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이로 소개하면 좋겠니?”
소멜은 바늘을 천에 꽂은 채 물었다. 르네아는 들고 온 단추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의상 장인은 다음 달 자기 전시에 쓸 옷을 손보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돌려줄 천 조각이 있어 들렀을 뿐인데, 맞은편의 여자가 차를 올리기 전에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을 건넸다.
소멜은 다른 재봉사에게 세르단을 소개할 일이 생겼다고 했다. 그 재봉사의 작업 의자 하나가 흔들려, 낮은 자리에서 맡을 수 있는 목공을 물었다는 것이었다. 르네아는 세르단이 직접 시간을 답해야 한다고 했다. 일 이야기는 거기까지 쉬웠다. 그 뒤에 붙일 이름을 아직 두 사람이 정하지 않았다.
“공연을 함께하는 사람이에요.”
그녀가 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소멜이 알겠다고 하고 단추를 다시 세는 동안 르네아는 자기가 말을 끝내지 못한 것 같았다. 더 말하면 소멜이 기뻐할까 봐가 아니라, 자기가 그 문장 안에서 멀찍이 서 있는 것 같아서였다. 그들은 공연이 없어도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었다.
소멜은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주전자 주둥이 밑에 천을 받쳤다. 물이 한 방울 흘러 바느질할 옷을 적실 뻔했다. 르네아는 손을 뻗어 단추 주머니를 옮겼다. 평범한 동작을 하는 동안에도 마음속의 문장은 계속 다음 말을 찾았다.
“그 사람과 제가 무슨 사이라고, 제가 먼저 말해도 되는지는 아직 안 물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소멜은 그럼 그에게 물으면 되겠다고 답했다. 사랑의 이름을 알고 있는 어른처럼 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차가 식기 전에 마시라는 말이 뒤따랐다. 르네아는 그 대답이 조금 얄미웠다가 곧 반가웠다. 이 이야기를 완성해 줄 사람은 여기 앉아 있지 않았다.
작업실에서 나오자 바람이 손목을 스쳤다. 제방 마을에서 산 녹색 끈은 아직 주머니 안에 있었다. 어딘가에 달겠다고 꺼내 놓으면 선뜻 가위가 가지 않았다. 쓸모를 정하지 못한 물건을 가져와도 좋았는데, 자기 관계의 이름까지 계속 주머니에 넣어 두고 싶은지는 다른 문제였다.
낮은종에 돌아왔을 때 세르단은 앞문 옆의 작은 의자를 고르고 있었다. 어제 다툰 뒤 모퉁이까지 걸었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사이 모든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침에 서로 인사할 때 남자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르네아는 오늘 그 사실을 이유로 어제 한 말을 가볍게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그녀는 소멜의 목공 문의부터 전했다. 세르단은 의자 높이와 작업 장소를 듣고 직접 보러 갈 시간을 정하겠다고 했다. 르네아가 가져온 종이에 재봉사의 이름과 주소가 있었다. 그는 소멜에게 자기가 답하겠다고 했다. 그녀는 그 종이를 넘긴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점심 먹고 저랑 잠깐 앉을래요?”
그가 얼굴을 들었다. 르네아는 대본 이야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말을 하고 나서 그럴 필요는 없었을지 생각했다. 남자는 알겠다고 답하고 하던 의자 손질을 끝냈다. 그녀는 자기도 오전 일을 마쳤다. 구리실을 감는 동안 자꾸 같은 말을 연습하려다, 이번에는 실제로 할 말만 고르기로 했다.
빵집의 지붕 아래에는 오늘 손님이 많았다. 두 사람은 자기 몫의 식사를 받아 극장 로비로 돌아왔다. 바깥으로 나가야만 사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브론은 식사를 끝내고 장부를 들고 나갔다. 르네아는 탁자 위의 공구를 옆 칸으로 옮기고 수프 그릇을 놓았다.
세르단은 그녀가 말을 꺼내기 전에 빵을 한 번 더 찢어도 되는지 물었다. 르네아는 웃었다. 남자가 먼저 먹어도 이야기가 달아나지 않았다. 그녀도 한 숟가락 먹고, 생각보다 수프가 덜 짜다고 했다. 남자는 오늘은 소금보다 콩이 많다고 답했다. 아무렇지 않은 대화가 있어 입을 열기가 쉬웠다.
