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단은 외투를 벗지 않은 채 부서진 무대를 봤다.
르네아는 그 옷깃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잠깐 들를 수 있다고 쓴 쪽지를 받았으면서도, 남자가 오면 하루가 다른 모양이 될 것 같았다. 외투를 입은 사람은 아직 갈 곳이 있었다. 그녀는 오늘 아침부터 같은 자리에 있던 의자를 그에게 밀었다.
“다친 사람은 없어요. 제 손도 움직이고요.”
그녀가 손을 폈다. 세르단은 보았다고 하고 앉았다. 보여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증명한 것이 뒤늦게 민망했다. 그는 손을 잡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손바닥을 눌러 검사하지 않고 손가락 옆을 가볍게 감쌌다.
“많이 놀라셨습니까.”
그 질문에 르네아는 잠깐 대답하지 못했다. 어제 모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여러 번 말했다. 고정쇠가 들렸고, 버팀이 남았고, 여덟 박자 뒤에 풀었다. 그 순서를 말할 때마다 자기가 덜 무서웠던 사람으로 남는 것 같았다. 남자가 지금 묻는 것은 순서가 아니었다.
“끊어 버리고 싶었어요. 여섯째예요. 계속 풀고 있는데도 소리가 나서요.”
세르단은 알겠다고 했다. 잘했으니 이제 괜찮다는 답을 하지 않았다. 르네아는 그가 자기 손끝을 내려다보는 동안 무대가 갈라지는 소리를 다시 떠올렸다. 오늘은 실이 꺼져 있었다. 남자는 여기 앉아 있었고 그 소리는 어제의 것이었다. 그녀는 그 차이를 생각하며 숨을 내쉬었다.
목공이 오고 이브론이 대관 장부를 가져왔다. 르네아는 손을 놓고 일어났다. 세르단은 자기도 봐도 되는지 먼저 묻고, 허락받은 뒤 줄 밖으로 갔다.
들어 올린 판 아래의 연결목 한쪽이 눌려 있었다. 금속판의 못구멍은 겉에서 본 것보다 길게 찢어졌다. 새로 덧댄 버팀이 일부를 받았지만, 힘을 받은 밑바닥까지 새 나무가 되지는 않았다. 목공은 어제의 소리만 듣고 어느 부품이 먼저 움직였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 대답을 적었다.
“시험에서는 표시가 안 움직였어요.”
그녀가 말하자 이브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시험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우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동시에 그 시험으로 실제 관객의 동박수까지 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르네아는 뒷말을 듣기 전에 입을 다물었다. 자기가 한 점검을 말하는 일이 오늘은 자꾸 변명과 붙었다.
세르단은 갈라진 판을 만지지 않았다. 줄 밖에서 목공에게 새 연결목의 길이와 들어 올려야 할 범위를 물었다. 르네아는 그 질문을 듣자 하루 종일 그가 여기 있는 그림을 떠올렸다. 목공 일당에서 자기 전시 봉투가 덜 줄어드는 그림도 뒤따랐다. 그녀는 그 두 생각이 같은 순간에 온 것이 부끄러웠다.
목공은 우선 오늘 쓸 수 있는 재료와 걸리는 시간을 세겠다고 했다. 뒤를 더 열어야 값이 나왔고, 내일 오전에 최종 견적을 주기로 했다. 무대는 그때까지 닫혔다. 이브론은 오늘 대관할 극단에 사용 불가를 알렸다고 했다. 다른 방을 찾는 데 나간 돈도 아직 정산하지 못했다고 했다.
르네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을 듣는 기분이 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기 그림의 끝을 조절하는 일은 할 수 있었다. 오늘은 자기가 결정해야 할 숫자가 계속 방 바깥에서 오고 있었다. 남자의 외투 단추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오늘 조금 기다려 주실래요?”
말이 먼저 나왔다. 세르단은 그녀를 봤다.
“얼마나요?”
“이 값을 알 때까지요. 사람을 더 부를지, 어디를 고칠지요. 제가 혼자 결정하면 또 잘못할 것 같아요.”
남자는 열린 바닥으로 눈을 돌렸다가 돌아왔다. 오늘 두 번째 공연이 있으며 점심 뒤에는 극장에 도착해야 한다고 했다. 르네아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 말이 너무 빨랐다. 알고 있다는 사람이 그 시간까지 없애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자기 손등을 다른 손으로 문질렀다.
