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예순하루째 아침, 유리는 물을 마신 뒤 봉투를 열었다. 어젯밤 등불 아래서 보던 모서리는 손에 들자 작았다. 세온은 이백쉰이레째에 편지를 썼다. 그날 이백쉰나흘째 유리가 보낸 글을 받았다고 했다. 온실에서 사람들이 꽃이 오기 전에도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는 말과, 자기가 잠든 동안에도 같은 방에 있어 주면 좋겠다는 부탁이 그의 답 안에 들어와 있었다.
이백쉰이레째 그녀가 실제로 맡긴 새 답장에 대한 답은 아니었다. 그 봉투에는 이백쉰엿새째 본 싹과 두 후보 기간을 함께 보겠다는 말이 있었다. 세온이 지금 쓴 편지는 그보다 앞선 글을 읽고 나온 말이었다. 유리는 날짜를 나란히 보고도 서운하지 않았다. 자기 하루들이 한꺼번에 도착하지 않는 덕에 그는 온실의 의자 앞에서 조금 더 머물 수 있었다.
그는 같이 있는 동안 유리가 쉬면 자기도 책을 읽고 싶다고 썼다. 잠든 사람을 잘 돌보고 있다는 표시를 계속 만들기보다, 깨어났을 때 자기가 읽던 줄을 말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그 부분을 천천히 다시 읽었다. 자기 부탁을 불쌍한 사람의 잠으로 바꾸지 않은 문장이었다. 잠드는 몸과 읽는 사람이 같은 방에 있을 수 있었다.
세온은 자신이 언제나 조용히 기다리는 데 능숙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전해 온 소식을 빨리 정리하려는 버릇이 남아 있고, 누가 쉬고 있을 때도 다음 일을 먼저 생각할 때가 있다고 했다. 유리는 그 고백을 곧 나아질 약속으로 읽지 않았다. 지금 그가 자기 행동을 설명하는 말이었다. 함께 있는 때에 불편하면 말해 달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녀는 그 말을 실제로 해 볼 장면을 떠올렸다.
두 후보 기간은 아직 후보라고 되어 있었다. 인수를 맡을 사람들과 자기 일정을 더 맞추는 중이며, 이미 떠날 수 있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길과 날씨도 그때 다시 봐야 했다. 그가 머물 곳도 유리의 숙소에 당연히 자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다고 썼다. 유리는 그 줄에서 작은 숨을 내쉬었다.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을 말한 것이 숙소 방의 쓰임까지 혼자 허락한 일은 아니었다.
편지의 끝에는 책 속 한 줄이 있었다. 길게 베껴 놓은 것이 아니라, 자기가 전에 웃을 줄 알았던 장면에서 왜 멈췄는지 설명했다. 집을 나서려던 사람이 마지막에 뒤돌아봐도, 남은 사람은 손을 흔들지 않고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세온은 자기가 그 장면에서 버림받는 느낌을 먼저 생각했다고 했다. 다시 읽으니 떠나는 사람이 돌아볼 곳이 비어 있지 않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유리는 그 말 옆에 자기 책의 흔들리는 의자를 놓아 보았다. 둘은 아직 같은 책을 고르지 않았고 같은 장면을 떠올린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각자 처음 짐작했던 뜻이 바뀌는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그녀는 서로 닮았다는 말 하나로 마치지 않고 다음에 그 문장을 직접 보여 달라고 답하고 싶었다. 자기 쪽에서는 접힌 모서리가 있는 장을 보여 줄 수 있었다. 어느 쪽도 상대의 해석을 미리 받아 쓸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읽은 편지를 마른 자리에 펼쳐 두고 아침을 먹었다. 오른손은 받친 천 위에 있었고 어깨는 전날보다 덜 당겼다. 편지가 반갑다고 몸을 더 멀리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늘은 에다가 자기 글을 짧게 읽는 때가 있을지 답을 주기로 한 날이었다. 유리는 친구에게 몸이 허락하면 처음 부분은 듣고 싶지만 끝까지 남을 약속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에다는 자기가 아침에 마레와 실제로 시간을 맞췄다고 했다. 오늘 온실의 짧은 쉬는 시간에 현재 일하던 사람들이 원하면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사람들이 더 모이기를 기다려야 하는 행사는 아니었다. 사례를 정한 일도 아니었다. 친구는 오늘 자기 글 한 부분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고른 자리라고 했다. 유리는 그 말에서 부탁받은 기쁨과 자기가 고른 몫을 함께 들었다.