“소멜 씨가 오늘 우리 사이를 물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제가 대신 답한 것은 아니고, 우선 공연을 같이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말만 하니 제가 원한 걸 덜 말한 것 같았어요.”
세르단은 빵을 내려놓았다. 르네아는 그의 표정에서 미리 대답을 읽으려 하지 않았다. 자신이 먼저 질문했으니 먼저 자기 것을 꺼낼 수 있었다. 그녀는 그릇 옆에 손을 폈다. 며칠 전 고백할 때처럼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대신 목소리가 조금 더 떨렸다.
“저는 당신과 연인으로 만나고 싶어요. 서로 구애하는 중이라고만 말하는 것도 좋았지만, 이제 제 애인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그 말이 밖으로 나왔다. 자기가 하는 말을 들으니 얼굴이 뜨거워졌다. 연애극에는 몇 번이나 비슷한 말을 넣었는데 자기에게 붙이자 전혀 다른 음절 같았다. 그녀는 부끄러워 웃을까 하다가 웃었다. 말이 가벼워진 것은 아니었다.
세르단이 그녀를 보고 미소 지었다.
“저도 당신의 애인이고 싶습니다. 제 애인이라고 소개하고 싶고요.”
르네아는 그 대답을 듣고서야 자신이 숨을 짧게 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수프에서 김이 올랐다. 남자는 아직 같은 의자에 앉아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 빵 접시도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방금까지 그녀에게 애인이 없던 탁자가 이제는 달라졌다.
“한 번 더 말해 봐도 돼요?”
그녀가 물었다. 세르단은 무엇을 말하느냐고 되물었다.
“제 애인.”
이번에는 그가 고개를 조금 숙였다. 르네아는 남자의 귀 끝이 붉어진 것을 봤다. 그도 이 말은 익숙하게 받아넘길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웃으려다 자기 얼굴도 비슷할 것을 알아 입술을 눌렀다. 세르단이 그 상태로 자기도 한 번 연습해야겠다고 해 더 참을 수 없었다.
“르네아 씨는 제 애인입니다.”
남자가 말했다. 그녀는 들었는데도 못 들은 사람처럼 되물었다. 그가 다시 말하려 하자 손을 저었다. 잘 들었다고 했다. 이렇게 짧은 말에 물잔을 찾게 될 줄 몰랐다. 그녀가 잔을 들자 세르단은 자기 것도 들었다. 이번에는 둘 다 수프가 뜨거워서 그런 척하지 않았다.
잠깐 뒤 그가 어제의 그림 이야기를 꺼냈다. 르네아는 등을 바로 했다. 남자는 여전히 처음에 그 넓이가 있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중간에 나오는 빛과 종이를 놓는 순서의 관계는 다시 읽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그 대답이 어제보다 조금 기쁜 까닭을 알았다. 좋아한다는 말과 연인이 되자는 말이 작품의 답을 대신하지 않았다.
“오늘 고치자고 모신 건 아니에요.”
그녀가 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제 애인에게도 싫은 장면은 말할 수 있는지 한번 해 봤습니다.”
르네아는 그가 놀리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는 바로 알았다. 그래도 마음 한쪽이 찔렸다. 그녀는 싫은 장면은 계속 말해 달라고 했다. 어제 자기 말 때문에 그가 더 오래 준비해서 반대해야 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았으면 했다. 세르단은 다음부터도 필요한 말을 하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수프를 한 입 더 먹었다. 화해를 마친 사람끼리 이름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오늘 고른 이름 아래에도 어제 아팠던 말은 남을 터였다. 다만 서로를 다음에 뭐라고 부를지 물을 때, 그 말이 있는 자리를 모른 척하고 싶지는 않았다.
로비 창에 오후 빛이 들어왔다. 세르단은 자기 손을 탁자 가운데에 놓았다. 르네아가 그 위에 손을 얹자 남자의 엄지가 천천히 움직였다. 빵가루 하나가 손등에 붙었다. 그녀는 그걸 보면서도 바로 털지 않았다. 손을 잡은 채로 좀 더 앉아 있고 싶었다.
“앞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도 그렇게 말할까요?”
그가 물었다.
“네. 제가 있는 자리에서는요. 당신이 혼자 누굴 만날 때도 말하고 싶으면 좋고요. 다만 종이에 우리 구애가 이루어졌다고 붙이는 건 여전히 싫어요.”
