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판타지 15세 이용가 15화

막이 내리기 전에

본문 5,397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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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건너 다시 모인 날, 르네아는 마지막 대사만 대본에서 지웠다 썼다.

앞 장면들은 전날 혼자 읽을 때 괜찮았다. 배표를 산 여자, 목적지를 모르는 남자, 먼저 가자고 말하려고 상대의 입을 막는 여자. 조금씩 자기와 닮았지만 끝까지 자기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자가 상대를 사랑한다는 대사에 이르면 연필이 자꾸 같은 자리를 파고들었다.

그 말은 인물이 할 수 있었다. 환영사가 말한다고 구리실이 끊기는 것도 아니었다. 르네아는 그 단순한 사실을 아는데도, 세르단 앞에서 자기 목소리가 되는 순간을 상상하면 종이를 뒤집었다. 연애극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다. 손을 잡는 것보다 쉬울 거라고 생각한 입이 가장 늦었다.

펜은 아침에 약속한 시각에 왔다. 받침부터 확인하고 나서 등불을 놓았다. 커튼 줄 앞에 의자를 하나만 뒀다. 르네아는 이틀 전의 나머지 의자 둘을 객석으로 돌려놓았다. 오늘은 나무틀을 중간에 옮기지 않기로 했고, 입장문은 이브론이 맡았다. 새로 그은 동선 위로 물건을 내려놓는 사람도 없었다.

세르단은 공연복을 입고 무대를 천천히 걸었다. 오늘 아침에 잠을 충분히 잤지만 왼쪽 바닥이 가끔 기울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세 걸음 끝의 위치를 조금 안쪽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르네아는 표식을 옮기고 커튼이 내려올 선을 다시 봤다. 두 번 하기로 했던 시험은 한 번으로 줄였다.

“이 대사는 바뀌었습니까.”

그가 종이 가장자리의 검은 자국을 가리켰다.

“바꾸는 중이에요.”

“어느 쪽을 읽을까요.”

“오늘은 여기서 제가 멈추면 조금 기다려 줘요.”

그는 알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그가 이유를 캐묻지 않아 고마웠다가, 조금은 물어봐 줘도 됐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기 마음이 한 번에 두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귀찮았다. 그녀는 종이를 작업대에 두고 손을 씻었다. 물기를 닦은 손끝에 구리 냄새가 조금 남았다.

오후의 짧은 시험에는 이브론이 부탁한 이웃들과 펜의 동료 한 명이 앉았다. 지난번의 제빵사 부인도 있었다. 모두 합쳐 여섯이었다. 부인은 오늘은 숨을 마음대로 쉬겠다고 웃었다. 르네아는 꼭 그렇게 해 달라고 했다. 사람을 보고 웃으니 조금 전까지 목구멍을 막던 문장이 잠깐 자리를 비켰다.

시작 전에 그녀는 새 환영을 올리는 동안의 박수와 정지 신호만 짧게 알렸다. 배우가 숨을 들이쉬는 것은 따라 할 일이 아니라고 덧붙이지 않았다. 설명을 듣지 않고도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싶은 장면이었다. 무대 옆에서 펜이 기름등의 덮개를 확인했다. 바닥의 선이 분명했다.

낮은 빛의 판이 오른편 틀 안에서 올라왔다. 르네아는 한 회로에서 한 형태만 유지했다. 네 사람일 때보다 모인 눈이 많아 처음 장력이 조금 셌다. 그녀는 시작 높이를 낮춰 틀 안에 머물게 했다. 아름다운 가장자리 하나를 포기하니 손목이 편해졌다. 그 변화는 객석에서 말로 지적되지 않았다.

세르단이 들어왔다. 표를 놓친 남자는 이번에도 회전하지 않고 섰다. 관객의 시선이 그의 얼굴과 판 사이에서 움직였다. 르네아는 그 힘이 한곳에 몰리기 전에 정한 길이 안에서 실을 잡았다. 여자 대사가 나왔다. 목적지를 고르는 데 오래 걸린다는 말에 제빵사 부인이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을 받으려 르네아가 말을 덧붙이자 세르단이 다음 대사를 조금 늦게 받았다. 그녀도 말끝을 줄였다. 관객에게 말을 더 주어야만 웃음이 남는 것은 아니었다. 둘이 잠깐 가만히 서 있는 동안에도 부인의 어깨는 흔들렸다. 르네아는 그 웃음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어서 그녀가 여덟을 셌다. 판이 내려가며 나무틀의 빈 가운데가 드러났다. 마지막 매듭까지 풀린 뒤 펜이 고개를 끄덕였다. 르네아는 왼손을 비우고 세르단과 정한 쪽으로 두 걸음 옮겼다. 틀은 남았지만 길은 비었다. 조수는 뛰지 않고 커튼 줄 앞에 서 있었다.

