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가 셋 놓였다.
세르단이 편지에 그린 얼굴은 우스웠지만 무대는 우습지 않았다. 르네아는 산 표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의자들의 거리를 봤다. 돌계단 극장은 낮은종보다 폭이 좁았고 객석 앞까지 실제 등불이 켜져 있었다. 관객은 아직 들어오는 중이었다. 남자의 장면을 보러 왔다는 사실이 새삼 조금 부끄러웠다.
그녀의 자리는 통로에서 두 번째였다. 앞사람의 모자에 왼쪽 의자가 잠깐 가렸다. 한 자리 옮기고 싶었지만 빈 곳도 이미 팔린 좌석이었다. 르네아는 모자를 벗어 줄 수 있는지 앞의 여자에게 작게 물었다. 여자는 몰랐다며 벗었다. 처음 오는 극장의 보통 관객이 된다는 것은 이런 작은 부탁부터 하는 일이었다.
시작 전 안내는 환영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오늘의 짧은 낭독은 쉬는 대목을 포함하며, 끝나기 전에 배우에게 말을 걸지 말아 달라고 했다. 박수를 치지 말라는 지시는 없었다. 이 무대에는 구리실이 없었고 실제 의자가 세 사람의 체중만 받았다. 르네아는 무심코 쥐었던 손을 폈다. 오늘 환호를 받쳐야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두 배우가 편지 한 장을 사이에 놓고 앉았다. 먼저 말을 한 여자가 멀리 떠난 언니의 문장을 읽었다. 세르단은 그 편지의 수신인이 아니라 답장을 써 주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전에 들은 장면보다 앞쪽 이야기가 길어졌다. 남자는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손을 탁자에서 떼지 않았다.
그 손을 아는 것 같았다. 르네아는 기다리는 동안에도 상대를 보는 시선이 좋았다. 자기 대사를 잊은 배우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기다림이 생겼다. 남자의 왼쪽에는 등받이가 낮은 의자가 있었고 다음 장면으로 갈 때 동선이 곧았다. 몸의 조건을 숨기지 않아도 장면이 성립하는 것을 보는 기쁨이 먼저 왔다.
그다음 편지를 건넸다. 여자는 받지 않고 한 문장을 다시 읽었다. 빈 의자 뒤에 서 있던 다른 배우가 같은 말을 받았다. 셋째 의자에서는 목소리만 돌아왔다. 떠난 사람이 없는데도 무대 안이 사람으로 차는 것 같았다. 객석 누군가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르네아는 그곳에서 마음이 멀어졌다.
처음의 편지는 한번 주고받으면 충분할 것 같았다. 같은 문장이 세 의자로 돌아갈 때, 상대가 받을지 말지 고르던 작은 망설임이 큰 뜻으로 정리됐다. 떠난 사람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다는 말처럼 보였다. 그녀가 좋아한 것은 돌려주지 못한 종이 한 장의 구체적인 모서리였는데, 극은 그것을 누구의 슬픔에도 맞는 너른 천으로 덮었다.
남자가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도 르네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세르단의 목소리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목소리와 장면을 나눠 생각하려 할수록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곤란했다. 그가 끝낸 뒤 객석이 박수를 쳤다. 그녀도 손을 들었다. 일한 배우에게 보내는 인사였고, 자기가 본 모든 것을 좋았다고 묶는 표시는 아니었다.
배우들은 인사하고 돌아갔다. 남자의 걸음은 무대를 가로지르지 않고 들어온 길을 되짚었다. 르네아는 그 뒤를 오래 보고 싶었지만 뒤의 관객이 통로로 나오려 했다. 가방을 챙겨 비켜섰다. 문으로 나가자 뒤에서 두 사람이 마지막 의자 장면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그 말을 고쳐 줄 이유가 없었다.
