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판타지 15세 이용가 4화

무대 밖에서 한 번 더

본문 5,354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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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아가 데려간 빵집에는 빵이 없었다.

남은 것은 덜 익은 배 세 알과 소금 묻은 과자 한 봉지, 그리고 문을 닫으려던 주인의 반가운 표정이었다. 그녀는 세르단 쪽을 보지 않고 배를 샀다. 빵집을 안다고 말한 것과 저녁을 먹일 수 있다는 말은 다른 말이었다. 그 차이를 지금 설명하면 너무 구차할 것 같았다.

“좋은 빵집이네요.”

세르단이 말했다.

“내일 오면 정말 빵이 있어요.”

“오늘은 배가 있고요.”

“있을 때 사세요. 이것도 곧 없어질 거예요.”

그가 소금 과자를 샀다. 르네아는 장부를 적는 노파에게 배 두 알만 달라고 했다가 마지막 한 알까지 샀다. 내일이면 조금 익을 것 같았다. 세르단은 그 계산을 알 수 없었을 텐데도 과자 봉지를 그녀 쪽으로 내밀었다. 그녀가 하나를 꺼내자 그는 남은 봉지를 자기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그렇게 둘의 초라한 저녁 식사가 완성됐다.

운하에는 장식등이 낮게 걸려 있었다. 붉은 유리, 노란 유리, 이가 빠진 푸른 유리. 낮에 내린 비 때문에 물이 어두웠고 등불은 그 위에서 두 번 흔들렸다. 르네아는 젖은 난간을 손으로 짚을 뻔하다 멈췄다. 극장의 난간과 달리 이쪽은 손을 축축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웃었다. 세르단이 이유를 물었다.

“세상은 손댈 때마다 다르네요.”

그는 길을 같이 걸으며 주머니에서 과자 하나를 꺼냈다. 씹는 소리가 바삭했다. 극장에서는 그렇게 작은 소리도 들을 일이 없었다. 사람이 조명 밖으로 나오면 목소리와 걸음뿐 아니라 과자를 먹는 소리까지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르네아는 그가 소금을 먼저 털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사소하고 쓸데없는 새 정보였다. 이상하게 더 알고 싶었다.

첫 번째 다리 앞에서 그가 발을 늦췄다. 다리 아래에는 푸른 물살이 세게 돌고 있었다. 세르단은 난간 바깥을 보지 않고 앞쪽의 석등을 봤다. 르네아도 걸음을 줄였다. 오늘 배가 떠났느냐고 묻던 그의 목소리를 흉내 낼 뻔하다가 그만뒀다. 농담이 어울리지 않는 순간을 알아채는 것도 같이 걷는 일의 일부 같았다.

“잠깐 서 있어도 됩니까.”

“배를 먹기 좋은 자리네요.”

그녀는 멈춰 서서 배 한 알을 건넸다. 그는 먼저 사과하지 않았다. 르네아는 그 점이 좋았다. 세르단은 배를 받아 들고 한 입 베었다. 단단한 과육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씹다가 잠깐 멈췄다. 너무 시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덜 익었죠.”

“알고 사셨습니까.”

“내일 아침에 먹으려고 했어요.”

“계획을 제가 망쳤군요.”

“아뇨. 저도 방금 망쳤어요.”

르네아도 자기 배를 한 입 베었다. 혀끝이 얼얼할 만큼 시었다. 그녀는 그 앞에서 잘못 고른 과일을 억지로 맛있다고 칭찬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같은 얼굴로 배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웃었다. 석등 아래에서 지나가던 행인이 그들을 한 번 보고 지나갔다. 르네아는 관객이 아닌 사람에게 보이는 자신이 조금 낯설었다.

세르단의 안색이 돌아온 뒤에도 둘은 한동안 서 있었다. 억지로 서두를 이유가 사라져서였다. 르네아는 손에 든 배를 주머니에 넣을 수 없어 그대로 들었다. 남의 공연장을 조용히 보며 걸었던 저녁은 여러 번 있었다. 누군가와 같이 덜 익은 배를 쥐고 서 있었던 적은 기억나지 않았다.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돌아다녔어요?”

그녀가 물었다.

“공연이 끝나면요?”

“아뇨. 빵이 없는 빵집에 가는 식으로요.”

“그때는 대개 식당이 닫기 전에 누군가 데리러 왔습니다.”

