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판타지 15세 이용가 16화

내일도 같은 마음이면

본문 5,225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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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아는 다음 날 아침 극장 문을 한 번 지나쳤다.

맞는 문이었다. 손잡이 위에 어제 자기가 묻힌 분필 가루도 있었다. 그런데 문을 열면 먼저 와 있을 남자에게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잘 잤느냐고 묻는 것이 평소와 너무 같았고, 어제 일을 이야기하자니 이른 아침의 골목이 너무 밝았다. 두 걸음 지나가서야 그녀는 돌아왔다.

안에서는 나무를 가는 소리가 났다. 세르단은 작업대에 고정한 얇은 판의 모서리를 문지르고 있었다. 얼굴을 들자 르네아의 시선이 입가로 갔다. 그녀는 급히 옆의 나무 새를 봤다. 새는 어제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지 않은 물건이 이렇게 태연할 수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네. 문을 잘못 봐서요.”

세르단이 열린 문을 봤다. 르네아는 설명을 더하지 않았다. 그는 판을 내려놓고 손의 나무 가루를 털었다. 그녀는 그 손을 보기까지 해 놓고 인사를 한 번 더 했다. 세르단의 입술이 조금 올라갔다.

“저도 아까 문밖에 나갔다 들어왔습니다. 물을 가져오는 걸 잊어서요.”

탁자에는 물병이 있었다. 아침 내내 아무렇지 않았던 쪽이 그만은 아닐 수도 있었다. 르네아는 공구 주머니를 벗어 걸었다. 어제는 대본까지 다 챙겼는데도 손을 잡을 수 있었고, 오늘은 아무것도 안 든 손을 어디 두어야 할지 몰랐다.

“어제 집에는 잘 갔어요?”

“네. 돌아가서 바로 앉았습니다. 오늘은 조금 둔한 느낌이 남아 있군요. 높은 곳의 수리는 하지 않을 겁니다.”

그는 오늘 맡은 얇은 판을 들어 보였다. 이브론이 로비 서랍의 갈라진 덮개를 부탁했다고 했다. 회전도 높은 발판도 필요 없는 일이었다. 르네아는 어제 입을 맞춘 사람이 오늘도 자기 몸과 일감을 따로 고른다는 것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아침이 어제와 이어졌다.

이브론은 앞방에서 장부를 펼치고 있었다. 르네아에게 오늘은 회로 안쪽을 닦는 것으로 끝내자고 했다. 펜을 부르지 않았으니 새 장면 시험은 하지 않는 날이었다. 그녀는 대본을 작업대에 올렸다가 보관함으로 옮겼다. 끝을 고칠 마음은 있었지만 같이 있는 남자를 자꾸 무대에 세워 볼 필요는 없었다.

세르단은 서랍 덮개를 다 갈고 손으로 쓸었다. 르네아는 구리실 매듭 밑에 낀 먼지를 붓으로 밀어냈다. 회전대의 봉인은 건드리지 않았다. 쓰지 않는 앞줄 위 천을 걷어 세탁하자는 생각도 들었지만 혼자 옮길 물건이 아니었다. 오늘 정한 일의 끝은 닦은 실을 천으로 덮는 것이었다.

그 사이 두 번쯤 눈이 마주쳤다. 첫 번째에는 그녀가 먼저 눈을 피했다. 두 번째에는 그가 서랍에 손잡이를 달다가 나사를 떨어뜨렸다. 르네아는 웃을 뻔했다가 자기도 붓을 엉뚱한 칸에 넣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서로의 일을 망칠 만큼 아름다운 아침은 아니었다. 다만 평소보다 작은 실수가 잘 보였다.

한낮 종이 울리기 전에 이브론이 시장에 다녀오겠다고 나갔다. 세르단도 손을 씻었다. 르네아가 천을 덮는 동안 그는 오늘은 먼저 점심을 먹고 쉬러 가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알겠다고 답한 뒤 자기가 그 대답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같이 앉을래요?”

세르단이 로비를 봤다. 그녀가 덧붙였다.

“극장 안 말고요. 빵집 옆에 낮은 탁자가 있잖아요.”