여기부터 두 사람의 장면이었다.

세르단은 배를 먼저 보내도 되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표를 다시 사야 하니 그러지 말라고 했다. 객석의 웃음이 가라앉았다. 그녀는 그에게 나란히 서고 싶다는 여자의 다음 말을 했다. 이제 마지막 한 문장이 남았다. 제 목소리로 해 보려고 지웠다 썼던 말이었다.

“저는 당신을…….”

그녀는 세르단의 눈을 봤다.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인물의 말을 듣는 얼굴인지 그녀가 멈춘 까닭을 아는 얼굴인지 알 수 없었다. 그걸 알아내려는 순간 자기가 누구의 대사를 해야 하는지도 헷갈렸다. 그녀는 한 음절을 더 붙이지 못했다.

침묵이 길어졌다. 세르단은 약속대로 기다렸다. 객석에서 누군가 자세를 고치는 소리가 났다. 르네아는 그 소리 때문에 지금 여섯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다시 알았다. 그들에게 사적인 대답을 얻으러 나온 사람처럼 서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무대 속 여자가 당장 할 수 있는 말을 골랐다.

“일단 배에 태우고 나서 말할게요.”

작은 웃음이 났다. 세르단은 웃음을 기다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 내리지 못할 곳으로는 가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둘이 같은 쪽을 봤다. 펜이 정한 신호에 맞춰 커튼을 내렸다. 무대의 빛은 꺼지지 않았다. 붉은 천이 눈앞을 지나간 뒤에도 발밑의 분필 선은 보였다. 객석에서 박수가 났고, 르네아의 빈 왼손에는 더 이상 하중이 걸리지 않았다.

세르단이 의자에 앉았다. 그녀가 상태를 묻자 그는 약간 어지럽지만 앉아 쉬면 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시험은 하지 않기로 한 대로 하지 않았다. 르네아도 손을 털고 물을 마셨다. 마지막 문장을 못 했다는 생각이 물을 삼킬 때마다 따라왔다. 그가 배에서 내릴 수 있게 하겠다는 대답을 해 줬다는 사실은 따로 남았다.

이브론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이 웃겨서 좋았다는 사람도, 끝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르네아는 둘 다 적어 두기로 했다. 자기 부끄러움을 공연의 새 장점이라고 우겨서 끝낼 수는 없었다. 다음에는 그 여자가 끝까지 말할 수 있는 문장을 찾아야 했다.

펜은 조수 자리에서 받은 것을 말했다. 틀을 남긴 동선은 괜찮았고, 판이 완전히 내려간 뒤 이동하니 여유가 있었다. 다만 마지막 커튼 신호가 대사 뒤에 너무 빨리 왔다고 했다. 르네아는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기다릴 시간까지 일이 된다는 사실을 이틀 전에 배웠다. 오늘 정해 둔 정리 시간이 끝나기 전에 시험은 마쳤다.

관객이 나간 뒤 그녀는 펜과 함께 나무틀을 벽에 세웠다. 세르단은 앉아서 대본에 바뀐 말을 적었다. 아무도 쉬는 사람에게 마지막 힘으로 들라는 부탁을 하지 않았다. 그가 종이를 건넬 때 르네아는 저렇게 평범한 손으로 기다리는 사람에게 왜 한 문장이 안 나왔는지 궁금했다.

펜이 일당을 받고 돌아갈 때는 약속한 오후 종이 아직 울리지 않았다. 이브론은 앞문을 맡아 닫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르네아는 공구 주머니를 풀었다. 허리 옆에서 나무 잠금쇠가 한 번 걸렸다가 빠졌다. 그녀는 그 물건을 억지로 잡아당기지 않고 고리를 바르게 돌렸다. 손끝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분명했다.

분장실의 거울은 작았다. 물기둥 모양 조각 아래 탁자에 천을 놓고 손목의 실 자국을 닦았다. 피부가 벗겨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치마에 묻은 분필 가루도 털었다. 자기 눈을 거울로 보려니 무대보다 더 민망했다. 문밖에서 발소리가 멈췄다. 세르단이 들어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네. 옷은 다 입었어요.”

