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판타지 15세 이용가 3화

당신을 보지 않는 연기

본문 5,462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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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라는 르네아가 상상했던 것보다 키가 작고 목소리가 낮았다.

“초대받지 않고 왔네요. 싫으시면 돌아갈게요.”

그녀는 극장 문턱에서 모자를 벗었다. 보랏빛 장갑에는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거들먹거리는 스타가 오면 냉정하게 대할 생각이었던 르네아는 준비해 둔 표정을 쓰지도 못했다. 대신 입구에 젖은 우산을 받칠 통이 없다는 사실부터 눈에 들어왔다. 환영으로 꽃병을 만드는 사람의 극장에 진짜 우산꽂이가 없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한 자리는 있어요. 우산은 저 주세요.”

“우산을 맡기면 괜찮은 손님이 될 수 있나요?”

르네아가 웃었다. 마이라도 웃었다. 둘 사이의 어색함은 조금 줄었지만, 르네아가 공연 전에 배가 아파진 이유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세르단과 어제 맞췄던 걸음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나갔다. 관객이 한 사람일 때와 다섯 명일 때, 그중 한 명이 그의 옛 상대역일 때. 같은 동작이 같을 수 없었다.

무대에는 환영의 난간 대신 실제 나무틀이 놓여 있었다. 르네아가 바닥을 엮는 동안 펜이 나무틀을 옮겼다.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에는 환영을 띄우지 않았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실을 당긴 채 오래 서 있으면 그녀의 손이 먼저 지쳤다. 미리 아름답게 보이는 것보다 시작할 때 손이 멀쩡한 편이 나았다.

세르단은 분장실 문 옆에 서 있었다. 새 옷을 입지는 않았다. 검은 셔츠의 소매를 걷지 않은 것만 달랐다. 르네아는 그가 오늘도 목공 일을 할 수 있는 옷을 골랐다고 생각했다가, 혹시 그것이 돌아갈 자리를 남겨 두는 방법인가 싶었다. 그는 마이라와 눈이 마주치자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녀도 같은 깊이로 답했다. 오래 연습한 인사 같았다.

르네아는 알 수 없는 과거를 구경하는 대신 구리실을 확인했다. 손님 세 명은 이브론이 아는 직물상과 제빵사 부부였다. 마이라를 합쳐 넷. 펜은 통로에서 관객에게 박수는 막이 내려간 뒤에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제빵사의 아내가 이상한 예절도 다 있다고 웃었다. 펜은 환영이 사라진 뒤에는 크게 쳐 주셔도 된다며 웃어 보였다.

“춤도 그 뒤에 추는 건가?”

직물상이 세르단을 알아보고 말했다.

“안 본 사이에 옷차림이 소박해졌군. 일곱 번 돌던 건 지금도 하는가?”

세르단의 턱이 조금 굳었다. 르네아는 손가락에 실을 걸던 동작을 멈췄다. 그녀가 대신 답하면 그는 오늘도 설명할 기회를 잃을 것이다. 그가 대답하기 전에 손님은 이미 다음 말을 꺼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질문을 하면서도 대답을 듣지 않을 때가 많았다.

“한 번이면 돼. 옛날 생각도 나고.”

“오늘은 회전하지 않습니다.”

세르단이 말했다. 짧았지만 객석 끝까지 들리는 목소리였다. 직물상은 의외라는 얼굴을 했다. 르네아는 손바닥을 바닥 쪽으로 내려 빛을 끌어올렸다. 난간이 아직 완성되기 전, 그녀도 무대 앞에 섰다. 어제까지는 막 옆에서 장면을 도와주는 자리였다. 관객 앞에 서자 신발 끈이 풀린 것도 아닌데 자꾸 발끝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오늘 새로 시작하는 극이에요. 저도 처음 서고요. 너무 잘하는 사람 하나만 보시면 억울해요.”

제빵사 부부가 웃었다. 직물상도 고개를 끄덕였다. 르네아는 자기가 왜 무대에 서고 싶은지 그 웃음 덕분에 조금 알았다. 칭찬받는 것과는 달랐다. 자기 말에 다른 사람이 지금 대답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녀가 만든 새는 제멋대로 이빨을 드러내거나 대사를 바꾸지 못했다. 사람은 그럴 수 있었다.

