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거울에는 르네아 혼자 비쳤다.
머리끈을 세 번 다시 묶었다. 세르단에게 자연스럽게 인사할 생각을 하다 오히려 늦었다. 결국 한쪽이 조금 낮은 채로 아래층에 내려갔다.
세르단은 이미 빵을 고르고 있었다. 머리가 평소보다 납작했다. 르네아가 그쪽을 보자 그는 빗을 찾기는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직 묻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거울 앞을 오가시는 소리를 듣고 먼저 나왔다고 했다. 그녀가 아무 소리도 안 냈다고 우기려다 자기 구두를 내려다봤다.
아침을 먹고 나면 해 지기 전 돌아가는 마차까지 시간이 있었다. 초청 모임은 어제 끝났고 오늘 따로 해야 할 일은 없었다. 담당자가 마을의 길을 그려 주면서, 원하면 장인 한 사람의 작업장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르네아는 거기서 낮은 조명 반사판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부터 했다.
그녀는 빵 위에 손가락으로 반원을 그렸다. 어제 회관 창에서 들어오던 빛이 낮은종 바닥에 있었다면 첫 장면의 얼굴을 다르게 보여 줄 수 있었다. 세르단은 빵을 한 입 먹고 그녀의 손을 봤다. 그녀는 자기가 이미 다음 말을 할 자세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반사판을 무대 왼쪽에 놓으면요.”
그가 웃었다. 대답 대신 웃으니 르네아는 설명을 멈췄다.
“마음에 안 들어요?”
“아직 듣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웃어요.”
“오늘은 르네아 씨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같은 걸 알고 싶어서요. 무대가 어두워야 잘 보이는 색 말고요.”
그녀는 손가락을 빵에서 뗐다. 매일 옷감과 빛의 색을 정하면서, 그냥 좋아하는 색은 바로 답할 수 없었다. 무엇에 쓰느냐고 되물으면 남자는 오늘도 일터로 와야 했다.
“하루 종일 무대 얘기 하지 말자는 거예요?”
“한 번도 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오늘도 회의가 되면 아쉬울 것 같습니다.”
르네아는 그의 말을 곧장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말했는데 그 말은 잠깐 치워 두자는 부탁이기도 했다. 그녀는 빵 끝을 떼며 조금 서운하다고 말했다. 남자는 알겠다고 했다. 서운하지 않아야 같이 쉬는 날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듯 더 설득하지 않았다.
잠깐 뒤 그녀가 먼저 웃었다.
“지금도 반사판 얘기를 다 못 해서 아쉬워요. 그런데 당신은 색을 물었는데 제가 또 무대 왼쪽을 말했네요.”
“왼쪽이 좋아하시는 색인 줄 알았습니다.”
르네아가 빵가루를 흘렸다. 세르단은 자기 잔을 옮겼다. 놀리겠다는 기색이 없어서 더 얄미웠다. 그녀는 오늘 하루만큼은 남자가 자기 말을 듣고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좋은 대답을 내놓는 쪽에는 아직 자신이 없었다.
여관에 가방을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세르단은 오늘 아침은 속이 덜 울렁거리지만 긴 언덕길은 피하고 싶다고 했다. 지도에서 물가로 내려가는 길 대신 마을 가운데의 평평한 시장을 골랐다. 거기에는 중간에 앉을 만한 돌의자가 세 곳 표시돼 있었다. 르네아는 작업장 방문을 정중히 사양하고 지도를 접었다.
시장 입구의 천 가게에는 색을 잘못 맞춘 자투리가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르네아는 녹색 끈을 집었다. 끝 한쪽이 누렇게 물들어 판매용 옷에는 쓰기 어렵다고 주인이 말했다. 그녀는 손목 옆에 대 봤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쪽이 좋았다. 세르단이 어떤 물건에 달 것이냐고 물었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직 모르겠어요. 그냥 이 색이요.”
그녀가 말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기뻤다. 가격을 듣고 남은 식비를 생각한 뒤 짧은 한 조각을 샀다.
세르단은 가게 문 위의 나무 장식을 보지 않고 그 옆의 작고 못생긴 종을 봤다. 르네아는 조각의 비례가 이상해서 그런가 싶었다. 그는 주인에게 울려 봐도 되느냐고 물었다. 종소리는 딸랑거리는 대신 짧게 찌그러졌다. 멀리 갈 소리가 아니었다.
“좋군요.”
