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판타지 15세 이용가 12화

안무에 없는 손

본문 5,480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글자 크기20px회차 목록 ☰

르네아는 벤치 가운데 놓인 손을 보지 않으려고 선착장을 봤다.

빗줄기가 지붕 끝에서 곧게 떨어졌다. 운하를 가로막은 짐배 옆에 작은 배 두 척이 붙어 있었다. 사람들이 밧줄을 당길 때마다 뱃머리의 종이 흔들렸지만 소리는 비에 묻혔다. 금방 끝나지 않을 일이었다. 조바심을 내기에는 르네아도 젖은 소매를 말릴 필요가 있었다.

세르단의 손은 자기 무릎 위에 있었다. 벤치 가운데 놓인 손은 르네아 자신의 것이었다.

그녀는 손을 거뒀다. 누가 치우라고 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목적이 들킨 것 같았다. 물기를 털겠다는 핑계로 외투를 들었다 놓자 세르단이 낮은종으로 늦는다는 말을 전할 방법부터 찾았다. 선착장 건너 심부름꾼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그 아이도 비를 피하며 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펜이 오늘 저녁까지 기다리진 않아요. 오전에 반나절 일을 마치고 고리 꾸러미를 정리했거든요.”

르네아가 말했다. 이브론에게는 동료 시연에 갔다가 안내를 보러 건넌다고 말하고 나왔다. 오후 연습 약속은 잡지 않았다. 지금 둘이 돌아가지 못해 곤란한 것은 극장보다 젖은 신발이었다. 세르단은 그 말을 듣고 외투를 등 뒤에 받쳤다.

“몸은 어때요?”

“지금은 앉아 있어서 괜찮습니다. 저 다리까지 돌아 걷는 건 오늘 하고 싶지 않군요.”

가장 가까운 다리까지 가려면 운하를 따라 오래 걸어야 했다. 그녀도 걷고 싶지 않았다. 그가 자기 몸의 한계를 말해 준 덕분에 둘 다 원하지 않는 산책을 의젓하게 제안하지 않아도 됐다. 르네아는 발끝을 뻗고 물이 덜 튀는 쪽으로 신발을 옮겼다.

벤치 반대편에 앉은 여자가 뜨개 보따리를 무릎에서 들어 올렸다. 젖은 바닥으로 털실이 떨어질 참이었다. 르네아가 끝을 집어 주자 여자가 고맙다며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마이라의 시연에서 막 나왔다는 대화를 들은 모양이었다. 여자는 큰물결의 새 공연이 벌써 시작됐느냐고 물었다.

“아뇨. 오늘은 동료들끼리 본 거예요. 공개 공연은 다음 달이고요.”

“그럼 두 분도 거기 나오나 봐요.”

르네아는 고개를 저었다. 여자가 다시 세르단을 보더니 어디서 본 사람 같다고 했다. 그는 공연을 한 적 있다고 짧게 답했다. 여자는 오래 생각하다 결국 제 기억이 틀렸을 수 있다며 웃었다. 이어 두 사람이 같이 일하는 사이냐고 물었다.

“낮은종에서 함께 공연했어요.”

그녀는 그렇게 답하고 입을 다물었다. 여자는 그 이상 묻지 않고 뜨개를 폈다. 그런데 르네아는 대답이 너무 짧았는지 계속 생각했다. 같이 공연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으니 오늘 손에 꽃을 들고 나란히 앉아 있었던 이유도 전부 거기 포함됐을까. 세르단이 그렇게 들었을지가 궁금했다.

그는 신발의 진흙을 보고 있었다. 왼쪽 신발 가장자리에 묻은 것이 나무 바닥으로 번지지 않게 발을 조금 옆으로 뒀다. 르네아는 마음을 짐작하는 대신 그가 정말 하고 있는 일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자기도 외투의 물기를 손끝으로 짜고 있었다.

뜨개하던 여자의 배편이 먼저 준비됐다. 운하를 건너지 않고 같은 둑을 따라 내려가는 작은 배였다. 여자는 보따리를 안고 일어나 둘에게 좋은 저녁 보내라고 인사했다. 축하도 놀림도 아닌 인사였다. 르네아는 고개를 숙여 답했다. 좋은 저녁은 아직 젖은 오후 한가운데 있었다.

여자가 떠난 뒤 세르단이 말했다.

“아까 소개하실 때 조금 더 말씀하고 싶으셨습니까.”