세르단이 그녀 옆으로 왔다. 오늘은 미리 손을 잡지 않았다. 이야기 속에서 처음 만나는 두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르네아는 손목을 돌려 긴 난간을 세웠다. 금색이 섞인 붉은 빛이 바닥에서 자랐다. 그것은 운하 다리의 난간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폭이 한 뼘도 되지 않는 무대 장식이었다. 두 사람은 그 옆을 걸었다.

“배가 떠났습니까.”

그가 첫 대사를 했다. 르네아는 대답해야 했다. 배가 떠났다는 다섯 글자. 백 번쯤 머릿속으로 말했던 문장이 입 안에서 낯설어졌다. 관객이 조용했다. 그녀는 자신의 침묵까지 연기로 보일 만큼 좋은 배우가 아니었다. 손가락에 걸린 구리실이 축축해졌다. 땀이었다.

세르단이 창밖을 보는 동작을 했다. 사람들의 눈이 그쪽으로 갔다. 아주 짧은 틈이었다. 르네아는 숨을 쉬고 대사를 찾았다.

“조금 전에요.”

원래 있던 말은 아니었다. 세르단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럼 저는 여기 있어야겠군요.”

그것도 원래 대사가 아니었다. 대본에서는 남자가 다음 배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여기 있겠다는 말 때문에 르네아는 괜히 손가락을 더 굽혔다. 관객이 그를 따라 바깥을 보고 있어 난간의 하중은 낮았다. 그녀는 손목의 각도를 바꾸며 두 번째 말을 골랐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면 가셔야죠.”

“있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그녀를 봤다. 객석의 어둠 너머로 누군가의 옷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르네아는 오늘 마이라가 보는 공연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세르단 때문인지 자기 자존심 때문인지, 둘 다인지 골라낼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원래 동선대로 반 걸음 움직였다. 그가 비워 둔 자리로.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데요?”

“아직 배를 타지 않은 모양입니다.”

제빵사의 아내가 작게 웃었다. 난간이 한 번 무거워졌다. 관객이 두 사람 대신 빛을 본 순간이었다. 르네아는 오른손 검지를 두 번 움직였다. 둘이 정한 신호였다. 세르단은 난간을 짚으려던 손을 멈추고 자기 셔츠 단추를 만졌다. 정장을 고쳐 입는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동작.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 갔다.

르네아는 얇게 숨을 내쉬었다. 어제의 연습이 그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세르단도 긴장하고 있었고 그녀의 손도 떨렸다. 그러나 서로의 작은 동작을 알아봤다. 그 사실이 몸 안에서 차분한 장소 하나를 만들었다. 그녀는 더 무거워지지 않는 난간 옆으로 조금 더 나아갔다.

대본의 마지막에서 여자는 손을 내밀어야 했다. 남자는 그 손을 잡았다가 한 번 놓고, 나란히 서기 위해 반 발 돌아와야 했다. 르네아가 손을 폈다. 세르단은 그녀의 손을 봤다. 이번에는 공연 중인 손이었다. 그런데 손바닥이 닿자 어제 연습실에서 있었던 일이 함께 돌아왔다. 손을 빼고 싶지 않았던 아주 짧은 욕심까지.

그녀는 시선을 그의 어깨로 옮겼다. 얼굴을 보면 대사를 잃을 것 같았다. 자신을 보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의 표정도 연기로 보일까. 르네아는 그 답을 모르면서 마지막 실을 풀기 시작했다. 하나에서 여덟까지. 빛의 난간이 바닥으로 낮아졌다. 세르단은 여덟에 손을 놓았다. 약속한 대로였다.

“이제 가셔도 돼요.”

그녀가 말했다. 남자는 반 발 옆으로 움직였다.

“네. 같이 가도 된다면.”

막이 내려갔다. 펜이 뒤쪽 줄을 당겼다. 르네아는 완전히 가려진 뒤에야 숨을 몰아쉬었다. 박수가 들렸다. 네 사람의 박수는 생각보다 컸다. 환영은 이미 바닥으로 돌아간 뒤였다. 손가락에는 견딜 무게가 남아 있지 않았다. 르네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웃자 세르단도 웃었다. 둘 사이에는 종이 한 장만큼의 여유도 없이 긴장이 차 있었는데 이제 조금씩 빠져나갔다. 르네아는 엉킨 구리실을 풀다가 자기 이름을 불러 보았다. 아무 이유도 없는 작은 소리였다. 세르단이 그녀를 봤다.

“왜 이름을 말합니까.”

“제 몸이 아직 여기 있나 확인하려고요.”

“잘 있군요.”

“아뇨. 절반쯤 객석에 떨어진 것 같아요.”