그가 말했다. 르네아는 그걸 좋아하느냐고 되물었다.
“예쁜 소리도 좋습니다. 이것은 문을 열면 자꾸 누가 투덜거리는 것 같아서요.”
주인이 자기 남편도 그렇게 말한다고 했다. 르네아는 웃었다. 남자는 소리 한 번을 더 듣고 종은 사지 않았다. 주인은 나갈 때도 들으라며 문을 조금 크게 열었다. 세르단이 고맙다고 인사했다. 아주 짧은 우스움 때문에 들어온 가게가 공연장보다 오래 기억날 수 있었다.
다음 골목에는 절인 채소와 구운 콩을 파는 노점이 있었다. 르네아는 짠 것을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세르단은 요리마다 다르다고 했다. 하나의 답을 얻어 다음부터 편하게 고르려던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그녀는 오늘 먹을 것은 무엇이 좋으냐고 고쳐 물었다.
그는 소금 묻은 콩을 골랐다. 르네아는 향이 강한 채소 한 조각을 맛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상인은 이게 제일 잘 나간다고 했다. 그녀는 잘 나가는 것과 자기 혀가 좋아하는 것이 다른 날도 있겠다고 답했다. 세르단이 물을 건넬지 묻자 그제야 웃으며 받았다. 남자는 그녀가 남긴 것을 대신 먹어 주지는 않았다.
“싫어하시는 표정은 아주 빨리 알 수 있군요.”
“방금 건 대사 없이도 알겠죠.”
말하고 나서 르네아는 자기가 또 무대 말을 가져온 것을 깨달았다. 남자가 미소만 짓자 손을 들었다. 오늘의 금지 사항을 어긴 사람처럼 세어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그런 셈은 시작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녀도 동의했다. 자기 말을 전부 점검하는 하루도 쉬는 날은 아니었다.
중고 물건을 파는 탁자에서 르네아는 이야기책을 펼쳤다. 남의 거울을 훔쳐 달아난 남자의 이야기였다. 표지의 거울은 두 사람 머리보다 컸다.
그녀가 몇 줄 읽어 주자 세르단은 결말을 보지 말자고 했다. 르네아는 범인이 잡히느냐가 궁금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지금은 거울을 어디 숨겼을지가 더 궁금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책을 사지 않은 채 결말을 마음대로 지어내려다, 장사하는 사람이 그게 더 재미있으면 자기는 곤란하다고 해 책을 덮었다.
세르단이 잠깐 앉겠다고 했다. 르네아도 옆 의자에 앉아 끈을 무릎 위에 폈다. 그사이 누군가는 뚜껑 없는 병을 샀다. 어디에 쓰는지는 알 수 없었다.
“혼자 쉬는 날에는 뭘 했어요?”
그녀가 물었다. 세르단은 한동안 생각했다. 잠을 자거나 맡은 일의 나머지를 했고, 몸이 괜찮으면 길을 바꿔 걸었다고 했다. 르네아는 무슨 재미인지 묻지 않고 어떤 길이 기억에 남았는지 물었다. 남자는 이름을 모르는 작은 정원에 갔다가 출구를 못 찾아 같은 의자에 세 번 돌아온 날을 골랐다.
“그게 좋은 기억이에요?”
“두 번째부터는 그 의자를 알아봤으니까요.”
그녀가 웃자 그는 그날도 혼자 웃었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자기가 보지 못한 남자의 하루에 그 정도로 사소한 웃음이 있었던 것이 좋았다. 외롭거나 훌륭해야만 기억에 남는 날은 아니었다. 그가 살아온 나머지 날들을 모두 상처로 채워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자기 차례에는 오래전 빵집에서 줄을 잘못 선 이야기를 했다. 빵을 사는 줄인 줄 알고 한참 기다렸는데 세탁물을 찾는 줄이었다. 앞사람의 봉투가 따뜻해 보여 더 확신했다고 했다. 세르단은 언제 알았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자기 차례에 무슨 얼룩이냐는 질문을 듣고 알았다고 했다.
남자가 소리 내어 웃었다. 르네아는 자기가 이런 이야기를 고백보다 오래 숨겨 온 것이 이상했다.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누군가에게는 하지 않았을 말이었다. 자기 기술을 믿지 않는 눈이 될까 걱정한 것도 있었다. 지금 남자는 그 일을 들어도 대본을 같이 고치겠다는 뜻을 거두지 않을 것 같았다.
