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아는 두 배라는 말을 적고 한 번 더 밑줄을 그었다.
낮은종의 무대가 제방 마을 회관보다 넓다는 것은 돌아오기 전부터 알았다. 그런데 여행 뒤 첫날 혼자 무대를 보니, 손바닥 크기의 빛을 이곳에 다시 옮기는 생각이 견디기 어려웠다. 작은 장면이 좋았다는 말이 앞으로도 작은 것만 만들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녀는 빈 나무틀 안에 빛의 면을 넓게 그렸다.
여행 다음 날은 각자 밀린 일을 했다. 세르단은 맡은 목공을 마쳤고 르네아는 다른 공연의 등불 장식을 손질했다. 그다음 아침이 처음부터 잡아 둔 둘째 공동 작업일이었다. 그녀는 그림을 대본 맨 앞에 끼워 뒀다. 남자에게 보여 주면 우선 아름답다고 말할 것 같았다.
이브론은 준비비로 실제 남겨 둘 수 있는 돈을 가져왔다. 새 표를 먼저 팔아 마련한 돈은 아니었다. 펜이 제안한 점검 시간과 일당을 따로 정했고, 그는 오늘 오전 안에서 할 수 있는 고정대 확인과 짧은 시험에만 오기로 했다. 길어진 연습을 끝없이 기다리는 몫은 들어 있지 않았다.
낡은 회로는 천을 걷으며 상태를 봤다. 회전대 봉인은 그대로 두었다. 큰 나무틀을 세울 자리와 뒤쪽 받침을 확인하고, 펜이 느슨한 고정쇠 하나를 조였다. 세르단은 바닥등이 비추는 선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어제 오래 서 있던 탓인지 오늘은 왼쪽으로 눈을 돌릴 때 더디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림을 그에게 건넸다.
“위가 아니라 옆으로 넓히고 싶어요. 당신이 걸어 나가는 선은 비워 두고요.”
세르단은 종이를 두 손으로 펼쳤다. 선을 보고, 실제 나무틀을 보고, 종이로 돌아왔다. 르네아는 그가 아름답다는 말을 고르는 중이라고 잠깐 생각했다. 남자는 틀의 양옆에 그린 표시에 손가락을 놓았다.
“이 넓이를 처음부터 쓰자는 겁니까.”
“지금 시험하는 것보다 두 배요. 빛이 낮으니까 당신 얼굴은 안 가릴 거예요.”
“저는 이쪽 끝이 퇴장하는 문까지 따라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그녀는 그 선이 문에 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종이 위에서는 손가락 하나쯤 떨어져 있었다. 세르단은 실제로 걸을 때 관객이 어디를 볼지 물었다. 르네아는 두 사람이 빛을 해제한 뒤 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그대로라고 답했다. 그가 묻는 동안 그녀의 설명이 점점 빨라졌다.
펜은 우선 오늘 합의한 작은 면부터 보고 다음을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림이 좋든 싫든 넓어진 부분의 매듭과 받침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르네아는 맞다고 했다. 그러나 남자의 첫 대답이 아무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처럼 들린 것은 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시험할 모양은 틀 안쪽 아래의 얇은 빛판 하나였다. 새 계단도 사람을 올리는 발판도 아니었다. 르네아는 고정한 한 회로에서 그것 하나만 엮었다. 펜은 고정쇠를 보고 세르단은 객석 안쪽의 정한 자리에 앉았다. 둘이 번갈아 빛을 보자 손에 오는 장력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녀가 검지를 두 번 움직였다. 시선을 분산시키며 빛을 낮춘 뒤, 남은 하중을 여덟 박자에 걸쳐 풀었다. 마지막 박자가 끝났다고 곧장 다음 모양을 올리지는 않았다. 펜이 고정대가 움직이지 않았는지 확인했고 르네아는 손을 폈다. 세 사람만 본 결과가 스물네 사람의 눈을 대신하지는 못했다.
“이 상태에서는 시작할 수 있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제 그림은 그다음이에요. 같은 높이로 바깥쪽만 넓히면 처음 입장하는 순간부터 무대가 달라질 수 있어요.”