온실까지 가는 길은 천천히 걸었다. 에다는 종이를 가방의 마른 안쪽에 넣었다. 유리는 자기 책을 가져가지 않았다. 오늘 남의 글을 들으러 가는데 자기 책의 장면을 꼭 함께 보여 줘야 하지는 않았다. 테사가 문 앞에서 맞았고 현재 앉을 의자를 알려 주었다. 그녀는 몸을 틀지 않고 볼 수 있는 쪽에 앉았다. 싹은 낮은 상자에 있었다. 오늘 처음 보는 모양을 오래 판단할 시간은 따로 내지 않았다.
테사는 아침 자기 자리에서 본 모양을 짧게 설명했다. 전날과 아주 다르게 말하지 않았고 왜 기울었는지 모두 알았다고 하지도 않았다. 현재 돌보는 사람이 관리를 이어 받고 있었다. 유리는 들은 경과와 자기 눈에 오늘 보이는 작은 잎을 구별해 보았다. 누군가의 글을 듣는 날에도 식물의 하루는 자기 쪽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읽는 사람 앞에 놓인 장식처럼 멈추지 않았다.
마레가 물건을 정리하고 의자에 앉았다. 다른 당번 한 사람은 오늘은 자기 일을 먼저 마치겠다며 남지 않았다. 에다는 읽어 줘도 되느냐고 다시 물었고 테사와 마레가 답했다. 유리도 지금은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그 세 사람의 대답을 듣고 친구는 종이를 폈다. 사람 수가 적다고 더 큰 목소리를 연습하듯 내지 않았다. 지금 듣는 귀에 닿는 속도로 첫 줄을 읽었다.
문을 열기 싫어하던 사람이 책을 덮었다. 유리는 처음 들었던 문장이 어디서 줄었는지 알아챘지만 그 변화만 세지는 않았다. 오늘 처음 듣는 테사는 문밖 소리가 다른 집을 부르는 대목에서 웃었다. 마레는 그 사람이 다시 책을 펴려 할 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다는 그 몸짓을 보고 설명을 보태지 않았다. 독자가 자기 장면에 조금 들어온 것을 그냥 둘 수 있었다.
유리는 중간쯤에서 어깨가 당기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 장면이 가까웠지만 지금 더 앉아 있으면 돌아가는 길이 힘들 수 있었다. 그녀는 쉬는 문단 사이에 먼저 나가도 되겠느냐고 말했다. 에다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테사는 문 쪽 의자를 비켰고 마레가 바람이 들어오는 방향을 잠깐 봤다. 유리는 마지막 줄을 못 들은 사람으로 일어나 문을 향했다.
친구가 읽기를 멈춘 채 자기를 내보내는 일을 끝까지 맡지 않아도 됐다. 그녀가 문을 나서는 동안 다시 목소리가 이어졌다. 바깥에서 들린 것은 뜻을 다 알아들을 만큼 선명한 문장은 아니었다. 유리는 그 소리를 전체 낭독의 성공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다만 자기가 떠난 뒤에도 친구가 자기 이야기를 계속 읽고 있었다. 돌아보지 않아도 방 안이 비어 있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온 뒤 그녀는 물을 마시고 손을 쉬었다. 세온의 편지를 다시 폈다. 자기가 읽어 달라고 고른 글의 첫 줄과 에다가 오늘 읽은 문이 한꺼번에 마음에 남았다. 모두 같은 뜻으로 모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 세온에게는 오늘 반가운 답을 읽고도 친구의 낭독에서 먼저 나왔다고 쓸 수 있었다. 보고 싶은 마음과 몸을 아끼는 선택이 한날에 있었다.
오후에 에다가 돌아와 어떻게 끝났는지 말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유리는 먼저 듣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마레와 테사 앞에서 실제로 끝까지 읽었고 두 사람이 각자 다른 질문을 했다고 설명했다. 마레는 방문자가 집에 돌아갈 때 신발이 얼마나 말랐는지 궁금해했고 테사는 왜 주인공이 자기 책 제목을 말하지 않았는지 물었다고 했다. 유리는 그 질문을 듣고 웃었다. 자기가 궁금했던 것과 달랐다.
그들의 반응을 직접 본 것은 에다였다. 유리는 그 말을 들은 경과로 받았다. 친구는 잘됐다는 말보다 다음에 어디를 고칠지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렇다고 오늘 읽은 부분이 실패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 문단만 유리에게 다시 읽어 줄지 물었다. 그녀는 지금은 짧게 들을 수 있다고 답했다. 같은 글이 다른 방에서 다시 목소리를 가졌다.