세르단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약속한 보수를 확인하고 의상을 돌려준 뒤 잠깐 앉아 쉬겠다고 미리 말했다. 르네아는 기다리는 동안 인근 식당에 자리가 있는지 봤다. 국물이 있는 식사와 의자 등이 기대기 편한 곳을 찾았지만, 남자에게 이것만이 맞는 곳이라고 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후보 둘을 적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가 문 밖으로 나왔을 때 그녀는 반가워서 먼저 웃었다. 남자도 웃었고, 오늘 자리는 잘 보였는지 물었다. 르네아는 모자를 부탁한 이야기를 했다. 세르단은 그게 가장 어려운 첫 대사였겠다고 말했다. 웃음이 끝나자 그가 물었다.
“장면은 어땠습니까.”
르네아는 잘 봤다고 답할 수 있었다. 실제로 봤으니 거짓말도 아니었다. 남자는 그 한마디를 칭찬으로 받을지 몰랐다. 오늘 저녁까지 버텨 온 다정한 기분을 스스로 깨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목깃의 작은 실밥을 내려다보다가 얼굴을 들었다.
“처음 편지를 기다리는 장면이 좋았어요. 마지막 의자 셋은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가 대답하지 않아 그녀는 바로 이유를 덧붙이려 했다. 그러면 비평을 근거로 쌓아 자기 불편함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세르단은 잠깐 생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르네아는 입을 다물었다. 남자의 침묵이 상처인지 화인지 그녀가 미리 정하지 않았다.
“어디부터요?”
그가 다시 물었다. 르네아는 편지가 다른 사람의 말로 반복되는 부분부터라고 했다. 구체적인 두 사람의 거래가 보편적인 슬픔이 되는 쪽으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그가 한 문장을 덜 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려다 멈췄다. 고쳐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끝이 무엇을 느끼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앞에서는 제가 못 고른 답을 좀 더 보고 싶었고요.”
“저는 그 반복이 좋았습니다.”
세르단이 답했다. 르네아는 알겠다고 했다. 너무 빨리 동의하는 소리가 나서, 그가 좋다고 하니 자기도 좋아졌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남자가 웃지 않았다. 그녀는 웃어 넘겨 주기를 기다리다가 그 기대도 내려놓았다. 자기 애인이 좋아한 장면을 자기는 싫어했다. 오늘의 실제 결과였다.
그는 처음 그 의자 장면을 읽었을 때, 자기에게 오지 않은 편지에도 잠깐 답해 볼 자리를 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혼자 기다리는 사람을 무대가 놓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 설명 뒤에 조금 다르게 볼 가능성은 느꼈다. 그래도 공연장에서 느낀 답답함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좋네요. 장면은 아직 싫어요.”
말하고 나서 자기 목소리가 차갑게 들렸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을 다르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자기가 좋아한 일을 하고 나온 날이라 서운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그 서운함을 없애려고 처음 좋았던 부분을 과하게 늘어놓고 싶었다.
그러지 않고 오늘 자기를 불러 줘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 마지막 대사를 말할 때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작품 전체의 답을 바꾸지 않는 칭찬이라 작게 느껴졌지만 그것이 실제로 느낀 것이었다. 세르단은 그것도 듣고 싶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식당을 정했다. 그가 고른 쪽은 그녀가 적어 둔 둘 중 더 시끄러운 집이었다. 긴 하루 뒤에는 말소리가 있는 곳이 좋다고 했다. 르네아는 조용한 방이 언제나 배려라는 자기 가정을 접었다. 접시 놓는 소리와 남의 웃음 사이에서 둘이 마주 앉았다. 남자는 신발을 조금 앞으로 빼고 물을 마셨다.
주인이 스튜와 구운 뿌리채소를 놓았다. 르네아는 자꾸 남자의 표정을 보느라 첫 숟가락을 놓쳤다. 세르단은 괜찮은 척할 준비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늘은 다른 이야기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서운한 사람이 식사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했다.
“전시실 틀을 상자에 넣었어요. 그림보다 상자가 크게 나왔어요.”
르네아가 말했다. 펜이 자기보다 먼저 크기를 알아차렸고, 목공은 작은 부품을 옆 상자에 옮기면 된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세르단은 그 상자라면 남쪽 배의 화물칸에 들어가는지도 미리 물어보라고 했다가 손을 멈췄다.
“지금 조언을 원하신 건 아니겠군요.”
