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판타지 15세 이용가 10화

빈 객석의 초대

본문 5,275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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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늦은 오후, 르네아는 초대할 때 쓸 말을 표 뒷면에 쓰지 않기로 했다.

쓴다면 세 줄은 필요할 것 같았다. 공연 참고를 하러 가자는 뜻이 아니라는 말, 그래도 직업 이야기를 한 마디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라는 말, 거절해도 내일 연습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 세 줄을 다 쓰면 초대장보다 이용 안내에 가까워질 터였다. 그녀는 아직 사지도 않은 표를 손안에 든 것처럼 내려다보다 웃었다.

세르단은 작업대에서 자기 외투의 소매를 접고 있었다. 아까 쓴 편지는 봉한 채 가방에 있다고 했다. 내일 아침 큰물결에 들러 맡길 생각이라고 했다. 르네아는 그 사실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자신이 묻고 싶은 것은 어느 극장에서 일할 것인지가 아니었다.

“내일 저녁에 공연 보러 갈래요?”

그가 고개를 들었다. 르네아는 가면극 안내를 탁자에 폈다. 세 개의 문이 그려진 종이였다. 작은 극장 물오리에서 올리는 《문을 닫지 않는 집》. 그녀는 이 년 전에 혼자 봤다. 집주인이 자기 집의 빈방을 찾다가 남의 외투만 계속 들고 나오는 이야기였다.

“제가 좋아하는 공연이에요. 같이 앉아서 보고 싶어요.”

세 줄이 한 문장으로 줄었다. 줄여도 남은 뜻은 충분히 컸다. 세르단은 종이를 한 번 읽고 내일 저녁에 가고 싶다고 답했다. 그의 대답이 공연의 좋은 점을 더 들어 보고 정하겠다는 말이 아니라서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대본을 미리 읽어 갈까요?”

그가 물었다. 르네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르단이 그 표정을 보고 웃었다.

“농담입니다. 객석에 앉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얼굴을 하셔서요.”

“제 초대가 좀 서툴렀어요?”

“아뇨. 제가 답하고 나서도 계속 설명하실 것 같았습니다.”

르네아는 안내를 반으로 접었다. 들킨 만큼 얼굴이 뜨거웠지만 나쁘지 않았다. 표는 각자 값을 내고 그녀가 두 자리를 함께 잡기로 했다. 세르단은 통로 쪽에서 바닥을 볼 수 있는 자리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는 표를 사러 갈 때 직접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사적인 초대 안에도 실제 필요한 자리가 있었다.

다음 날 낮, 르네아는 물오리 매표창 앞에 섰다. 낮은 천장 아래 객석을 먼저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표를 파는 여자가 문을 열어 줬다. 통로에는 낮은 유리등이 있고, 무대가 어두워져도 객석 쪽 등을 모두 끄지는 않는다고 했다. 좌석은 딱딱했지만 발을 놓을 바닥이 넓었다.

그녀는 둘째 줄 맨 끝 두 자리를 골랐다. 표의 번호를 다시 확인하고는 빈 의자 사이에 손가락을 넣었다. 사람 하나가 앉으면 이 정도 거리가 남을 터였다. 낮은종에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세 걸음을 걸었다. 그런데 객석의 좁은 팔걸이 하나가 더 어려워 보였다.

물오리의 무대에는 실제 나무문 세 개가 서 있었다. 구리실도 빛의 주형도 보이지 않았다. 벽 뒤에서 일하던 배우가 경첩을 조이고 있었다. 르네아는 문틀 밑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알려 줄까 하다가, 그가 벌써 받침을 끼우는 모습을 봤다. 이 공연에는 이 공연을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녀는 문을 닫고 나왔다. 자기 기술이 필요 없는 저녁을 약속하는 일도 새로웠다.

저녁 종이 울리기 전에 낮은종 일을 마쳤다. 르네아는 작업실에서 겉치마를 여미고 나무 잠금쇠를 끼웠다. 오늘은 공구 주머니를 빼도 됐다. 주머니가 없는 허리가 가벼워서 손이 자꾸 그쪽으로 갔다. 바닥에 떨어진 실 끝을 집어 보관함에 넣은 뒤 그녀는 자기가 또 일을 찾았다는 걸 깨달았다.

세르단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큰물결에 아침에 편지를 맡겼고 아직 답은 없다고 했다. 검은 외투 안에 밝은 목도리를 둘렀다. 목도리는 새것 같지 않았고 한쪽 끝이 조금 닳았다. 르네아가 그걸 보고 웃자 그는 의상의 흠을 찾는 것인지 물었다.

