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배의 판은 사람이 올라서기 전에도 움직였다.
르네아는 선창 끝에 서서 다벨이 건넨 그림을 접었다. 전날 그림에서 무대처럼 보이던 넓은 곳은 밧줄로 묶은 짐배의 지붕이었다. 그 위에 판을 대고 얇은 천막을 쳤다. 물결이 오면 앞쪽 모서리가 반 손가락쯤 올라왔다 내려갔다. 천막은 비를 가리는 데 쓸 수 있었지만 벽도 실내 바닥도 만들어 주지 않았다.
선창 목공들의 행사를 맡은 여자는 공연자가 흔들리지 않게 양쪽에서 줄을 더 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배를 고정하는 일과 자기 실을 고정하는 일은 다르다고 답했다. 배가 덜 움직여도 이 지붕에서 환영을 만들 수는 없었다. 가지고 온 실 꾸러미를 풀지 않았다.
세르단은 아예 짐배에 올라가지 않았다. 판의 끝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오늘 그 위에서는 연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자는 그가 물을 무서워하는지 물었다가 곧 말을 거뒀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바닥이 흔들릴 때 자기 눈이 발밑을 늦게 따라간다고 짧게 설명했다.
르네아는 그림을 제 외투 안에 넣었다. 물 위에서 환영을 보여 주면 빛이 두 번 비칠 거라고 생각했던 아침이 조금 우스웠다. 실제 물은 자기가 그린 선과 다른 속도로 움직였다. 멀리서 한 번 보고 아름다울 장면이, 여기서 일하는 몸에 맞을지는 와서 봐야 했다.
“그러면 공연을 못 하나요?”
여자가 물었다. 행사는 모레 낮이었다. 르네아는 바로 그렇다고 답할 수도, 환영을 빼고 하면 된다고 혼자 정할 수도 없었다. 옆에서 세르단이 선창 안쪽 문을 가리켰다. 낡은 나무 벽 사이로 창고 같은 작은 방이 보였다.
“저기는 사람이 들어가는 곳입니까.”
“예전에 짐 검사를 하던 방이에요. 지금은 부속을 넣어 둡니다.”
여자는 열쇠를 가져왔다. 방은 배가 아니라 돌기둥 위에 붙어 있었다. 천장과 사방 벽이 있었고 물을 향한 큰 창 하나가 열렸다. 나무 바닥을 밟으니 발밑은 움직이지 않았다. 르네아는 바닥판 틈을 보고, 판 아래 받침을 볼 수 있는 작은 문도 열어 달라고 했다.
바깥에서 반짝이던 물빛이 낮은 천장에 흔들렸다. 세르단은 창을 잠깐 본 다음 안쪽 벽을 봤다. 자기가 설 자리를 골라 몇 걸음 걸었다. 창을 등지면 반사되는 물을 계속 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입구까지 가는 좁은 통로를 사람들로 채우면 안 되겠다고 덧붙였다.
방 안에는 작은 궤짝 셋과 빈 나무틀 하나가 있었다. 르네아는 틀의 안쪽을 쟀다. 낮은종의 것을 옮겨 올 필요 없이 여기 있는 틀에 맞춰 더 작은 빛을 하나 만들 수 있었다. 그러려면 바닥에 구리실을 새로 고정해야 했다. 곧장 공연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라 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 방이었다.
그녀는 손바닥만 한 네모를 종이에 그렸다.
“이 정도만 하겠어요. 사람은 올라가지 않고요. 이 방 안에서만 만들어요.”
행사 담당자는 창 전체를 채우는 물결무늬를 기대했다고 했다. 르네아도 그걸 잠깐 상상했다. 작은 방에 실을 더 놓고, 틀을 창문만큼 크게 세우면 그림은 달라질 터였다. 그러나 넓어진 그림을 지탱할 바닥과 고정대를 오늘 새로 만들 수는 없었다.
“저희는 이 작은 게 내려간 뒤에도 연기를 해요. 보실 수 있는 건 그쪽이 더 길 거예요.”
말하고 나니 자기가 이번에도 기술이 작다는 핑계를 먼저 대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세르단은 창문 앞의 바깥 빈터를 봤다. 사람들이 거기 앉으면 창을 통해 방 안을 볼 수 있었다. 방 안에 관객을 들이지 않아도 배우 둘이 남을 공간은 있었다.
