫겠다고 했다. 매번 상태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르네아는 알겠다고 답했다. 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자기 앞에서 숨기는 것이라고 읽지 않으려고 했다. 그 역시 하루에 여러 종류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날은 화가 다 풀렸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남자는 빵을 끝까지 먹었고, 그녀도 남은 차를 마셨다. 헤어질 때 손을 잡을지는 조금 망설여졌다. 르네아가 오늘은 그냥 인사하고 가는 편이 좋겠느냐고 묻자, 그는 손은 잡고 싶다고 했다. 짧게 잡은 손이 용서의 증명처럼 느껴지지 않게 그녀도 힘을 풀었다.
돌아온 작업방에는 현지 직원의 답장이 와 있었다. 전시장 조수 지원자는 환영을 다룬 경험이 없지만 실제 받침과 관객 동선을 맡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르네아는 경력을 읽고, 가르칠 수 있는 손 신호와 대신 맡길 수 없는 활성화를 구분했다. 오늘 자기가 찻집에서 했던 것과 닮아서 손이 멈췄다.
사람을 고정대처럼 이해하면 배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바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기술을 가르칠 때는 그런 구분이 필요했다. 그러나 세르단과 마주 앉은 자리가 작업 점검으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르네아는 편지에 적을 문장을 계속 일의 말로 남겼다. 다른 사람에게 한 잘못을 일에서 더 엄격해지는 것으로 갚으려 하지 않았다.
이틀 뒤 낮은종에서 그를 다시 봤다. 목공에게 확인할 것이 있어 들렀다고 했다. 수리받은 바닥은 닫힌 채였다. 그녀는 약속한 두 번째 분담금을 낸 뒤 받은 쪽지를 접고 있었다. 전시의 준비금은 건드리지 않았고, 간판 손질 보수에서 남은 몫으로 정한 날을 지켰다. 세르단은 그 문서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
르네아도 오늘 훈련을 했느냐고 바로 묻지 않았다. 그에게 먼저 인사한 뒤 잠깐 같이 앉을 시간이 있는지 물었다. 남자는 오늘은 조금 있다가 자기 대본을 보러 가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그 전이라도 좋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로비의 의자 두 개를 빌렸다.
“그날 제가 말한 게 계속 생각났습니다.”
세르단이 말했다. 르네아는 기다렸다. 남자는 화가 났다고 말했다고 해서 자기가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대답하기 어려운 순간에는 잠깐 멈추고 싶다고 먼저 말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그의 반성을 자기 잘못과 반씩 나눠 정산하지 않았다. 자기가 한 제안이 부담이었다는 사실도 그대로 남겼다.
“오늘은 어떤 걸 원해요?”
그녀가 물었다. 그는 방금 떠오른 대사 하나를 읽어 주고 싶다고 했다. 아직 배역을 정한 글은 아니었다. 르네아는 들을 수 있다고 답했다. 세르단은 종이를 펴고 문 앞에 남은 사람이 자물쇠를 고치겠다고 우기는 문장을 읽었다. 문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안쪽에서 잠겨 있다는 대답이 이어졌다.
그녀는 자기를 빗댄 것이냐고 묻고 싶은 마음을 삼켰다. 모든 문장이 연인에게 보내는 우회 편지라면 그의 작업에도 방이 없어졌다. 대신 잠근 사람이 다음에 나오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 모르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녀는 좋았다.
남자는 오늘 읽기는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르네아는 다음 줄을 재촉하지 않았다. 세르단이 의자에서 일어날 때 잠깐 멈췄다. 그녀는 팔을 잡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는 지금은 기다려 주면 된다고 했다. 그녀는 옆에 서서 기다렸다. 남자가 자기 발로 자세를 고르고 문 쪽으로 걸었다.
로비를 나가기 전 그는 그녀에게 남쪽에서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일 말고도 있느냐고 덧붙였다. 르네아는 종이를 말리는 긴 마당을 보고 싶다고 했다. 큰 종이가 바람에 들릴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궁금했다. 세르단은 자기는 들을 수 없으니 나중에 말로 들려 달라고 했다.
그녀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이 약속으로 남자의 균형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조금 전 일어날 때 멈춘 시간도 남았다. 그래도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르네아는 그의 외투에 붙은 빵가루를 보여 주고 떼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남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자기 손이 할 일은 그 작은 가루만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