“아뇨. 오늘은 당신이 남의 극장 관객처럼 보여요.”

“관객도 외투를 입으니까요.”

그는 그녀의 옷을 보고 바로 말을 더하지 않았다. 르네아가 잠금쇠를 한 번 손가락으로 누르자 그제야 시선이 그곳에 머물렀다. 그녀는 그가 알아봤다는 사실을 그 짧은 멈춤에서 느꼈다. 더 묻지 않은 채 둘은 문밖으로 나갔다.

가는 길에 세르단은 어제보다 바닥이 안정됐지만 오래 서 있는 줄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표를 벌써 샀다고 알려 줬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걸음을 잡자 두 사람 사이에 말이 조금씩 비었다. 그 빈 곳을 오늘 연습의 대사로 채우지 않아도 됐다. 운하 위로 빵 굽는 냄새가 넘어왔다.

물오리 문 앞에서는 아이 둘이 서로의 모자를 바꿔 쓰고 있었다. 관객을 받는 배우가 그 모자 중 하나를 자기 머리에 얹었다가 아이가 노려보자 급히 돌려줬다. 세르단이 웃었다. 아직 무대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르네아는 그의 웃음을 자기가 놓칠까 봐 너무 빨리 쳐다봤다가 아이의 모자를 놓쳤다.

“보셨어요?”

그가 물었다.

“절반쯤요.”

그녀는 솔직하게 답했다. 둘은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무대에서 내려다보는 객석과 객석에서 올려다보는 무대는 거리가 달랐다. 세르단이 통로 쪽에 앉고 르네아가 안쪽에 앉았다. 처음에는 둘 사이 팔걸이가 유난히 넓어 보였다. 사람들은 그 주위의 빈 의자를 하나씩 채웠다.

여전히 빈 자리가 몇 개 남았을 때 종이 울렸다. 세르단이 옆의 빈 줄을 보았다. 르네아는 그가 표 수를 셀까 생각했다가, 지금도 남자의 직업을 추측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자기는 이 공연을 좋아해서 데려왔고, 그도 보고 싶다고 왔다. 오늘 그것보다 더 깊은 이유를 찾아낼 의무는 없었다.

무대의 문 하나가 열렸다. 집주인 역의 배우가 커다란 열쇠를 들고 나왔다. 그는 자기 방을 찾는다고 말하며 가운데 문을 열었다. 안에서는 다른 남자가 나와 모자를 씌웠다. 왼쪽 문을 열면 앞치마가 걸렸고, 오른쪽 문을 열면 젖은 외투를 받아야 했다. 집주인의 어깨에 남의 물건이 쌓일수록 객석의 웃음이 커졌다.

르네아는 세 번째 외투가 나오는 곳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배우는 예상한 문을 닫아 버리고 자기 등 뒤에서 외투를 꺼냈다. 그녀가 놀라 웃자 세르단도 옆에서 웃었다. 두 웃음이 시작되는 순간은 달랐지만 끝은 조금 겹쳤다. 그녀는 그걸 들으면서 무대에서 했던 호흡 맞추기를 떠올리지 않았다. 오늘은 맞지 않아도 웃을 수 있었다.

한 장면에서 집주인은 아무것도 받지 않은 채 오래 서 있었다. 문 세 개가 전부 닫혔다. 손님을 부르던 배우가 입을 다물자 객석도 조용해졌다. 르네아는 세르단이 말했던 기다리는 얼굴을 떠올렸다. 지금 자기 얼굴이 그중 하나였다. 배우는 빈 손으로 자기 모자를 집어 들었다. 그 안에서 작은 양말 하나가 나왔고 객석이 다시 터졌다. 배우는 양말을 왼쪽 문에 걸었다.

르네아는 웃다가 오른손을 팔걸이에 얹었다. 세르단의 손등에 닿을 뻔한 거리였다. 그의 손은 외투 위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손을 숨기지도 더 밀어 넣지도 않았다. 닿을 수 있는 곳에 자기 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대보다 바빴다. 그때 배우가 관객에게 문을 골라 달라고 외쳤다.

