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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 전체 이용가 161화

비가 그친 뒤의 의자

본문 5,269자 · 공백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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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유리는 이백여든일곱째에 세온이 여든넷째 쓴 편지를 받아 자신의 일흔아흐레째 편지가 여든둘째에 실제 도착했음을 알았다.

서로 다른 날 비슷한 읽음의 부탁을 썼음을 알아차리고 에다와 짧은 원고와 책의 단락을 읽으며 자기 호흡의 길이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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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책의 빈 앞장에 먼저 닿았다. 유리는 책을 닫고 손바닥을 올리려다가 천부터 덮었다. 이백여든여덟째 오후, 뜰의 처마 밑까지 바람이 들어왔다. 젖은 것은 책의 빈 앞장이었다. 그녀는 본문까지 젖었다고 마음속에서 피해를 늘리지 않고 실제 물기가 있는 자리를 봤다.

에다는 원고를 품에 넣고 서 있었다. 둘은 잠깐 바깥에서 읽어 볼 생각이었다. 친구의 첫 독자가 오늘 다시 첫 단락을 들어 보겠다고 했고, 숙소의 조용한 자리가 어디가 좋을지 먼저 보고 있었다. 손님이 아직 오지 않아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유리는 젖은 천을 들어 책과 따로 뒀다.

처마 아래는 눈으로 보기에는 넓었지만 의자가 바람 쪽을 향하고 있었다. 유리는 한 손으로 책과 받침을 함께 들지 않았다. 에다에게 책만 맡아 달라고 말했다. 친구는 자기 원고를 가방에 넣은 뒤 책을 받았다. 두 사람이 각자 빈손을 만든 다음 물건을 나눴다. 도움을 받는 동작에도 순서가 있었다.

숙소 직원은 안쪽 공용실을 잠깐 쓸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손님이 지나가는 길을 막지 않는 조건이었다. 에다는 오늘 듣기로 한 사람이 한 명이고 읽을 범위는 두 단락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내세워 더 큰 자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유리는 의자 두 개와 자기가 쉴 한 자리가 있는지 봤다.

공용실 창은 낮았다. 비에 젖은 잎이 유리에 가까이 붙어 있었다. 유리는 책의 앞장을 마른 천으로 눌러 물기를 받았다. 종이가 이미 조금 울었다. 문지르면 더 상할 수 있어 손을 떼고 평평하게 뒀다. 원래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계속 만지는 것이 물건을 돌보는 일은 아니었다.

관리인은 젖은 책을 놓아둘 마른 쟁반을 내줬다. 유리는 빌린 받침도 천을 갈아 쓰면 되는지 물었다. 그가 현재 천 상태를 보고 새 마른 것을 가져왔다. 책이 젖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필요한 조정을 받으니 해야 할 동작이 줄었다. 그녀는 자기 잘못을 크게 설명해 용서를 받아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책은 유리가 가진 것이었고 받침은 숙소에서 빌린 물건이었다. 두 물건의 상태와 돌려줄 조건은 달랐다. 그녀는 젖은 자리가 받침에는 닿지 않았음을 현재 확인했다. 책 앞장의 작은 얼룩은 남을 수 있었다. 그 얼룩 때문에 세온에게 읽어 줄 단락의 말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에다는 의자를 조금 옮겨 보더니 여기서는 원고가 덜 흔들리겠다고 했다. 유리는 문 바로 앞이면 사람이 들어올 때 목소리가 끊길 수 있다고 말했다. 친구는 문을 닫아 달라는 대신 의자를 한 자리 옆으로 옮겼다. 공용 공간을 쓰면서도 자기 읽음의 범위를 만들 수 있었다.

기다리던 손님은 약속한 때에 왔다. 에다가 처음 원고를 보여 줬던 같은 숙소 사람이었다. 유리는 이름을 따로 기록하지 않았다. 친구가 소개한 대로 인사하고 책을 말리는 쪽 의자에 앉았다. 오늘 원고의 첫 독자는 이미 그 사람이었고, 자신은 다른 날 짧게 들은 친구였다. 순서를 서로 바꿔 부를 필요가 없었다.