세르단은 대본에서 첫 대사를 찾았다. 르네아는 그가 그 대사를 빛 쪽으로 옮겨 말하려는 줄 알았다. 남자는 끝 문장을 펴 그녀에게 보여 줬다. 같은 문으로 나가자는 말이었다. 그 문장 위에 그려진 두 사람의 동선은 아직 짧았다.
“처음부터 빛이 이만큼 있으면 저는 나갈 문보다 빛을 먼저 기다리게 됩니다. 배우도 그 가운데에 서야 할 것 같고요.”
“문은 마지막에 보면 되잖아요.”
“그렇게 보고 싶은 장면은 아닙니다.”
르네아는 종이를 잡았다. 반대하는 말은 예상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대답은 예상하지 못했다. 둘이 좋아하는 것을 더 알게 된 여행이 끝났다고 작품도 같은 방향으로 보게 된 것은 아니었다. 알면서도 남자의 말이 오늘 자기 그림만 밀어내는 것 같았다.
“당신이 서 있기 어려우니까 넓은 장면은 전부 안 된다는 거예요?”
말은 생각보다 크게 나왔다. 펜이 고정대 옆에서 고개를 들었다. 세르단은 대본을 내려놨다. 르네아는 방금 한 말의 끝이 바닥에 닿는 듯 느껴졌다. 남자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그녀를 봤다.
“아닙니다. 제가 안 서도 이 장면에는 반대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남자가 다음 말을 하기 전에 자기가 무슨 뜻이었는지 길게 풀고 싶었다. 빨리 설명하면 처음 한 문장이 덜 못되게 들릴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아직 자기 대답을 끝내지 않았다. 르네아는 종이 끝에서 손을 뗐다.
“몸 때문에 못 하는 것은 따로 말씀드렸습니다. 오늘도 왼쪽을 빨리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와 별개로 이 빛의 넓이가 좋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문을 고르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요.”
그녀는 무대의 빈 곳을 봤다. 자기 그림의 빛이 그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도 대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가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보고 싶으냐였다. 르네아는 두 질문을 일부러 같은 것으로 듣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제가 당신 몸을 핑계로 답을 줄였어요.”
그녀가 말했다.
“미안해요. 당신이 그냥 제 그림을 싫어할 수 있다는 걸 빼놓았어요.”
세르단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웃지는 않았다. 르네아는 그가 괜찮다고 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말한 뒤에도 자기 기분을 먼저 편하게 만들고 싶은 버릇은 남았다. 남자는 지금 당장 웃지 않아도 됐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종이를 무릎 위에 펼쳤다.
펜은 풀린 회로를 덮고 남은 점검부터 하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동의했다. 그의 오전을 다툼으로 다 쓰고 싶지 않았다. 설치가 바뀌면 다시 시간을 잡아야 했다.
펜이 앞방으로 나가자 무대는 지나치게 조용했다. 르네아는 목을 한 번 가다듬었다. 아직 넓은 빛을 만들고 싶었다. 사과한 김에 자기가 원한 것까지 전부 접으면 남자는 다음에 반대할 때마다 그녀의 작품을 없애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욕심을 다시 꺼내는 것이 아까의 말을 취소하는 것처럼 보일까 두려웠다.
“그림은 아직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제가 잘못 말한 것과 별개로, 들어오는 순간 넓은 빛을 보게 하고 싶어요. 늘 덜 쓰는 쪽만 잘했다고 듣는 게 싫어요.”
세르단은 자기 의자를 조금 고쳐 앉았다. 그도 오늘 넓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거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서로의 잘못을 반씩 나누자는 말이 아니었다. 르네아는 그 대답을 듣고 손끝을 폈다. 그가 계속 반대해도 둘이 여기 앉아 대화는 할 수 있었다.
“선창에서는 작은 모양을 골라야 했죠. 저는 그 선택이 좋았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다르게 해 보고 싶은데, 자꾸 그때 잘했던 사람으로 남으라고 하는 것 같아요.”
그 말을 하고 나니 속이 조금 시원했다. 어젯밤 혼자 종이를 그릴 때부터 품고 있던 짜증이었다. 세르단은 자기가 그 말을 했는지 물었다. 르네아는 고개를 저었다. 남자가 아직 하지 않은 칭찬과 반대를 먼저 한 줄로 엮어 둔 쪽은 자기였다.
“그런 요구를 듣는 기분은 알 것 같습니다.”