그가 잠깐 생각한 다음 가까우니 괜찮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외투를 입었다. 그를 붙잡으려고 갑자기 긴 산책을 만드는 것보다 자기가 정말 갈 수 있는 곳을 말하는 편이 나았다. 두 사람은 작업대에 놓인 물건을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빵집 옆에는 탁자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모서리가 햇빛에 들었고 하나는 지붕 아래였다. 세르단이 지붕 아래 의자를 골랐다. 르네아는 빵 두 종류의 값을 물은 뒤 작은 둥근 빵 하나와 따뜻한 수프를 샀다. 세르단은 자기 몫을 따로 냈다. 그녀가 먼저 초대한 것과 두 사람의 점심값은 저절로 같은 일이 되지 않았다.

빵집 주인은 수프 그릇을 놓다가 세르단을 잠깐 봤다. 어디서 본 얼굴인지 궁금한 눈이었다. 그러나 주문을 기다리는 사람이 와서 그대로 돌아갔다. 르네아는 남자가 미리 준비한 웃음을 쓰지 않아도 된 것 같아 자기 입가까지 풀렸다.

“왜 웃으십니까.”

그가 물었다.

“아직 안 웃었는데요.”

“그러면 제가 먼저 웃은 셈으로 하죠.”

르네아는 정말 웃었다. 수프에 불은 빵을 넣고 숟가락으로 눌렀다. 입맞춤에 관해 할 말이 있었는데, 막상 마주 앉으니 수프가 뜨거운 것부터 말하고 싶었다. 그도 그릇을 자기 쪽으로 당기며 아직 뜨겁다고 했다. 같은 일에 같은 대답을 하니 더 어색했다.

“어제 제가 너무 급하게 물었어요?”

그녀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세르단도 먹던 것을 삼키고 그녀를 봤다.

“입 맞추고 싶다고 한 거요.”

“급하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물어 주셔서 좋았습니다.”

“좋았다는 말은…….”

르네아는 다음 질문을 하다가 멈췄다. 잘했는지 묻고 싶었다. 아름답게 보였는지, 그가 기대하던 것에 비해 서툴지는 않았는지. 그 질문을 다 하면 남자는 어제의 공연까지 평가하는 사람처럼 앉아야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숟가락 자루의 뜨거운 곳을 손끝으로 밀었다.

“저는 좋았어요. 그래서 오늘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말을 바꾸니 좀 덜 민망했다. 아니, 더 민망했지만 원하는 쪽이었다. 세르단은 탁자 아래에서 발을 천천히 고쳐 놓았다. 의자가 흔들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등받이에 기댔다.

“저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바로 같은 걸 청하면, 어제 답하셨으니 또 답하셔야 하는 것처럼 들릴까 생각했죠.”

르네아는 그가 아침에 물을 가지러 나갔다는 말을 떠올렸다. 남자도 자기처럼 머릿속에서 문장을 지웠을 수 있었다. 그 일을 모두 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지금 그가 자기 입으로 알려 준 한 문장만으로도 어젯밤보다 가까웠다.

“한 번 했으니 다음에는 설명을 덜 해도 된다고 생각할까 봐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 오늘 또 물어도 싫지 않아요. 그런데 오늘 안 물어도 어제 것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세르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르네아는 그 끄덕임을 보고 수프를 한 숟가락 먹었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생각 없이 넣어 입천장이 따끔했다. 그녀가 물잔을 찾자 그가 잔을 조금 밀어 주었다. 이 작은 우스움이 없었다면 그녀는 계속 대단한 말을 해야 한다고 느꼈을 것 같았다.

그는 빵 끝을 떼며 말했다.

“어제의 대답이 다음 것까지 미리 정한 건 아니었으면 합니다. 저는 오늘도 같이 있고 싶어서 여기 왔습니다.”

르네아는 물을 삼켰다. 그의 문장에서 자꾸 끝부분만 또렷하게 들렸다. 같이 있고 싶다는 말. 어젯밤 손을 잡고 골목을 걸을 때도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아직 묻지 않은 시간에 그가 스스로 골라 말했다.

“저도요. 일 끝나서 남는 사람이 당신이라 앉자는 게 아니에요.”

그녀는 말을 하고 나서 자기 그릇을 내려다봤다. 빵을 너무 많이 적셔 모양이 무너졌다. 남자에게 예쁜 말을 하려던 사람이 갑자기 젖은 빵 덩어리를 나눠 먹자고 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녀가 웃음을 삼키자 세르단은 제 빵도 그 정도로 풀어야 먹기 좋다고 했다.

“저를 놀리는 거예요?”

“아뇨. 곧 따라 할 겁니다.”