그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르네아는 그의 하루가 옷과 동작뿐 아니라 저녁 식사까지 정해져 있었을지 상상했다. 그러나 상상 속 세르단이 실제의 세르단보다 가엾거나 화려해지기 전에 생각을 멈췄다. 그녀는 그에게 물을 수 있었다. 굳이 불빛 아래서 혼자 이야기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좋았어요?”

“가끔은요. 배고프지 않았고, 무엇을 고를지 몰라도 됐으니까.”

대답이 단순한 불행이 아니라서 좋았다. 세르단은 과자 봉지를 다시 꺼내며 그녀에게도 물었다. 르네아가 무대에서 일하기 전에는 무얼 했는지. 그녀는 목공의 딸도 귀족의 숨겨진 아이도 아니라고 먼저 말했다. 세르단은 그런 질문을 한 적 없다고 했다. 그녀는 그제야 자기 대답이 공연 소개처럼 시작됐다는 걸 깨달았다.

“종이등을 만들었어요. 어머니가 등을 팔았거든요. 저는 잘 안 팔리는 모양만 만들었고요.”

“새 같은 거요?”

“물고기 안에 새가 있는 모양이요. 불을 켜면 새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처럼 보였죠.”

세르단은 상상하려는 듯 잠깐 눈썹을 모았다. 르네아는 그 얼굴을 보며 어머니가 웃었던 이유를 알았다. 그는 결국 묻지 않고 웃었다. 이해하지 못했어도 예쁘다고 말해 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원하는 반응이었다.

“지금 만들면 하나 사겠습니다.”

“왜요. 방금 얼굴은 싫어하는 얼굴이었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니까요.”

르네아는 배의 꼭지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예쁘다는 말보다 오래 남는 대답이었다. 궁금해서 보고 싶은 것. 그녀가 오늘 그와 걸으며 생각한 것도 비슷했다. 같은 데서 온 감정은 아닐지 몰랐다. 그가 말한 것은 종이등이고 그녀가 궁금한 것은 옆의 남자였다. 그래도 조금 용기가 났다.

“공연도 그래서 부탁했어요. 어제 새를 받치는 걸 봤을 때.”

“제가 다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아니고요?”

“그건 제가 알 수 없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너무 차갑게 들리지 않았는지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상대의 미래를 아는 척하는 위로를 보태고 싶지 않았다. 대신 지금은 아는 말을 골랐다. 오늘 무대에서 그가 자기 대사를 기다려 준 순간을 떠올렸다.

“오늘은 보고 싶었어요. 제가 옆에 서 있었지만 그래도요.”

세르단은 대답하지 않았다. 등불에 비친 그의 얼굴이 조금 붉어 보였다. 유리등 탓일 수도 있었다. 르네아는 어느 쪽인지 확인하려 가까이 가지 않았다. 다리 너머의 빵집에서 마지막 등불이 꺼졌다. 그녀는 그제야 둘의 저녁 식사가 끝난 지 한참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세르단 씨가 제 대사를 바꿨잖아요.”

“대답이 안 나와서 기다릴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걸 화내려는 게 아니에요. 다음에도 그래도 된다고 말하려고요.”

그녀가 말하자 그의 어깨가 풀렸다. 르네아는 뒤늦게 한 가지를 더 붙였다. 자기 대사를 대신 끝내지는 말아 달라고. 멋있게 보이는 것보다 자기가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세르단은 알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자기도 부탁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

“제가 멈추면, 괜찮은지 먼저 물어봐 주십시오.”

르네아는 배를 한 번 고쳐 쥐었다. 그 말은 난간 옆에서 왜 손을 뻗다 멈췄느냐는 책망이 아니었다. 다음에는 어떻게 해 주면 좋을지 알려 주는 말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러겠다고 답했다. 대단한 약속처럼 길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곁에 있을 때 쓸 수 있는 작은 대답이면 됐다.

다리를 건널 때는 그가 먼저 출발했다. 르네아는 같은 높이에 섰다. 손을 잡고 싶은지, 잡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잠깐 혼동했다. 전자라면 자기 욕심이고 후자라면 남자의 대답을 들어야 했다. 그녀는 지금은 둘 중 어느 쪽으로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대신 주머니의 배를 조금 더 꽉 쥐었다. 사는 일은 종종 무대보다 손이 많이 갔다.

