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판타지 15세 이용가 9화

불을 끈 뒤의 대사

본문 5,315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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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날 오전, 불을 줄이기 전까지 새 장면은 아주 간단해 보였다.

르네아는 무대 끝에 놓인 유리등 두 개를 확인했다. 하나는 퇴장문 위에, 다른 하나는 객석 통로에 남길 것이었다. 펜은 커튼을 당기는 줄을 손에 쥐었다. 세르단은 환영 없는 바닥을 천천히 한 번 걸었다. 분필 선과 발끝이 모두 보였다. 그가 오늘은 짧게 해 보겠다고 말하자 르네아는 수첩을 접었다.

실은 보관함에 있었다. 이미 생긴 하중을 어둠 속에서 풀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오늘은 옷의 움직임과 등불의 밝기만 확인하기로 했다. 새 치마의 고리가 허리 옆에서 가볍게 닿았다. 르네아는 그 감촉 때문에 마음이 풀릴까 봐 바닥을 다시 봤다.

“제가 그 자리에서 말하면요?”

세르단이 마지막 동선을 가리켰다. 세 걸음을 마친 다음, 몸을 돌리지 않고 자기 목소리만 뒤로 보내는 장면이었다. 르네아는 객석에 남은 불빛이 무대의 그의 발을 비추는지 확인했다. 지금은 보였다. 펜이 커튼을 절반쯤 닫자 앞의 넓은 그림자가 가늘어졌다.

첫 번째 등불 덮개가 내려갔다. 르네아는 세르단의 얼굴을 봤다. 그는 앞의 문기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괜찮다는 말이 나왔다. 그녀는 조금 더 기다린 뒤 다음 등불을 가려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객석 쪽 불빛은 남았다. 그런데 무대 위에서는 바닥이 사라졌다.

르네아가 그 차이를 알아차린 것은 세르단이 손바닥을 들었을 때였다. 그는 발을 옮기지 않았다. 앞을 보고 그대로 서 있었다. 얼굴은 옆의 등잔보다 더 창백해 보였다. 그녀는 펜의 이름을 불렀다. 조수는 이미 덮개를 올리고 있었다. 커튼이 열리고 무대에 넓은 빛이 돌아왔다.

새 동작은 멈췄다. 지워야 할 환영도 없었다. 그래도 세르단의 발은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괜찮아요?”

르네아가 물었다. 그의 손은 아직 올라가 있었다. 그 손이 내려오기 전에 다가가 붙들고 싶은 마음을 누르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옆의 실제 의자를 가리켰다. 그가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위치를 말로 설명했다.

“오른쪽으로 한 걸음 안 되는 곳에 의자가 있어요. 가져다 놓을까요?”

“네. 바로 뒤에 부탁합니다.”

펜이 의자를 옮겼다. 르네아는 앞에 선 채 기다렸다. 세르단은 등받이를 손으로 확인하고 앉았다. 시선은 문기둥에서 오래 떨어지지 않았다. 물을 바로 건네도 되는지 물었을 때 그는 조금 뒤에 받겠다고 했다. 그녀는 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어둠은 이미 사라졌는데 몸은 아직 그 안에 있는 듯했다. 르네아는 그걸 자기가 아는 감각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가 문장을 고르는 동안 다음 장면을 말하지 않았다. 펜도 등불 곁에 앉았다. 누군가 서서 기다리면 쉬는 사람이 일어나야 할 것 같을 수 있었다.

“통로의 불이 바닥까지 오는 줄 알았습니다.”

한참 뒤 세르단이 말했다.

“커튼이 닫히니까 선이 안 보이더군요. 그대로 서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제가 객석에서 본 것과 달랐어요.”

르네아는 수첩을 펼쳐 작은 등불 그림에 줄을 그었다. 켜져 있다는 사실과 발밑이 보인다는 사실은 같지 않았다. 낮에도 알던 것을 장면이 아름다워 보이는 동안 빠뜨렸다. 그가 동의했다고 준비가 저절로 옳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다음에는 여기 등을 더 두면 되지 않을까요?”

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세르단은 문기둥을 보며 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다시 하지 않겠습니다.”

르네아는 연필을 멈췄다. ‘다음에는’이라는 말을 자기도 하고 싶었다. 고칠 곳을 찾으면 오늘 실패한 사람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세르단이 그 시험에 다시 서야 한다면 그건 자기 안심을 위한 일이었다.