르네아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멈춘 것을 그도 봤던 모양이었다.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었는지는 정하지 않았는데, 답은 해야 했다. 여자가 두 사람 사이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 섭섭한가. 알아본 것처럼 놀렸다면 더 싫었을지도 몰랐다.

“모르는 분한테 설명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그녀는 벤치 옆의 젖은 종이를 발끝으로 피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나니까, 당신한테도 일 때문에 여기 같이 있다고 말한 것 같아서요.”

세르단은 잠깐 그녀를 봤다. 빗소리가 커져 대답이 늦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르네아는 웃으면서 취소하지 않았다. 방금 처음 제대로 고른 말을 농담으로 만들면 다음에는 더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저는 악기점에 혼자 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아는데요.”

“같이 가고 싶어서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공연을 고르는 것부터요.”

르네아는 어깨에서 힘이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 남자의 말은 자기가 잘못 알아들은 여지를 전부 지우지는 않았다. 여전히 같이 공연하는 사람이었고, 같이 공연을 보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둘째가 첫째에 딸려 온 잔심부름은 아니었다.

“저도요. 낮은종으로 먼저 돌아갈 수 있었어요.”

“꽃을 드렸으니 할 일은 끝났죠.”

“꽃을 주러 간 걸 일이라고 하니까 너무하네요.”

그가 웃었다. 르네아도 따라 웃고 나서 벤치의 빈 곳에 손을 다시 뒀다. 이번에는 자기 손이 어디 놓였는지 알았다. 손바닥 아래 나무가 차갑고 조금 까슬했다. 작업대의 나무와 달리 오래 닦이지 않은 모서리였다.

세르단은 그 손을 봤다. 르네아가 먼저 손가락을 접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본 시간도 알 수 있었다.

“손을 잡아도 됩니까.”

작은 질문이었다. 그녀는 무대에서 처음 손을 내밀 때 받았던 질문을 떠올렸다. 오늘은 높이를 고르거나 몇 박자에 놓을지 정하지 않았다. 바닥에 실도 없고, 두 사람이 걸어야 할 선도 없었다. 그녀는 대답이 늦어지면 그가 무슨 일인지 걱정할까 봐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잡고 싶어요.”

말까지 한 뒤에 세르단의 손이 왔다.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손목이 아니라 손바닥 옆에 닿았다. 물기가 조금 남아 있었다. 르네아는 손을 뒤집어 맞잡았다. 상대의 손이 떨리는지, 자기 것이 떨리는지 구별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엄지 아래가 따뜻했다. 모서리의 차가운 감촉이 없어졌다.

마주 보는 것이 더 어려웠다. 그녀는 선착장을 보다가, 손을 보다가, 결국 그를 봤다. 세르단도 이미 그녀 쪽을 보고 있었다. 미소가 뚜렷하지 않아 잠깐 어색했다. 르네아는 그가 예쁜 표정을 준비할 겨를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 입술도 어찌 둘지 잘 몰랐다.

“지금 다음 대사 기다려요?”

그녀가 물었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없어서 곤란합니다.”

“저도요.”

둘이 웃었다. 잡은 손이 움직였지만 놓이지 않았다. 르네아는 웃음이 가라앉은 다음에도 손을 그대로 뒀다. 장면의 끝을 지키기 위해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웃음 뒤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나도 괜찮았다. 반대편에서 배를 묶는 소리가 났다. 줄을 푸는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잠깐 뒤 그녀는 손이 너무 차갑지 않으냐고 물었다. 세르단은 괜찮지만 엄지를 조금 펴도 되겠느냐고 했다. 그녀가 힘을 풀자 그의 손가락이 편하게 자리를 바꿨다. 좋아하는 손도 잘못 쥐면 불편했다. 그 사실을 듣고 바로 고칠 수 있어서 르네아는 더 오래 잡고 싶어졌다.

“어릴 때부터 비 오는 날을 싫어했어요?”

그녀가 물었다. 그는 운하 위의 지붕들을 보았다. 어릴 때는 비가 오면 연습이 줄어들 줄 알았지만 실내여서 아무 상관이 없었다고 했다. 대신 축제 손님이 적으면 일찍 끝났다. 그래서 비를 좋아하는 날도 있었다고 했다. 르네아가 웃자 그가 되물었다.

“르네아 씨는요?”

“밖에 말린 실을 생각했어요. 예전 공방에서는 비가 오면 제 것부터 걷어야 했거든요.”

“지금도 나가야 할 것 같은 얼굴입니까.”

“조금요. 오늘은 안 널었는데도.”