르네아가 왼쪽을 가리켰고 세르단은 오른쪽을 가리켰다. 배우는 두 사람을 보더니 한숨을 쉬고 가운데 문을 열었다. 객석이 또 웃었다. 르네아는 자기와 다른 문을 고른 남자를 봤다. 세르단이 어깨를 조금 들어 보였다. 같이 보러 왔다고 같은 답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막간이 되자 세르단이 지금은 잠깐 앉아 있겠다고 했다. 그녀는 일어나 물 두 잔을 가져왔다. 돌아오는 동안 한 노인이 그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옛 공연을 본 관객이었다. 르네아는 잔을 든 채 바로 끼어들지 않았다.

“여기 나오는 줄 알았으면 앞자리를 잡았지.”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세르단이 자기는 오늘 관객이라고 답했다. 노인은 무대를 가리키며 끝나고 인사라도 해 달라고 했다. 르네아는 그가 웃음을 어떻게 고를지 봤다. 세르단은 어깨를 펴고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오늘 인사는 저 배우들 몫입니다. 저도 끝까지 보려고 왔습니다.”

노인은 잠깐 멈칫했다가 그러면 재미있게 보라며 돌아갔다. 세르단은 르네아가 건네는 잔을 받았다. 그녀는 어려웠겠다는 말을 먼저 하지 않았다. 대신 아까 오른쪽 문을 고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왼쪽 문에 양말이 걸렸으니 배우가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갈 줄 알았다고 했다. 르네아는 자기도 그 양말 때문에 왼쪽을 골랐다고 했다.

“양말을 걸어 둔 문으로 다시 갈 줄 알았거든요.”

“같은 이유가 아니군요.”

“시작은 같잖아요.”

두 사람은 물을 마시며 웃었다. 르네아는 이 대화가 아무 소용도 없어 좋았다. 대본으로 옮기거나 자기 공연의 장점으로 만들지 않아도 오늘 같이 웃은 일은 남았다. 표를 산 값과 같은 방식으로 셀 수 없는 것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집주인은 문 세 개의 열쇠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손님들이 자기 외투를 찾아 한꺼번에 들어왔고, 정작 집주인이 빈방에서 눕자 문은 닫히지 않았다. 배우들은 웃음을 받으려고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열린 문 사이에 누운 사람의 발만 보였다. 르네아는 그 끝을 이 년 전보다 더 좋아했다.

막이 내려간 뒤 박수가 시작됐다. 실제 문들은 무대에 남아 있었고 누구도 실을 풀지 않았다. 르네아도 두 손을 마주쳤다. 세르단의 박수가 옆에서 들렸다. 그가 관객을 위해 몸을 일으키는 대신 객석 안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조금 이상하고 좋았다.

밖으로 나오니 밤공기가 목에 서늘했다. 둘은 서두르지 않고 운하 쪽으로 걸었다. 세르단은 재미있었다고 했다. 르네아가 어느 장면이 좋았느냐고 묻자 그는 손님이 전부 온 뒤에도 주인이 안 일어난 장면을 골랐다. 그녀가 그 끝을 좋아한다고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같은 문을 고른 셈이었다.

“다음에는 제가 고른 공연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그가 말했다. 르네아는 다음이라는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 대답을 한 박자 놓쳤다. 초대할 때처럼 자신의 부끄러움을 긴 설명으로 덮고 싶지는 않았다.

“가고 싶어요.”

그녀는 말하고 그를 봤다. 세르단은 웃었다. 르네아는 그 웃음을 보고도 대답 뒤에 더 큰 말을 보태지 않았다. 같이 앉을 다음 자리가 생겼다. 지금은 그것만 생각해도 길의 끝이 조금 가까워졌다.

낮은종 앞에서 헤어지기 전, 펜이 문을 조금 열고 불렀다. 마이라가 내일 낮 동료 시연에 오라는 쪽지를 남겼다고 했다. 다음 달 초연 전에 첫 장면들을 보여 주는 자리였다. 르네아는 접힌 종이를 받아 들었다. 오늘 본 세 개의 문과 마이라가 새로 고른 발끝이 겹쳐 떠올랐다.

“꽃을 가져가도 될까요?”

그녀가 세르단에게 물었다. 허락을 받으려는 말은 아니었다. 사람의 시연에 꽃을 들고 가 본 적이 없어서였다. 세르단은 마이라가 향이 강한 꽃보다 작은 들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르네아는 그가 아는 취향을 들으면서도 오늘의 저녁을 잃지 않았다. 내일은 다른 사람이 주연인 무대를 보러 갈 수 있었다.

10화 끝

현재 10화까지 공개했어요. 이후 공개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