정오에는 시장 바깥 식당으로 갔다. 세르단은 등받이 있는 의자를 골랐다. 르네아는 면이 든 수프를 주문했다. 남자가 다른 요리를 고르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창가에서 아이 둘이 납작한 돌을 밀어 바닥의 원에 넣었다. 르네아는 한 번 해 보고 싶었다. 세르단에게 같이 하겠느냐고 물었다가 그가 오늘은 구경하겠다고 하자 혼자 갔다. 아이들은 원을 넘으면 지는 것이니 세게 밀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첫 번째에 원을 훨씬 넘겼다.
두 번째에는 겁이 나서 너무 짧게 갔다. 뒤에서 남자의 웃음이 들렸다. 르네아는 자기도 소리를 내 웃으며 마지막 돌을 밀었다. 원 가장자리에 걸쳤다. 아이가 선에 닿았으니 점수는 준다고 했다. 그녀는 이겼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아직 자기 차례를 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돌을 돌려주고 오자 세르단이 잘 봤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기 돌이 작은 것일 때도 손에 힘을 덜 주기가 어렵다고 답하려다 멈췄다. 방금 놀이를 또 무대의 비유로 만들 참이었다. 대신 세 번 더 하면 원 안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남자는 아마 아이도 그때는 더 잘할 것이라고 했다.
이길 필요가 없는 오후가 길었다. 르네아는 수프를 다 먹고도 다음 장소를 고르지 않았다. 주인이 다른 손님을 받을 때가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마차 쉼터 근처 의자로 옮겼다. 세르단은 다리를 뻗어 발뒤꿈치를 조금 움직였다. 그녀는 녹색 끈을 손가락에 감았다 풀었다.
“오늘 무대 얘기를 덜 해서 저를 덜 알게 됐어요?”
그녀가 물었다. 세르단은 그녀를 봤다.
“아뇨. 많이 웃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일하다 웃으실 때와 조금 다르군요.”
르네아는 무슨 표정인지 보여 달라고 할 뻔했다. 그가 자기 얼굴을 흉내 내면 분명 부끄러울 터였다. 대신 오늘 자기가 무엇을 알게 됐는지 말했다. 예쁜 소리보다 투덜거리는 소리에 시간을 쓰는 것, 결말보다 훔친 거울의 크기를 먼저 묻는 것. 남자는 그렇게 들으니 꽤 이상한 사람 같다고 했다.
“이상해서 싫다고는 안 했어요.”
그녀가 답했다. 남자의 손이 무릎 옆에 놓여 있었다. 르네아는 잡아도 되는지 물었다. 세르단이 손을 펴자 그녀는 끈을 반대 주머니에 넣고 그 손을 잡았다. 하루 종일 함께 다녔다고 손에 붙을 말이 다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이 뒤늦게 떠올랐다.
“다음에 또 이렇게 쉬러 나가고 싶어요?”
그는 오늘 돌아가 몸을 본 뒤 가까운 곳부터 고르고 싶다고 했다. 그 뒤에, 다시 같이 보내고 싶다는 대답을 붙였다. 르네아는 먼저 나온 조건 때문에 나중의 말이 덜 기쁘지 않았다. 그녀도 다음에는 자기 줄을 잘 확인하겠다고 했다. 남자가 빵집은 맡기기 어렵겠다고 해 다시 웃음이 났다.
마차에 오르기 전 두 사람은 여관에서 가방을 찾았다. 주인은 거울을 천으로 닦으며 좋은 구경 했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그렇다고 답했다. 새 무대를 찾았다는 설명은 하지 않았다. 가방 안에는 오늘 손도 대지 않은 대본 두 권이 있었다. 오늘 비어 있는 페이지를 쓸모없다고 느끼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에는 그녀가 먼저 졸았다. 한 번 고개가 떨어졌을 때 세르단이 이름을 불러 자세를 고칠 시간을 줬다. 기대 자도 되는지 묻자 그는 오늘은 어깨가 불편하다고 했다. 르네아는 가방을 옆 벽과 팔 사이에 받쳤다. 거절을 들은 뒤에도 남자는 바로 옆에 있었다.
도시의 문이 보일 때쯤 그녀가 깼다. 세르단은 아직 맞은편의 나무판을 보고 있었다. 손을 잡으려면 다시 물어야 했고, 집에 가면 서로 다른 방에서 잘 터였다. 르네아는 오늘 산 끈의 색을 떠올렸다. 무엇에 쓸지 정하지 않은 채로도 충분히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