그녀는 잠깐 낮은종의 보관함을 떠올렸다. 실은 마른 천에 싸 들어 있었다. 돌아가도 누가 더 기다려야 할 일은 없었다. 다른 사람이 자기 손을 잡고 있을 때도 자기 물건을 걱정하는 마음은 남았다. 그래서 마음에 덜 들어 할까 걱정했지만 세르단은 외투가 젖으면 내일 목공할 때 찝찝하겠다는 자기 걱정을 보탰다.

“지금도 공연 생각합니까.”

그가 물었다.

“조금요. 당신도 내일 일을 생각했잖아요.”

“그렇군요. 방금 말은 좀 억울했겠습니다.”

“저는 젖은 옷을 입고 있는 당신도 보고 있어요.”

말이 너무 곧게 나왔다. 르네아는 손을 놓지 않은 채 시선을 비 쪽으로 돌렸다. 귀 가까이가 뜨거웠다. 세르단은 웃지 않았다. 손가락에 닿는 힘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그녀가 대신 알 수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 빗물이 같은 곳으로 계속 떨어졌다.

“저도 르네아 씨를 보고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단순한 문장인데 무대 위에서 들어 본 어떤 긴 대사보다 부끄러웠다. 그녀는 꽃을 가져갔다 온 사람도, 자기 공연을 비교하던 사람도, 벤치에서 조금 전까지 손을 감췄던 사람도 전부 지금의 자기라고 생각했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모습만 골라 내밀지는 못했다.

“제가 오늘 좀 얌전해 보이죠.”

“가끔만요.”

“그 말은 안 해도 됐어요.”

“그럼 다시 해 보겠습니다.”

그가 몸을 고쳐 앉자 르네아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이 꼭 더 나은 대답을 고르라는 뜻은 아니었다. 손을 잡고도 남자가 자기 취향대로 말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나중에 생각하면 조금 얄미울 수 있겠지만 지금은 웃겼다.

선착장 사람이 운하를 건너는 배도 곧 받겠다고 외쳤다. 줄을 끊지 않고 걸린 것을 풀었다고 했다. 짐배가 천천히 옆으로 움직였다. 르네아는 일어날 때 어느 손부터 움직일지 잠깐 망설였다. 그때 세르단이 손을 펴며 외투를 입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녀도 손을 놓고 자기 소매를 잡았다.

빈 손바닥에 바람이 닿았다. 놓쳤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옷을 입은 뒤 다시 잡을 수도 있고, 배를 탈 때는 손잡이를 잡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일어서며 벤치에 남은 물기를 봤다. 두 사람이 앉아 있던 자리는 다르게 말라 있었다.

승선 줄에 서기 전에 세르단이 잠깐 기다려 달라고 했다. 앉았다 일어난 뒤 바닥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르네아는 옆으로 비켜 그와 함께 섰다. 아까 잡았던 손으로 당겨 주지 않았다. 그는 지붕 기둥을 보고 고개를 한 번 움직인 뒤 이제 괜찮다고 말했다.

“배에선 손잡이를 잡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르네아는 손잡이가 질투할 만하다는 대답을 하려다가 웃음만 냈다. 그녀도 젖은 발판에서는 양손이 필요했다. 둘은 차례로 배에 올랐다. 마주 앉은 자리에서 그녀는 아직 조금 따뜻한 자기 손바닥을 무릎 위에 폈다.

낮은종에 도착하니 비가 가늘어졌다. 펜은 이미 자기 일을 마치고 갔고, 이브론은 문턱에서 젖은 신발부터 털라고 했다. 두 사람을 놀리는 말은 없었다. 르네아는 그 평범한 잔소리가 고마웠다. 누군가 알아맞히거나 이름 붙여 주지 않아도 오늘 벤치의 일은 충분히 있었다.

세르단은 외투를 말리러 작업실로 갔다. 르네아는 무대 앞에 서서 바닥을 봤다. 실이 들어 있는 보관함, 봉인한 회전대, 쉬고 있는 전면 회로가 어제와 같았다.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았다는 이유로 내일의 장면이 저절로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자기가 말할 때 그가 기다리는 얼굴은 다르게 보일 것 같았다.

그녀는 수첩을 펼쳤다. 환영이 내려간 뒤 두 사람이 더 남아 있는 장면을 적으려 했다. 연필 끝이 종이에 닿기 전에 세르단이 문 옆에서 물었다.

“내일은 어디서 시작합니까.”

르네아는 무대 가운데 자기 발을 놓아 보았다. 실을 잡지 않은 손이 허전했다. 바로 그 자리에 조금 더 서 보고 싶어졌다.

12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