에다는 이번에 고친 첫 두 단락을 읽겠다고 했다. 손님은 중간에는 말하지 않고 다 들은 뒤 느낌을 얘기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친구가 좋다고 답했다. 유리는 듣는 방법을 둘이 먼저 고르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원고를 펼치는 것만으로 남의 반응을 모두 견뎌야 하는 자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문고리를 잡은 인물은 팔꿈치를 접었다. 이어 잔이 탁자에 닿는 소리가 났다. 에다의 목소리는 그 두 동작 사이에서 조금 느려졌다. 유리가 전날 읽었을 때 끊겼던 곳과 달랐다. 자기 호흡으로 생긴 쉼이 글의 유일한 길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번에는 문장보다 소리 사이를 들었다.

손님은 첫번에는 방 안 사람이 너무 태연해 보여 화가 났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그 느낌은 조금 남았지만, 잔을 내려놓는 소리 때문에 문밖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고 했다. 다만 왜 문을 열어 주지 않는지는 여전히 궁금하다고 했다. 에다는 바로 이유를 설명하려다가 원고 쪽을 봤다.

“그 뒤를 읽으면 조금 달라질 수 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썼던 것만 다시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친구가 말했다. 손님은 다음에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을 오늘 전체 원고를 내놓으라는 요청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에다는 현재 두 단락에서 어떤 소리가 먼저 남았는지 물었다. 질문을 좁히자 손님도 자기 기억을 더 쉽게 말했다.

유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자기 의견을 보태고 싶은 곳이 있었지만 먼저 읽은 사람의 말을 끝까지 기다렸다.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모든 침묵에 들어갈 차례를 주지는 않았다. 창밖 비가 잦아들 때 손님은 잔보다 문고리가 더 차갑게 들렸다고 말했다. 원고에 온도가 서로 다른 두 물건이 생겼다.

에다는 그 말을 적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손님이 괜찮다고 답했다. 유리는 친구가 의견을 받는 손을 봤다. 다른 사람이 잘 썼다고 하지 않아도 계속 쓸 수 있는 질문을 얻고 있었다. 오늘 읽음은 승패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었고 반응이 모두 같아야 성공하는 시험도 아니었다.

손님이 돌아간 뒤 에다는 원고를 바로 고치지 않았다. 유리는 어디를 바꿀 생각이냐고 묻지 않고 물을 건넸다. 친구는 자기 문장을 다른 사람 앞에서 끝까지 읽고 나니 이제야 목이 마르다고 했다. 유리는 전날 두 단락만 읽어도 물이 필요했던 일을 말했다. 에다가 자기 원고가 목을 마르게 한다며 웃었다.

유리는 그 웃음 뒤에 자기가 읽어 줄 한 단락도 오늘 연습할지 잠깐 생각했다. 그러나 오른손이 이미 당기고 있었다. 친구의 일을 같이 준비했고 젖은 책도 옮겼다. 오늘 좋은 장면을 더 만들려고 저녁의 힘까지 앞당겨 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는 지금 쉬겠다고 말했다.

에다가 책은 자기가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유리는 마른 쟁반 위에 놓인 채로 직원에게 맡겨 달라고 부탁했다. 방으로 바로 올리면 덜 마를 수도 있었다. 관리인이 현재 놓아둘 자리를 받아 주었다. 유리는 빌린 받침을 먼저 돌려주고 천 상태도 함께 말했다. 자기 방에서 쉬는 동안 물건을 계속 붙들지 않아도 됐다.

계단을 오르다 잠깐 멈췄다. 비가 그치고 공기가 차가워졌다. 온실 창문을 닫아야 할 것 같은 습관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는 현재 담당이 있었고 그녀는 오늘 방문자였다. 유리는 자기 겉옷의 단추를 먼저 잠갔다. 지금 손에 맡겨진 추위는 자기 몸의 것이었다.

방에 돌아와 의자 대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세온에게 받은 편지는 마른 쟁반에 있었다. 그녀는 목소리로 들어 보고 싶다는 줄을 다시 읽었다. 자기에게 잘 읽어 달라는 명령은 없었다. 한 단락을 중간에 쉬어 읽어도 그가 실망할 것이라고 먼저 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가 어떻게 듣고 싶은지는 그때 물을 수 있었다.

오후 잠에서 깨자 에다가 책을 받으러 내려갈지 물었다. 유리는 같이 가겠다고 했다. 책은 앞장이 조금 울었지만 본문은 말라 있었다. 관리인이 실제 상태를 보여 주고 받침도 다시 쓸 수 있다고 했다. 유리는 오늘은 책만 가져가겠다고 답했다. 편한 물건이라도 매일 방에 둘 의무는 없었다.