그녀의 집은 세 번째 다리 옆에 있었다. 창문에 종이등이 걸린 작은 방이었다. 세르단은 그걸 보고도 물고기 안의 새냐고 묻지 않았다. 실제로는 평범한 둥근 등이었다.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계단 앞에서 물었다.

“내일 아침에도 배를 드십니까.”

“하나 남았어요.”

“그건 조금 더 익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는 웃었다. 헤어질 때 할 말이 이렇게 시시해도 괜찮았다. 무대라면 관객이 돌아갈 것 같았지만 오늘은 관객이 없었다. 르네아는 계단 첫 칸에 발을 올렸다가 돌아섰다. 세르단은 이미 고개를 돌리려다 그녀를 봤다. 그녀는 아까의 질문을 바꿔 물었다.

“세르단 씨는 배가 좋아요, 빵이 좋아요?”

“대개는 빵이요.”

“그럼 다음엔 제가 너무 늦게 안 데려갈게요.”

그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유리등이 그의 얼굴에 닿지 않았다. 르네아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자기 쪽에서만 느꼈다.

“그건 공연 때문에 하는 초대입니까.”

“아뇨.”

그녀는 한 번에 답했다. 그러고도 계단을 도망치듯 올라가지 않았다. 세르단이 대답할 동안 기다렸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소금 과자 봉지를 꺼냈다. 한 개 남은 것을 그녀 쪽으로 내밀었다.

“그럼 저도 가고 싶습니다.”

르네아는 과자를 받았다. 손끝이 닿을 때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 아주 짧은 접촉이었다. 그녀는 그걸 오래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세르단이 돌아간 뒤에도 과자의 소금이 손끝에 남았다. 그녀는 방에 올라가 배를 창가에 놓고 장화를 벗었다. 다리가 아팠다. 내일은 공연 날이었다. 그렇다고 오늘 저녁을 그저 리허설의 일부로 남겨 두고 싶지는 않았다.

다음 날 가져갈 수첩 아래에서 짧은 쪽지가 나왔다. 펜이 낮에 끼워 둔 것이었다. 공연 전에 의상 길이를 확인해야 한다고, 내일 이른 아침에 자기가 먼저 나와 있겠다고 적혀 있었다. 르네아는 시계를 봤다. 잘 시간이었다. 그녀는 남은 과자를 종이에 싸서 수첩 위에 놓았다. 누워서도 잠깐 손끝의 소금을 생각하다 잠들었다.

이튿날 극장에는 세르단도 먼저 나와 있었다. 새 고정대의 모서리를 천으로 덮는 중이었다. 펜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웃음을 삼켰다. 누구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게 고마우면서도 약간 아쉬웠다. 르네아는 의상 자락을 들어 길이를 확인했다. 오른발을 앞으로, 왼발은 뒤로. 긴 치마가 구리실에 닿지 않는 것이 먼저였다.

세르단은 무대 앞에서 기다렸다. 마지막 장면의 손 위치를 확인할까 묻자 르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펜은 두 사람에게 촛불 한 개를 더 남겨 주고 다른 방에서 바늘을 찾았다. 이번 연습에는 환영이 없었다. 실제 불빛 아래에서는 둘 사이의 거리가 더 짧아 보였다.

“오늘 마지막에 제가 손을 놓잖아요.”

르네아가 말했다.

“네. 그리고 다시 같이 서죠.”

“손을 놓을 때 조금 천천히 해도 될까요.”

그가 그녀의 손을 봤다. 르네아는 그 뜻을 설명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급히 붙이지 않았다. 세르단은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자기 손을 그 위에 올렸다. 어젯밤 다리를 건너며 하지 않았던 동작이었다. 작업을 위해서이면서 작업만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세 걸음을 걸었다. 그가 그녀를 당기지 않았고 그녀도 그의 속도를 앞서지 않았다. 끝에 닿았을 때 손이 떨어졌다. 아주 천천히. 르네아는 그것이 자기 부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쉬웠다. 세르단은 약속한 반 발을 돌아왔다. 그리고 대사 대신 말했다.

“다음 빵집은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르네아는 웃었다. 자기 손을 한 번 접었다 폈다. 이 장면은 오늘 관객이 볼 수 없었다. 그것을 두 사람만 알고 있다는 것이, 공연 날 아침 가장 좋은 일이었다.

4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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