“잠깐 늦추면 안 되느냐고 묻고 싶었어요.”
이번에는 숨기지 않았다. 세르단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저 혼자 읽고 돌아오는 약속은 아닙니다. 상대 배우가 있고, 문을 열 사람이 있습니다. 어제 그분들도 제 장면을 기다렸습니다.”
르네아는 무대의 문을 봤다. 이곳에서 누군가 자리를 비우면 자기와 마이라의 시간이 함께 밀렸다. 돌계단 극장의 사람도 다르지 않았다. 눈앞에 없는 사람의 시간을 치우면 가까운 사람에게 부탁하기가 쉬워졌다. 그 쉬움을 어제부터 계속 상상하고 있었다.
“저도 남아서 돕고 싶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하지만 오늘은 약속한 공연에 가겠습니다. 여기서 제가 정할 수 있는 일과 르네아 씨가 결정할 일도 같지 않고요.”
그녀는 그 말에서 거절보다 먼저 부끄러움을 들었다. 자기 일이니 혼자 하라는 꾸중처럼 받고 싶어졌다. 그러면 남자에게 화를 내며 무서움을 덜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도울 마음이 있고 오늘은 떠나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두 문장을 그대로 듣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의자 옆에 떨어진 나무 가루가 구두에 붙었다. 그녀는 그것을 털지 않았다. 이브론과 목공은 다른 쪽에서 재료를 보고 있었다. 누구도 두 사람의 대화를 대신 끝내 주지 않았다. 르네아는 자기가 한 부탁의 길이를 다시 셌다. 오늘 낮만이 아니라 값이 나오는 내일까지 남자를 빈칸에 두려 했던 것이다.
“기다려 달라는 말, 거둘게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옆에 있으면 제가 덜 무서울 것 같아서요. 그래서 당신 시간을 제 마음이 나아질 때까지 비워 두라고 했어요. 그건 다시 부탁하지 않을게요.”
세르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고 했다. 그가 더 미안해하지 않아 서운한 마음이 아주 사라지지는 않았다. 르네아는 그 서운함이 남는다고 부탁을 다시 유효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를 보내는 표정을 연기처럼 잘하고 싶지는 않았다.
“가시는 게 싫기는 해요.”
“저도 지금 여기서 나가는 게 편하지는 않습니다.”
남자가 답했다. 르네아는 그 말을 붙잡고 안 가도 된다고 바꾸지 않았다. 서로 내키지 않는 선택도 자기 것이 될 수 있었다. 그는 공연이 끝난 뒤 바로 찾아와야 하는지 대신, 밤에 짧은 쪽지를 보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오늘은 그편이 좋겠다고 했다. 밤까지 남자의 도착을 기다리는 일이 하나 더 생기지 않아 편했다.
펜이 어제 적은 고정대 위치를 가져왔다. 세르단은 떠나기 전 그 종이의 모서리를 받쳐 줬다. 그가 줄 안으로 들어가 오래 작업하지 않아도 종이를 펴는 데는 도움이 됐다. 르네아는 같은 손이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눈으로 봤다. 남자는 내일 자기 목공 시간이 비는지 확인한 뒤, 맡을 수 있다면 보수와 범위를 따로 말하겠다고 했다.
“제가 못 드릴 돈이면 거절해 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높이와 자세도 봐야 합니다.”
르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불안이 잠깐 가라앉았다고 남자의 몸이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높은 뒤틀림을 올려다보는 일을 맡지 않았다. 낮은 곳에서 새 받침의 모서리를 다듬는 정도라면 나중에 의논할 수 있다고 했다. 목공은 그 부분이 실제로 필요할지 견적에서 나눠 주겠다고 답했다.
세르단이 갈 시간이 됐다. 르네아는 문까지 같이 갔다. 남자는 천천히 외투 앞을 여몄다. 그동안 그녀는 오늘 공연이 잘되라는 말을 골랐다. 자기가 망가뜨린 곳 앞에서 남의 공연을 축하하는 것이 배신은 아닌데, 말이 쉽게 나오지는 않았다.
“당신 장면이 어떻게 끝났는지 나중에 듣고 싶어요.”
그녀가 말했다. 세르단은 알려 주겠다고 했다. 그는 손을 내밀었다가 여기서 잠깐 안아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그러고 싶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문 옆의 평평한 바닥에서 가까이 섰다. 그녀는 그를 끌어당겨 붙들지 않고, 남자가 선 자리로 팔을 둘렀다.