그는 실제로 빵을 수프에 넣었다. 르네아는 아무리 봐도 조금 놀리는 것 같다고 했다. 남자가 대답 대신 숟가락을 들었다. 잘 풀어진 빵은 부드러웠다. 두 사람은 한동안 먹었다. 그녀가 말을 멈췄다고 그릇 사이의 시간이 식지 않았다.

옆 탁자에는 종이 봉투를 접는 여자가 앉았다. 안에 든 작은 단추가 달그락거렸다. 여자는 누구와 만날지 기다리는 동안 봉투 입구를 벌렸다 닫았다. 르네아는 그 손을 보다가 자신의 손바닥을 탁자 위에 폈다. 세르단이 눈길을 줬다.

“지금은 손을 잡자는 건 아니고요.”

그녀가 급히 말했다.

“그냥 빵가루가 붙어서.”

그가 웃었다. 르네아는 이번에는 웃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손짓 하나에 모든 뜻이 알아들어지는 연습은 하지 않아도 됐다. 그녀는 빵가루를 천 위에 털고 손을 무릎에 뒀다. 남자는 그 손을 따라오지 않았다. 그 때문에 자기가 다음에 내밀 손까지 잃는 것은 아니었다.

식사를 마친 뒤 세르단은 먼저 쉬러 가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 말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아쉬웠다. 아쉬워하는 것과 더 있어 달라고 청하는 것을 구별할 수는 있었다. 그녀는 빈 그릇을 탁자 안쪽으로 밀었다.

“내일은 몇 시쯤 극장에 와요?”

“오전에 덮개를 달러 올 겁니다. 오늘은 맞는지만 보고 왔으니까요.”

“저는 오전에 실을 정리하고, 오후에는 대본을 고칠 거예요.”

일정은 서로 가까웠다. 르네아는 그 틈에 자기 마음을 슬쩍 끼워 넣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옆에서 일하니 당연히 만난다는 말로 오늘 하고 싶은 질문을 끝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내일도 보고 싶어요. 일 다 끝난 뒤에, 당신이 괜찮으면요.”

세르단은 대답하기 전에 외투의 접힌 소매를 폈다. 르네아는 그 짧은 동작을 기다렸다. 남자가 쉬어야 한다면 내일 저녁이라는 말은 바뀔 수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묻는 일이 모자라지는 않았다.

“저도 보고 싶습니다. 내일 몸을 봐서 가까운 곳으로 정할까요.”

“네. 멀리 가는 건 저도 오늘 그만 생각할래요.”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세르단은 조금 뒤에 일어났다. 함께 먹은 그릇을 빵집 창에 돌려주고 두 사람은 골목의 갈림길까지 걸었다. 대화는 끝난 것 같은데 르네아는 자꾸 작은 말을 하나씩 더 찾았다. 수프가 짜지 않았느냐는 말, 빵 끝이 딱딱했다는 말. 그는 둘 다 그렇다고 했다.

갈림길에서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인사할 동안 잡고 싶어요.”

세르단이 좋다고 답하고 손을 잡았다. 길게 걷기 위한 손은 아니었다. 그가 반대쪽으로 돌아설 자리를 남긴 채 둘은 잠깐 서 있었다. 그녀는 헤어질 때 할 말이 잘 생각나지 않아 아침 인사를 다시 할 뻔했다.

“내일 봐요.”

“네. 내일도요.”

그의 손이 천천히 떨어졌다. 르네아는 남자가 골목을 따라 가는 것을 끝까지 서서 보지는 않았다. 자기도 극장으로 돌아갔다. 해야 할 일은 끝났지만 대본에 적고 싶은 말이 하나 생겼다. 배를 떠나보낸 여자가 돌아오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었다. 실제로 들은 약속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극장 앞에서 이브론을 만났다. 그는 시장에서 가져온 종이 꾸러미를 한쪽 팔에 끼고 있었다. 큰물결에서 내일 잠깐 들르겠다는 말을 전해 왔다고 했다. 바닥빛 조건에 대한 답과 종이 그림을 가져온다던데, 세르단에게 알려 달라고 했다.

르네아는 내일 아침 그에게 직접 전하겠다고 했다. 오늘 하지 않은 입맞춤을 내일 해야 할 일 목록에 넣지 않았다. 대본을 펴기 전에 손을 씻었다. 손끝에 빵 냄새가 조금 남아 있었다.

16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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