그가 웃었다. 르네아는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대사를 바꿨을 때 조금 무서웠다는 것. 자기가 배우인지 아직 모르겠다는 것. 그래도 다음에도 하고 싶다는 것. 그런데 막을 올리고 인사하자는 펜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앞으로 나왔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대신 발끝을 같은 높이에 맞췄다.

손님들이 나간 뒤 마이라가 무대 옆에 남았다. 세르단은 이브론에게 불려 소품실로 갔고 르네아는 우산을 돌려주려고 문가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낮의 비는 거의 그쳤다. 마이라는 우산 자루를 받고도 바로 나가지 않았다.

“좋았어요. 두 번째 배를 기다리지 않는 결말.”

“배 얘기를 쓴 건 저예요.”

말하고 나니 자랑처럼 들렸다. 실제로 자랑하고 싶었다. 마이라는 그걸 나쁘게 듣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장갑 손목을 여미며 난간이 있던 자리를 봤다. 예전 무대에서 세르단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르네아는 묻고 싶었다. 묻는 순간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도 드러날 것 같았다.

마이라가 먼저 말했다.

“제 공연도 보러 오세요. 다음 달엔 제가 주연이에요.”

“파트너는요?”

“아직 고르는 중이고요. 이번에는 제가 골라요.”

르네아는 그 말의 끝에 있던 미소를 봤다. 세르단과 함께 무대에 섰다는 사실이 이 여자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런데 자기는 아침부터 그녀를 낡은 포스터의 일부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르네아는 우산 손잡이를 똑바로 돌려 건넸다.

“꼭 보러 갈게요.”

“그 약속은 제가 기억해도 되죠?”

“제 무대가 겹치지만 않으면요.”

이번에는 마이라가 크게 웃었다. 그녀가 떠난 뒤 르네아는 문을 바로 닫지 않았다. 비에 젖은 돌바닥에서 빛이 번졌다. 전혀 구리실을 쓰지 않았는데도 세상이 아름다웠다. 조금 억울했다. 세르단이 뒤에서 왔다. 그녀는 발소리를 듣고도 돌아보지 않았다. 여전히 얼굴을 보면 대사를 잃을 것 같은 기분이 남아 있었다.

“오늘 저를 안 보시더군요.”

그가 말했다.

“보면 웃을 것 같아서요.”

“제가 우스웠습니까.”

“아뇨.”

대답이 너무 빨랐다. 르네아는 천천히 그를 봤다. 그는 소품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모양이었다. 검은 어깨에 가는 실밥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실밥을 떼어 주고 싶었다. 잡초를 뽑거나 구리실을 당길 때와는 다른 종류의 욕심이었다. 그녀는 손 대신 시선을 자기 치마에 내렸다.

“내일 공연도 떨릴 것 같아요.”

“저도 그럴 겁니다.”

“당신이요?”

“오늘도 떨렸습니다.”

그는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 끝이 아주 조금 움직이고 있었다. 르네아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대신 자기 손을 옆에 놓았다. 두 손이 같은 높이에서 제각기 떨렸다. 그녀는 그 모양이 우스워 이번에는 참지 않고 웃었다. 세르단도 웃었다. 이 웃음은 관객이 보지 못했다.

저녁 종이 울리자 둘은 뒤늦게 창밖을 봤다. 이브론은 벌써 손님들과 나갔고 펜은 장비를 덮은 뒤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극장에 불을 끄는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세르단이 벽의 열쇠를 집어 들었다.

“집이 운하 건너편입니까.”

“세 번째 다리 옆이요. 왜요?”

“저녁을 못 먹어서요. 그쪽에 빵집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르네아는 대답하기 전에 생각했다. 무대의 다음 장면을 정하는 것인지, 길이 같은 두 사람이 배를 채우자는 것인지. 어느 쪽이든 괜찮다고 말하기에는 다른 한쪽이 조금 더 좋았다.

“빵집은 알아요. 하지만 제가 안내하면 오늘은 새 얘기 안 해요.”

“그럼 무슨 얘기를 합니까.”

“아직 모르겠어요.”

그녀는 문턱을 먼저 넘었다. 세르단이 불을 끄고 뒤따라 나왔다. 닫힌 극장 안에는 무대도 난간도 두 사람의 대사도 남아 있었다. 르네아는 빈 오른손을 치맛자락에 한 번 문질렀다. 오늘 저녁에는 어떤 손으로 걸어야 할지, 대본에 적어 둔 적이 없었다.

3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