그녀가 답하자 그가 잠깐 웃고 들어왔다. 대본을 놓으러 왔다고 했다. 그는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았다. 르네아는 그가 의자 등받이를 확인하고 몸을 기대는 모습을 봤다. 아직 조금 피곤하다고 했다. 지금 이야기해도 괜찮다는 말도 스스로 덧붙였다.

그녀는 바로 못 했던 대사를 설명하려 했다. 배우로서 왜 멈췄는지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었다. 그가 대본을 펴면 둘은 함께 문장을 고칠 수 있었다. 그러고 나면 오늘도 친절한 남자와 서툰 환영사가 일을 잘 마친 저녁이 될 터였다.

르네아는 탁자 위의 대본을 덮었다.

“지금은 대사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세르단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의자 하나를 끌어 가까이 앉았다. 바닥에 앉아 실을 푸는 높이와 달랐다. 그의 얼굴이 거의 같은 높이에 있었다. 가까워진 뒤에도 한 팔을 더 뻗어야 닿는 거리를 남겼다. 그 거리를 자기가 움직여 줄여도 되는지 물어야 했다.

“당신한테 입 맞추고 싶어요.”

말하고 나니 목 안이 마르는 것 같았다. 르네아는 그가 대답하기 전에 말을 덧붙였다.

“연습 말고요. 막 내려가기 전에 못 한 대사를 대신하는 것도 아니고요.”

세르단은 그녀를 보았다. 사교적인 미소로 답을 미루지 않았다. 그가 숨을 한 번 내쉬는 동안 그녀는 자기 무릎을 쥔 손을 폈다. 거절을 들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전부 준비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듣고 싶은 말만 나오게 상대의 입을 가릴 수는 없었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그가 말했다.

“지금은 앉아서요.”

“네.”

르네아는 의자를 조금 더 가까이 옮겼다. 다리 끝이 바닥을 긁어 어색한 소리가 났다. 둘은 동시에 아래를 봤다가 웃었다. 그 웃음 덕분에 예쁜 동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 줄었다. 세르단이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잡자 그의 다른 손은 의자 옆에 남았다. 몸을 떠받치거나 끌어당기지 않는 손이었다.

그녀가 먼저 몸을 기울였다. 코끝이 아주 조금 닿아 멈췄다. 세르단이 괜찮다고 작게 말했고, 그녀도 괜찮다고 답했다. 그다음 입술이 닿았다. 짧고 따뜻했다. 눈을 감으니 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사실이 낯설었다. 손바닥 안의 실제 손이 느껴졌다.

떨어진 뒤 르네아는 어디를 봐야 할지 몰랐다. 그의 어깨 너머 탁자를 보다가 다시 그를 봤다. 세르단의 입가가 올라갔다. 그가 연기를 잘해서 나오는 얼굴인지 따질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방금 그가 하고 싶다고 직접 답한 말과, 자기가 가까이 간 동작이 있었다.

“웃지 마세요.”

그녀가 말했다. 그가 입술을 다물자 르네아가 먼저 웃었다.

“아니, 웃어도 돼요. 제가 지금 좀 이상해서요.”

“저도 웃는 것 말고는 할 말을 못 찾겠습니다.”

그 대답이 좋아 그녀는 손을 조금 고쳐 잡았다. 두 번째 입맞춤을 당장 청하지는 않았다. 첫 번째가 짧았다고 모자란 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세르단은 기대 앉은 채 물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르네아는 잔을 가져와 건넸다. 물을 마시는 동안 두 사람은 손을 놓았다.

그가 잔을 내려놓자 밖에서 이브론이 앞문을 닫는다고 알렸다. 르네아는 곧 나가겠다고 답했다. 아무도 막을 올리거나 박수를 치지 않았다. 그녀는 공구 주머니를 챙기고 대본은 접어 따로 들었다. 입맞춤이 있는 손으로도 내일 고칠 문장을 가져갈 수 있었다.

문을 나서기 전 세르단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르네아는 돌아봤다. 그는 지금 손을 다시 잡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손에 든 대본을 왼쪽으로 옮기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막이 내려간 뒤에도 남겨 두기로 한 빛 아래에서, 이번에는 아무 말도 놓치지 않고 대답했다.

“네. 저도요.”

15화 끝

현재 15화까지 공개했어요. 이후 공개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