“이 장면은 빼요.”

그녀가 말했다.

“등불을 끄는 대신 막을 내리면 돼요. 끝이 느려야 한다는 건 제가 좋아하는 모양이지, 꼭 어둠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어요.”

세르단은 그제야 그녀를 봤다. 고마워한다는 표정이라고 정하지 않았다. 르네아는 수첩에 새 지시를 썼다. 막이 내려간 다음에도 빛 유지. 마지막 말은 밝은 자리에서. 손바닥 신호 뒤 모두 동작 정지. 연필이 종이를 긁는 동안 그의 손이 천천히 내려왔다.

펜은 점심 전에 받아 와야 할 커튼 고리 꾸러미가 있다며 나갔다. 돌아오기까지는 창고의 남은 일을 하지 말겠다고 했다. 이브론에게도 오늘 무대 연습은 끝났다고 전하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고맙다고 답했다. 펜은 꾸러미를 받을 시각을 수첩에 적고 빈 주머니를 챙겼다. 나갈 때도 등을 하나 더 켜 두었다.

극장에 남은 것은 물잔과 의자 세 개, 아직 밝은 무대였다. 세르단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르네아는 자기 의자를 옆으로 옮겼다. 그가 처음 새를 받쳤던 날에는 손자국을 확인했고, 오늘은 아무 데도 손을 대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도움을 주는 모양이 적어 보이는 날이었다.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고 말하면, 늘 할 수 있는 일을 증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가 말했다. 르네아는 자기 치마 끝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들었다.

“누가 그래요?”

“저도요.”

그는 입술을 한 번 문질렀다. 물기를 닦는 동작처럼 보였지만 잔은 이미 내려놓은 뒤였다.

“다벨에게는 회전 안 한다고 말했습니다. 암전도 조건을 확인하겠다고 했고요. 그런데 여기서는 제가 한 번쯤 괜찮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불빛도 남고, 르네아 씨가 있으니까.”

그녀는 목 안이 잠깐 굳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있어서 괜찮아지기를 바랐다는 말은 달콤하게 들릴 수도 있었다. 오늘은 그가 앉아 있는 의자가 먼저 보였다. 그녀가 곁에 있어도 돌아오지 않는 균형이 있었다.

“제가 있어서 해 보고 싶은 건 좋아요.”

르네아는 말을 천천히 골랐다.

“하지만 제가 있으면 할 수 있다고 제가 약속하진 못해요. 오늘은 저도 해 보고 싶어서 잘못 봤고요.”

세르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이 그녀를 조금 덜 무서운 사람으로 만들었다. 누군가의 믿음을 받아들일 때마다 그 사람의 몸까지 책임질 수 있는 척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혼자 하라고 돌려보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저는 관객이 기다리는 걸 보고 싶습니다.”

그가 말했다. 르네아는 그가 큰물결 이야기를 다시 꺼낼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빈 객석 한가운데를 보고 있었다.

“다음에 제가 어떤 동작을 할지 보고 있는 얼굴이 좋습니다. 손만 움직여도 사람들이 그걸 따라오죠. 잘하던 때에는 그걸 제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요?”

“몰라서 조금 무섭고, 그래서 또 보고 싶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안 하는 동안에도 기다릴지요.”

르네아는 그의 말에 공연을 설명할 문장을 덧붙이지 않았다. 부상 때문에 작은 무대의 가치를 배웠다는 예쁜 이야기는 너무 쉬웠다. 세르단은 큰 객석도 좋다고 했다. 맨 뒤 사람에게까지 목소리가 닿을 때 가슴이 커지는 기분이 있었다고. 그 말을 들으니 그녀는 마이라의 연습실에서 느꼈던 질투와 다른 좁음을 느꼈다.

자기의 스물네 자리만으로 상대의 욕망을 가득 채울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이 자기 무대를 하찮게 만드는지 생각하다가, 르네아는 빈 의자에 놓인 수첩을 봤다. 수첩은 아직 자기 말의 절반도 적지 못했다.

“저는 관객이 웃을 때가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환영을 만들 때는 감탄을 받으려고 했어요. 제일 예쁜 걸 만들면 사람들이 제가 한 일을 알아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날 제빵사 부인이 웃었을 때는 제가 틀린 대사를 했는데도 좋았어요.”