“그건 물어봐야겠어요. 다른 부분은 아직 제가 찾아볼게요.”
그녀가 웃었다. 남자는 알겠다고 하고 접시를 당겼다. 모든 도움을 받거나 전부 거절해야 자기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은 공연 평과도 어딘가 닮았지만, 지금 식탁에서 유용한 말로 묶어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가 자기 전시를 싫어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어졌다. 오늘의 답을 공평하게 하려고 상처를 하나 돌려받고 싶은 것인지 몰랐다. 대신 나중에 보게 되면 어땠는지 듣고 싶다고 했다. 남자는 그때 자기가 본 것을 말하겠다고 답했다. 오늘의 의견과 바꾸는 표가 아니었다.
스튜가 반쯤 줄었을 때 세르단이 빈 의자를 가리켰다. 식당 의자는 서로 다른 등이었다. 공연의 의자 세 개가 모두 같은 것이 싫었을 수도 있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생각해 봤다. 잠깐 그럴듯했지만 아니라고 답했다. 모양이 달랐어도 마지막의 큰 문장이 자기를 밀어냈을 것 같았다.
남자는 그렇군요 하고 넘겼다. 그녀가 남자의 질문에 맞는 대답을 골라 줄 때까지 시험한 것은 아니었다. 서로 취향을 조금 더 정확히 알게 되면 가까워지기만 할 줄 알았는데, 오늘은 다른 자리에 앉은 모양도 보였다. 그래도 무릎이 탁자 아래에서 닿았을 때 어느 쪽도 급히 거두지 않았다.
계산은 각자 고른 식사만큼 나눴다. 르네아는 오늘 남자가 공연했으니 자기가 내고 싶다고 말했다가, 남자의 동의를 받고 수프 한 그릇을 대접하는 것으로 정했다. 서운함을 사 없애는 값이 아니었다. 남자는 고맙다고 답했다. 가게를 나갈 때는 자기가 표를 사 온 그녀에게 고맙다고 했다.
길은 아직 밝았다. 기름 유리등에 불을 붙이는 사람이 다리 쪽으로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운하 벽의 평평한 돌에 앉았다. 르네아는 그의 손을 잡고 싶은지 물었다. 세르단은 좋다고 하고 손을 내주었다. 손바닥에 무대 분칠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닦아 주지 않고 엄지를 옆에 놓았다.
“다음 공연도 보고 싶어요.”
르네아가 말했다. 남자는 자기 일정을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오늘 추가 낭독으로 정한 일은 끝났고, 다음에 같은 극을 더 할지는 별도로 물을 거라고 했다. 연출자에게 작은 장면을 직접 고쳐 읽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도 덧붙였다. 자리와 사람을 빌릴 수 있다는 답까지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의자를 하나만 놓게요?”
그녀가 묻자 이번에는 그가 웃었다. 자기가 그 수를 정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남이 좋아할 만한 장면을 먼저 고르지 않고, 지금 자기 눈에 걸리는 것을 한번 끝까지 해 보고 싶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 일을 보고 싶었다. 자기 취향과 맞아야만 다음 표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기 의견이 남자의 새 작업을 탄생시켰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공연 전에 이미 이야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무대에 참여한 뒤 자기 것을 원하게 되는 길은 그녀의 싫다는 말보다 길었다. 르네아는 질문을 바꿨다. 첫 장면에 무엇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직은 문만 있습니다. 닫혔는데 누가 나간 문인지 모르는 거요.”
남자가 답했다. 르네아는 문을 많이 썼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삼켰다. 오늘은 그림을 고쳐 주는 밤이 아니었다. 그 문 앞에 누가 서게 될지 궁금하다고 답했다. 세르단은 자기도 그렇다고 했다.
집으로 갈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그녀는 입 맞춰도 되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잠깐 의자에 앉고 싶다고 말했다. 가까운 가게 앞 빈 자리에 앉은 뒤 그가 다시 그녀를 불렀다. 르네아는 얼굴을 기울여 짧게 입을 맞췄다. 좋아하지 않은 장면은 그대로 있었고, 분칠이 묻은 손도 여전히 잡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