뜰의 의자는 아직 젖어 있었다. 둘은 처마 안쪽에 서서 잎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봤다. 에다는 오늘 원고 속 인물이 잔을 내려놓은 뒤 손바닥을 어디에 둘지 생각났다고 했다. 유리는 그 자리를 자기가 고르지 않았다. 친구는 다음 장면을 이야기하며 이미 자기 원고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날 밤 유리는 세온에게 쓰던 새 종이에 책 앞장이 젖었다는 이야기를 넣었다. 읽어 주고 싶은 줄은 그대로 있다고 썼다. 자기 물건을 완벽하게 돌보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얼룩을 빼지는 않았다. 다만 작은 빗방울 하나를 큰 사고처럼 써 걱정을 부르지도 않았다. 실제로 젖고 말린 만큼의 이야기였다.

젖은 천은 그날 방 밖의 정한 자리에 말렸다. 책에 빗물이 남지 않게 하려고 썼던 천을 마른 원고와 함께 접어 둘 수는 없었다. 유리는 손이 덜 당길 때 짧게 정리하고 에다에게 나머지를 부탁했다. 두 사람이 같이 벌인 작은 외출은 끝난 뒤의 정리도 나눌 수 있었다. 친구는 원고를 먼저 넣고 천을 받았다.

그날 읽음을 크게 기념할 표시는 만들지 않았다. 에다는 실제로 들려준 두 단락과 들은 말을 자기 공책에 남겼다. 유리는 그 공책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자기가 도운 일이 어디에 적혔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함께 있었던 오후는 자기 기억에 남아 있었다. 도움을 준 사람의 이름이 모든 장면의 끝에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이튿날 아침은 이백여든아홉째였다. 전날 쓴 종이는 아직 부치지 않았다. 시계에 관한 답도 새로 오지 않았다. 유리는 보관 기한이 다음 날 끝나는 것을 확인하고 현재 연장 조건을 문의할 시간을 정했다. 오늘은 자기가 가서 물건을 열어 보거나 시계를 시험할 날이 아니었다. 편지의 길과 보관의 기한은 각기 갔다.

현재 창구에서는 다음 날 연장 조건을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유리는 그 말을 실제 지불로 적지 않았다. 이전 외장 검토는 끝났고 새 시계 관찰은 당사자의 답을 기다렸다. 같은 창구에서 말을 주고받았다고 모든 질문이 다시 열린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필요한 문의만 마치고 돌아왔다.

점심 뒤에는 자기 책의 빈 앞장을 다시 봤다. 비가 닿은 자리는 빛을 비스듬히 받으면 조금 솟아 있었다. 펴 눌러 없애고 싶었지만 종이가 충분히 마른 뒤에도 얼룩은 남았다. 유리는 그 아래에 세온에게 고른 단락을 표시한 책갈피를 넣었다. 모양이 조금 달라진 책에도 같은 문장이 있었다.

그녀는 그 단락을 혼자 읽었다. 목이 마르면 멈췄고 남은 문장을 나중에 이었다. 누가 기다리고 있지 않은 방에서는 중간에 쉬는 것이 더 쉬웠다. 실제로 그와 있을 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유리는 오늘 먼저 자기 입으로 잠깐 쉬겠다는 말을 연습해 봤다. 소리는 작았지만 방 안에서 분명히 들렸다.

저녁에는 에다가 문고리 뒤의 손바닥을 썼다고 말했다. 유리는 읽어 달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친구는 다음에 자기 눈으로 다시 보고 보여 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좋다고 답했다. 함께 읽은 시간이 곧바로 다음 원고를 받을 권리로 변하지 않았다. 자기에게도 아직 부치지 않은 종이가 있었다.

유리는 내일 입을 옷을 걸고 책을 평평하게 놓았다. 의자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비가 그친 뒤에도 젖은 의자는 한동안 앉을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생각하며 그녀는 자기가 기다리는 것도 모두 같은 이유로 늦는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몸이 쉬는 시간과 멀리서 편지가 오는 시간은 달랐다.

불을 끌 때 시계는 멈춘 채였다. 원고 속 잔은 오늘 처음 자기 아닌 사람의 귀에 새 소리로 닿았고, 책의 앞장은 마른 뒤 조금 울었다. 그 변화들에 맞춰 세상이 같은 속도로 답하지는 않았다. 유리는 내일 받을 보관 조건과 언젠가 돌아올 편지의 자리를 나누어 두고, 빈 의자 곁에서 잠들었다.

16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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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통이 지나온 길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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