세르단이 그녀를 봤다. 르네아는 처음 무대에서 나온 자기 목소리를 떠올렸다. 잘 엮은 실처럼 매끈하지 않았고 그때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래도 그 소리를 다른 배우에게 전부 넘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제가 웃기려던 자리가 아닌 데서 웃었잖아요. 그게 저를 틀렸다고 하는 소리는 아니었어요. 같이 뭔가 찾는 것 같았어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조금 부끄러웠다. 그가 삼 년 동안 잃은 일을 말하는데 며칠 된 자기 경험을 나란히 놓아도 될까 싶었다. 세르단은 그 말이 작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어느 순간 웃음이 났는지 다시 물었다. 그녀는 배표를 사 놓고 목적지를 모른다고 했을 때였다고 답했다.

둘은 그 대사를 한 번 입으로만 해 보았다. 세르단이 제 대사 끝을 일부러 조금 늦췄다. 르네아는 대답할 곳을 놓쳐 웃었다. 무대에 일어나지 않은 연습이었다. 오늘 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었으므로 둘은 그것을 새 동선으로 바꾸지 않았다. 말이 그냥 말로 남아도 괜찮았다.

“제가 계속 고치면 싫어요?”

그녀가 물었다.

“고칠 때마다 제가 할 수 있냐고 묻는 건 어렵습니다. 할 수 없다고 답할 일이 더 많을 테니까요. 그래도 처음부터 빼고 가져오는 건 싫을 것 같습니다.”

르네아는 그 두 가지를 수첩에 그대로 적었다.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을 수 있게 묻는 것과, 그가 원할 가능성까지 없애고 자기 혼자 안전한 사람을 만드는 것 사이에 길이 있었다. 그 길은 종이에 직선을 그리는 것보다 오래 걸릴 터였다.

“그럼 질문은 계속할게요. 거절한 날 점심까지 같이 못 먹게 되진 말아요.”

세르단이 잔을 내려놓고 웃었다.

“그건 제가 부탁드려야겠습니다. 오늘 연습이 끝났다는 말이 점심도 끝났다는 뜻인가 했습니다.”

“배고프면 진작 말해요.”

“아까는 물도 늦게 받았으니까요.”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가 웃었다. 몸은 장면이 끝나는 속도와 다른 속도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는 이제 먹고 싶다고 했다. 르네아는 바깥 노점에서 따뜻한 수프를 사 왔다. 환영의 불이 아니라 실제 화로에서 덥힌 음식이었다. 둘은 작업대 위를 치우고 빵을 적셔 먹었다. 수프가 새 옷에 튀어 그녀가 작게 욕하자 세르단도 웃었다.

오후에는 연습 대신 종이 작업만 했다. 세르단은 큰물결에 보낼 답을 썼다. 바닥이 보이는 빛을 확인하기 전에는 해당 장면을 연습하지 않겠다는 문장이었다. 르네아는 편지를 대신 쓰지 않았다. 그는 다 쓴 종이를 자기 봉투에 넣었다. 오늘 낮은종에서 없앤 장면을 다른 극장에서는 참아 내야 하는 것으로 바꾸지 않을 선택이었다.

르네아는 자기 대본의 암전 표시에 선을 그었다. 지운 문장 아래에 새 대사가 남았다. 두 사람이 배를 타러 나가는지, 그냥 걸어가는지 아직 정하지 않은 마지막이었다. 그녀는 오늘 그 끝을 다 고치지 않았다. 수첩을 덮을 때는 작은 아쉬움보다 피곤함이 먼저 왔다.

그 사이에서 얇은 공연 안내 한 장이 떨어졌다. 며칠 전 길에서 받아 끼워 둔 종이였다. 해진 모서리에 세 개의 문이 그려져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던 작은 가면극의 재공연 소식이었다. 세르단이 종이를 집어 건네며 본 적 있는 작품이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웃는 관객을 보고 싶다고 했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남자가 무대에 서 있는 동안 자기가 객석에 앉는 장면이 아니었다. 아무 일도 도와주지 않고, 같은 쪽을 보며 앉는 사람 둘을 생각하자 종이가 손안에서 갑자기 낯설어졌다.

9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