남자의 어깨 너머에 낮 길이 보였다. 사람들은 가게 앞에 천을 펴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멈춘 어제 뒤에도 도시가 계속 장사를 한다는 사실이 조금 밉고 조금 다행이었다. 남자가 먼저 팔을 풀자 그녀도 놓았다. 오늘 포옹을 그가 떠나지 못할 이유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세르단이 모퉁이를 돈 뒤 르네아는 바로 무대로 가지 않았다. 로비에 앉아 물을 마시고, 어젯밤부터 처음으로 자기 몫의 빵을 끝까지 먹었다. 배가 고팠던 몸은 그를 설득하는 동안에도 같은 몸이었다. 목공이 방에서 나오자 그에게도 먼저 먹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오후에는 마이라가 왔다. 그녀는 오늘 다른 연습이 있어 오래 남을 수 없다고 했다. 르네아는 앉을 의자를 내주며 알고 싶었던 말을 물었다. 어제 끝내지 못한 장면에서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였다. 마이라는 옷의 손질값과 돌아오지 못한 시간을 먼저 말했다.
“출연료는 약속대로 받을 거예요. 그건 미안하다는 말과 바꾸지 말아요.”
르네아는 알겠다고 했다. 이브론이 지급할 날짜를 장부에서 확인해 줬다. 마이라는 다음 공연에 바로 와 달라는 약속도 받지 않았다. 다시 제안이 생기면 그때 자기 일정과 조건을 보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 대답을 종이에 남겼다. 도움을 원하는 마음이 모든 사람을 대기시킬 권리는 아니었다.
펜도 다른 현장으로 가려 했다. 르네아는 불편한 곳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다친 곳은 없지만 밤새 소리가 생각났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도 그렇다고 답했다. 펜은 그 말을 듣고서야 자기 조수 가방을 제대로 닫았다. 오늘 남는 것이 용감한 사람의 기록뿐일 필요는 없었다.
이브론은 저녁에 계산한 종이를 놓았다. 관람료를 돌려준 몫과 아직 돌려주지 못한 몫, 이미 지출한 일당과 대관 손해가 다른 줄에 있었다. 목공의 최종 값은 내일 들어올 빈칸이었다. 그는 자기가 좌석을 늘리자고 했으며 그 결정도 계산에서 사라질 수 없다고 했다.
르네아는 자기 탓이라고 전부 적고 싶었다. 그러면 누구도 더 어려운 질문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나 모든 돈을 자기가 낸다고 말하는 순간, 실제로 누구에게 얼마를 줄 수 있는지도 모르는 약속이 됐다. 그녀는 오늘은 책임을 모두 가져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일 근거가 생긴 칸을 보고 자신의 몫을 정하겠다고 했다.
“당신 이름을 빼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브론이 말했다.
“알아요. 제 이름을 쓰려면 무엇 옆에 쓰는지부터 볼게요.”
그녀가 답했다. 이브론은 장부를 접지 않았다. 두 사람은 빈칸을 남긴 종이를 각각 한 장씩 챙겼다. 르네아는 전시에서 받은 보수 중 생활비로 남겨야 할 돈을 따로 적었다. 그것을 쓰고 나면 다음 주 식사를 빌려야 했다. 부끄러운 수치가 아니라 실제 남겨야 할 몫이었다.
밤이 깊기 전에 세르단의 쪽지가 왔다. 두 번째 공연을 마쳤고, 마지막 대사를 조금 늦게 읽어 상대 배우가 오래 기다렸다는 내용이었다. 상대는 그 쉼이 좋았다고 했지만 본인은 내일 다시 생각해 보고 싶다고 했다. 르네아는 자기가 못 본 남자의 무대를 떠올렸다. 무사히 마쳤다는 말이 기뻤고, 거기 있지 못해 아쉬웠다.
그녀는 답장에 오늘 기다려 달라고 한 것이 아직 부끄럽다고 썼다. 그다음에는 그래도 당신을 보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두 말을 지우거나 바꾸지 않았다. 내일 만날 시간을 확정하지 않고, 각자의 일정이 나온 뒤 묻자고 적었다. 봉투를 닫으니 남자의 하루를 끝내 달라는 부탁 없이도 소식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