방문자는 신발 끈을 고쳐 맸다. 주인공은 다음에도 와도 된다고 말하려다가 오늘 돌아갈 때 어둡지 않은지 먼저 물었다. 에다가 그 줄을 읽을 때 유리는 세온에게 들은 자기 버릇의 설명을 떠올렸다. 하지만 친구의 인물을 세온으로 바꾸어 보지는 않았다. 문이 열리는 이야기는 친구가 만든 것이었다. 유리는 마지막 줄을 들은 뒤 자기가 뒤늦게 이 방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끝을 두 번 읽으니까 두 번 돌아가네요.”
에다가 말했다. 그녀는 듣는 사람은 한번씩 다른 자리에서 받았다고 답했다. 친구는 종이를 접으며 그 말은 자기가 좋아해도 되겠다고 웃었다. 원고를 더 보여 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았다. 오늘 자기 글을 소리로 만들었고 아직 고치고 싶은 부분이 남아 있었다. 그는 저녁 전 자기 방에서 조금 더 보고 싶다며 일어났다. 유리는 그 시간을 붙잡지 않았다.
유리는 새 답장을 썼다. 먼저 이백쉰이레째 쓴 편지를 이백예순째 저녁에 받았고 오늘 아침 읽었다고 적었다. 같은 방에서 서로 다른 줄을 읽고 싶다는 그의 말이 반가웠다. 자기는 잠들었다 깨어나면 그가 어디까지 읽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썼다. 늘 잘 기다리는 사람일 필요는 없고, 불편한 때에는 자기 말도 꺼내겠다고 했다. 대신 그도 쉬고 싶은 때를 자기 쪽에서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두 후보 기간 중 늦은 쪽이 현재 자기 일정에는 더 맞을 것 같다고 썼다. 확정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보관을 이백예순닷새째까지 실제로 이어 맡겼으며 그 뒤의 일과 몸을 다시 보아야 했다. 세온의 실제 인수와 머물 곳, 길과 날씨도 함께 확인하고 싶었다. 중간에 조용히 쉬는 날이 있으면 좋겠다는 자기 바람은 지우지 않았다. 날짜를 고르는 종이에 사람의 몸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오늘 온실에서 먼저 나왔다고 썼다. 에다가 읽기를 계속하는 소리를 문밖에서 들었고, 나중에 자기 방에서 마지막 문단을 받았다는 말도 적었다. 친구가 직접 만든 글이며 세온에게 보낼 원고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누군가의 하루를 좋아한다고 그 글까지 함께 보낼 수는 없었다. 다음에 에다가 원하면 그가 자기 입으로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멈춘 시계에 대해서는 새 답을 얻지 못했다고 한 줄 남겼다. 여섯 병도 열지 않았고 분리 보관은 그대로였다. 기쁜 편지 뒤에 미해결인 일을 적으면 분위기가 무너질까 잠깐 망설였지만 그 줄을 지우지 않았다. 세온이 같은 방에 오기를 바라는 사람은 좋은 소식만 모아 놓은 유리가 아니었다. 오늘 오른손이 불편했던 순간과 반가운 말을 읽은 순간이 같은 하루에 있었다.
해가 지기 전 전달 창구에 편지를 맡겼다. 이번에는 짧은 길을 다녀올 몸이 남아 있었다. 봉투가 실제 묶음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돌아섰다. 이백쉰이레째 보낸 답장이 어디에 도착했는지는 아직 몰랐다. 오늘 보낸 글이 앞선 글을 건너뛰어 곧바로 답을 불러오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서로의 날짜는 길에서 조금씩 엇갈리고, 그 사이에도 읽을 줄은 생겼다.
방에 돌아왔을 때 에다는 자기 문을 열어 둔 채 종이를 보고 있었다. 유리는 안쪽에 앉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자기가 지금은 소리 내어 읽지 않고 고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기도 책을 가져왔다고 답했다. 의자 하나가 비어 있었다. 유리는 오른손을 받치고 자기 페이지를 폈다. 옆에서는 다른 문장이 한 줄 지워졌다.
둘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리가 책장을 넘기자 에다가 자기 종이에서 눈을 떼고 어디를 읽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흔들리는 의자를 고친 뒤에도 기다린 사람이 오지 않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친구는 자기는 지금 돌아가는 사람의 문장을 고치는 중이라고 했다. 같은 방에서 다른 줄이 움직였다. 유리는 세온에게 부탁한 장면이 오늘 다른 사람과도 실제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반가움은 멀리 있는 사람에게 갈 자리도 줄이지 않았다.