펜에게는 새 작업을 설명하고 가능한 시간을 물었다. 그가 그날 오후 낮은종으로 오자 세 사람은 틀과 통로 그림을 함께 봤다. 펜은 짐배 줄을 붙드는 일까지 자기 몫에 넣는 것인 줄 알고 먼저 물었다. 르네아는 배에는 아무도 세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제야 가방을 내려놓았다.
다음 날의 반나절 설치와 행사 당일의 준비·정리까지 일당을 따로 셌다. 담당자가 내놓은 공연료에서 재료와 운반, 조수 몫을 먼저 덜고 남는 돈을 확인했다. 르네아와 세르단의 몫도 그 뒤에 적었다. 크지 않았지만 모든 비용을 덜어도 각자의 몫이 남았다. 세 사람은 줄인 장면과 그 일당으로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이브론은 낮은종 물건을 가져가는 시간만 확인했다. 극장 회전대나 큰 나무틀은 옮기지 않았다. 그는 초청료로 극장 빚을 얼마나 갚을지 계산하지 않았다. 이번 일은 두 사람과 조수가 따로 맡은 짧은 공연이었다. 르네아는 대본 한 장을 빼 새로 접었다. 넓은 빛 판을 전제로 한 첫 대사도 줄여야 했다.
설치하는 날에는 먼저 궤짝을 다른 창고로 옮겼다. 바닥판을 조이고 고정대를 달 자리 밑에 실제 받침을 댔다. 펜은 출입문을 끝까지 열 수 있는지 확인했다. 구리실 한 회로가 틀 안쪽에 맞춰 들어갔다. 르네아는 혼자 있을 때의 모양만 보고 끝내지 않고 두 동료가 차례로 보는 동안 장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작은 네모의 모서리가 당겨졌다. 그녀가 검지를 두 번 움직였다. 세르단이 시선을 옮기고 펜이 틀을 살폈다. 높이를 더 낮추자 손에 남는 힘도 줄었다. 여덟 박자로 풀어 마지막 실까지 느슨해진 뒤에야 셋은 자기 자리를 바꿨다. 누구도 환영 위에 올라서지 않았다.
행사 당일에는 물소리가 먼저 들렸다.
아이 하나가 작은 나무 배를 들고 바깥 의자에 앉았다. 어른 둘이 뒤에 섰고, 다른 사람은 길을 지나가다 멈췄다. 의자는 열둘만 놓았다. 문 쪽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줄을 대지 않고 사람이 서서 통로를 비웠다. 담당자가 그 일을 맡고, 펜은 방 안에서 고정대와 등불을 봤다.
세르단은 시작 전에 의자에 앉았다 일어났다. 오늘도 물빛을 오래 보면 속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창을 등지는 자리를 그대로 쓰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상대가 자기를 보기 위해 돌아야 하는 대사 하나를 바꿨다. 한쪽 어깨 너머로 부르는 대신 정면에서 말하면 됐다.
“환영이 있을 때는 박수 대신 봐 주세요. 내려간 뒤에는 알려 드릴게요.”
그녀는 창문에 기대지 않고 말했다. 한 관객이 손에 든 나무 배도 내려놔야 하느냐고 물었다. 아이의 장난감이었다. 르네아는 그것은 그대로 갖고 있어도 된다고 했다. 아이가 배를 꽉 쥐었다. 오늘의 설명은 손에 든 좋은 것까지 놓으라는 말이 아니었다.
손바닥 크기의 빛이 틀 안에서 생겼다. 바깥 물결은 은색이었고 방 안 네모는 엷은 푸른빛이었다. 둘이 합쳐져 거대한 강이 되지는 않았다. 르네아는 자기 것의 끝이 보이는 편을 택했다. 관객의 눈이 한꺼번에 작은 빛으로 모이자 실이 당겨졌다. 그녀는 준비한 높이 아래에서 멈췄다.
세르단이 방 안으로 세 걸음 걸어왔다. 배표를 잃은 남자는 어디서 떠나야 하느냐고 물었다. 르네아가 표를 샀다고 하자 바깥의 아이가 손에 든 나무 배를 들어 보였다. 남자는 그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르네아는 아이를 보며 그 배는 너무 작아서 둘이 못 타겠다고 했다.
아이 옆 어른이 웃었다. 세르단이 무슨 배냐고 물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르네아는 그가 뒤의 작은 관객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자기 혼자 한 반응을 남자가 알도록 한 문장을 더했다. 창밖의 손님이 배를 빌려주려 했다고.