세르단은 그건 자기도 그렇다고 했다. 르네아는 안내문을 다시 검사할 필요까지는 느끼지 않았다. 지금 두 사람이 정한 이름이 다음 공연의 홍보 문구로 먼저 나가야 할 이유는 없었다. 누군가 물으면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이 오늘은 충분히 기뻤다.
세르단이 그녀의 손을 조금 당겼다가 멈췄다. 르네아는 얼굴을 들었다. 남자가 가까이 앉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의자를 반 뼘 옮겼다. 다리가 탁자 다리에 닿아 덜컥 소리가 났다. 둘이 웃은 뒤에도 남자는 손을 놓지 않았다.
“입 맞추고 싶어요.”
그녀가 말했다. 세르단이 자기도 그렇다고 답했다. 르네아는 앉은 자리에서 그에게 가까이 갔다. 입술이 닿기 직전 남자가 웃어, 그녀도 웃는 채로 입을 맞췄다. 조금 떨어졌을 때는 서로의 숨이 아직 가까웠다. 그녀는 한 번 더 해도 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 얼굴을 오래 보고 싶었다.
“애인이라서 갑자기 능숙해질 줄 알았어요?”
그녀가 물었다.
“방금 의자 소리로 알았습니다. 아직은 아니군요.”
르네아는 그를 아주 조금 밀었다. 남자가 등받이 쪽으로 몸을 기대며 웃었다. 그녀는 닿아 있던 어깨를 그대로 뒀다. 무대에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것보다 지금의 덜컥거림이 좋았다. 두 사람이 잘못 움직였다고 공연이 다시 시작되지는 않았다.
그릇을 돌려주고 나오는 길에 소멜을 만났다. 장인은 단추를 더 사러 나왔다며 둘을 봤다. 르네아는 옆의 남자에게 아침 이야기를 전했다고 했다. 목공 문의에 관한 대답은 세르단이 직접 했다. 모레 낮에 작업 의자를 볼 수 있다는 말까지 마친 뒤 르네아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세르단 씨는 제 애인이에요.”
소멜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세르단도 르네아는 자기 애인이라고 말했다. 의상 장인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알겠다고 했다. 기뻐 보였지만 언제부터인지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단추 한 줄을 살 것인지 낱개를 살 것인지 오늘 자기한테도 어려운 선택이 남았다고 했다.
르네아는 웃었다. 세르단은 같은 단추를 나중에 찾기 어려우면 한 줄이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소멜은 바로 그런 말을 듣기 싫어서 혼자 나왔다며 가게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골목에 남았다. 세상에 이름 하나를 말했는데도 소멜의 바느질과 자기들의 오후는 각자 계속됐다.
극장에서는 펜이 다른 일의 공구를 찾으러 들렀다. 르네아는 그에게도 둘이 연인이 됐다고 말했다. 펜은 축하한다고 한 뒤, 그러면 다음 시험 일당을 깎는 이야기는 더 하기 어렵겠다고 했다. 세르단이 그럴 이유는 처음부터 없다고 답하자 펜이 웃었다. 르네아도 자기 일정표의 서로 다른 칸을 봤다.
세르단의 목공과 그녀의 환영 손질은 여전히 각자 맡은 일이었다. 둘이 재공연을 함께 고치는 약속도 그대로였다. 이브론에게 전했을 때 그는 축하한다고 하고 바로 자기 장부로 돌아갔다. 르네아는 그가 비용 계산을 멈추고 자기들 사연으로 새 표를 만들지 않는 것이 오늘은 몹시 편했다.
저녁에 극장 문을 닫으며 그녀는 주머니에서 녹색 끈을 꺼냈다. 아직 어디에 달지 정하지 않았다고 세르단에게 말했다. 남자는 그럼 오늘도 가지고만 가면 되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끈을 다시 넣고 손을 내밀었다. 그는 그 손을 잡았다.
“제 애인과 같이 걸어가도 되겠네요.”
그녀가 말했다. 세르단은 가까운 빵집 모퉁이까지 같이 가겠다고 답했다. 그 뒤에는 각자 집으로 갈 예정이었다. 르네아는 정해 둔 짧은 길에서 손을 한 번 고쳐 잡았다. 내일 이 말을 다시 쓸 수 있다는 생각이, 오늘 길을 억지로 늘이는 것보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