그가 말했다.
“다만 제가 방금 한 반대는 그게 아닙니다. 빛이 넓어져도 두 사람이 좁아지지 않는 방식을 보고 싶습니다.”
르네아는 그 말을 적으려다 연필을 내려놨다. 지금 듣고 있는 남자가 마음속에서 하는 일을 문장 하나로 끝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좁아지는지 다시 물었다. 세르단은 객석의 가운데와 끝에서 보이는 차이를 이야기했다. 빛에 먼저 눈이 가면 종이를 잡은 손을 늦게 보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둘은 회로를 다시 켜지 않고 자리를 바꿨다. 세르단은 오늘 가능한 천천한 직선만 걸었다. 르네아가 객석 끝에 앉고 남자가 종이를 들었다. 넓은 빛을 대신하는 천을 놓아 보니 그녀의 눈도 천 쪽으로 갔다. 환영의 실제 하중이나 관객 반응을 증명하는 시험은 아니었지만, 남자가 무슨 장면을 상상했는지는 보였다.
다음에는 천을 뺐다. 종이를 먼저 꺼내고 두 사람이 갈 문을 보는 순서로 읽었다. 르네아는 이쪽도 좋다는 말을 바로 하지 못했다. 대신 두 번째 문장에서는 자기도 종이 모서리를 봤다고 답했다. 자기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에게서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은 기분 좋은 날에만 생기는 일이 아니었다.
“넓은 빛은 중간에 한번 나오면 어떨까요.”
그녀가 물었다.
“처음부터 걸어 두는 대신, 두 사람이 표를 놓은 뒤요. 여전히 한 모양이고요.”
세르단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르네아는 알겠다고 답했다. 제안이 다시 생겼다고 오늘의 합의까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새 매듭의 길이와 고정대 계산도 남아 있었다. 그 문제는 펜이 돌아온 뒤 별도 점검 범위로 적었다. 실제 시험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
펜은 받침을 확인하고 약속한 보수를 받았다. 추가 작업은 다시 정하기로 했다. 이브론에게는 작은 모양은 점검했고 넓은 모양은 합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잘 싸웠다는 농담은 나오지 않았다.
오후가 되자 두 사람은 각자 탁자에서 대본을 읽었다. 평소보다 말이 적었다. 르네아는 그 침묵을 자기 벌로 받아들이고 싶어졌다. 그러면 먼저 다가갈 이유도 남자의 말이 없다는 이유도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었다. 그녀는 물잔을 들고 일어나, 오늘 저녁에는 혼자 있고 싶은지 물었다.
“오늘 일이 끝나면 조금 같이 걷고 싶습니다. 아주 가까운 데까지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 아까 말은 아직 좀 아픕니다.”
르네아는 잔을 두 손으로 잡았다. 그 두 문장이 같이 올 수 있다는 것을 듣자 다시 미안하다고 서두르고 싶었다. 한 번 더 사과는 했다. 이번에는 괜찮다는 대답을 얻으려고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가 오늘의 일을 내일까지 혼자 견디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음에 제가 먼저 몸 얘기로 당신 의견을 정하면 말해 주세요. 지금처럼요. 저도 당신에게 싫은 그림을 더 보여 줄 거예요.”
세르단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그녀는 그 표정을 화해가 끝났다는 도장으로 쓰지 않았다. 남자는 싫으면 싫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그 말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르네아는 그 대답이 자신에게 필요한 칭찬보다 오래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가기 전에 그녀는 빛의 넓이를 그린 종이를 버리지 않았다. 처음 적은 두 배 옆에 순서를 묻는 표시를 했다. 동그라미도 취소선도 아니었다. 세르단은 자기 대본을 접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 오늘 두 사람의 손은 먼저 닿지 않았다. 그녀가 외투를 입고 나가자 그가 골목의 가까운 모퉁이를 가리켰다.
르네아는 나란히 걸었다. 손을 잡고 싶은 마음과 조금 더 조용히 걷고 싶은 마음이 같이 있었다. 어느 쪽을 고를지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오늘 점심을 무엇으로 먹었는지 물었다. 남자가 대답했고, 그녀는 자기도 같은 걸 먹었다고 했다. 다툰 뒤에도 모르는 일 하나를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