“고맙지만 저는 서서 갈 자신이 없습니다.”
세르단이 말했다. 아이가 배 안을 보고는 자기도 못 앉는다고 했다. 웃음이 났다. 르네아는 그 웃음을 받느라 실을 더 당기지 않았다. 작은 빛의 끝은 처음 정한 틀 안에 남았다. 환영보다 먼저 사람을 보게 된 관객 몇 명의 시선이 창 안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여덟을 셌다. 빛이 얇아지고 네모의 가장자리가 사라졌다. 마지막 하중이 풀린 것을 확인한 뒤 빈 손을 들었다. 펜이 옆에서 같은 상태를 확인했다. 관객들에게 이제 박수를 쳐도 된다고 알렸다. 짧은 박수가 났지만 세르단은 인사하러 나가지 않았다. 아직 남자의 대답이 남아 있었다.
르네아는 빈 손으로 자기 표를 반 접는 시늉을 했다.
“표를 반만 드리면, 제가 먼저 갈지 당신이 먼저 갈지 또 싸울 것 같아요.”
“그러면 표는 갖고 계십시오.”
그가 말했다.
“저는 어느 문으로 나갈지만 듣겠습니다.”
그녀는 오늘 아침까지 고친 마지막 문장을 했다.
“같은 문으로 나가요. 그다음 어디 갈지는 밖에서 정해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급히 돌지 않고 출입문 쪽으로 걸었다. 구리실은 비어 있었고 문턱에는 아무 짐도 없었다. 창밖에서 박수가 다시 났다. 낮은종의 붉은 커튼 대신 열어 둔 문이 두 사람의 퇴장을 보였다. 펜은 사람을 가리려고 천을 급히 당기지 않았다.
세르단은 안쪽 의자에 앉아 쉬었다. 르네아도 물을 마셨다. 물 위에서 반짝이는 큰 환영은 만들지 못했는데 관객의 작은 나무 배는 끝까지 보였다. 기술을 덜 쓴 자리에 남의 행동이 들어왔다. 그렇다고 오늘부터 모든 공연을 손바닥 크기로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밖에서는 담당자가 두 사람이 아주 자연스럽다며 웃었다. 르네아는 끝부분을 오늘 아침에 고쳤다고 답했다. 여자는 연습을 많이 하면 서로 마음도 알아맞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대본대로 해도 못 알아듣는 날이 있다고 했다. 세르단이 아이의 배를 보지 못했으므로 덧붙인 한 문장을 떠올렸다.
마음이 통해서 된 장면으로 부르면 자기가 실제로 한 일을 지우는 셈이었다. 못 본 것을 말해 주고, 들은 사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대답을 한 것이었다. 르네아는 그 차이를 길게 설명하려다 담당자가 다음 행사 손님을 맞으러 가는 것을 봤다. 지금은 다 붙잡고 말할 때가 아니었다.
정리를 마칠 때 펜은 약속한 몫을 받았다. 르네아도 담당자와 재료비를 확인했다. 새로 깐 실은 하중이 없는 상태에서 풀어 감았고 고정대를 뗐다. 빌린 틀은 방 안 벽에 돌려놓았다. 방을 비웠다고 오늘 공연이 빚 없이 공짜로 생긴 것은 아니었다. 가방 안의 닳은 천과 손바닥의 자국이 남았다.
돌아가기 전 아이가 배를 들고 다시 왔다. 다음에는 큰 배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세르단이 앉은 자리에서 자기는 작은 배가 좋았다고 답했다. 아이는 잠깐 고민하다 그럼 이 배를 계속 쓰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들의 말을 듣고 웃었다.
선창을 나올 때 세르단은 잠깐 멈춰 쉬고 싶다고 했다. 둘은 돌계단 옆 의자에 앉았다. 물빛이 바로 눈앞에 오지 않는 방향이었다. 그녀는 남자가 쉴 틈에 오늘 가장 좋았던 대답을 물었다. 그는 아이가 자기도 못 앉는다고 한 말을 골랐다.
“제가 쓴 말은 아니네요.”
“그래서 당신도 웃으셨겠죠.”
르네아는 맞는 말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물 위가 아닌 자리에 앉아 같은 웃음을 한 번 더 나눴다. 그녀의 어깨가 그의 외투에 아주 조금 닿았다. 이만큼 가까이 있어도 되느냐고 묻자, 남자는 오늘은 이쪽이 좋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